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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걸어도 나 혼자
데라치 하루나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8월
평점 :
편견에 대항하는 소설. 데라치 하루나 작가의 같이 걸어도 나 혼자.
‘제가 괜찮은지 어쩐지는 제가 판단합니다.’
-두 명의 중년 여성이 겪게되는 일상적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하루하루를 담은 소설이다. 평범한 가정을 꾸리다 유산한 자신을 내버려두고 (전부인 과의)딸을 위해 뛰쳐나가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 이혼을 결심 후 따로 나와 아파트에 혼자 사는 연약하지만 강인한 여성이과 같은 아파트 같은 층에 거주하는 또 한 명의 여성. 결혼은 하지 않고 이남자 저남자를 자주 바꾸며 자유를 말하지만 사실은 만나던 남성을 아주 많이 사랑했던 강인하지만 연약한 여성이다. 두 사람은 일상생활에서 겪는 편견과 차별에 무덤덤하게도, 강인하게도 대항하면서 ‘각자로써’ 서로의 길을 찾아 나가는 이야기다.
- 읽으려는 분들에게 일단 경고의 말을 던지고 싶다. 심각하게 답답하고 열받는다. 담담하고 잔잔하게 전개되는 주변에서 ‘흔하게’볼 수 있는 내용의 소설적인 장치가 거의 없는 소설이지만. 동시에 특히나 심하고 많은 편견이 나오는 소설이기에 독자로 하여금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싶은 어이없음과 분노가 느껴지게 한다. 거기에 대부분은 무덤덤하게 넘기는 주인공들의 행동에 답답함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주인공들은 솔직하게 편견에 쓴소리를 던진다. 동시에 무던하게 견뎌 나가면서. 몇번이나 열받아서 책장을 닫아야 했다. 편견을 대놓고 드러내면 이런 느낌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지나치게 평범한 이야기지만, 말도 안되는 편견 때문에 상처받고 고통받는 누군가의 이야기는, 공감이 되기도 하면서 누군가에게는 머나먼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독자들의 가슴 깊숙한 곳 까지 쉽게 스며들어온다. 평범해야할 하나의 인생이 타인에 의해 평범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가장 큰 비극이자 희극일 테니까.
-같이 걸어도 나 혼자가 더욱 완벽한 소설이라는 것은. 두 가지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동시에 던져주기 때문이다. 편견과 고독이 그것이다. 편견에 대항하는, 편견의 역겨움과 현실에 대해서 말하면서 동시에 인간은 결국 자신의 삶을 혼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어떻게 보면 둘 다 같은 맥락의 이야기 일지도 모르지만. 저자는 각자의 인생은 각자가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모두는 외톨이라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준다. 온갖 사건을 같이 겪은 후에 바다를 함께 바라보더라도 말이다. 편견을 물리치는 동시에 인간은 혼자라는 점이 강하게 담겨져 있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이렇다’고 말할 수 없다는 점을.
-마지막 장면은 끝내주게 멋있다. 일본에서 영화로 나온다면 일본 특유의 잔잔한 느낌이 감도는 영화로 성공적일 것같다고 생각든다.
마무리가 완벽하다고 느끼는 소설이 이로써 하나 더 추가 되었다.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속이 다 시원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말도 안되는 편견이 다 있다며 열이 오르기도 한다.
내가 아닌 사람의 체온을 느끼거나, 귀엽다고 속삭이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한때는 달콤한 과자다. 과자로는 배를 채우지 못한다. -65p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자만하면서 그 무엇도 될 수 없다고 두려워했다. -96p
여자는 귀여워하고 예뻐해주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이라면 지친다. -153p
인간의 생각은 단순히 정리되는 것이 아니니 오히려 엉망진창이 기본 설정인지도 모른다고 냉정하게 생각했다. -218p
나는 죽을 때까지 나일 뿐이다. 장례식에서 고인은 훌륭한 사람이었다는 말을 들으려고 사는것이 아니다. -24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