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김신회 지음 / 놀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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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필자는 에세이를 싫어한다. 싫어하는게 아니라 왜 보는지 이해를 못했다. 그러다 최애 작가인 에쿠니 저자의 에세이를 처음 읽고 아- 이래서 에세이를 읽는구나 싶었다. 그 후로 종종 공감하거나 공감하지 못하거나 재밌거나 재미없다고 판단하면서 읽었다. 재미없는 에세이를 만나면 이런건 나도 쓰겠다며 폄하하기 바빴고, 여전히 에세이를 제대로 이해하진 못했다. 그러다 보노보노처럼살다니다행이야를 만났고, 주변 사람들에게 절대 선물하지 않던 에세이를 참 많이도 선물했다. 누가 읽어도 실망하지 않을 책이라고 생각했으며 누가 읽어도 힐링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아- 이맛에 에세이를 읽는구나, 싶었고 그제서야 에세이의 참 맛을 알게 되었다.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도 보노보노 덕분에(?) 알게 되었다. 그 책의 저자가 새로운 에세이를 출간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름만 보고서, 제목이나 내용은 읽지도 않고 가슴이 뛰었다. 아 보노보노책 저자다. 우와. 그리고 읽기 시작한 책은. 역시나 실망스럽지않았다.

-누군가 나에게 이 책을 두고 ‘착한 책이라 싫다’고 이야기 한적이 있다. 맞다. 참 착한 책이다. 착한 책이 싫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이 한 마디는 비판이 아니라 칭찬으로 들려왔다. 이 책 착한 책이에요. 하는 마음. 괜스레 읽으면서 나 좋은책 읽고있구나! 하는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김신회 저자의 보노보노처럼살다니다행이야를 읽으면서 대화를 직접 주고받는 느낌이 들었으며, 대놓고 위로하려고 하지 않음에도 가슴이 몽글몽글 위로를 받았다고 서평을 작성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 신작에서는 두 가지 측면을 각자 다르게 느꼈다. 첫째- 대화를 주고받는 느낌은 이번 도서에서는 느껴지지 않아서 아쉬웠다.  둘째- 그래도 대놓고 위로하지는 않음에도 가슴이 몽글몽글한 느낌은 변하지 않았다.

-김신회 저자의 에세이라 기쁜 마음으로 믿고 읽었다는 말을 참 길게도 했다. 이제 이번 책에 대해서 이야기 해야겠다. 저자가 삶에 있어서 직접 겪어오고 깨달은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책이다. 특히 쉬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쉬면 뒤쳐질거 같다는 생각 때문에 도저히 쉬지 못하는 요즈음 사람들에게 딱 필요한 내용들이 많이 담겨져 있다. 쉬어도 괜찮다고, 아무것도 안해도 괜찮다고. 김신회 저자가 좋은 이유는, 무언가를 해야한다고 강요하지도, 조심스럽게 권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그저 자신의 경험과 함께 앞으로 살아가는데 어떠한 변화를 가지려고 다짐 했는지 조근조근 얘기 할 뿐이다. 독자는 그런 글을 (정말)평화로운 마음으로 읽기만 하면 된다. 읽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읽다보면 아- 나도 이사람 처럼 살고싶다. 아- 나도 이런 행동을 하면 좋을 텐데. 아- 나도 이제 나를 위한 생각을 해야겠다. 이런 마음이 저절로 샘솟는다. 그러니까, 이런게 진짜 제대로 된 에세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에요.

-에세이는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겠지만,

에세이를 좋아하고, 타인에게 권유받는 것에 지쳤다면, 김신회 저자의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를 추천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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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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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신작 연애의 기억. 제목 그대로 한 사람의 연애의 기억에 관한 이야기, 혹은 단 하나의 연애에 대한. 첫사랑이 인생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 이렇게 자세히 서술한 책은 또 없을 것이다. 19살의 철없는 소년 폴이 중년 부인과 사랑에 빠지는 소설, 동시에 그 소년의 인생이 담긴 성장 소설이다. 그리고 그의 인생에 첫사랑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서.

-어떻게 보면, 그리고 시작 부분에서는 확실하게 달콤하고 도전적이고 완벽했던 사랑이, 어떻게 서서히 망가지는지 샅샅이 나와있다. 이 소설이 최고이자 역설적인 이유는. 폴이 스스로의 기억을 이야기 하면서, 자신의 기억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단순히 연애소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죽음, 그리고 삶에 대한 심오한 이야기로 서서히 번져나간다.

-사랑을 더 하고 더 괴로워 하겠는가, 아니면 사랑을 덜 하고 덜 괴로워 하겠는가? 그게 단 하나의 진짜 질문이다. 라고, 나는, 결국, 생각한다. -13p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하나의 질문으로. 그리고 여기서 드러나는 사실 한 가지는, ‘결국’이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폴이 어째서 결국 이런 질문을 단 하나의 질문으로 생각하게 되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어쩌면 이 질문은 폴의 사랑을 대하는 성향에 대해 알 수 있는 질문이기도 하다.

-어릴적 자신의 첫사랑인 중년 부인의 ‘한 때, 그들에게 사랑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야. 모두에게 있어. 그게 단 하나의 이야기야. -76p’ 라는 말이 폴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모두에게는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 그리고 폴에게 그 이야기는 중년부인과의 밀회로 기억되고 있다. 그리고 ‘결국’ 그 하나의 이야기는 유일한 질문으로 폴에게 남고 만다.

-두 사람의 연애 이야기는 폴의 생애 내내, 혹은 그녀의 생애 내내 지속 되고만다. 폴은 자신의 유년시절을 ‘도전적이고 열정적인 사랑을’ 한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가지고 그녀를 열렬히 사랑하며 보낸다. 또 그녀가 남편에게 받는 학대에 격렬한 분노를 느끼면서. 시도때도 없이 터지는 그녀의 천덕스러운 웃음과 ‘우아한’ 귓볼에 사랑스러움을 느끼며, 가끔은 ‘타인과 다른 사랑’을 한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느끼며, 그렇기 때문에 그녀를 더욱 사랑한다고 까지 느낀다. 그리고 결국 두 사람은 바로 ‘옆’동네로 사랑의 도피를 떠난다. 부모와 가족들에게 모두 알린 상태로. 서로 사랑하는 동시에 적극적으로 서로의 관계를 알리지는 않는 사이로 함께 지내기로한 것이다. (둘 다 타인에게는 서로의 관계를 다른 핑계거리로 얼버부리고만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관계의 부정적인 측면을 아주 잘 알면서도 ‘사랑은 탄성이 있어. 희석되는 게 아니야. 늘어나. -102p’ 라는 말에 희망을 가지고 서로에게 기대기로 한다.

-그들은 그렇게 평생 행복할 것 같은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모든 이야기는 동화가 아님을 폴은 곧. 깨닫게 된다. ‘그의 심장은 불로 지져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살 방도를 찾아냈으며, 그 삶을 지속하고, 그것이 그를 여기로 데려왔다. -301p’ 불로 지져진 심장으로 도착한 곳은 책임감을 동반한 죄책감과 의무.  ‘나이가 들면 과거에 의무가 생긴다. 하필이면 자신이 바꿀 수도 없는 것에. -302p’ 그러하여 이야기는 드디어 결말로 다가간다. ‘가장 열렬하고 가장 잔인한 사랑이라도, 정확한 공격을 받으면, 연민과 분노의 혼합물로 응고해버릴 수 있다는 깨달음. 그의 사랑은 사라졌다, 쫒겨나버렸다, ... 하지만 그가 충격을 받은 것은 사랑을 대체한 감정이 전에 그의 심장에 자리 잡고 있던 사랑만큼이나 격렬하다는 점이었다. ... 그리고 이로써, 마침내, 그녀를 되돌려줄 수밖에 없을 때가 왔다. -313p’ 되돌려줄 수 밖에 - 폴은 마치 그녀를 잠시 빌렸었고, 빌려온 책임감에 자신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다가 이제 더이상 할 수있는 것도 없고 의욕도 잃었을 때 폴은 비로소 그녀를 포기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기로 결정한다. ‘한 번 어떤 것들을 겪으면, 안으로 들어온 그들의 존재는 정말이지 절대 사라지지 않았다. -327p’ 그러나 그의 인생에서 그녀는 그림자 처럼 영원히 그를 쫒아다니게 된다.

-행복하다고 진심으로 말하는 것이 곧 행복한 것이다. -329p 라고 말하는 폴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으며 본인이 행복하다고 생각할까? 독자들이 추측할 수 있는건 폴이 과거에는 행복했을지언정 지금은 아니라는 점이다. -어찌보면 폴을 행복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본인 스스로는 행복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소설이 진행 되는 내내 후회하지는 않지만, 자신이 했던 연애에 대한 공허함과 크기를 지속적으로 느끼고 있다. ‘첫사랑은 삶을 영원히 정해버린다. -136p’ 그렇게 그는 결국 단 하나의 이야기로 막을 내려버린다.

-줄리언반스의 글들은 언제나 단순하지 않다. 하나의 주제로 많은 것들을 떠올리게 한다. ‘연애의기억’도 물론 마찬가지다. 단순히 첫사랑에 대한 회고록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 속에 기억과 삶에 영향을 끼치는 것들, 사랑과 죄책감 등 많은 것들을 엿볼 수 있어서. 항상. 한 권의 책을 읽고 너무 많은 정보를 흡수한 기분이 든다.

-“아니 나는 죽는 게 두렵지 않아. 내 유일한 아쉬움은 그다음에 벌어지는 일을 놓치게 된다는 거야.”
“그러니까. 내세?”
“오 나는 그런거 믿지 않아. 그런 게 있다면 죄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문제를 일으킬 거야. 서로 멀리하면서 평생을 보낸 그 모든 사람들. 그런데 갑자기 거기 다 다시 나타나다니. 무슨 무시무시한 브리지 파티처럼” -64p
즐겁게 읽은 부분으로 서평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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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히 살고 싶어 - 마음속 때를 벗기는 마음 클리닝 에세이
가오리.유카리 지음, 박선형 옮김, 하라다 스스무 감수 / 북폴리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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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다. 일단 책을 보면 귀엽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그리고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 마다 점점 책 속으로 빠져 들어가며 점점 속도가 붙는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토끼굴에 들어간 것처럼 동화의 한장면 속으로 떨어진 기분으로 편안하고 신비로운 마음으로 한장면 한장면 읽어 내려갔다.

제목 그대로 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히 살고 싶으면 그냥 누워서 이 책을 읽으면 된다!


-매 페이지마다 이렇게 그림과 글이 반반 씩 사이좋게 자리를 차지하고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런식으로 전개되는 책은 또 처음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꼭 만화나 동화 속으로- 심리 최면에 걸린 것 같이 빠져들듯 읽힌다. 읽는게 아니라 읽힌다. 아기자기한 그림 덕분에 더욱 쉽게 읽히며, 혼자 맘속에 간직한 고민을 슬그머니 떠올리며 읽게 된다. 또한 실제로 저자와 대화를 하는 느낌과 함께 저자가 나의 고민을 다정하게 들어주고, 타일러주는 기분도 들어 더욱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말 그대로 가장 편안한 자세로 누워서 읽다보면 마음이 편해지는 책이다. 가독성으로 따지자면, 웹툰보다도 더 술술 읽히는 최고의 가독성을 가지고 있다.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에세이나 인문학 같은 형식이 아니라 한 편의 동화를 읽는 듯한 스토리와 전개다. 구두 가게의 주인은 어쩌다 마음안경을 닦아주는 가게 주인이 되었을까?

- 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히 살고 싶어- 는 요즘 대량 생산되는 힐링 에세이들과 많이 다르다. 저자의 생각과 경험이 담긴 ‘그러니까 마음 편하게 나대로 살아도 괜찮다!’ 하는 이야기는 나와있지 않다. 그럼 제목이 왜 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히 살고 싶어 일까? 이 책의 저자(들-이하생략)역설적이게도 마음이 복잡하고 힘든 이유는 본인에게 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니까. 결국은 마음 편히 살고 싶으면 내 마음을 내가 편하게 해줘야 한다는 말이다. 말은 간단하지만. 수 많은 힐링 에세이를 읽어도 복잡하고 어지러운 마음을 어떻게 편안하게 해줄 수 있을까?

-저자는 사람들 각자의 마음에는 ‘마음 안경’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안경이 맑으면 맑은 세상이 보이고, 때가 끼면 얼룩덜룩한 세상이 보이듯이 마음 안경도 마찬가지다. 흔히 하는 ‘집착’도 ‘분노’도 모두 안경을 거쳐서 나온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자신의 손에 달려있고, 마음에 편해지기 위해서는 마음안경을 닦아야 한다고 저자은 이야기 한다.

-그럼 마음 안경은 언제 어떻게 더러워질까? 더러워졌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 책에서 언급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집착’이다. 같은 상황을 두 명이 겪는다고 했을 때, 한 사람은 그저 참거나 무덤히 넘길 수 있을 때 한 사람만 화를 낸다고 생각해보자. 같은 상황을 왜 다르게 받아들일까? ‘-한 상황은 방해가 되잖아’ 라는 생각이 집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저자는 책에서 ‘내 탓이다’라고 생각하며 상황을 다르게 보기도 이야기 하는데 이 또한 집착 중에 하나로 생각해볼 수 있다. 다른 상황들도 그렇다. ‘집은 언제나 깨끗해야 돼’ ‘집은 쉬는 곳이야’ ‘언제나 완벽해야 돼’ ‘실수하면 멍청한거야’ 등등 모든 생각은 ‘집착’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러한 집착은 자기 자신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생각과 행동도 집착이 이끌어내는 상황이 된다. 저자는 ‘집착에서 벗어날 것’을 권유한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마음 편히 쉴 수 있을 것이라고. 아. 물론 저자는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는 팁(실행과 진행은 스스로에게 달려있음으로)도 알려준다. 전혀 스토리에서 빠져나오지 않고 말이다. 전개가 바뀌는 이질감 없이 저자의 마음가짐 팁까지 얻을 수 있다.

-심리학적인 문제를 어렵고 길게 푼 글들은 많지만 귀엽고 재미나게 쓴 글은 그다지 많지 않다. 더더욱이 시작과 끝이 매끄러운 글은 찾아보기 힘들다. 여차하면 유치하거나 흔해 빠졌거나, 누구나 아는 글들이 되기 마련이지만. 가오리와 유카리 저자는 성공적으로 시작해서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다. 저자(들)의 다른 책들이 궁금해졌다. 다른 책들은 내게 어떤 위안을 주고(그게 어떤 장르던 간에) 어떤 토끼굴로 인도해줄지 몹시 궁금하다. 더불어 앞으로 나올 책들도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싶다!

+약간 불교적인 느낌적인 느낌도 살짝 있다. 불교 마인드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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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 -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심리 수업
테리 앱터 지음, 최윤영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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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가 그 어느 때 보다도 활발한 세상에 살고있다. 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할 수 있다는 장점과 동시에 우리는 가족들의 애정어린 시선과 비판어린 시선, 학교에서 만나는 친구들의 시선과 선생님의 시선, 직장 상사와 후임의 시선에서 판단을 받는것은 물론 인터넷 상에서 실제로 만나지 않는 사람들의 시선에서도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다는 단점도 함께 가지게 되었다. 사람들은 각종 에스엔에스에 글을 올리고 사람들이 어떻게 판단할지 긴장하며 기다린다. 판단에 더욱 예민한 세상이라고 할 수도 있다.

-판단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살아야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좋은 시선만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비판어린, 더해서 비난어린 시선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테리 앱터는 ‘나를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에서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판단이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설명하며 긍정적인 판단을 갈구하고, 부정적인 판단에 얼마나 상처를 받는지, 그 판단이 한 사람에게 어떤 결과를 안겨주는지 연구자료를 토대로 아주 자세하게 소개해준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와 판단 결과에서 두루 자유로울 수 없다. 인간은 그렇게 만들어 졌다는걸 책에서 상세히 설명해 준다. 그렇기 때문에 긍정적인 판단을 받기위해 몸부림을 치며, 부정적인 판단을 받으면 나의 인생에 중요한 사람이 아닐지라도 마음 속에 깊은 상처를 받는다. 그렇다면 책의 부제처럼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자유롭게 ‘나대로’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시선에서 벗어나 자유로워도 된다는 수 많은 힐링 에세이가 나오는 시대다. 우리는 자유를 얻기 위해서 (상처를 치료하며 내탓이 아니라고 자위하기 위해서) 그런 책을 많이도 찾아 읽는다. 책을 읽으며 우리는 ‘맞아 내잘못이 아니야’ ‘맞아 이렇게 살아도 괜찮아’ 따위의 생각을 하고는 회사에 출근해 (혹은 학교에 등교해) 다시 다른 사람의 판단에 상처 받고 고민하기를 반복한다. 테리 앱터의 ‘나를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 에서는 인간이 타인을 판단하고 타인의 판단을 중요시 생각하는 과학적이고 근원적인 이유와, 판단을 하게되는 개개인의 심리적인 이유를 토대로 판단을 받는 이유와 판단에서 전전긍긍하는 이유,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판단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을 방대한 양의 연구 결과를 활용해 상세히 설명한다. 타인이 가정에서 가족들에게 받으며 자란 시선에 따라 각자의 판단이 달라지기 때문에 일일이 다른 사람의 모든 판단과 시선에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 한다.

-유아기때 부터 각 가정, 직장, 부부사이, 그리고 SNS에서 까지 우리가 어떻게 판단을 받으며 어떻게 그 판단에서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광범위하고 상세하게 설명해 준다. 친절하고 상세하며, 과학적으로(심리학 적으로)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은 이 책이 최고가 아닐까 생각한다. 저자는 그저 위로하고 토닥여주지 않는다. 저자는 다툼이 일어나면 각자는 어쩔 수 없이 각자의 입장에서 각자의 생각만 할 수 밖에 없으니 ‘누구도 상황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있지도 않았다. 그들은 그저 서로를 탓하고 있을 뿐이었다. -96p’ 어떻게 타인과 효율적으로 대화를하며 타인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타인의 판단에 크게 상처받지 않을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소개해준다.

-타인의 시선에서 우리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으며 더불어 우리의 머릿속에서 자동반사로 튀어나오는 타인에 대한 판단을 멈출 수는 없다. 그러나 판단이 생성되고 발전되는 과정을 살펴본다면 우리는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판단을 할 수 있으며 그 결과에서 충분히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상처받은 우리에게 저자는 말한다. 판단에 상처받고 싶지 안으면 판단을 공부해라. 공부가 끝난 직후에 우리는 판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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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걸어도 나 혼자
데라치 하루나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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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에 대항하는 소설. 데라치 하루나 작가의 같이 걸어도 나 혼자.
‘제가 괜찮은지 어쩐지는 제가 판단합니다.’


-두 명의 중년 여성이 겪게되는 일상적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하루하루를 담은 소설이다. 평범한 가정을 꾸리다 유산한 자신을 내버려두고 (전부인 과의)딸을 위해 뛰쳐나가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 이혼을 결심 후 따로 나와 아파트에 혼자 사는 연약하지만 강인한 여성이과 같은 아파트 같은 층에 거주하는 또 한 명의 여성. 결혼은 하지 않고 이남자 저남자를 자주 바꾸며 자유를 말하지만 사실은 만나던 남성을 아주 많이 사랑했던 강인하지만 연약한 여성이다. 두 사람은 일상생활에서 겪는 편견과 차별에 무덤덤하게도, 강인하게도 대항하면서 ‘각자로써’ 서로의 길을 찾아 나가는 이야기다.

- 읽으려는 분들에게 일단 경고의 말을 던지고 싶다. 심각하게 답답하고 열받는다. 담담하고 잔잔하게 전개되는 주변에서 ‘흔하게’볼 수 있는 내용의 소설적인 장치가 거의 없는 소설이지만. 동시에 특히나 심하고 많은 편견이 나오는 소설이기에 독자로 하여금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싶은 어이없음과 분노가 느껴지게 한다. 거기에 대부분은 무덤덤하게 넘기는 주인공들의 행동에 답답함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주인공들은 솔직하게 편견에 쓴소리를 던진다. 동시에 무던하게 견뎌 나가면서. 몇번이나 열받아서 책장을 닫아야 했다. 편견을 대놓고 드러내면 이런 느낌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지나치게 평범한 이야기지만, 말도 안되는 편견 때문에 상처받고 고통받는 누군가의 이야기는, 공감이 되기도 하면서 누군가에게는 머나먼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독자들의 가슴 깊숙한 곳 까지 쉽게 스며들어온다. 평범해야할 하나의 인생이 타인에 의해 평범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가장 큰 비극이자 희극일 테니까.

-같이 걸어도 나 혼자가 더욱 완벽한 소설이라는 것은. 두 가지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동시에 던져주기 때문이다. 편견과 고독이 그것이다. 편견에 대항하는, 편견의 역겨움과 현실에 대해서 말하면서 동시에 인간은 결국 자신의 삶을 혼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어떻게 보면 둘 다 같은 맥락의 이야기 일지도 모르지만. 저자는 각자의 인생은 각자가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모두는 외톨이라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준다. 온갖 사건을 같이 겪은 후에 바다를 함께 바라보더라도 말이다. 편견을 물리치는 동시에 인간은 혼자라는 점이 강하게 담겨져 있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이렇다’고 말할 수 없다는 점을.

-마지막 장면은 끝내주게 멋있다. 일본에서 영화로 나온다면 일본 특유의 잔잔한 느낌이 감도는 영화로 성공적일 것같다고 생각든다.

마무리가 완벽하다고 느끼는 소설이 이로써 하나 더 추가 되었다.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속이 다 시원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말도 안되는 편견이 다 있다며 열이 오르기도 한다.  


내가 아닌 사람의 체온을 느끼거나, 귀엽다고 속삭이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한때는 달콤한 과자다. 과자로는 배를 채우지 못한다. -65p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자만하면서 그 무엇도 될 수 없다고 두려워했다. -96p
여자는 귀여워하고 예뻐해주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이라면 지친다. -153p
인간의 생각은 단순히 정리되는 것이 아니니 오히려 엉망진창이 기본 설정인지도 모른다고 냉정하게 생각했다. -218p
나는 죽을 때까지 나일 뿐이다. 장례식에서 고인은 훌륭한 사람이었다는 말을 들으려고 사는것이 아니다. -2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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