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가 있다 2
중앙일보 어문연구소 우리말 바루기 팀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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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국어 교사이기에, 아이들이 간혹 편지를 보내거나 메일을 보낼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이 바로 이거다. "국어 선생님께 글을 쓰려니, 맞춤법 같은 데 신경이 많이 쓰인다."는 것.

그만큼 국어 교사는 맞춤법 같은 형식적인 틀을 강조한 존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말은 아주 특이한 언어다.
중국 문화권에서 발달한 말이지만, 중국어와 발음, 낱말이 전혀 다르고, 전혀 다른 언어이며,
우리말과 가장 가까운 일본어와도 게르만어(영어, 불어, 독어)에서 보이는 공통점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말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어느 말에도 없는 <맞춤법>이란 것이 있다는 점이다.
<한글 맞춤법>은 1989년 공포되어 지금까지 쓰이고 있는데, 그 규칙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읽은 사람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국어를 가르치는 일에 종사하거나, 그 시험에 대비하는 사람 정도...

이 규칙은 식민지 시대의 국어 <생존>을 위한 투쟁적 의미에서의 <애국심>이 과도하게 묻어있다고 생각한다. 국어를 중흥시킬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국어 교사로서 좀 이상한 발상일는지 몰라도, 한글 맞춤법의 존재와 일반 언중의 <표기> 사이엔 모두에서 쓴 것처럼 <교양있는 사람이 못됨으로서 느끼는 께름칙한 부담감>을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몇 가지로 짚어볼 수 있다.

첫째, 한글 맞춤법은 어렵다.
그 원칙이 <소리나는 대로>와 <어법에 맞게>의 두 가지라서 소리나는 대로 쓰자니 어법이 울고, 어법을 따지자니 소리가 우는 현상에서 필자들은 갈등하는 것이다.
한글 맞춤법 규정 안에서도 <끼어들다>와 <끼여들다>가 혼동되어 쓰인 모습도 볼 수 있다. 웃기는 <자장>이시다.

둘째, 한글 맞춤법은 교육되지 않고 있다.
초등 1,2학년에서 받아쓰기를 통해 철자법을 익히지만, 그 이후로는 체계적인 문법 교육이 점차 사라져가는 추세다. 수능은 이 현상을 심화시키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찍기 시험에 문법은 사족이 되어 버린 현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부록으로 맞춤법을 실어 두었지만, 전국의 어느 선생님이 이 부분을 가르치는지 난 늘 궁금하다.(내가 본 선생님들은 누구도 이 부록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리고, <표준어>에 대한 글은 중학교 교과서에 실려있다. 표준어는 통일과 분리, 우월, 준거의 기능 등이 있다. 표준어란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란 코걸이, 귀걸이 식의 사정(ㅋㅋ 심사해서 정하는 걸 사정이란다. 그냥 정하는 원칙이라 쓰지.) 원칙도 애매모호, 아리까리, 갸우뚱 하게 하지만,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나는 대로 쓰되, 어법에 맞게 씀을 원칙으로 한다는 대원칙을 아는 성인은 별로 없어 보인다.

셋째, 한글 맞춤법이 헷갈릴 때(헛갈릴 때는 틀린 말) 어떻게 할지 가르치지 않는다.
영어 단어를 모르면 어떻게 하는지 누구나 안다. 영어 사전을 찾아 본다. 영어에 맞춤법이란 없다. 영국과 미국은 좀 다르다. 그래도 사는 데 전혀 지장 없다. 지하철이 서브웨이든 언더그라운드든 튜브든 잘만 간다.
영어 단어는 무조건 띄어쓰기 때문에 띄어쓰기에 대한 어려움은 없고, 철자는 사전을 참고하면 된다.
그러나, 우리말은 단어를 무조건 띄어쓰지 않고, 조사나 어미는 붙여 쓰는 어려움이 있고,
영어는 동사가 별로 활용하지 않지만, 국어는 그 활용태가 무한정이다. 참 어렵다.
국어 맞춤법도 어려울 땐, 사전을 참고하도록 적극 가르쳐야 한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집안 가까운 데 국어 사전 비치하시라.
아이들 공부방에, 국어 사전 꼭 필요하다. 국어 못하는 사람, 공부 못한다.

그럼, 한글 맞춤법을 어떻게 해야 자신있게 될까?
많은 학생들이 '논술'에 부딪히면 어법에 맞게 써야 되니까, 자신없는 질문을 한다.
한글 맞춤법 학습에 <정도>는 없다. <왕도>도 없다.
한글 맞춤법을 펴들고 읽을 필요는 더더군다나 없다.(아마 그걸 읽다가는 맞춤법에 혐오감을 느끼게 될는지도 모른다.)

첫째, 국어 사전을 가까이 두고 궁금한 한자어, 뜻이 명확하지 않은 고유어, 철자가 헷갈리는 낱말 등은 열심히 찾아 보고 단어장을 만든다.(학생이라면 꼭 필요한 일)

둘째, 월요일 저녁에 방송하는 '우리말 겨루기'의 우리말 달인 같은 프로그램을 통하여 언어에 대한 관심을 늘 갖는다. 내가 헷갈리는 말은 남도 헷갈린다. 그러나 남이 틀릴 때, 나도 틀려도 좋다는 것 좀 억지아닐까?

셋째, 우리말 겨루기 프로그램에 출전할 예정이라 생각하고, <우리말>과 관련된 책들을 찾아 읽는다.
초등학생 맞춤법과 관련된 책도 서점에 많고, 우리말에 얽힌 다양한 내용들이 요즘은 딱딱하지 않고 말랑말랑하게 책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런 책들을 좀 읽어 줬으면 좋겠다.

넷째, 이건 학생들이나 교사들에게 중요한 것 같다.
문법에 좀 관심을 갖고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 다른 책은 다 버려도, 문법책은 버리지 말았으면...(근디, 교육부에서 나온 문법책 사는 학교가 있기나 한 걸까?)

앞에서 말한대로 우리말은 <한글>이란 뛰어난 표기법을 창제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일시켜 표기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우리말을 버리고 어떤 대안도 있을 수 없음은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다.
한국어를 발전시키고 국민을 단련하는 길만이 한국의 힘을 기르는 유일한 길이다.

그러기에 이 책은 유익하다.
이 책의 장점은 독자가 지루하지 않게 어휘에 대한 설명이 간명하고, 고교 졸업 정도의 학력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두루 쓰는 예문의 선택이 탁월하다.

글쓰기 좋아하는 친구에게 선물해 준다면 좋을 책이다.

내가 아는 어떤 훌륭한 선생님은 국가에서 잘못된 맞춤법을 쓰면, 열심히 고치신다.
<교통사고 많은 곳>을 <교통사고 잦은 곳>으로 고친 곳이 많아졌다.
나부터 작은 관심을 갖는 일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 좀 아쉬운 점,
71쪽의 두 번째 문단, (70-80년의 인생)... 에서 (1970-1980년의 인생)으로 좀 코믹하게 실수를 저질렀다.
그리고 111쪽 예문이 맘에 안 든다.
미국은 이라크전을 안 치렀다(치르지 아니했다). 못 치렀다(치르지 못했다). 같은 문장은 말도 안 되는 글을 예문으로 적어서 국민 의식을 저하시키는 데 기여한 게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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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01-25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흠.. 퍼갑니다. 꾸벅

파란여우 2006-01-25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아녜요 뭐.
약식 논문 내지는 학회 보고서네 뭐...
말은 이렇게해도 퍼갑니다.^^

진주 2006-01-26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문과 나왔다고 말하기가 겁나는 것이 바로 저 맞춤법 때문이지요.
사전을 끼고 살라는 당부는 저랑 똑같네요.
띄어쓰기 헷갈리는 것도 사전만 보면 대부분 해결되지요.
잘 봤습니다.^^

글샘 2006-01-26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콩님.. 한문 선생님도 맞춤법에 대해 부담스러우신 모양이군요. 잘 지내시죠?
여우님.. 오랜만이에요. 리뷰치곤 좀 얄궂게 글을 썼지요? 근데, 한국의 학회들은 저런 글 잘 못쓴답니다. 워낙 폐쇄적이라서...
진주님.. 국문과를 나오셨군요. 맞춤법 무서워하는 것은, 평민들이 <법> 앞에서 공평하게 떠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달팽이 2006-02-04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두고 못봤는데...
쌤 리뷰로 고만 됐군요....

글샘 2006-02-04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아녜요... 이런 책은 수시로 읽어 두어야 맞춤법에 조금이라도 자신감이 생긴답니다.

석란1 2006-05-06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얼마전 무심코 치매를 침해라고 써서 망신 당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도 기죽지 않고 한글을 잘써 볼라고 무척 애쓰고 있답니다. 맞춤법 뿐아니라 띄워쓰기도 정말 어렵습니다.

글샘 2006-05-06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글 맞춤법은 사실 정말 어렵답니다. 한글 학자들은 한글이 제일 쉽다는 착각에 빠져있어서요.ㅠㅠ 반갑습니다.^^

역전만루홈런 2006-07-27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퍼갑니다, 두고두고 볼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