살아 있는 글쓰기 살아있는 교육 6
이호철 지음 / 보리 / 199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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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나 가슴이 벅찼다. 그동안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며 항상 회의가 많이 들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막혔던 가슴이 시원하게 뚫렸다.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또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이제는 좀 해답을 얻은 것 같다.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진실된 글쓰기이지 글쓰기의 기교가 아니다.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것은 자기 생각을 진실되게 표현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지, 글쓰기 선수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가장 관심있게 읽은 부분은 '제1부 시쓰기--그 때 그 순간의 감동 되살리기'이다. 아이들에게 시를 지어보라고 하면 아이들은 대개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비슷비슷한 내용의 시를 쓴다. 아이들 스스로의 진실된 느낌은 없고 기성시인의 시를 모방해서 머리로 짜맞추어 쓴 시가 대부분이다. 그건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라 작가의 말처럼 거짓된 시쓰기를 가르쳐 준 어른들의 잘못이다.
나 역시 학창시절에 백일장에 가면 나의 생활과 전혀 동떨어진 '소나무, 별, 강물' 같은 시제를 주며 시를 쓰라고 할 때 너무나 막연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런 곳에서 장원으로 뽑힌 시들을 읽어보면 뭔가 멋있는 것 같긴 한데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던 기억도 난다.
나 역시 삼십 년이 넘게 살아오면서 그럴듯한 기교를 부려 꾸며 쓴 시가 잘 쓴 시이고 좋은 시라고 생각했다. 학교에서 배운 동시가 전부 그런 시들이었고, 어른들이 잘 쓴 시라고 칭찬하는 시가 그런 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기성시인처럼 멋진 시를 쓰려 했고, 성인이 되어선 아이들에게도 그런 틀의 시를 강요했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지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진짜시와 가짜시를 예를 들어가며 제시해 놓은 부분을 보면서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기존에 잘 쓴 시라고 당연스럽게 생각했던 그런 시들이 사실은 머리로 짜맞추어 쓴 가짜시라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가짜시와 진짜시의 구별을 보면서 나는 여지껏 시를 바라보던 일반적인 관점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글쓰기를 가르친답시고 오히려 아이들의 창의성을 짓밟고 거짓된 글쓰기를 가르쳐온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하나부터 열까지 교육이란 말에는 괴외가 따라다니는 우리 사회이다. 그래서 이제는 글쓰기마저 또 다른 과외공부가 되어 아이들은 진실이 아닌 기교를 배우기에 바쁘다. 이러한 교육 현실에서 글쓰기 교육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제시하고, 아이들에게 어떻게 글쓰기를 지도해야 할지를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들려주는 이 책은 너무나 귀한 책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글쓰기에 대한 기존의 뿌리깊은 그릇된 고정관념을 뒤엎는 정말로 획기적인 책이라고 생각한다. 20년 동안 초등학교에서 글쓰기를 직접 지도해온 경험 속에서 얻어진 글이라 구체적이고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질 만큼 진실된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또 이 책에는 초등학생들이 직접 쓴 글들이 예로 많이 제시되어 있는데 그 글들을 읽어 보면 어떤 유명한 작가가 쓴 글보다도 감동적이다. 그래서 '정말 진실된 글은 바로 이런 거로구나!"하는 자연스런 깨달음을 얻게 된다. 글쓰기를 지도하는 분들은 물론이고 교사 학부모 모두가 읽어야 할 필독서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2001년)

[인상깊은구절]
아이들을 글짓기 선수로 만들기 위해서 억지로 쓰게 하는 글짓기 지도가 아니라, 참되게 살아가게 하기 위한 글쓰기 지도를 해 보자. 글쓰기 지도는 문예부 교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교사나 밥 먹는 것처럼 할 수 있어야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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