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토토로
미야자키 하야오 (Hayao Miyazaki) 감독 / 대원DVD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이웃집 토토로.

처음 일본 애니메이션인 ‘토토로’를 접했던 기억은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그 이전에 용사 나오는 거랑, 로봇 나오는 거, 수라왕, 싸이버 포뮬러 등, 장르를 넘나들며 TV&비디오 애니메이션은 웬만해서 다 봤기도 했지만, 그건 우리말 녹음이었기에. 일본어 수업을 시작한 고등학교 1학년, 일본어가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애니메이션(토토로를 포함한 미야자키 시리즈)을 본격적으로 접했다. 중학교 때, 친구들이 가져온 잡지를 통해서 일본의 대중문화를 알았다. (*SMAP*과 *GLAY* *Luna Sea* 등등. 정작 가져온 애들은 관심을 안 가졌지만.) 그때 처음으로 J-ROCK & J-POP 계열의 음악을 접했고, 그게 곧 일본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고등학교에 들어가, 수업을 받을 순간을 기다리며, 호기심을 키워나갔다. 그리고 고등학교 방과 후 클럽활동을 일본어부로 택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대학 전공으로 택하지 않았던 (못했던, 에 가까울지도)것에는 아쉽다.
내가 사는 동네는 좀 어중간한 지점에 속했다. 그러니까, 행정구역으로는 경상도라서 대회에 나갈라치면 왜관이나 구미로 가야 했고 그 일정이 꽤 까다로웠다, 대구에 보다 수월하게 갈 수 있게 교통편이 있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친구들은 곧잘 시내로 나가, 이런저런 소품을 접하고 그 이야기들을 흘려놓았다. 그렇지만 나는, 그 버스를 자주 이용할 수는 없었다. 특별한 경우에만 가능했다. (그 시절엔 16번 버스, 어느 순간부터 427로 번호가 바뀜.) 인터넷 전용선이 깔리게 된 것도 내가 대학 1학년 재학 중이었던 터라 관심을 가졌다 해도 이런저런 자료가 부족하던 시기였다. 우리 동네는 케이블마저 그보다 한참 늦게 깔렸다. 음악도, 일본문화 개방 이전이라, 겨우 소장한 CD하나의 몇몇 가지만 되풀이 들을 수 있었고, 접할 수 있었던 애니메이션은, 클럽활동 선배가 가져온 미야자키 시리즈가 거의 전부였다. 그때는 비디오테이프. (바람의 검심도 그때 봤다. 그리고 hyde를 알았다. 이 이야기는 따로;) 보고 또 봐도, 어쩐지 질리지 않던 영상. 이래저래 너저분하게 서두가 길었는데, 거슬러 짚어나갈 필요가 있었다. 그 출발점이랄 수 있는, 이제 본론으로 들어갈 ‘토토로’
*소박한 그림과 스토리, 시골 배경, 작은 스케일.
번쩍번쩍한 장식이 곁들여지지 않고, 담담한 선과 아기자기한 색채가 바탕이다. 편안하고 정감 넘치는 시골 풍경이 펼쳐진다. 꼬맹이 때의 우리 동네, 그 공간을 천방지축으로 날뛰곤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탁구공 마냥 예측불허라 한시도 한눈을 팔 수 없었다고 어른들이 말씀하셨다.) 뱀과 개구리에 관한 에피소드랑, ‘길’과 ‘비’, ‘책’ ‘진흙’ ‘언덕’ ‘제멋대로 도깨비’ ‘곤충채집’ 다양한 풍경들. 이젠 엄청 변했다. 그때를 더듬으면, 아련하게 조각 단편이 자리를 잡고 있지만, 되돌리기에는 무리다. 그리워지고, 아득한. 자연과 생물(풀과 곤충)을 온몸 가득 안고 지칠 때까지 달리던 장면. 풍성한 감각을 불러 모으며, 뒤로 감기 추억을 재생시킨다. 끊이지 않고 깔깔거리는 웃음이 공중에 퍼진다.
*귀여운 등장인물, 동화 캐릭터, (내가 생각하기에)풍부한 상상력.
제일 주목했던 메이는, 시시때때로 언니의 행동을 따라 하고, 호기심 만발 눈망울을 데굴데굴 굴리며, 와하하하 입을 힘껏(;) 벌리고 꼬맹이의 꾸밈없는 시원한 웃음을 뿌린다. 덩달아 폭소를 터뜨리고, 익살스런 말투와 표정 & 통통 튀는 발음과 억양에 맞춰 그대로 따라 반복을 했다. ‘도토리’를 발견하고, 마루에 냉큼 올라서려는데 뜻대로 되지 않고(신발이 쉬이 벗겨지지 않음, 이를 악물고 힘을 줄 때 그 이미지에 또 깔깔.), 잡았다, 의기양양해져 언니에게 손바닥을 펼쳐 보이려는데, 검댕만 잔뜩 묻어 있기도 하고. 어떻게든 옥수수를 엄마에게 전해주고 싶어 무작정 발길을 옮기는 에피소드.
꼬마 토토로가 자루를 메고 통통거리며 걷고, 씨앗이 톡톡 떨어지고 그게 새싹이 되고 글자가 되고. 아이가 힘찬 전진을 할 때 애벌레가 따라붙는 장면. 밑에 바글바글한 곤충. 내내 들썩거리게 되었던 스타트부터 확 끌어당겼던 세계였다.
바지의 엉덩이 땜빵(;). 절묘한 위치와 모양에 피식 웃고 말았다.
도깨비불을 보는 것 같았던 ‘고양이 버스’의 눈. 히죽히죽 익살맞은 개구쟁이 같은 모습. 거의 ‘비행기’같은 수준의 속도로 찰나에 강렬함을 선사한다.
우산에 물방울이 톡 떨어졌을 때, 그 울림이 신기하고 마냥 좋아서 괴상한 소리를 내며, 펄쩍 뛰어오르던 순간. 그 반동이 내게 전해지는 것 같아, 덩달아 나도 발 굴림, 콩콩 도움닫기를 하고 붕 떠오르는 듯 느껴졌다.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캔버스 텅 빈 표면에 색색의 물감으로 환상 바탕이 덧입혀지고, 어느새 나는 그들의 세상 속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빙빙 팔을 돌리며 헤엄치고 있었다. 와글와글 웅성거림이 잡히고 어우러지는 자연의 갖가지 연주와 노닌다. 토토로의 보금자리로 연결된 비밀 통로를 발견하기 위해 번뜩이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비가 올 때, 수풀 정류장에 슬쩍 나가 우산을 빙빙 돌려보기도 하고. 마당에 자전거를 타고 몇 바퀴를 셀 수 없이 빙빙 돌고 그러다 지치면 나무 그늘이나 둥그런 바위(뾰족하지 않아, 얼얼함은 남지 않는다.)에 잠시 땀을 식히고 있던, 꼬맹이였던 나를 불러내 더욱 풍성한 감각을 가득 쥔다. 줄줄이 달리기를 하며, 나무 열매를 주워 바닥에 내려놓고 이리저리 재미난 모양이나 그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
토토로의 등장인물과 와락 안고, 안기고 나란히 손을 잡고 걸어갈 때면, 시계를 멀리멀리 던져버린다. 길은 어디까지고 이어진다. 우리의 발걸음은 멈출 줄 모른다.
오늘도 잠깐 아이템으로 끄집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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