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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가붕가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붕가붕가레코드 지음 / 푸른숲 / 2009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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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밀어뒀다 끄집어낸 리뷰 쓰기다. 새벽, 이불 속에서 문장 하나를 생각해내고 줄줄 이어쓰기를 했지만, 그걸 고스란히 기억해낼 수 있을지…. 말하자면, 머릿속에 조각조각 파편으로 흩어졌다가, 무작정 그러모아 똘똘 뭉쳐낸 여러 덩어리에 불과했던 문장들. 문장이라 써놓고도, 여러 번 시선이 가고 의심이 들지만, 아무튼. 최초엔 5편의 리뷰를 쓰자, 계획했었다. 단지 중얼거림에 그친, ‘계획’이라기에 한없이 어설프고 부끄러운 모양새지만, 어쨌든 그랬다. 차츰, 여러 가지로 일이 터지고 거푸 날아오는 심리적 타격에, 스멀스멀 귀찮음이 생겨버렸고, [글을 쓸 환경과 상태가 아니었잖아]라며 핑계거리를 만들어버렸고, 슬금슬금 묻어놓아 버렸던 것. 이제 다잡는다.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버린 허술한 글쓰기에 불과하더라도, 무언가 기록으로 남긴다는 의미를 두면서. 최근 며칠 사이에, [멋대로의 안식처 소설 쓰기]도 간간이 진행하고 있어, 번갈아 집중하자고 주문하듯 중얼거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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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이끌릴 만한 내용은 아니라 생각했었다. ‘음반을 챙겨주는 것’에 좀 많이 혹했을 뿐이다. 표지는 촌스러움 그 자체. 읽기 쉬운 글꼴을 사용했지만, 멋스러움은 좀체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역시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음악의 힘은 대단하다 싶었다. 더 살펴볼 겨를 없이, 집에 돌아와서는 바로 주문을 했으니. 이틀 소요로 읽기를 마쳤다. 책을 펼치고 빠져들었던 시간만으로 따지면, 거의 하루에 다 완료했다 말할 정도다. 내내 몰두할 수 있었으면, 아쉬워하며 바랐던 장면이 스친다.
‘뭐라도 시작을 해보자’는 테마가 바탕에 깔려 있고, 더 나아가서는 [이왕이면 재미]를 따진다. (물론,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자기만족이겠지.) 본능에 가까울 정도로 외쳐대는 그들에게, 한 문장 한 문장 씹어낼 때마다 환호를 보냈다. 사실 내가 평소에 경험하고 느끼는 [재미]란, 보통 주위 친구들이 떠올리는 재미와는 약간씩 어긋나기도 했었고, 굳이 선을 그으면서 딱 이 지점까지만 내 취향이야, 이렇게 정해두며 이야기하지는 않았던 편이다. 글을 예로 들면, 가지런한 문장 아래, 작가만의 사소한 습관이나 일상 에피소드가 억지스럽지 않게 주제와 잘 맞물려 실려 있으면, 대체로 괜찮다고 판단하는 경우. 음악에 관해서는 단조롭지 않은 멜로디에 [그가 나를 버렸다]는 식의 상징 아이템 하나 없이 비슷비슷한 가사를 씌운 게 아니라면, 노래를 소장하며 흥얼거리는 쪽이다.(거기에 무게감을 겸비했다면, 반복해서 몇 번이고 틀기도 한다.) ‘시작’과 ‘재미’ 두 키워드로, 단번에 나는 그들에게 흠뻑 취했다.
본문 편집 디자인으로 방향을 돌리면, ‘그들 나름의 멋을 낸’ 쪽이라는 판단을 했다. 지극히 주관적임에 가깝지만. 표지 타입에서 한껏 벗어나지는 않았어도, 여러 가지 보여주기 위하여 며칠이고 머리를 맞대 고민하며 토론한 끝에 짜낸 결론이라는 느낌. 단순하지만, 조각조각을 질서정연하게 나란히 세워놓고 선보인 결과, 알차게 마무리를 지으려 노력했다는 생각이다. 최선을 다해, 무언가 하나라도 더 보여주기 위해 고심을 한 듯. 음반을 만드는 것에서도 시행착오를 여러 번 거쳤고, 레코드사를 경영하는 면에서도 넘어졌다 엎어졌다 뒹굴었다가, (스스로 채찍질까지는 아니었지만) 이런저런 계기를 통해 다시 일어난 장면이 여럿이었다. 어설프지만, 진솔함이 돋보였던 그들의 모습들. 풋 웃음이 터졌다가 쭉쭉 낄낄거렸다가, 어느새 나는 열렬한 박수를 보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책을 내려놓기 뭐해서 속으로. 웃음)
평소, [돈이 안 되는 일을 왜 굳이?]라는 의문을 달고 사는 내 주변 몇몇 사람들이라면, 이들을 얼뜨기 바보로 취급할 것 같다. 물론, 최소한의 의식주를 위해서는 단연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나도 그들도 알고 있다. 하지만 엄청나게 많은! 돈에 휘둘려 살 필요까지 있을까? 누군가의 눈에 ‘싸구려’로 비치는 물건이라도, 다른 누군가의 눈에 그게 ‘명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싼 브랜드의 보여주기 허세의식의 값어치로 무장한 ‘명품’이 아닌, 즉흥적이었지만 여운이 길게 남는&지친 몸과 마음에 단비 같은 안식을 선사하는 소소한 ‘명품’이 다가왔다. 나의 아이템, 또 다른 누군가의 활력소가 되어주었으리라 예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