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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생과 사의 수수께끼에 도전하다 - 다치바나 다카시의 암과 생명에 관한 지적 탐구
다치바나 다카시.NHK스페셜 취재팀 지음, 이규원 옮김, 명승권 감수 / 청어람미디어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지금의 우리는 두 명 중에 한 명이 암에 걸리고, 3명 중의 한 명은 암으로 사망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수 년째 사망율 1위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는 병이 '암(癌)' 이라고 한다. 가까이 내 주변을 둘러봐도 이 말은 사실인 것 같다. 요즘 부쩍 그 수가 늘고 있어 더 위협이 되고 있다.
1971년 미국의 닉슨대통령이 국가적인 대책으로 '암 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래 많은 돈과 우수한 연구진들이 대거 투입되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암에 대한 치료약은 개발되지 않았다. 당초엔 10년이면 암에 대한 모든 걸 밝혀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우리가 알아낸 것은 "암 이란 녀석은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다!" 라는 결론을 얻었을 뿐이다. 지금은 한국, 일본 등 특정한 나라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 전 세계가 공통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되었다. 전 세계가 '암'에 대한 중요성과 위험성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주목하고 있으며, 암 치료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공통된 의견은 아직도 갈 길은 멀다는 것이다. 인간의 뛰어난 이성과 의지력으로 끝내 '암'을 정복하리라는 것에는 별다른 토를 달진 않지만, 10년 후? 20년 후? 가까운 미래에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우선 암이란 무엇인가 간단히 이야기 하자면. 우리 몸은 무려 60조 개의 세포로 이뤄지고 있고, 그 각각의 세포들은 태어나고 죽고 하는 일련의 유한한 프로세스를 거치며 60조 개의 세포 수를 유지한다. 세포가 복제되어 새로운 세포로 태어나고 죽고 하는 평생의 횟수를 보면 보통 10의 16승인 1경이라고 한다. 10의 12승이 1조인데, 그 보다 4자리 수가 더 많은, 어림도 힘든 '경'이란 단위까지 올라간다. 60조의 세포가 1조에 동그라미 4개를 더 붙인 횟수만큼 반복하다 보면 확률적으로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한다. 상식적으로도 그렇게 보인다. 아무리 정교한 기계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삐걱거리고 오류를 낸다. 그런 것 에 비하면 70~80년 같은 반복 작업을 하는 인간의 몸은 기적에 가깝다. 인체의 신비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기존 세포를 100% 복제해야 동일하게 유지되는데, 나이가 들면 흰머리도 늘고 주름도 생기고 한다. 이런 노화과 관련된 것들이 복제오류에 해당하는 것들일 거다. 이런 것들은 병이 아니니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간혹 복제 오류된 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죽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돌연변이를 일으킨 녀석들이 쌓이고 누적이 돼서, 덩어리로 존재하는 경우를 우린 종양이라고 부른다. 악성 종양(=암)이 되는 경우는 아래와 같이 3가지의 특징을 갖고 있다.
1. 죽지 않고 수가 계속 늘어난다. 무한한 증식능력(아폽토시스 회피)
2. 정상 세포 속으로 빠르게 파고 든다. 침윤(인베이전) 능력
3. 엉뚱한 곳으로 건너뛰어 그 곳에서 또 다른 식민지를 만든다. 전이 능력
이 종양도 1센티미터, 1그램, 1조개의 세포가 모여있을 때 검출되는 수준이다. 그 보다 작은 사이즈와 무게일 때는 검진 때 종양이 있는지 조차 모른다고 하니 암이 확실하게 자리잡고 어느 정도 진행이 되었을 때 찾게 되는 셈이다. '암'을 정복하려는 분야는 이래서 할 일이 많고,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검출력도 높여야 하고, 치료약도 개발해야 하고, 암에 걸리는 원인도 밝혀 내야 하고...
저자 자신도 암 환자이지만 이 책을 통해 저자는, 객관적으로 암을 관찰하고 조사하고 있다. 일본의 知의 거장답게 헛된 꿈과 희망을 주기보다는 현 상황을 담담하게 거짓없이 실체를 보여 주려고 노력한다. 그렇다고 절망을 주지도 않는다. 낙관과 절망 사이를 균형있게 오가며, 전문가들의 자료와 근거에 입각해서 암을 바라보고, 보여 주고 있다.
항암제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얘기해준다.
어떤 새로운 신약의 경우 2개월 가량의 생명을 연장시켜 주지만, 부작용이 심한 점을 근거로 내보이며, 본인 자신이 나중에 상태가 나빠져 항암제를 선택 해야 하는 시점이라면, 항암제를 받아들여 2개월의 생명을 연장하기 보다는 인간적인 삶의 질을 택하겠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대체요법에 대해서도 가이드를 해준다.
암의 치료약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규모가 꽤 큰 한 기관에서는 전 세계에서 가져온 가능성 있는 모든 물질을 실험하고 테스트하는 곳이다. 이 곳에서도 아직 뚜렷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상태이다. 그런 상황에서 시중에 떠도는 값비싼 대체품들은 대체로 황금지푸라기 일뿐이라고 한다. 그런 물질이 진짜 있다면 진작에 찾아내서 치료약으로 개발이 됐을 것이다. 위험에 처한 사람은 한 가닥 희망이 담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고 손을 뻗겠지만, 제아무리 황금을 두른 값비싼 지푸라기라도 그저 평범한 지푸라기일 뿐이라는 거다. 그런 것에 유혹되지 말라고 충고 해준다.
처음엔 지루할 것 같아서 읽기를 주저했는데 소설을 읽듯이 재밌게(!) 읽었다. 졸립지도 않고 책장이 잘 넘어간다. 쉽게 설명된 까닭도 있지만, 읽다 보면 쏙~ 빠져 들어서 읽게 되는 매력이 있다. 암이 왜 어려운지, 왜 복잡한지 간접적으로 체득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되었다. 강추 하고 싶은 책이다.
리뷰가 길어지는 걸 극히 삼가하는데, 말도 많아지고 생각도 많아지는 책이었다. 암에 대해 해주고 싶은 말이 너무 많지만 "기회가 되면 꼭 읽어보시라!" 는 말로 끝을 맺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