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없는 세계
미우라 시온 지음, 서혜영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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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른 채소를 불빛에 비춰보면서 굉장하구나, 하고 빠져드는 때가 있다. 이것저것 다 누군가 설계도에 기초하여 만든 것 같이 아름답고 정묘하다. ... 후지마루는 말로는 잘 표현할 수 없었지만, 결국 요리란 건 생과 사를 잇는 멋진 행위라고 생각한다. -18p
눈에 보이는 세계가 다가 아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작은 잎사귀 안에 초롱초롱 펼쳐져 있는 세포의 우주. -55p
어둠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은은한 빛.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름답다는 것과 쓸쓸하다는 건, 왜 이렇게 닮았을까. -101p
왜 ‘나’와 ‘당신’은 다른가에 대해 분석하고 그 차이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이성과 지성이 요구된다. 차이를 서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배려하는 감정이 또한 반듯이 필요하다. ... 사고도 감정도 없을 터인 식물이, 인간보다도 타자를 더 잘 수용하고 더 초연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건 참으로 얄궃다. -146p
아직 알고 싶은 게 많은데 한 사람의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은 너무나도 짧아요. -162p
그저 식물을 좋아해서, 식물을 좀 더 알고 싶기 때문에 연구한다. 사랑,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27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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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표지디자인에 <사랑 없는 세계> 라는 제목. 표지와 상반 되는 글자에 오히려 눈길이 가게 된다. 다소 도전적인 제목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사랑이 넘치는 인간 세계에서 사랑이 결여 된 세계에 대한 소설이라니. 저절로 호기심이 샘솟게 된다. 작가는 과연 어떤 세계를 우리에게 보여주려는 걸까? 싶어서 호기심에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책을 펼쳐들었다.

-일류 요리사를 꿈꾸며 ‘엔푸쿠타이’에서 일하는(수련하는) 후지마루. 식물을 사랑해서 식물학자가 되어 박사논문을 앞두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있는 모토무라. 그들은 엔푸쿠타이의 직원과 손님으로 만나게 된다. 어느날 모토무라의 연구실로 배달을 가게 된 후지마루는 그녀의 이해하기 힘든 티셔츠 취향과 친절하게 자신이 하는 연구에 대해 설명해주는 모습, 그리고 분홍색의 작은 발뒤꿈치를 바라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에게 빠지게 된다. 후지마루는 모토무라의 연구실에 일주일에 한차례 가량 배달을 하면서 연구실의 다른 사람들과도 친분을 쌓게 된다. 그들이 하는 연구를 옆에서 바라보고, 들으며 후지마루는 ‘연구와 요리는 닮은 구석이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고, 그 자신도 점점 식물에게 깊은 호기심을 느끼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후지마루는 행복하게 자신의 연구를 설명하던 모토무라에게 자신도 모르게 고백을 하게 되는데...

-책을 읽는 내내 연구소에서 이년간 일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식물을 연구했기 때문에 내가 했던 연구들과 모토무라가 행하는 연구는 닮은 구석이 많아서 익숙한 연구 장비들과 연구 방식이 나올 때마다 가슴이 설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가 얼마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연구 과정을 잘 설명 했는지, 번역은 또 얼마나 자연스러운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이 소설을 출판한 뒤 식물학 공헌자에게 수여하는 특별한 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만큼 식물학자들이 어떻게 연구를 하고 어떤 고충이 있는지에 대해 일반인들도 알기 쉽게 상세하고 동시에 유쾌하게 소설을 집필했다. 책을 읽으면서 식물학 전공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나 놀랍게도 저자는 연극영상학과였다. 왠만한 노력이 없었다면 결코 만들어지지 못했을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요리와 식물 연구 그리고 사랑 이 세 가지가 <사랑 없는 세계>의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다. 요리에 대한 후지마루의 열정도 독자들로 하여금 감탄하는 마음을 불러 일으키지만 식물을 대하는 모토무라 연구실 일당의 진중함에도 감탄하게 된다. 게다가 ‘요리’와 ‘식물’, ‘연구’는 서로 상관없는 분야인 것 같은데 은근히 닮은 구석이 많은 부분에 새삼 감격스러운 기분이 들게 된다. 모든 일은 어딘가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과 모든 일의 소중함에 있어 감격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건물을 짓는 일도 마찬가지다. 시멘트 가루와 물을 정량을 맞춰서 잘 섞어줘야 하고, 설계도를 보면서 순서대로 신중하게 쌓아 올려야 한다. 어쩌면 작가는 모든 직업의 존귀는 동등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제목부터 <사랑 없는 세계> 이며 오롯이 연구에만 집중하는 모토무라를 바라보면, 참 각박하다- 라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이 마지막 페이지로 달려갈 수록 ‘사실 소설 속의 모든 내용이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등장인물 모두가 어떠한 형태로든 무엇인가를 사랑하고 있다. 그 대상이 꼭 인간일 필요는 없다. 어쨌든 온 힘을 다해, 온 마음을 다해서 사랑하고 있으니까. 후지마루와 모토무라를 바라보며 두 사람의 사랑만을 기다리던 독자들은 페이지가 마지막에 다다를때 쯔음 작가의 의도를 깨닫고 훈훈한 마음이 된다. 이곳이야말로 <사랑이 넘치는 세계>가 아닌가.

-상세한 식물 연구 과정에 한 번 놀라고, 그 과정이 지루하게 읽힐 수도 있는데 웃음 포인트를 적절하게 심어 놓아서 계속해서 빵빵 터지며 즐겁게 읽을 수 있음에 한 번 더 놀라게 된다. 덕분에 독자들도 자연히 연구 과정 자체에도 빠져들어 다음엔 어떤 실험이 있을까? 하는 호기심마저 샘솟게 된다. 또한 등장인물들의 열정과 각자의 사랑은 흐뭇한 마음과 함께 경각심을 가지게 한다. 나는 얼마나 스스로의 일들을 사랑했는가. <사랑 없는 세계>를 읽는동안 여러 모양의 사랑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사랑이 가득담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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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의 완벽한 고백 브라운앤프렌즈 스토리북 1
이정석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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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블로그를 오래한 사람들이라면 카카오 프렌즈보다 라인 프렌즈들이 더 익숙하지 않을까? 무려 중학생때 부터 블로그를 시작한 나는 무표정한 곰돌이, 감정표현이 다양한 토끼, 과격한 오리, 어딘가 얄미운 노란머리... 등 이름은 모르지만 이모티콘을 사용할 때면 카카오톡을 이용할 때에도 라인 이모티콘이 머릿속에 먼저 떠오르곤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도서를 많이 출판하는 아르테에서 이번에 라인 프렌즈 스토리북을 출간 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총 5권으로 구성 되어 있는데 그중 첫 번째 스토리북인 <브라운의 완벽한 고백>을 설레는 마음으로 집어 들었다.

-항상 무표정해서 무뚝뚝하고 감정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브라운. 사실 브라운은 두 귀를 쫑긋 세워 친구들의 마음을 살피며 세심하고 다정하게 챙겨주고 있다. 브라운이 가장 갖고싶은 타이틀은 ‘최고의 친구’. 겉모습과 달리 다정한 마음을 가진 브라운은 친구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또 완벽해 보이는 브라운에게는 과연 어떤 고민이 있을까?

-카카오 프렌즈 시리즈들과 다르게 라인 프렌즈 시리즈는 ‘스토리북’ 이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이모티콘 이기 때문에 그 이야기가 더 반갑게 다가온다. 익숙한 캐릭터들의 스토리는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데, 맨 처음 라인 프렌즈의 모든 캐릭터들을 소개해주는 부분부터 즐거움이 샘솟는다. 그들에게 어떤 설정이 되어 있는지 읽다보면 실제로 우리 곁에 존재하는 친구들인 것처럼 생생하고 생동감 있게 느껴진다.

-동생과 친구들의 기분을 예의 주시하며 항상 세심하게 챙겨주고, 여자친구를 뒤에서 묵묵하게 챙겨주기도 하는 다정하고 섬세한 성격인 브라운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저절로 나는 친구들에게 어떤 친구였는가, 생각하게 된다. 또 여자친구가 부담스러워 할 까봐 뒤에서 ‘몰래’ 챙겨주는 모습을 보면서 멋있다는생각과 동시에 브라운의 그런 면면들을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티나지 않게’ 주변 사람들을 챙겨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총 9편의 에피소드가 담겨져 있다. 모두 가볍게 읽기 좋은 내용이어서 느긋한 마음으로 부담없이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어느새 가슴이 따뜻해지며 미소짓고 있는 자신을 볼 수 있다. 중간중간 삽입 되어 있는 귀여운 일러스트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동화를 좋아하신다거나, 귀여운 스토리를 좋아하신다면 한 번쯤 라인 프렌즈 스토리북을 꼭 읽어보시길 추천하고 싶다. 또한 아이들 교육 도서로도 강력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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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사랑법 스토리콜렉터 81
마이크 오머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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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로드 스토리 콜렉터 신작에 <살인자의 사랑법>이라는 다소 직설적인 제목. 거기에 이 소설 한 권의 이력이 어마어마해서 손에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단순 스릴러일까, 생각했는데 생각 외로 형사물 이었고 조이라는 매력적인 범죄심리학자와 말괄량이 캐릭터인 테이텀 FBI 요원의 조합이 재밌어서 술술 읽혔다. 게다가 형사물이면서도 기존 형사물의 기승전결을 거의 무시해버린 스토리텔링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랜만에 가슴 짜릿하게 읽은 형사물이었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라는 말은 기껏해야 모호한 개념에 불과하다. 진정한 사랑은 이런 한계조차 뛰어넘는 법이니까”-6p 남자는 사랑에 빠졌고, 완벽한 그녀와의 완벽한 만남을 상상한다. 그는 그렇게 만들 자신이 있다. 그렇게 되기까지 약간의 소음은 존재 하겠지만, 남자는 그녀에게 영원을 선물하고, 두 사람은 영원히 서로 사랑하게 될 것이라 장담한다. 그녀의 몸에 흠집이 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스럽게 목을 조르고, 그녀의 목을 갈라, 방부제를 주입한다. “이제 우리는 영원히 싸우지 않고 사랑하게 될 거야” 이 정신나간 살인자를 잡기 위해 시카고로 FBI 요원 테이텀과 범죄심리학자 조이가 찾아가게 된다. 조금씩 실마리가 잡혀가던 차에 1997년 조이의 고향인 메이너드 연쇄살인범이 조이에게 자신이 범인이라는 암시를 넌지시 던지고 당시의 기억에 두려움이 조금씩 조이를 압박하고, 수사는 난항에 빠지게 되는데... 과연 그들은 무사히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인가?

-분명 장르는 형사물인데, 기존의 형사물과 사뭇 다르다. 그러면서 가볍게 기존의 형사물들을 깔아뭉게는 작품이다. 스토리의 기승전결부터 진행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한 사건으로 시작해 클라이맥스로 가는줄 알았더니 중간에 다른 사건이 끼어들어 독자들을 어지럽게 만들고, 쉴 틈 없는 다급함에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게 된다. 책의 내용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른바 영화같은 소설을 뛰어넘어 조이와 테이텀과 함께 그 현장에 있는 기분이 드는 소설이다. 심지어 결말까지 헉-소리가 나게 완벽하다.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으며, 다음권이 애타게 기다려진다.

-단언컨데 여태껏 출간 된 형사물 중에서 이 책이 최고일 것이다. 꽤 많은 형사물을 읽었다고 자부하는데 <살인자의 사랑법> 을 따라갈 소설은 단 한 권도 없다. 스토리도, 풀어내는 방식도 전율이 흐르지만 조이와 테이텀의 콤비는 독자들이 책 속으로 더 유쾌하게 빠져들게 만든다. 티격태격하던 그들이 사건에 깊이 들어가면서 조금씩 호흡을 맞추고 가까워지는 모습을 지켜보면 절로 흐뭇해진다. 냉철한 조이 박사와 다소 말괄량이 같은 테이텀이 아니었으면 절대 이런 재미를 주지 못했을 것이다.

-“여자는 슬며시 미소 지었다. 남자는 여자가 친 거미줄에 완전히 걸려들었다.” -143p 올 한 해가 끝날 때 까지도 절대 잊지 못할 한 권의 소설이다.

-우리가 기뻐해야 할 소식은 우리의 사랑스러운 조이 & 테이텀 커플을 조만간 또 만나 볼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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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몽땅 떠났습니다 - 엄마가 떠나고 여행이 시작되었다
김지수 지음 / 두사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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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가 필요했다. 우리 가족의 잿빛 추억을 희석할 그 무언가가. -16p’ 저자는 그래서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와 아들과 함께 미국 서부로 여행을 떠났다. 로즈가 떠나고 급하게 사진을 정리하고, 로즈가 머물던 자리들을 정리하고 최대한 생각하지 않으려고 많은 시간을 생각했다. 나도 무언가가 필요했다. 나의 기억을 희석해줄 무언가가. 그러던 차에 <그렇게 몽땅 떠났습니다>를 알게 되었고, ‘몽땅’과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라는 문구에 홀린듯 책을 집어 들었다. 당장 떠나지 못하는 나를 대신해 누군가 떠나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동시에 읽어서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참 즐겁게 읽었다. 좌충우돌한 스토리와 아름다운 사진들은 모든걸 잊고 책 속 저자의 여행담에 푹 빠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저자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회사에서 선물받은 안식년 휴가를 이용해 아버지와 아들과 함께 미국으로 떠나게 된다. 여행을 계획하는 일 부터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어쨌든 삼대가 함께 하게 된 의미있는 여행. 미국에 거주하는 누나네 가족과 만나 함께 서부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우여곡절과 좌충우돌 그리고 감동적인 여행 이야기.

-여행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흥미로웠다. 마치 서스펜스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 특히나 이 글이 저자가 직접 경험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더욱 흥미진지하게 읽혔다. 사라진 아버지, 맥도널드에서 갑자기 토악질을 한 아들 등의 상황에서 당황하거나 두려운 감정에 휩싸인 저자. 그 다음 장면에서는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호기심에 페이지를 멈추지 못하고 넘겼다. 거기에 내가 알지 못하는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자연의 경관이 쉬지 않고 날아들어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개인적으로 여행 에세이는 집중을 잘 하지 못하는 편인데(그닥 좋아하지도 않는다) 거의 처음으로 소설을 읽듯 즐겁게 읽을 여행 에세이 였다. 저자의 다음 도서를 고대할 정도다.

-완벽한 여행 정보 서적을 찾는다면 추천하지 못할 도서다. 그러나 막연히 어딘가 떠나고 싶은 사람, 미국 서부에 대한 로망이 있는 사람, 부모 자식과 함께 해외 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 여행의 기승전결(여행의 계기부터 계획, 성공과 실패의 스토리 그리고 귀가) 스토리를 보고싶은 사람에게 더 적절할 도서다. 게다가 ‘완벽한’ 여행 정보 서적은 아니라고 했지만, 저자가 직접 부딪히며 경험한 여러가지 팁들도 얻을 수 있어서 굉장히 유익한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어린 아이와 함께 여행할 때 주의할 점 이라던가, 미국 서부를 즐길 수 있는 깨알같은 정보들은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에게 분명히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두어번 눈물이 흘렀다. 덤덤해 보이는 저자의 글 속에 담긴 감정이 어떤 것일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 한 권의 소설을 읽은 것 처럼 감동과 재미를 느끼면서 동시에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이었다. 미국 서부를 한 번도 가보지 않았는데, 가고 싶은 사람이나 가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하고싶은 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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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새움 세계문학
나쓰메 소세키 지음, 장현주 옮김 / 새움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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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기 어려운 기회는 모든 동물로 하여금 좋아하지 않는 일도 억지로 하게 한다.’ -50p
직접 보니 생각한 것과는 천지 차이, 상상은 결코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된다. -248p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해도 좋은 지혜가 생각나지 않을 때는, 그런 일은 일어날 리 없다고 정하는 것이 가장 안심을 얻는 지름길이다. -277p
걱정하지 않는 것은, 걱정할 가치가 없어서가 아니다. 아무리 걱정해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277p
벌거숭이 한 사람이 말하기를 이렇게 개나 소나 같아서는 공부한 보람이 없다. 애쓴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든 해서 나는 나다. 누가봐도 나라는 점이 눈에 띄도록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사라이 보고 앗 하고 놀랄 것을 몸에 걸치고 싶다. -365p
인간의 정의를 말하자면 달리 아무것도 없다. 그저 필요 없는 것을 만들어 스스로 괴로워하는 자라고 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5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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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된 인연인지. 왠만하면 재독하지 않는 내가 1년 안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두 번이나 읽었다. 여긴엔 이런 이유가 있다. 1. 처음 읽을 당시 너무 별로였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출판사에서 번역한 책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2. 새움 출판사에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출간 되었다. 3. 무엇보다 표지가 예뻤고, 여성 번역가이기에 번역이 조금 더 부드럽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이러해서 나는 다시 이 책을 손에 들게 되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뻔히 알고 있는 내용에다 이미 ‘싫다’는 생각이 머리를 점령해서 꾸역꾸역 힘들게 읽을 수 밖에 없었는데, 읽으면 읽을 수록 조금씩 빠져들어 담백하게 책 자체에 빠져들어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전보다 훨씬 그 깊이에 감동할 수 있었다. 이번 리뷰는 특별하게 두 번 읽은 경험의 후기를 주로 적어보려고 한다.

-인간의 말을 이해하고, 피부의 접촉을 통해 인간의 마음까지 꿰뚫어 볼 수 있는 이름없는 고양이 ‘나’는 구샤미 선생네서 거주하며 주면 인간들을 관찰한다. 인간들은 관찰하면 할 수록 참 이상한 존재라고 느끼며 자신이 경험한 재미있는 일화를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역시 처음 읽을 때와 엇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조금 우습고 조금 씁쓸한, 어쩌면 우리와 이렇게 닮아있을까 하는 느낌에 기분이 나쁠 정도. 그런데 이건 처음에 느꼈던 ‘불쾌함’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책 자체를, 그 내용 자체를 온전히 느낄 수 있기에 기분이 나빠지는 거였다. 왜그런가 생각해보니 이전에 심하게 느꼈던 여성비하적인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문장문장이 담백해서 오히려 유쾌함과 쓸쓸함은 순수하게 느껴졌지만 불쾌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현대의 독자들에게 맞춰진 (이렇게 말하면 또 웃긴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번역이 아닌가 한다. 오버스럽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으며 인상이 찌푸려지지 않는 번역이었다. 담백하고 깔끔함 그 자체. 아쉬운 점은 주석의 기준 정도?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주석을 달은 걸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기준이 일정하지 않았다.

-새움 출판사에서 출간 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어야 하는 이유.
고작 두 출판사의 책만 읽어봤기 때문에 사실 내가 읽어본 두 군데의 출판사를 비교하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추천하고 싶은 이유가 있다.
1. 표지 디자인이 굉장히 잘 나왔다. 양장본이기에 무겁다는 단점을 제외하면, 특히나 책장에 꽂혀 있는 모습은 독보적으로 아름답다. 책 수집가에게 이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2. 여성 번역가. 이건 정말 몇번이고 강조하고 싶다. 성별에 차이를 두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지만.. 여성으로써 이 소설을 읽고자 한다면 번역가 성별을 따지는게 좋을 것 같다. 처음 남성 번역가의 책을 읽었다 기분이 굉장히 나빠져 소세키 작가 자체를 싫어하게 됐었는데, 이 담백함과 부드러운 느낌은 내용 그 자체에 빠져들 수 있게끔 도와준다.
3. 출판 날짜. 많은 출판사에서 고전문학은 계속해서 새로이 출판하는데, 그 이유는 현대의 정서와 번역의 정서가 맞지 않아지기 때문이다. 고전 특유의 특색은 살리되 대도록 현대인의 입맛에 맞추는 것이 좋고, 해석도 새로이 할 수 있는 법이기 때문에 고전은 최근에 출판 된 책일 수록 실패할 확률이 적다.
4. 구샤미 선생네 집 내부와 낙운도와의 경계를 상상하기가 사실 쉽지 않다. 이건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거라고 확신할 수 있는데, 새움에서 출판 된 이 책에는 친절하게도 구샤미 선생네 집 내부도와 선생님 집 근처 지도(?)가 친절하게 첨부 되어 있어 상상하기 훨씬 편안하다. 심지어 번역가가 직접 일본에 방문했을 때 알아본 정보이기 때문에 더욱 믿음직 스럽다.

- 새움 출판사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으면서 드디어 책의 스토리 자체에 몰입할 수 있었다. 특히 등장인물들의 매력이 느껴지면서 그들이 하는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졌다. 거의 10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인간적’이며 현시대와 전혀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인지 느끼는 동시에 전혀 무겁지 않으면서 유쾌하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이 소설은 마지막 페이지가 클라이맥스의 최고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클라이맥스로 다가갈 수록 흥미로움은 점점이 쌓이게 된다. 인간의 욕심. 이기심. 어리석음. 그러다 인생의 덧없음과 결국은 무위,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소름이 돋는다.

-지극히 기본적이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죽기전에 꼭 한 번은 읽어봐야하는 소설이다. 지금도 그렇게 앞으로도 그렇고 이렇게 유쾌하고 가볍게 인간의 어리석음을 낱낱이 표현한 소설은 다시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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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 2020-03-16 14: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른스트 호프만의 작품을 표절한 작품임 소세끼는 서구 문학을 각색한 전문 표절작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