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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선인장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사사키 아츠코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2004.03.26
우선, "호텔선인장"이란 제목부터 상당히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고, 디테일한 삽화가 소설과 잘 어우러져 2배의 감동을 주었다.
모자, 숫자2, 오이. 성격이 분명히 대비되는 주인공 셋이 모여 다소 서먹한 관계로 시작하여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려 노력하고, 서로에게 맞춰 가는 동안에 약간은 트러블도 생기고, 멋진 우정을 간직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섬세하고 유려하며, 한없이 따뜻한 문체가 아기자기한 동화를 연상하게 만드는 스토리에 잘 녹아들어 있고, 유쾌한 감성으로 분량은 짧지만, 짧은 이야기 속에 내재되어 있는 주제의식은 무엇보다 값지다. (그렇게 생각한다.)쉽게 감동 받고, 쉽게 상처받는 우리들의 모습을 3명의 주인공에게 비추어 그려놓았다. 그리고 우리는 혼자선 살아갈 수 없으리라는 것도 은연중에 느끼게끔 바탕에 조그맣게 깔아놓은 것 같다.
스케일 자체가 크진 않지만, 일상 속 작은 소재에서 깊은 감동을 주려하는 작가의 의도가 마음에 들었고, 환상적 공간에서 조심스럽게 펼쳐지는 묘한 이야기는 은밀히 가슴속으로 들어와, 여기저기 웃음의 마력을 뿌렸으며, 금방이라도 사그라질까 단단히 조여놓기 까지 한다. 더구나 그들의 속삭임이 들려오는 것 같아 괜히 주위를 가만히 둘러보게 만들기도 한다.
취미도 다르고, 직업도 다르며, 근본적 사고방식 자체도 다르지만, 타인을 이해하는 데서 오는 특별함, 소중함, 애틋함까지 일깨워주는 것 같다. 어둠으로 가득 찬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한 줄기 빛을 본 기분, "그래, 아직 가능성은 있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나의)교보 북로그에 이미 올렸던 글입니다.
쭉 정리하고 나서, 새 리뷰 올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