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가장 슬픈 순간,

관계에 있어 가장 슬픈 순간은,

그런 순간일지도 모른다

 

서로의 마음에 부러 생채기를 내며 독기를 내뿜는 순간도,

눈물 흘리며 다투고 매달리고를 반복하는 격정의 순간도,

그리고 끝내 이별을 맞이하는 순간도 아닌,

 

찬란히 반짝이던 사랑의 불빛이 소멸되는 순간,

그 소멸을 직시하게 되는 순간....

 

 

 

                      - 나는 다만 조금 느릴뿐이다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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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밭 사이로 솔밭 사이로 걸어 들어가자면

불빛이 흘러 나오는 고가가 보였다.


거기...

벌레 우는 가을이 있었다.

벌판에 눈 덮인 달밤도 있었다.


흰 나리꽃이 향을 토하는 저녁

손길이 흰 사람들은

꽃술을 따문 평풍의

사슴을 이야기했다.

 

솔밭 사이로 솔밭 사이로 걸어가자면

지금도

전설처럼

고가엔 불빛이 보이련만

 

숱한 이야기들이 생각날까 봐

몸을 소스라침은

비둘기같아 순한 마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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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오, 나의 연인이여, 빗방울처럼

슬퍼하지 마

내일 네가 여행에서 돌아온다면

내일 내 가슴에 있는 돌이 꽃을 피운다면

내일 나는 너를 위해 달을

오전의 별을

꽃 정원을 살 것이다.

그러나 나는, 오늘, 혼자다.

오, 빗방울처럼 흔들리는 나의 연인이여


      -압둘 와합 알바야티 '비엔나에서온 까씨다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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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를 지닌 사람이 떠난 그 자리는

그 향기에 취해 다른 향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난후에

그 향기가 희석되어져

다른 향기가 비로소 내 코끝에 스밀 때

맘편히 그 향기를 떠올려 볼 수 있으리라.


아직은 그 향기가 내 코끝에 남아

나를 막아서는구나

이 자리에 서있으라고..

기다려 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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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바람 귓가를 스치고

자작나무 서걱거림 사이로

설핏 스치는 그리움 있어

은하수 눈부신 반짝임에

온 몸을 맡기고 서서

 

나를 기억하기를

나를 기억해 주기를

실바람 붙들고 전해달라고

꽃잎 떨어지는 가을 날

붉게 물든 잎사귀에

고운 기다림 하나

새겨 놓는다

 

           -사랑의 레시피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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