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행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마지막 3권을 읽으니 이제서야 끄덕끄덕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이해된다고 해서 그들의 범죄를 용서할 수 있다는 건 아니다. 다만, 14년전의 '유키호'가 받은 상처를 함께 가슴 아파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서야 '료지'의 행동도 납득이 간다.

 

열 세살의 어린 소녀였기에 그 상처는 더 치유하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그런 그녀를 위해 '료지'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이자 최악의 선택이었다. 한 인간이 그런 행동을 하기까지에는 반드시라고 할 만큼 이유가 있는거였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싸이코패스가 아닌 이상에는...

 

최초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십여년이 지난 후까지도 그들은 이어지고 있었다. 그들을 연결하고 있는 그 끈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아니, 사랑이었기 때문에 끊어지지 않는 연결고리 였을까?

남자와 여자가 처음 만나 사랑을 시작할때의 공식처럼 열정적인 사랑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열정'보다는 '정'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처럼 어쩌면 습관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놓고 싶어도 놓지 못하는 관계 였을 수 도 있겠다.

 

분명 그들은 연결되어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 유키호가 '료지'를 보며 모르는 사람이라고 냉정하게 말할때의 심정은 헤아리기 어려웠다. 완전 범죄를 위한 연기였겠지만, 냉혹하고 차가운 그녀가 무섭기까지 했다.  분명 료지는 유키호에게 충성했다. 료지에 대한 그녀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그녀의 내면을, 료지의 내면을 알 수가 없기에 독자의 상상력으로만 가늠해 볼 수 밖에 없다. 책을 덮기 전까지 그들의 속마음을 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충족되지는 않았다.

 

'유키호'와 '료지'는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 이면서, 피해자이다. 그들은 그들 인생에서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운채로 살아가고 있다. 되돌릴 수 없는 상처로 고통을 등에 업은 채 살아간다. 하얀밤에만 활동해야 하는 불행한 길을 선택했다.

 

당사자에게 물어 볼 수는 없지만, 다음에 다시 태어난다면 틀림없이 평범한 인생을 원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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