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리아민의 다른 삶 - 제8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전혜정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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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제8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이 출간 되었다. 항상 기다려지는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민주국가에서 법을 고쳐가며 장기 집권을 행하는 독재자 대통령 리아민의 전기를 부탁받은 과거 베스트셀러 작가가 전기를 쓰기 시작한 후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겪게 되는 사건들에 관한 이야기다.

-막힘없이 깨끗하게 그리고 순식간에 읽히는 문체다. ‘깨끗하다’는 표현이 정말 잘 어울린다. 줄 간격이나 글자 사이 간격 등 편집 자체도 보는 이를 편안하게 만들어줘서 편안하게 읽어나갈 수 있다. 아쉬운 점은 그렇기 때문에 스토리가 다소 싱겁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작가 박상호가 겪는 일들은 충격적이고 지저분하게 다가오는 동시에 별거 아닌 일상으로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책 안에는 ‘독재자’도 없고 ‘다른 삶’도 없다. 동시에 그들은 독재자이며 남들이 모르는 다른 삶을 가지고 있으며,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어째서 제목이 <독재자 리아민의 다른 삶> 인가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꽤 많을 것이다. 리아민은 자신의 전기를 쓰기위해 자신과 대담하는 박상호에게 “박작가. 나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야. 대통령의 기억이 다른 사람들의 기억과 비슷하게 들린다면 당연히 그들의 기억을 삭제해야지, 대통령의 기억을 삭제할 순 없잖아. 안 그래?” (65p) 라고 말하는 등 자신의 권력을 한껏 과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동시에 리아민은 국민들의 지지에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또한 보여준다. (스스로 자신을 테러 피해자로 만들면서 까지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려 노력한다. -이 부분은 필자가 추측한 부분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독재’라는 단어는 사뭇 어색해 보인다. 독재자는 없지만 권력은 존재한다. <독재자 리아민의 다른 삶>에서는 권력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독자들이 읽으며 사뭇 ‘기분 더러운’ 경험을 하게 된다. 또한 ‘다른 삶’에 대해서도 리아민의 권력욕이 잔뜩 들어간다. 반복해 언급하는 “박작가. 나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야. 대통령의 기억이 다른 사람들의 기억과 비슷하게 들린다면 당연히 그들의 기억을 삭제해야지, 대통령의 기억을 삭제할 순 없잖아. 안 그래?” (65p) 라는 발언은 ‘독재의 권력’과 ‘다른 삶’ 모든 부분을 통틀어 느끼게 하는 리아민이라는 사람을 대표하는 발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타인의 기억을 마치 자신의 과거인 것 처럼 이야기 하면서 흔한 이야기로 들린다는 박상호에게 위와 같이 말하며 ‘다른 삶’을 자신의 삶인 것 마냥 이용하며 다시 국민으로 돌아간다. 리아민은 국민에게 지지를 받기 위하여 자서전에 들어가는 모든 내용을 거짓으로 만들어내거나 타인의 이야기를 활용하며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느껴진다면 그들의 기억을 지워”야하지 않겠느냐고 이야기 한다. 그에게 ‘다른 삶’ 또한 역시 없는 것이다. 다른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 존재할 뿐이다. 쉽게 생각해서 ‘푸근한 아저씨 같은 이미지의 대통령이 존재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평범한 한 개인의 그러한 삶에 ‘다른 삶’을 붙인 이유는 찾기 어렵다. 이렇게 또 다시 어째서 제목이 <독재자 리아민의 다른 삶>이냐는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심지어 이 소설은 주체가 리아민이 아닌 ‘박상호’다. 독재자와 다른 삶을 떠나 ‘리아민’도 책의 주체가 아닌 것이다. 박상호가 자신의 권력을 한껏 이용하는 거만한 리아민과 대화를 하며 스스로를 포함해 권력의 욕망에 눈이 멀어버린 사람들을 대하며 겪는 일에 ‘독재자 리아민의 다른 삶’이 있기 때문에 제목이 이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이 책에서 언급하는 모든 부정적인 것의 이면에는 결국 <권력>이 자리하게 된다. 결국 이 소설의 모든 내용과 제목 모두 ‘권력’에서 나오게 된 것이다.

-박상호가 아무 생각없이 그저 재계하기 위해 수락한 대통령의 자서전 쓰기. 거기서 파생되는 일련의 사건들에 박상호는 점차 머리가 복잡하고 혼미해지기 시작한다. 일정하게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6시에 직장인들과 같이 끝내던 자신의 글쓰기 습관이 리아민이 자신을 시도때도 없이 부르기 시작하고, 심지어 영부인이 오밤중에 자신을 호출 하기도 하며, 호감을 가지고 만나게 된 정율리로 인해서 무너지기 시작한다. 점차 자신의 삶에 깊숙이 들어오는 ‘권력’과 ‘욕망’의 이면 느끼게 된 박상호의 독백은 독자들에게 뚜렷하게 불편함을 전하지는 않지만 지울 수 없는 찝찝한 느낌은 확실하게 전해준다. 초반에 언급한 것 처럼 책을 읽으며 편안하고 평범하게 느끼는 동시에 박상호가 느끼는 감정을 독자들도 전해받으며 기분 나쁜 찝찝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방심하며 읽다가 드문드문 느껴지는 찝찝함에 마음이 조금씩 갑갑해 진다.  스스로의 ‘욕망’에 의해 시작한 대통령 전기 쓰기를 진행하면서 점점 ‘권력’의 지저분함과 권력의 ‘욕망’에 진절머리를 느끼다 결국 스스로의 욕망 속에, 혹은 타인에 의해서 갇혀버린 박상호는 끝내 역겨움을 참지 못하고 구토를 거하게 한 번 한 다음 자신이 ‘가장 신성한 곳’이라 칭하던 자신의 작업실에 권력에 잔뜩 사로잡혀 지저분한 수석비서를 내버려둔 채 길거리로 방황하며 뛰쳐 나간다. 스스로 선택한 ‘욕망’에 사로잡혀 끝내 빠져나갈 수 없는 꼭두각시가 되어버린 박상호의 처절함은 독자들에게 지저분함의 클라이맥스를 전해주며 소설의 막을 내린다.

-아무 생각 없이 읽은 후에 다시 생각해보면 소름이 돋는 소설이다. 박상호를 제외하면 각각의 인물들이 뚜렷하게 각자의 개성을 발산하지 못한 부분이 심히 아쉬웠지만, 뒷 맛이 오래남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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