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년 맨부커 롱리스트가 발표되었을 때 사람들의 주목을 끈 책이 두 권 있었다. 범죄소설인 Snap과 그래픽 노블인 Sabrina. 추리/범죄/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기쁜 소식이었으리라. 나 역시도 도서관에서 차례를 기다려서 책을 손에 쥔 순간 어찌나 설레던지...
그런데 책을 덮으면서 딱 한마디만 떠올랐다. "왜?" 아니 이게 왜 롱리스트에 오른거지? 좋은 범죄소설들이 얼마나 많은데... 일단 추리소설이라고 보기에는 많이 부족하며, 캐릭터도 진부하고,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부분이 너무 많다. 여기서부터 스포일러 만땅 있을 것임. 읽은 지 두 달 되었기 때문에 벌써 가물거려서 세세한 부분은 틀릴 수도 있다.
차가 고장 나서 아이 셋을 잠시 차에 두고 도움을 청하러 공중전화에 갔던 엄마가 사라졌다. 엄마는 시체로 발견되고 아빠까지 집을 나가버려(아무리 책이지만 이런 무책임한 부모-여기서는 아빠 너무 싫다) 아이들 셋만 집에 남게 된다. 첫째인 잭은 집에 어른이 없다는 사실을 숨기고 도둑질로 동생들을 부양한다. 그러다가 어느 집에 들어갔는데 장화(?) 속에서 우연히! 엄마를 죽인 칼과 똑같은 칼을 발견하게 된다. 여기서 잠깐. 엄마를 죽인 칼은 경찰이 가지고 있는데 똑같은 칼이 있다고?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범인은 잭의 엄마를 죽인 후 그 칼을 떨어뜨렸는데 나중에 똑같은 칼을 또 산 거다. 근데 그 칼은 특별히 주문해서만 살 수 있는 커스텀 메이드. 네?? 내가 사람을 죽인 후 그 칼과 똑같은 칼을 다시 주문했다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칼인데? 칼에 대해 추적하면 내가 걸려들텐데 왜? 그래 범인이 자기가 절대 잡힐리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랬다고 치자. 그런데 그냥 칼도 아니고 특별 주문해서 사는 칼로 사람을 죽였는데 그럼 그 칼을 발견 한 경찰은 뭐 한거지? 그런 경찰이 몇년 후가 되서야 그 칼을 추적해서 칼 만드는 장인을 찾아내고 장부에 적힌 암호를 풀어서 (그 암호라는게 재주문을 R 이라고 쓴 것임. 아 풀기 어렵기도 하지) 범인을 알아낸다.
자 다시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만약 내가 잭이고 도둑질 하러 어느 집에 들어갔다가 내 엄마를 죽인 칼과 똑같은 칼을 발견 한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할까? 잭은 그냥 경찰에 자수 하면서 알리거나, 전화로 제보를 하거나 등등의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부인의 침대 옆에 칼과 쪽지(너를 죽일 수도 있었어)를 놓으면 여자가 보고 놀라서 경찰에게 연락을 할테고 그러면 경찰이 와서 그 칼을 보고 자기 엄마를 죽인 칼과 같은 것을 알게 되고 조사를 하겠지 이런 계획으로 임신한 범인의 부인 캐서린 침대에 칼과 쪽지를 둔다. 그런데 캐서린은 칼과 쪽지가 있는 것을 보고 놀라지만 그 칼을 서랍 안에 잘 넣어두고 경찰에 전화를 하지 않는다 왜???? 도대체 왜요?? 쪽지만 내 옆에 있어도 기절초풍할 지경인데 쪽지와 칼까지 있는데 왜?? 경찰에 연락을 안하는 거지??? 남편이 맨날 화장실 창문을 닫으라고 했는데 안닫아서 남편한테 뭐라 한소리 들을까봐란다. 그냥 좀도둑이 든게 아니고 칼에 무시무시한 쪽지가 있는데 그것 때문에 경찰에 연락을 안 한다고요??? 계속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행동들을 임신했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넘어간다. 네??? 임신한 경우 나와 아기에 대한 위협에는 더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나??
중간중간 구멍은 물론이고 마지막에 차에서 범인과의 클라이막스 신에서는 정말... 이렇게 어설플 수가... 책의 맨 뒤에 보니 여자 주인공(? 이라기에는 약하지만) 인 캐서린은 경매에서 이겨 이 작가의 다음 번 작품에 이름을 사용하기로 했던 것이라고 한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캐서린이면 너무 화날 거 같다. 이런 바보같은, 말이 안되는 캐릭터가 어디있담.
어떻게 이 책이 롱리스트까지 올라갔는지 그게 책 줄거리보다 더 궁금하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