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러들지 않고 용기있게 딸 성교육 하는 법 - 성교육 전문가 손경이의 딸의 인생을 바꾸는 50가지 교육법
손경이 지음 / 다산에듀 / 201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가 깜짝 놀랐다. 대한민국 필독서로 지정 해도 부족하지 않을, 아니 필히 지정 해야 할 책이다. 아이 부모님들만 읽을 책이 아니라 일반 성인들과 청소년들도 스스로 찾아서 읽어야 하는 책이다. 여자라면 필수로 꼭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스스로가 꽤 개방적이고 성에 대해서 많이 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물론 아이를 낳고 난 후에도 성교육은 꼭 잘 시켜줄 것이며 잘 시켜줄 자신이 있었다. 그러다 손경이 저자의 움츠러들지 않고 용기있게 딸 성교육 하는 법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많이 부족했고, 알고있는 지식도 얕았으며 성교육은 전문가에게 제대로 된 지식을 부여 받아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손경이 저자의 도서는 전문가의 지대로 된 지식이다.

-저자는 딸의 유아기때부터 사춘기 시절을 거쳐 청소년기에 이르기 까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어떠한 방식으로 성교육을 시켜줘야 하는지 혹은 아이가 성에 대해 궁금해 할 때 어떻게 반응하고 대답해줘야 하는지 상세하게 설명해주며,  사춘기 청소년들이 성에 대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을 꼽아 거기에 저자가 해주는 대답을 보여주기도 한다. 학생들이 성에 관해서 어떠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지, 어느정도 수준인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고 그에 따라 어떠한 대답을 해줘야 할 지도 동시에 알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성폭력에 대해서 어떻게 대하고 대처해야 할지 정말 상세히 나와있기 때문에 딸을 가진 부모나 딸 본인, 여성이라면 한 번쯤 꼭 읽어보면 삶에 도움이 될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특히 일반 성인 여성들도 쉽게 간과하기 쉬운 여성 성기의 정식 이름(음순) 이라던가 여성 성기의 발기등 사실은 중요하지만 다들 모른 채 지나가는 것들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준다. 특히나 필자에게는 ‘처녀막’이라고 일컷는 말의 오해를 풀 수있어서 정말 놀랍고도 유익한 시간이었다. 흔히들 첫 관계시 처녀막이 찢어지며 피가 난다고 하는데, 사실은 충분한 교감 없이 삽입하면 질이 충분이 열리지 않아 질 주름에 상처가 생기면서 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내 몸인데도 불구하고 여성에게 불리하게 만들어진 이야기를 믿고, 아무런 의심조차 가지지 않았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렇듯 우리 모두가 부족하기 때문에, “엄마부터 성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라는 저자의 말은 조금도 틀린말이 아니다.

-가장 감탄했던 부분은 바로, 스스로의 주체성을 중요시하며 동시에 ‘젠더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며 “성교육과 젠더교육은 같은 방향이다” 라고 이야기 하는 부분이다. 젠더교육을 성교육과 따로 떨어트려서 보면 안된다는 것이다. 젠더교육이 잘 되어있어야 주체성이 높아지고, 주체성이 높아야 안전하고 행복한 성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리고 주체성이 높아야 성폭력에 잘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성교육과 동시에, 혹은 성교육보다 더 먼저 주체성과 젠더교육을 해야한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이 책의 수준을 훨씬 향상시킨다. 단순히 인간의 성에 대해서, 혹은 자녀에게 그러한 성을 어떻게 교육 시키는지에 대해서 나와있는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여성의 입장에서 가르쳐야하고 궁금할 수 있는 성에 대한 심오한 이야기와 더불어  여성의 존엄성, 더나아가 자존감 까지도 같이 성장시켜야 한다고 이야기 하며 어떻게 아이의 존엄성과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거기에는 부모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리고 이 책을 읽다보면 자존감과 성은 결코 떨어져 있는 이야기가 아님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자존감이 낮은 성인이 읽어도 도움이 될 내용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

-저자가 했던 근사한 말로 마무리 해야겠다.
저는 우리 모두가 조금 더 예민했으면 좋겠습니다. 예민한 사람들이 세상을 바꿉니다. -299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재자 리아민의 다른 삶 - 제8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전혜정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드디어 제8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이 출간 되었다. 항상 기다려지는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민주국가에서 법을 고쳐가며 장기 집권을 행하는 독재자 대통령 리아민의 전기를 부탁받은 과거 베스트셀러 작가가 전기를 쓰기 시작한 후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겪게 되는 사건들에 관한 이야기다.

-막힘없이 깨끗하게 그리고 순식간에 읽히는 문체다. ‘깨끗하다’는 표현이 정말 잘 어울린다. 줄 간격이나 글자 사이 간격 등 편집 자체도 보는 이를 편안하게 만들어줘서 편안하게 읽어나갈 수 있다. 아쉬운 점은 그렇기 때문에 스토리가 다소 싱겁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작가 박상호가 겪는 일들은 충격적이고 지저분하게 다가오는 동시에 별거 아닌 일상으로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책 안에는 ‘독재자’도 없고 ‘다른 삶’도 없다. 동시에 그들은 독재자이며 남들이 모르는 다른 삶을 가지고 있으며,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어째서 제목이 <독재자 리아민의 다른 삶> 인가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꽤 많을 것이다. 리아민은 자신의 전기를 쓰기위해 자신과 대담하는 박상호에게 “박작가. 나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야. 대통령의 기억이 다른 사람들의 기억과 비슷하게 들린다면 당연히 그들의 기억을 삭제해야지, 대통령의 기억을 삭제할 순 없잖아. 안 그래?” (65p) 라고 말하는 등 자신의 권력을 한껏 과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동시에 리아민은 국민들의 지지에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또한 보여준다. (스스로 자신을 테러 피해자로 만들면서 까지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려 노력한다. -이 부분은 필자가 추측한 부분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독재’라는 단어는 사뭇 어색해 보인다. 독재자는 없지만 권력은 존재한다. <독재자 리아민의 다른 삶>에서는 권력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독자들이 읽으며 사뭇 ‘기분 더러운’ 경험을 하게 된다. 또한 ‘다른 삶’에 대해서도 리아민의 권력욕이 잔뜩 들어간다. 반복해 언급하는 “박작가. 나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야. 대통령의 기억이 다른 사람들의 기억과 비슷하게 들린다면 당연히 그들의 기억을 삭제해야지, 대통령의 기억을 삭제할 순 없잖아. 안 그래?” (65p) 라는 발언은 ‘독재의 권력’과 ‘다른 삶’ 모든 부분을 통틀어 느끼게 하는 리아민이라는 사람을 대표하는 발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타인의 기억을 마치 자신의 과거인 것 처럼 이야기 하면서 흔한 이야기로 들린다는 박상호에게 위와 같이 말하며 ‘다른 삶’을 자신의 삶인 것 마냥 이용하며 다시 국민으로 돌아간다. 리아민은 국민에게 지지를 받기 위하여 자서전에 들어가는 모든 내용을 거짓으로 만들어내거나 타인의 이야기를 활용하며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느껴진다면 그들의 기억을 지워”야하지 않겠느냐고 이야기 한다. 그에게 ‘다른 삶’ 또한 역시 없는 것이다. 다른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 존재할 뿐이다. 쉽게 생각해서 ‘푸근한 아저씨 같은 이미지의 대통령이 존재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평범한 한 개인의 그러한 삶에 ‘다른 삶’을 붙인 이유는 찾기 어렵다. 이렇게 또 다시 어째서 제목이 <독재자 리아민의 다른 삶>이냐는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심지어 이 소설은 주체가 리아민이 아닌 ‘박상호’다. 독재자와 다른 삶을 떠나 ‘리아민’도 책의 주체가 아닌 것이다. 박상호가 자신의 권력을 한껏 이용하는 거만한 리아민과 대화를 하며 스스로를 포함해 권력의 욕망에 눈이 멀어버린 사람들을 대하며 겪는 일에 ‘독재자 리아민의 다른 삶’이 있기 때문에 제목이 이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이 책에서 언급하는 모든 부정적인 것의 이면에는 결국 <권력>이 자리하게 된다. 결국 이 소설의 모든 내용과 제목 모두 ‘권력’에서 나오게 된 것이다.

-박상호가 아무 생각없이 그저 재계하기 위해 수락한 대통령의 자서전 쓰기. 거기서 파생되는 일련의 사건들에 박상호는 점차 머리가 복잡하고 혼미해지기 시작한다. 일정하게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6시에 직장인들과 같이 끝내던 자신의 글쓰기 습관이 리아민이 자신을 시도때도 없이 부르기 시작하고, 심지어 영부인이 오밤중에 자신을 호출 하기도 하며, 호감을 가지고 만나게 된 정율리로 인해서 무너지기 시작한다. 점차 자신의 삶에 깊숙이 들어오는 ‘권력’과 ‘욕망’의 이면 느끼게 된 박상호의 독백은 독자들에게 뚜렷하게 불편함을 전하지는 않지만 지울 수 없는 찝찝한 느낌은 확실하게 전해준다. 초반에 언급한 것 처럼 책을 읽으며 편안하고 평범하게 느끼는 동시에 박상호가 느끼는 감정을 독자들도 전해받으며 기분 나쁜 찝찝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방심하며 읽다가 드문드문 느껴지는 찝찝함에 마음이 조금씩 갑갑해 진다.  스스로의 ‘욕망’에 의해 시작한 대통령 전기 쓰기를 진행하면서 점점 ‘권력’의 지저분함과 권력의 ‘욕망’에 진절머리를 느끼다 결국 스스로의 욕망 속에, 혹은 타인에 의해서 갇혀버린 박상호는 끝내 역겨움을 참지 못하고 구토를 거하게 한 번 한 다음 자신이 ‘가장 신성한 곳’이라 칭하던 자신의 작업실에 권력에 잔뜩 사로잡혀 지저분한 수석비서를 내버려둔 채 길거리로 방황하며 뛰쳐 나간다. 스스로 선택한 ‘욕망’에 사로잡혀 끝내 빠져나갈 수 없는 꼭두각시가 되어버린 박상호의 처절함은 독자들에게 지저분함의 클라이맥스를 전해주며 소설의 막을 내린다.

-아무 생각 없이 읽은 후에 다시 생각해보면 소름이 돋는 소설이다. 박상호를 제외하면 각각의 인물들이 뚜렷하게 각자의 개성을 발산하지 못한 부분이 심히 아쉬웠지만, 뒷 맛이 오래남는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김신회 지음 / 놀 / 2018년 9월
평점 :
품절


-원래 필자는 에세이를 싫어한다. 싫어하는게 아니라 왜 보는지 이해를 못했다. 그러다 최애 작가인 에쿠니 저자의 에세이를 처음 읽고 아- 이래서 에세이를 읽는구나 싶었다. 그 후로 종종 공감하거나 공감하지 못하거나 재밌거나 재미없다고 판단하면서 읽었다. 재미없는 에세이를 만나면 이런건 나도 쓰겠다며 폄하하기 바빴고, 여전히 에세이를 제대로 이해하진 못했다. 그러다 보노보노처럼살다니다행이야를 만났고, 주변 사람들에게 절대 선물하지 않던 에세이를 참 많이도 선물했다. 누가 읽어도 실망하지 않을 책이라고 생각했으며 누가 읽어도 힐링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아- 이맛에 에세이를 읽는구나, 싶었고 그제서야 에세이의 참 맛을 알게 되었다.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도 보노보노 덕분에(?) 알게 되었다. 그 책의 저자가 새로운 에세이를 출간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름만 보고서, 제목이나 내용은 읽지도 않고 가슴이 뛰었다. 아 보노보노책 저자다. 우와. 그리고 읽기 시작한 책은. 역시나 실망스럽지않았다.

-누군가 나에게 이 책을 두고 ‘착한 책이라 싫다’고 이야기 한적이 있다. 맞다. 참 착한 책이다. 착한 책이 싫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이 한 마디는 비판이 아니라 칭찬으로 들려왔다. 이 책 착한 책이에요. 하는 마음. 괜스레 읽으면서 나 좋은책 읽고있구나! 하는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김신회 저자의 보노보노처럼살다니다행이야를 읽으면서 대화를 직접 주고받는 느낌이 들었으며, 대놓고 위로하려고 하지 않음에도 가슴이 몽글몽글 위로를 받았다고 서평을 작성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 신작에서는 두 가지 측면을 각자 다르게 느꼈다. 첫째- 대화를 주고받는 느낌은 이번 도서에서는 느껴지지 않아서 아쉬웠다.  둘째- 그래도 대놓고 위로하지는 않음에도 가슴이 몽글몽글한 느낌은 변하지 않았다.

-김신회 저자의 에세이라 기쁜 마음으로 믿고 읽었다는 말을 참 길게도 했다. 이제 이번 책에 대해서 이야기 해야겠다. 저자가 삶에 있어서 직접 겪어오고 깨달은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책이다. 특히 쉬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쉬면 뒤쳐질거 같다는 생각 때문에 도저히 쉬지 못하는 요즈음 사람들에게 딱 필요한 내용들이 많이 담겨져 있다. 쉬어도 괜찮다고, 아무것도 안해도 괜찮다고. 김신회 저자가 좋은 이유는, 무언가를 해야한다고 강요하지도, 조심스럽게 권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그저 자신의 경험과 함께 앞으로 살아가는데 어떠한 변화를 가지려고 다짐 했는지 조근조근 얘기 할 뿐이다. 독자는 그런 글을 (정말)평화로운 마음으로 읽기만 하면 된다. 읽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읽다보면 아- 나도 이사람 처럼 살고싶다. 아- 나도 이런 행동을 하면 좋을 텐데. 아- 나도 이제 나를 위한 생각을 해야겠다. 이런 마음이 저절로 샘솟는다. 그러니까, 이런게 진짜 제대로 된 에세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에요.

-에세이는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겠지만,

에세이를 좋아하고, 타인에게 권유받는 것에 지쳤다면, 김신회 저자의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를 추천드리고 싶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줄리언 반스의 신작 연애의 기억. 제목 그대로 한 사람의 연애의 기억에 관한 이야기, 혹은 단 하나의 연애에 대한. 첫사랑이 인생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 이렇게 자세히 서술한 책은 또 없을 것이다. 19살의 철없는 소년 폴이 중년 부인과 사랑에 빠지는 소설, 동시에 그 소년의 인생이 담긴 성장 소설이다. 그리고 그의 인생에 첫사랑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서.

-어떻게 보면, 그리고 시작 부분에서는 확실하게 달콤하고 도전적이고 완벽했던 사랑이, 어떻게 서서히 망가지는지 샅샅이 나와있다. 이 소설이 최고이자 역설적인 이유는. 폴이 스스로의 기억을 이야기 하면서, 자신의 기억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단순히 연애소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죽음, 그리고 삶에 대한 심오한 이야기로 서서히 번져나간다.

-사랑을 더 하고 더 괴로워 하겠는가, 아니면 사랑을 덜 하고 덜 괴로워 하겠는가? 그게 단 하나의 진짜 질문이다. 라고, 나는, 결국, 생각한다. -13p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하나의 질문으로. 그리고 여기서 드러나는 사실 한 가지는, ‘결국’이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폴이 어째서 결국 이런 질문을 단 하나의 질문으로 생각하게 되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어쩌면 이 질문은 폴의 사랑을 대하는 성향에 대해 알 수 있는 질문이기도 하다.

-어릴적 자신의 첫사랑인 중년 부인의 ‘한 때, 그들에게 사랑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야. 모두에게 있어. 그게 단 하나의 이야기야. -76p’ 라는 말이 폴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모두에게는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 그리고 폴에게 그 이야기는 중년부인과의 밀회로 기억되고 있다. 그리고 ‘결국’ 그 하나의 이야기는 유일한 질문으로 폴에게 남고 만다.

-두 사람의 연애 이야기는 폴의 생애 내내, 혹은 그녀의 생애 내내 지속 되고만다. 폴은 자신의 유년시절을 ‘도전적이고 열정적인 사랑을’ 한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가지고 그녀를 열렬히 사랑하며 보낸다. 또 그녀가 남편에게 받는 학대에 격렬한 분노를 느끼면서. 시도때도 없이 터지는 그녀의 천덕스러운 웃음과 ‘우아한’ 귓볼에 사랑스러움을 느끼며, 가끔은 ‘타인과 다른 사랑’을 한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느끼며, 그렇기 때문에 그녀를 더욱 사랑한다고 까지 느낀다. 그리고 결국 두 사람은 바로 ‘옆’동네로 사랑의 도피를 떠난다. 부모와 가족들에게 모두 알린 상태로. 서로 사랑하는 동시에 적극적으로 서로의 관계를 알리지는 않는 사이로 함께 지내기로한 것이다. (둘 다 타인에게는 서로의 관계를 다른 핑계거리로 얼버부리고만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관계의 부정적인 측면을 아주 잘 알면서도 ‘사랑은 탄성이 있어. 희석되는 게 아니야. 늘어나. -102p’ 라는 말에 희망을 가지고 서로에게 기대기로 한다.

-그들은 그렇게 평생 행복할 것 같은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모든 이야기는 동화가 아님을 폴은 곧. 깨닫게 된다. ‘그의 심장은 불로 지져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살 방도를 찾아냈으며, 그 삶을 지속하고, 그것이 그를 여기로 데려왔다. -301p’ 불로 지져진 심장으로 도착한 곳은 책임감을 동반한 죄책감과 의무.  ‘나이가 들면 과거에 의무가 생긴다. 하필이면 자신이 바꿀 수도 없는 것에. -302p’ 그러하여 이야기는 드디어 결말로 다가간다. ‘가장 열렬하고 가장 잔인한 사랑이라도, 정확한 공격을 받으면, 연민과 분노의 혼합물로 응고해버릴 수 있다는 깨달음. 그의 사랑은 사라졌다, 쫒겨나버렸다, ... 하지만 그가 충격을 받은 것은 사랑을 대체한 감정이 전에 그의 심장에 자리 잡고 있던 사랑만큼이나 격렬하다는 점이었다. ... 그리고 이로써, 마침내, 그녀를 되돌려줄 수밖에 없을 때가 왔다. -313p’ 되돌려줄 수 밖에 - 폴은 마치 그녀를 잠시 빌렸었고, 빌려온 책임감에 자신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다가 이제 더이상 할 수있는 것도 없고 의욕도 잃었을 때 폴은 비로소 그녀를 포기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기로 결정한다. ‘한 번 어떤 것들을 겪으면, 안으로 들어온 그들의 존재는 정말이지 절대 사라지지 않았다. -327p’ 그러나 그의 인생에서 그녀는 그림자 처럼 영원히 그를 쫒아다니게 된다.

-행복하다고 진심으로 말하는 것이 곧 행복한 것이다. -329p 라고 말하는 폴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으며 본인이 행복하다고 생각할까? 독자들이 추측할 수 있는건 폴이 과거에는 행복했을지언정 지금은 아니라는 점이다. -어찌보면 폴을 행복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본인 스스로는 행복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소설이 진행 되는 내내 후회하지는 않지만, 자신이 했던 연애에 대한 공허함과 크기를 지속적으로 느끼고 있다. ‘첫사랑은 삶을 영원히 정해버린다. -136p’ 그렇게 그는 결국 단 하나의 이야기로 막을 내려버린다.

-줄리언반스의 글들은 언제나 단순하지 않다. 하나의 주제로 많은 것들을 떠올리게 한다. ‘연애의기억’도 물론 마찬가지다. 단순히 첫사랑에 대한 회고록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 속에 기억과 삶에 영향을 끼치는 것들, 사랑과 죄책감 등 많은 것들을 엿볼 수 있어서. 항상. 한 권의 책을 읽고 너무 많은 정보를 흡수한 기분이 든다.

-“아니 나는 죽는 게 두렵지 않아. 내 유일한 아쉬움은 그다음에 벌어지는 일을 놓치게 된다는 거야.”
“그러니까. 내세?”
“오 나는 그런거 믿지 않아. 그런 게 있다면 죄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문제를 일으킬 거야. 서로 멀리하면서 평생을 보낸 그 모든 사람들. 그런데 갑자기 거기 다 다시 나타나다니. 무슨 무시무시한 브리지 파티처럼” -64p
즐겁게 읽은 부분으로 서평을 마무리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히 살고 싶어 - 마음속 때를 벗기는 마음 클리닝 에세이
가오리.유카리 지음, 박선형 옮김, 하라다 스스무 감수 / 북폴리오 / 2018년 9월
평점 :
품절


-귀엽다. 일단 책을 보면 귀엽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그리고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 마다 점점 책 속으로 빠져 들어가며 점점 속도가 붙는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토끼굴에 들어간 것처럼 동화의 한장면 속으로 떨어진 기분으로 편안하고 신비로운 마음으로 한장면 한장면 읽어 내려갔다.

제목 그대로 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히 살고 싶으면 그냥 누워서 이 책을 읽으면 된다!


-매 페이지마다 이렇게 그림과 글이 반반 씩 사이좋게 자리를 차지하고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런식으로 전개되는 책은 또 처음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꼭 만화나 동화 속으로- 심리 최면에 걸린 것 같이 빠져들듯 읽힌다. 읽는게 아니라 읽힌다. 아기자기한 그림 덕분에 더욱 쉽게 읽히며, 혼자 맘속에 간직한 고민을 슬그머니 떠올리며 읽게 된다. 또한 실제로 저자와 대화를 하는 느낌과 함께 저자가 나의 고민을 다정하게 들어주고, 타일러주는 기분도 들어 더욱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말 그대로 가장 편안한 자세로 누워서 읽다보면 마음이 편해지는 책이다. 가독성으로 따지자면, 웹툰보다도 더 술술 읽히는 최고의 가독성을 가지고 있다.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에세이나 인문학 같은 형식이 아니라 한 편의 동화를 읽는 듯한 스토리와 전개다. 구두 가게의 주인은 어쩌다 마음안경을 닦아주는 가게 주인이 되었을까?

- 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히 살고 싶어- 는 요즘 대량 생산되는 힐링 에세이들과 많이 다르다. 저자의 생각과 경험이 담긴 ‘그러니까 마음 편하게 나대로 살아도 괜찮다!’ 하는 이야기는 나와있지 않다. 그럼 제목이 왜 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히 살고 싶어 일까? 이 책의 저자(들-이하생략)역설적이게도 마음이 복잡하고 힘든 이유는 본인에게 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니까. 결국은 마음 편히 살고 싶으면 내 마음을 내가 편하게 해줘야 한다는 말이다. 말은 간단하지만. 수 많은 힐링 에세이를 읽어도 복잡하고 어지러운 마음을 어떻게 편안하게 해줄 수 있을까?

-저자는 사람들 각자의 마음에는 ‘마음 안경’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안경이 맑으면 맑은 세상이 보이고, 때가 끼면 얼룩덜룩한 세상이 보이듯이 마음 안경도 마찬가지다. 흔히 하는 ‘집착’도 ‘분노’도 모두 안경을 거쳐서 나온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자신의 손에 달려있고, 마음에 편해지기 위해서는 마음안경을 닦아야 한다고 저자은 이야기 한다.

-그럼 마음 안경은 언제 어떻게 더러워질까? 더러워졌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 책에서 언급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집착’이다. 같은 상황을 두 명이 겪는다고 했을 때, 한 사람은 그저 참거나 무덤히 넘길 수 있을 때 한 사람만 화를 낸다고 생각해보자. 같은 상황을 왜 다르게 받아들일까? ‘-한 상황은 방해가 되잖아’ 라는 생각이 집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저자는 책에서 ‘내 탓이다’라고 생각하며 상황을 다르게 보기도 이야기 하는데 이 또한 집착 중에 하나로 생각해볼 수 있다. 다른 상황들도 그렇다. ‘집은 언제나 깨끗해야 돼’ ‘집은 쉬는 곳이야’ ‘언제나 완벽해야 돼’ ‘실수하면 멍청한거야’ 등등 모든 생각은 ‘집착’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러한 집착은 자기 자신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생각과 행동도 집착이 이끌어내는 상황이 된다. 저자는 ‘집착에서 벗어날 것’을 권유한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마음 편히 쉴 수 있을 것이라고. 아. 물론 저자는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는 팁(실행과 진행은 스스로에게 달려있음으로)도 알려준다. 전혀 스토리에서 빠져나오지 않고 말이다. 전개가 바뀌는 이질감 없이 저자의 마음가짐 팁까지 얻을 수 있다.

-심리학적인 문제를 어렵고 길게 푼 글들은 많지만 귀엽고 재미나게 쓴 글은 그다지 많지 않다. 더더욱이 시작과 끝이 매끄러운 글은 찾아보기 힘들다. 여차하면 유치하거나 흔해 빠졌거나, 누구나 아는 글들이 되기 마련이지만. 가오리와 유카리 저자는 성공적으로 시작해서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다. 저자(들)의 다른 책들이 궁금해졌다. 다른 책들은 내게 어떤 위안을 주고(그게 어떤 장르던 간에) 어떤 토끼굴로 인도해줄지 몹시 궁금하다. 더불어 앞으로 나올 책들도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싶다!

+약간 불교적인 느낌적인 느낌도 살짝 있다. 불교 마인드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