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디자인이 너무 예뻐서 궁금했던 [트로피컬 나이트] 어느날인가 밀리에 오디오북으로 떴길래 고민없이 바로 듣기 시작했다.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들었는데 잔잔하면서도 흥미로운 내용으로 즐겁게 들을 수 있었다.-[할로우 키즈]는 독백 형태로 아이가 실종 된 사건을 진술하는 내용이다. 약간의 슬픔이 담긴 잔잔한 미스터리라 내용 자체는 흥미로웠지만 너무 짧게, 허무하게 끝나서 당황스럽기도 했다. 덕분에 [트로피컬 나이트] 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대략적으로 짐작하면서 약간의 의구심과 실망이 동시에 드는 묘한 심정으로 다음 장을 읽어나가게 된다. 다음 작품인 [고기와 석류] 를 읽으면서 이 작품집의 정체성을 확신하고 안심하고 작품을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되는데 [고기와 석류]는 독거노인의 현실을 가슴아프게 찌르면서 동시에 사랑의 온기를 느끼게 해주는 좀비물이다. [릴리의 손]은 신박한 sf 주제를 다루면서 아련함을 전해주는 작품이며, [새해엔 쿠스쿠스]는 개인적으로 이 작품집 중에서 가장 슬픈 이야기였다. 부모의 억압 속에서 살아온 사람이 성인이 되면 어떤 고통을 안고 살아가게 되는지를 보여주며 그로부터의 해방과 해방을 향한 희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가장 작은 신]은 다소 유치하지만 종말 위기의 지구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는 이야기를 현실적이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려 재미있게 들을 수 있었다. [나쁜 꿈과 함께]는 악몽을 먹고 사는 몽마가 한 인간을 안쓰럽게 바라보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담고있다. 어쩐지 어설퍼보이는 몽마가 귀여우면서도 뭐라 콕 집어 표현하기 애매한 감동을 담고있다. [유니버설 캣숍의 비밀]은 나름 sf물이지만 집사 입장에서는 마냥 귀엽고 사랑스러운 작품이었다. 아마도 집사라면 이 작품은 호불호 없이 모두 공감하고 사랑하지 않을까. [푸른머리칼의 살인마]는 시공간에서 시공간으로 끊임없이 섞이고 섞여 끝내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리는 스토리도 아름답고 구슬프지만 이 어려운 설정을 아주 기똥차게 성공하면서 독자에게 어지러운 즐거움을 선사하는 작품이었다.-처음부터 끝까지. “감성 호러, 미스터리” 그 자체였다. 딥한 장르문학이나 딥한 문학성을 기대하고 읽는다면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한국 문학 최고의 감성 호러 작품이라고 평하고 싶다. 이 작가의 책은 [트로피컬 나이트]로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앞으로 이 작가의 책은 모조리 찾아보게 될 것 같다. 차후에 이 작품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때 쯤 종이책으로 다시 한 번 더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