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사이 - 전2권 세트
에쿠니 가오리.쓰지 히토나리 지음, 김난주.양억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소설] 냉정과 열정사이(전2권)

 

아오이 시점을 쓰신 에쿠니 가오리님은 "반짝반짝 빛나는"이란 소설로, 쥰세이 시점을 쓰신 츠지 히토나리님은 이 책을 계기로 알게 되었다.
두 분 다 각자의 글 특성이 있었고, 섬세한 감각적 문체로 이야기를 이끌고 있었다. 밀라노와 피렌체에서 서로를 그리며 애틋한 감정을 그들의 울타리를 지켜주는 분들과 나누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인간관계란 어떤 것이고, 어떻게 해야하는가 나름대로 생각도 해보았다. 우리 주위에는 내 마음에 쏙 드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분명 있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도 여럿 있다. 그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 했던 두 주인공의 심정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었고, 평소에 사랑에 무지했던, 관심조차 없었던 나 자신이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이제 내가 동경할 사랑은 이 두 주인공이 펼쳐나가는 소소한 이야기가 동반이 될 것 같다.
나에게는 부족한 감성적인 면을 두 작가에게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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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선인장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사사키 아츠코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우선, "호텔선인장"이란 제목부터 상당히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고, 디테일한 삽화가 소설과 잘 어우러져 2배의 감동을 주었다.
모자, 숫자2, 오이. 성격이 분명히 대비되는 주인공 셋이 모여 다소 서먹한 관계로 시작하여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려 노력하고, 서로에게 맞춰 가는 동안에 약간은 트러블도 생기고, 멋진 우정을 간직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섬세하고 유려하며, 한없이 따뜻한 문체가 아기자기한 동화를 연상하게 만드는 스토리에 잘 녹아들어 있고, 유쾌한 감성으로 분량은 짧지만, 짧은 이야기 속에 내재되어 있는 주제의식은 무엇보다 값지다. (그렇게 생각한다.)쉽게 감동 받고, 쉽게 상처받는 우리들의 모습을 3명의 주인공에게 비추어 그려놓았다. 그리고 우리는 혼자선 살아갈 수 없으리라는 것도 은연중에 느끼게끔 바탕에 조그맣게 깔아놓은 것 같다.
스케일 자체가 크진 않지만, 일상 속 작은 소재에서 깊은 감동을 주려하는 작가의 의도가 마음에 들었고, 환상적 공간에서 조심스럽게 펼쳐지는 묘한 이야기는 은밀히 가슴속으로 들어와, 여기저기 웃음의 마력을 뿌렸으며, 금방이라도 사그라질까 단단히 조여놓기 까지 한다. 더구나 그들의 속삭임이 들려오는 것 같아 괜히 주위를 가만히 둘러보게 만들기도 한다.
취미도 다르고, 직업도 다르며, 근본적 사고방식 자체도 다르지만, 타인을 이해하는 데서 오는 특별함, 소중함, 애틋함까지 일깨워주는 것 같다. 어둠으로 가득 찬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한 줄기 빛을 본 기분, "그래, 아직 가능성은 있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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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리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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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은 내가 오랜 기간 편애해 온 일본의 여성 작가. 문장과 문단은 소설가로서 지닌 능력에 의심이 가게 만든 적이 있지만, 상상력과 동화 분위기를 만드는 소질과, 따뜻한 감동을 선사하는 이야기를 세심하게 끌어가는 능력은 정말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조그만 사물에도 관심을 가지며, 순수한 감성으로 많은 교훈을 남겨준다고 나름대로 평가하고 있다;

일단, 암리타는 엄청나게 두꺼운 장편소설이다(;;)그래서 읽는 기간이 상당히 길었던 소설로 기억하고 있다. 이야기 자체는 어려운 게 아니라 오히려 아름답고 흥미롭고 신비감마저 들지만, 왠지 소중하게 조금씩 느껴보려 했다 할까, 아무튼 뭐라고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을 가지고 책을 읽어왔던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데서 오는 가슴 속 허무함, 상실감을 딛고 어느 날 문득 찾아든 만남으로 열정을 쏟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가며, 때로는 소중한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기도 하고, 그 상처로 인한 슬픔을 꿋꿋이 이겨내고 과거를 돌아보며, 다가올 밝은 미래를 감지하고 세심히 준비하며, 자신의 존재의미를 새로이 찾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어쩌면,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주위를 망처럼 둘러싸고, 끝없이 우리를 공격해올지도 모른다. 그 순간에 어떻게 해답을 찾아야하는지 이리저리 머리를 굴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냥 무작정 부딪혀보는 거다. 과감히 받아들이고, 순간의 기지를 발휘하며 물리치는 거다. 번번이 피해갈 생각만 해서는 안 되고, 역경을 딛고 보람있는 한 방울의 땀을 흘릴 때, 가슴속에선 찬란한 무엇이 생겨난다. 그렇게 자신감을 키워 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으며, 무수한 테마가 둘러싸여 때로는 몽환적이기까지 하지만, 따뜻하게 감싸오는 찰나의 소중한 감각을 그냥 느끼면 될 것 같다. 잔잔한 배경음악이 귓속을 파고들고, 편안하게 일상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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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정거장
전경린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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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25

 

 

 

 


위태로운 생, 조각난 삶을 향해 거는 주술

전경린 소설의 테마인 것 같다. 대부분 여성의 목소리, 여성의 삶, 여성적 암시로 이루어진 소설집이다. 이 소설집이 아니라도, 전경린 작가 분은 어떤 구실로 상처받아 위태위태한 여성의 모습을 다양하게 그려 왔다.

"전경린의 소설을 읽는 것은 종종 금기의 위반을 향해 온몸을 팽팽하게 긴장시킨 어떤 위태로운 열정에 동참하는 일이 된다"(해설 중에서)

이전의 소설에서는 작가의 의도가 뚜렷하게 부각되진 않았단 느낌이 들었는데, 지금은 다른 것 같다. 한국 여성의 삶에 피해갈 수 없는 섹슈얼리티의 문제를 끊임없이 제시하며, 또 갈구하고 점진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해가고 있다.

"나의 소설들은 이 땅에서 살아가는 여성이, 지극히 완강하고 평범한 삶의 구조 속에서 좀 끔찍하게 피워 올린 찬란한 무지개 같다"(저자의 말)

표제가 된 "물의 정거장"이란 소설은, 그전과 마찬가지로, 가족 결혼이라는 틀 안에서 격하게 몸부림치며, 거부하고, 이른바 일탈의 장을 향해 나아가라는 여성의 움직임을 바탕에 깔아두고 있다. 그들의 내면은 황량하기 이를 데 없으며, 상처받은 몸을 끌어안고 고통에 괴로워하고, 이쪽 삶과 저쪽 삶의 경계선에서 끝없이 갈등하는 듯하다.

"메리고라운드 서커스 여인"과 "부인내실의 철학" 두 단편은 삶의 울타리 안에 갇힌 주인공이 외부 공간을 메운 틀을 부수냐, 부수지 않느냐로 갈라진다. 처음의 소설은 자신의 내면에서 터져 나오는 욕망을 버티지 못하고, 제시하는 길을 따라 방향을 정하는 주인공이, 다음의 소설은 틀에서 벗어나지는 않으면서, 결혼이외의 다른 것을 꿈꾸는 주인공의 삶이 있다.

어느 것이 최선책인지는 모르겠으나, 부수든, 부수지 않든 어느 것을 선택한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되어 있으며, 최악의 경우에는 고통까지 수반되어 처절한 몸부림을 칠 뿐이다.

유일한 남성 화자가 등장하는 "바다엔 젖은 가방이 떠다닌다"라는 소설은 결혼 제도에 관해 거부하면서도, 한 여자를 만나 그 여자가 이끄는 매력에 주체할 수 없이 빠져들고, 끊임없이 갈등한다. 열정적이고 모험을 감행해야만 하는 사랑이 주는 쾌락에 순간 헤어 나오지 못하다가, 여러 차례의 심리적 갈등을 겪고, 선을 봐서 만난 여자와 직장 상사와의 관계를 알고 나서, 그들이 주인공의 바깥에서 그를 눈여겨보고 있었고, 방황했다는 것도 눈치채고 있기에 남자는 즐길 수는 있으나, 해소할 수 없는 사랑에 체념하고, 안정적인 결혼을 선택한다.

주인공의 심리묘사 면에서는 제일 끌렸던 소설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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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인지 데이스 - 무라카미 류 걸작선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동방미디어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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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04.03.25

 

 

 

 


미소수프랑 비슷한 시기에 구입했었는데, 정작 평(;;)은 이제야 쓸 준비가 된 것 같다.

무력감에 빠져 제대로 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어 끝없이 방황하던 주인공 소리마치는 어느 날 편의점에서 12톤 트럭을 모는 소녀 준코를 만나게 된다. 그녀가 롤플레이를 즐기고, 그것에 꽤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소리마치는 즉흥적으로 빨려 들어가듯 그녀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전체적 스토리로는 그저 지루한 시간을 흥미롭게 보낼 수 있는 구실이 될 소설일 것 같았는데, 중반쯤 접어들어 자신들의 정체성 문제로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는 장면은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는지 그 노력을 스크린에 비추듯 뚜렷이 보이고 있었다.

보통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행위라던가 일상 속의 대사 부분은 별 생각 없이 무심코 읽어도, 곧바로 이해 가능하고, 상황 자체를 즐길 수 있었는데, 정체성의 혼란, 존재의식의 문제가 대두되면서부터는 머릿속에 약간의 복잡함도 생겨났고, 한 장을 넘기려면 수없이 되풀이해서 읽어야할 때도 있었다. 어떤 면에서는 나름대로 생각할 거리가 있어 좋았고, 이런 유의 소설을 즐기는 나로서는 색다른 경험이라고 말을 붙일 수도 있다.

"미소수프"보다는 그나마 시점 선택을 잘한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준코와의 의사소통이 가능했으니까.

절망하는 남자와 의지의 여자로 대비되는 두 사람은 각각 독립된 존재로 그들 나름대로 뚜렷한 특징을 보이며, 내 안에 살아 움직인 것 같다. 나를 끊임없이 소설에 반응하게 조종을 한 것 같다. 뭐, 그 느낌이 썩 나쁜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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