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의 서재에 새로운 오디오북 올라온게 있나 보다가 발견한 [도파민 뿜뿜 단편선] 제목도 호기심이 생기는데 심지어 호러 소설이라니! 거기다 시리즈라니! 마침 최대한 가벼운 작품으로 듣고싶던 참이라 고민없이 바로 듣기 시작했다. 아무 생각없이 가볍게 즐기기 좋으면서 퀄리티도 나쁘지 않은 시리즈라 즐겁게 들을 수 있었다.

-가장 짜릿한 이야기는 공포 이야기만 수록되어있고, 오싹설렘감동편은 제목 그대로 공포와 감동, 설렘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섞여있다. 가볍고 편하게 듣기 좋은 이야기들이었지만, 그렇다고 작품성이 아예 없는 이야기들은 아니었다. 다소 아쉽고 허무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무서운이야기를 많이 읽어온 나에게도 대다수는 새로운 이야기들이었고, 거슬리는 것 없이 들을 수 있는, 어느정도 작품성이 있는 작품들이었다. 몇몇 작품은 조금 더 긴 이야기를 듣고싶다는 생각이들기도 했다.

-높은 작품성을 기대하고 듣는다면 당연히 아쉽고 실망스럽게 느껴지겠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편안하게 듣는다면 정말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시리즈다. 다만, [도파민 뿜뿜 단편선] 시리즈는 오디오북으로만 출간되었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글로 즐기고 싶어도 즐길 수 없는 것이고, 그렇다면 [도파민 뿜뿜 단편선] 시리즈를 ’소설‘로 분류해도 괜찮은가에 대해서도 약간의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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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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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제목이라 출간되었을 때 부터 호기심이 생겼던 작품 [죽여 마땅한 사람들] 어떤 사람들이 죽여 마땅한 사람인 것일까. 어떤 사람을 어떻게 죽이는 걸까. 하는 호기심이 이는 제목이었다. 그러다 밀리의 서재에 오디오북이 올라왔길래 망설임없이 바로 듣기 시작했다.

-두 남녀가 비행기 라운지에서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다소 잔잔한 로맨스풍의 분위기로 스릴러가 아니었나 하는 당혹감과 실망감이 드는데, 릴리의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분위기가 확 바뀐다. 어렸을 적 그녀가 받은 정신적인 학대는 그녀의 신념을 잘 못 된 방향으로 이끌게 되고, 그녀가 하는 생각과 행동은 독자를 경악하게 만들면서도 독자들은 묘하게 그녀의 생각에 공감을 하게 된다. 그러다 미란다라는 여자가 이야기의 중심에 들어오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정신나간 사람들의 정신나간 싸움이 시작된다. 혀를 내두르면서도 박력있고 흥미진진한 전개에 눈을 뗄 수가 없는 이야기였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은 자극적인 제목에 자극적인 내용으로 호불호가 다소 갈릴 수도 있을 것 같은 작품이었다. 그러나 흥미와 재미는 둘째치고 이 작품이 담고 있는 것을 그냥 지나치기는 힘들다. 제목부터 “죽여 마땅한” 사람에 관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죽여 마땅한 사람이란 개인마다 그 기준이 다 다를 것이다. 정말로 모두가 동의하는 죽여 마땅한 사람이라고 해도 ‘사회’ 속에서 ‘개인’이 처벌해도 되는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할 것이다. 개인이 처벌하는 것이 허용되는 순간부터 사회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러나 누구나 마음속에는 “죽여 마땅한” 사람이 존재할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우리는 너무 자극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릴리에게 쉽게 동화되는 아이러니를 겪게 된다. 이 작품이 가진 진짜 매력은 이것이 아닐까?

-실망과 흥미 스릴과 짜릿함 허무함과 경악을 차례대로 선사하며 마지막 한 줄 까지 즐거운 작품이었다. 마지막 한 줄의 임팩트가 특히 강해서 책의 잔상이 더 깊게 머리에 남게 된다. 저절로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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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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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디자인이 너무 예뻐서 궁금했던 [트로피컬 나이트] 어느날인가 밀리에 오디오북으로 떴길래 고민없이 바로 듣기 시작했다.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들었는데 잔잔하면서도 흥미로운 내용으로 즐겁게 들을 수 있었다.

-[할로우 키즈]는 독백 형태로 아이가 실종 된 사건을 진술하는 내용이다. 약간의 슬픔이 담긴 잔잔한 미스터리라 내용 자체는 흥미로웠지만 너무 짧게, 허무하게 끝나서 당황스럽기도 했다. 덕분에 [트로피컬 나이트] 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대략적으로 짐작하면서 약간의 의구심과 실망이 동시에 드는 묘한 심정으로 다음 장을 읽어나가게 된다. 다음 작품인 [고기와 석류] 를 읽으면서 이 작품집의 정체성을 확신하고 안심하고 작품을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되는데 [고기와 석류]는 독거노인의 현실을 가슴아프게 찌르면서 동시에 사랑의 온기를 느끼게 해주는 좀비물이다. [릴리의 손]은 신박한 sf 주제를 다루면서 아련함을 전해주는 작품이며, [새해엔 쿠스쿠스]는 개인적으로 이 작품집 중에서 가장 슬픈 이야기였다. 부모의 억압 속에서 살아온 사람이 성인이 되면 어떤 고통을 안고 살아가게 되는지를 보여주며 그로부터의 해방과 해방을 향한 희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가장 작은 신]은 다소 유치하지만 종말 위기의 지구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는 이야기를 현실적이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려 재미있게 들을 수 있었다. [나쁜 꿈과 함께]는 악몽을 먹고 사는 몽마가 한 인간을 안쓰럽게 바라보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담고있다. 어쩐지 어설퍼보이는 몽마가 귀여우면서도 뭐라 콕 집어 표현하기 애매한 감동을 담고있다. [유니버설 캣숍의 비밀]은 나름 sf물이지만 집사 입장에서는 마냥 귀엽고 사랑스러운 작품이었다. 아마도 집사라면 이 작품은 호불호 없이 모두 공감하고 사랑하지 않을까. [푸른머리칼의 살인마]는 시공간에서 시공간으로 끊임없이 섞이고 섞여 끝내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리는 스토리도 아름답고 구슬프지만 이 어려운 설정을 아주 기똥차게 성공하면서 독자에게 어지러운 즐거움을 선사하는 작품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감성 호러, 미스터리” 그 자체였다. 딥한 장르문학이나 딥한 문학성을 기대하고 읽는다면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한국 문학 최고의 감성 호러 작품이라고 평하고 싶다. 이 작가의 책은 [트로피컬 나이트]로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앞으로 이 작가의 책은 모조리 찾아보게 될 것 같다. 차후에 이 작품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때 쯤 종이책으로 다시 한 번 더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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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녹취록 스토리콜렉터 112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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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의 신작이 나온 줄 알고 신나서 구입했던 [죽은 자의 녹취록] 두근두근 하며 펼쳐보고나니 [괴담의 테이프] 리커버판이었다. 책표지도 설명도 읽지 않고 사는 자의 최후랄까. 책에도 인연이 있는건지 다독은 잘 안하는 내가 2번이나 읽은 [괴담의 테이프]. [죽은 자의 녹취록]은 알라딘으로 구입해놓고는 당근에서 ‘미쓰다 신조’만 보고 한 권을 더 구입해버렸다. 같은 책을 두 권 사는 실수도 거의 안하는 내가. 이정도면 인연이다 싶어서 펼친 김에 한 번 더 읽기로 했다. 사실 세 번째 읽는데도 미쓰다 신조의 단편을 읽는다는 사실 자체로 조금 설레었다.

-두 번 읽으나 세 번 읽으나 역시나 재미있었다. 이미 내용을 다 알고 있는데도 미쓰다신조 특유의 재치있는 전개와 짜임새, 예상치 못한 결말은 언제 읽어도 몇 번을 읽어도 독자들을 즐겁게 한다. 중간에 [걷는 망자]먼저 읽는다고 잠시 중단했다가 다시 읽었지만 그럼에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장편같으면서도 단편인 작품이라 흐름이 끊겨도 흥미가 떨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듯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결국은 재미있다는 이야기.
[우중 괴담]에 맞춰서 리커버판을 내놓은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표지도, 제목도 훨씬 마음에 든다.

-쓰기 전부터 찬양 일색이면 어쩌나 우려했는데 결국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벌써 세 번째 후기라 좀 느슨하게 쓴 것도 있지만, 세 번 읽어도 재미있으니 뭐 다른 말을 더 쓸게 없기도 하다. 하여튼간 너무나도 재미있으니 아직 안읽어본 사람도, 이미 한 번 읽어본 사람도 리커버판인 [죽은 자의 녹취록]으로 한 번 더 읽어보면 어떨까. 다른 작품들도 같은 결로 리커버 되어서 출간된다면, 나는 전부 구입해서 또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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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두 번째 밤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 2
김보람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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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두 번째 밤]이 오디오북으로 나왔길래 망설임없이 바로 듣기 시작했다. 완독본이라고 적혀있어서 기대하고 듣기 시작했는데, 완독본이 아니었다. 수록작 중 단 네 개의 작품만 녹음되어 있다는점 참고하고 들어야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황금가지 출판사의 오디오북이기 때문에 역시나 오디오북 퀄리티는 너무나도 좋았고, 네 작품 밖에 듣지 못해 아쉬웠지만 이미 읽은 작품들임에도 재미있게 들을 수 있었다.

-[단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두 번째 밤]의 모든 작품을 오디오북으로 즐기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홍수] [심해어] [공포의ASMR] [검은책] 이렇게 네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모두 오디오북으로 들었을 때 재미가 배가 될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 [홍수]는 ‘속삭임‘과 주변 효과음이 강조되면서 더욱 소름돋게 즐길 수 있고 [심해어]는 눈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소리‘에 의존하게 되는 내용으로 긴장감을 배로 느낄 수 있으며 [공포의 ASMR]은 ‘ASMR‘이다보니 오디오북으로 들었을 때 더욱 쫄깃할 수 밖에 없으며 [검은책]은 저주하는 장면이 음향을 통해 더욱 도드라지면서 음침함이 극대화되었다. 모든 작품을 오디오북으로 발행하기에는 분량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몇 가지로 간추려서 출간한 것 같은데 ‘완독본‘이라고 표시되어있음에도 완독본이 아님에 다소 실망감이 들었지만, 독자가 작품을 더욱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선정한 작품 리스트에는 감탄을 하게 되었다.

-장르문학에 진심인 황금가지는 다양한 방식으로 독자에게 접근하려는 노력 또한 멈추지 않는 출판사이다. 독자로써 마냥 감사할뿐이다. 다만,,, [단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과 [단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두 번째 밤] 의 완독본 오디오북을, 아니 가능하다면 구구시리즈 오디오북도!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램이있다.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요 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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