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프지 않아 - 청소년 테마 소설집 바다로 간 달팽이 1
이병승 외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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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테마 소설이란 표지를 보면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겠구나 란 생각으로 책을 펼쳤다. 이미 오래 전에 지나간 순간들이라 남아있는 기억이 별로 없는 것인지 아니면 테마 속 이야기 들 중 내가 뚜렷하게 속했던 것들이 없어서 그랬던 것인 것 모르겠지만, 6개의 이야기 속 그 어느 것 하나 깊이 생각해 본 기억이 없는 듯 했다. 가벼울 줄만 알았던 이 책의 무게는 실로 그 어느 것보다도 묵직하게 느껴졌다.

왕따에 대한 이 테마를 읽는 동안 나는 공포 소설을 읽는 듯이 한기가 느껴졌다. 소소한 사건으로 시작된 그들만이 이야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분이 명확하게 짙어진다. 스탠포트 대학에서 감행했던 교도소 실험이 고스란히 교실에서 이어지고 있듯, 가해자들의 행위는 점점 더 악랄해지고 폭력에 노출되면 될수록 그들은 더 강도가 높아져야만 만족을 느끼게 되며 그 대상이 어떻게 느끼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 밖의 일이다. 그저 스트레스 해소용인 인간 샌드백일 뿐, 사람이 아니다.

심심치 않게 왕따에 관한 뉴스를 볼 때면 이 소설 속의 이야기가 픽션이 아닌 현실이란 것이 무서워진다.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방관하는 사회 속에서 가해자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처벌한다고 이 문제가 사라질 수 있을까?

 

그저 책 속의 한 줄 글이나 영화의 한 장면으로만 5.18 민주 항쟁에 관해 본 것이 전부다. 그마저도 이미 지나간 일들에 대한 한낱 회상과 같은 찰나의 만남뿐이었다. 직접 겪어 보지 않은 일이기에 나에겐 그저 하나의 에피소드와 같이 쉽게 흘러 보냈다면 오늘의 마지막 수업을 하는 선생님에게는 그 날의 일들이 오늘과도 같이 생생하다.

 그 누구도 가해자가 아니라며 주장이 난무하는 가운데 16세의 어린 아이는 싸늘하게 주검으로 부모의 품으로 돌아온다. 자신의 이름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쓸쓸히 눈 감아 버린 그 친구를 눈 앞에서 보내야만 했던 그는 이제 그 시간을 다시 되돌리려 하고 있다. 친구의 몫까지 대신하여 그날의 광주에 얼마나 많은 희생이 따랐는지 나는 그저 숫자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그 안의 하나하나의 사연들은 퇴색되어 바래지고 있다. 한 작은 소년을, 누군가의 귀한 아들이었고 지금 즈음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을 그 아이를 정치적 목적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 속에 지켜내지 못했던 그 시대가 무한히 한스럽게만 느껴질 뿐이다.

가출하는 아이들을 보며 그 아이들의 행태에 대해서만 비난을 하곤 했었다. 대체 무엇 때문에 그토록 방황을 하는지, 그 결과물만 보고 판단했다면, 이 책을 보면서 그러하게 만든 가정과 사회를 다시 한 번 보게 되었다.

 가족이란 울타리는 아이들에게 그 스스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 속에 가출한 아이들은 문제아로만 비추고 있을 뿐 그들을 위한 공간은 턱 없이 부족하다. 버려진 아기 고양이 마냥 웅크리고 있는 그들에게도 온정 어린 손길이 필요하다. 더 이상 무관심 속에, 그 무관심을 빙자한 어둠의 세계에 혼자 거닐게 둘 수는 없다. 아직도 주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어린 고양이처럼 지금도 그들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마마라고 양어머니를 부르는 인영이의 글을 보며 처음엔 어색했다. 엄마가 아닌 마마, 그녀에겐 그게 당연하겠지만 나에게는 너무 어색해서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마마란 단어가 내겐 생소하듯 그녀에게 한국이란 나라도 그러했을 것이다. 자신이 태어난 곳이라고 들었지만 그 어떤 유대관계도 느낄 수 없는, 아시아의 있는 어느 나라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런 소영이는 독일로 입양이 된 후 처음으로 한국을 오게 된다. 사실 그녀가 이곳에 온 뚜렷한 목적은 없다. 그저 한번 즈음 와봐야 할 거 같은, 그런 묘한 끌림으로 오게 된 것이다.

그녀가 한국을 떠나 좋은 부모님을 만날 수 있어 참으로 다행이다 라고 느꼈다. 5주란 시간 동안 자신을 타국으로 보내야만 했던 우리를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를 다독이며 그녀의 마마에게로 돌아간다. 입양을 보내야만 했던 부모에게도 피치 못한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제 자식을 떠나 보내기로 결정한 그 심정이야 오죽했을까만은 타국으로 보내진 그 아이들에게 남겨진 이 수많은 물음표는 누가 해결해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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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무사 이성계 - 운명을 바꾼 단 하루의 전쟁
서권 지음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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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계하면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떠오른다. 고려 환란의 시국을 정리하고 그 위에 조선을 세운 강인한 모습을 지닌 왕. 내가 알고 있는 그는 이 정도뿐이다. 하지만 이 소설 속에는 화려하고 위엄 있는 태조의 이성계가 아니라 동북 변방을 지키는 마흔여섯의 종 2품 시골무사로, 한 인간으로서의 고뇌하는 이성계가 담겨있다.

 역사 속 황산 대첩은 몇 줄의 이야기로 간략히 요약되겠지만 이 소설 속에서는 긴박한 하루의 전투가 400여 장수 남짓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 안에는 세상 물정 모르는 변방의 늙다리 시골 무장 이성계와 그를 따르는 자들과 그를 배척하려 하는 자, 고려를 빼앗으려는 왜적과 그 땅에서 살고 있는 백성들이 살고 있다.

 우리의 창 끝이 살벌하게 춤을 추어야 한다. 그것만이 아이의 혼백을 달래는 유일한 길이다. 말도 못하는 아이가 얼마나 소리를 질렀을까……” –P25

 아이는 절름거리며 풍등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졌다.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 가지 마. 날 잡아줘” –P318

 남조가 무너져 북조의 무리들에게 수모를 당하느니 차라리 지아비 손에 죽는 게 평안하다. 가족의 관을 짜는 자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P165

 왜구의 승전제의 제물로 불타버린 어린 자식을 품 안에 안고 정신을 놓아버린 박순이와 그녀를 찾기 위해 목숨을 다해 다시 돌아오는 미즈류. 어미를 잃어 버린 아이부터 그런 아이를 자신이 두고 온 자식같이 안쓰럽게 보는 나무토르. 처를 자신의 칼로 베어내고 비석을 가져온 아지발도.

 역사의 한 페이로 장식하기에는 너무 많은 사연이 담겨 있다.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 사이에서 이름 없이 사라져버린 피와 눈물이 온 세상을 덮고 있었으며 역사 속의 하나의 사건으로만 자리 잡고 있던 전쟁은 소설을 통해서 그들이 겪고 있는 아픔과 고통을 고스란히 전해 주었다.

 시작부터 상대가 되지 않는 전쟁이었다. 왜적에 비해 1/10도 되지 않는 이성계의 부대는 반나절 안에 모든 것을 바로 잡아야만 한다. 목숨을 건 3번의 전투를 감행하는 동안 내부의 적과 그를 미덥지 못하는 변안별을 상대로 우군과도 맞서야 하는 이성계는 도망칠 수도 없는 숙명의 하루 안에 갇혀 처연하게 자신의 현실을 토로한다.

 장군 받게. 죽이지 않고 싸울 수는 없는 법이지. 하지만 그대는 너무 어리다. 내 막내아들뻘이나 되는 너를 치기에는 내 칼이 너무 늙었다. 너의 피가 너무 젊은 만큼 나의 죄는 더욱 커지는 것이다. 너를 인()으로 품지 못하는 나는, 그릇이 용렬하구나.”-P 140

 그래, 이 전쟁에서 이성계는 살아 남을 것이다. 조선을 태조가 될 몸이니까. 결론을 알고 있음에도 이 안에 그를 팽개칠 수가 없었다. 내가 알던 그의 모습이 아니기도 했거니와 그 안에는 강인한 듯 살을 날리고 있지만 나약한 그들의 삶이 심장 여기저기에 꽂히기 때문이다.

 저자의 다른 책들을 더 만나보고 싶지만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애석할 뿐이다. 46세의 이성계가 세상을 향해 다시 한 번 나아가려 했던 그 심정을 헤아려 그도 다시금 일어났으면 좋았을 것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그가 남긴 마적을 만나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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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포럼, 자본주의를 버리다 - 포스트 캐피털리즘: 다시 성장이다
매일경제 세계지식포럼 사무국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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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이라 경제란 주제에 국한하여 토론이 진행 되는 줄만 알았는데 공식적인 의제 없이 참가자의 관심 분야에 대해 자유로운 토론이 이뤄지는 총회라고 한다. 민간회의이지만 세계 각국의 총리, 장관, 대기업의 최고 경영자 등이 대거 참가하는 이 총회는 전 세계의 중요 이슈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는 그야말로 알짜배기의 장이다.

 올해 다보스 포럼의 뜨거운 감자는 자본주의의 위기설에 관한 것이었다. 이전에 읽었던 점령하라에서도 자본주의의 폐해로 빈부 격차가 발생 되었으며 상위 1%이 부도덕한 행위로 인한 결과임을 비난 하고 있었는데, 이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2012년 다보스 포럼의 가장 핵심적인 이슈로서 그 동안의 사회적 불평등과 그로 인해 발생 가능한 디스토피아에 대해서 간과했지만 새로운 형태의 체재가 필요함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 그 동안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를 지지해 오던 다보스 포럼의 그간 행보 자체를 뒤집어 엎은 것이라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게 세계 경제를 압박해오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자본주의를 버린다고 외치고는 있으나 그들은 아담 스미스의 자본주의를 다시금 되돌아 보아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아직 국부론을 읽어보지 않은 터라 정확한 비교가 불가했지만 현재의 자본주의와 아담 스미스가 주장한 가장 큰 차이는 윤리적 기반이란 것이다. 무한 경쟁에서 살아 남는 것이 최우선의 목표로 해 왔기에 그 과정에 있어서 공정하게 혹은 윤리적으로 진행이 되었는지는 차후의 문제로 인식하여 옴에 따라 그 결과가 지금의 문제를 키워온 원흉이 된 것이다. 자본주의의 기반에 이러한 온정에 있었다니, 이를 알면서도 지나쳐 온 것일까 아니면 지나친 결과주의에 빠지면서 덮어져 버린 것일까? 여하튼 근본의 시작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식하였으니 현재의 문제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열쇠도 찾은 것이 아닐까 란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으로 가장 많이 본 키워드는 인재의 부재였다. 넘쳐나는 구직자들에 비해 일자리는 턱 없이 부족하여 실업난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에서는 인재가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재에 대한 수요는 있으나 현 노동 시장에서는 충족이 되지 않는 다는 말이 선뜻 이해 가지 않는다. 양질이 아닌 노동력이 너무 많은 시장에 넘쳐 흐르다 보니 가격만 올리고 있다고 하는데, 그들이 말하는 인재는 어떠한 인재를 말하는 것인가? 인재를 향한 전쟁이 지속 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그들이 원하는 인재에 대해서도 함께 일러주면 좋으련만, 이 부분의 누락은 아쉽기만 하다.

책 안에 수 많은 거장들과의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는데 그 중 브리티시 텔레콤의 켈리 CEO과의 만남이 흥미로웠다. 통신사 경쟁이 개방되어 있는 영국에서는 기업 문제에 집중하기 보단 소비자를 중심으로 우선 생각한다고 한다. 이러한 공개 경쟁을 통해 기업뿐 아니라 시장 소비자들에게도 이득이 된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부분에서 우리나라와는 대조되는 것이 한 눈에 들어왔다. 국내 시장 보호를 위해서 아직까지도 공개 경쟁의 문을 열기 꺼려하는 것들을 보면 일부 산업들을 보면 아직까지도 기업을 위한 마인드에 안주하고 있는 모습이 못내 아쉬웠다. 기업이 살아야 국가가 산다고 하지만 그 기업을 선택하는 것을 소비자의 몫이거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세태로 얼마나 그들이 지속 될 수 있을지, 따가운 일침이 아닐 수 없다.

이 밖에도 아시아 시장의 대두, 인구 증가로 인한 식량 문제, 물 부족 문제, 초 연결 사회 등 다양한 주제가 담겨 있다. 수학 공식 마냥 하나의 체제가 반드시 어떠한 결론으로 도출되지 않기에 않기에 모범 답안은 없다지만 최상의 답을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 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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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마음을 훔치는 스토리텔링 전략
한혜원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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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재미있다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다. 단순한 논리로 보이지만 어른의 시각에서 보면 아이들을 열광하게 하는 그 재미의 요소가 뭔가 심심하고 아직 간이 덜 된 음식마냥 밍밍해 보이는 부분도 있다. 텔레토비, 뽀로로 등을 보면서 귀엽다 혹은 아기자기하다 란 생각만 했을 뿐 대체 무엇이 그토록 아이들을 열광하게 하는 가에 대해 궁금해 하던 찰나에 이 책이 그 해답을 명쾌히 설명해 주고 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컨텐츠의 경우 구매소비자와 실질소비자가 상이하기에 각자 다른 목적을 가지고 구매를 원하게 된다. 구매소비자인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에게 교훈이 될 만한, 그 컨텐츠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여 구매를 하고 그것을 실제 사용하는 아이들은 컨텐츠가 흥미로운지 여부만 고려한다. ‘마법 천자문의 경우 어른들의 시각에서는 천자문을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다른 아이들 보다 빨리 접하게 되면서 한문을 익히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면 아이들은 마법이란 신비한 주문에 끌려 구매를 원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어른을 대상으로 하는 책과 비교 시 띠지라는 마케팅 전략이 다르게 진행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른에게 있어 이미 지나와 버린 동심의 세계는 잔상의 조각들의 퍼즐 맞추기나 그러했을 거란 추측만이 가능하다. 현재의 시점에서 어린아이를 위한 노력들은 지극히 어른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있기에 아이들이 원하는 교육 효과를 강조하기에 때론 아이들이 원하는 바를 놓치고 만다. 쿵푸팬더를 함께 관람 후 부모는 아이에게 끊임 없는 노력과 타인과 함께 하는 법 등에 대해 알려주려 하지만 아이는 아직 쿵푸 하는 팬더인 포에게 마음이 뺏겨 다른 것은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아이들은 철저히 스토리에 집중하여 컨텐츠를 판단하기에 그 이면의 교훈이 있는지, 어떠한 의미를 주는 지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그러므로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선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어야 한다.

하지 말라는 것들에 아이들도 더 많은 호기심을 유발 하는 것은 매한가지이다. 그러기에 아이들에게 금기 시 되는 밤이나 주방의 냉장고 등은 더 할 나위 없는 좋은 배경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과 비슷한 캐릭터들의 등장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대변하는 또 다른 나로서 자신을 거리감을 두고 보며 배우게 된다. 특히 유아기의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의 말은 단순히 외계어로만 들릴 뿐이기에 말이 많은 컨텐츠 보다는 넌더벌로 처리 하는 것이 효과적으로 텔레토비로 그들을 말로 이야기를 이어가기 보다는 행동으로 대신하는 것이다.

가장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아이들은 스폰지처럼 흡수력이 뛰어나고 백지장과 같은 스케치북에 새로운 것들을 하나씩 배워나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가지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전에 여성학 강의를 들으면서 동화 속 주인공들은 대게 사람으로 나타나기 보다는 동물을 의인화해서 그리는 경향이 많다고 했다. 예를 들어 여우가 오리새끼를 키우는 내용이었는데, 이를 엄마와 아이가 아닌 여우와 오리로 그린 것은 남녀의 성 역할에 대한 고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지 않기 위함이라고 한다.

사실 아이들의 책에 있어서 그토록 많은 고민을 해보지 않은 터라 보는 내내 이해보다는 새로운 것에 대해 배운 느낌이다. 무조건 책을 권하기 보다는 효율적인 컨텐츠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하며 컨텐츠 안에 재미라는 요소가 빠져버리면 아무리 교육적이라고 해도 아이들에게서 외면 당하는 지름길이라 조언하고 있다. 컨텐츠를 제작하는 사람뿐 아니라 컨텐츠를 구매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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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 2012년 제8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전민식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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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당첨과 같이 한 순간의 인생역전을 꿈꾸는 동안 달달한 미래만을 그려보게 된다. 도랑이 시골집에서 뛰쳐나와 대학을 다니고 도시에서 직장생활 하기를 염원하며 스타벅스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가족이란 지긋지긋한 굴레를 벗어나려 발버둥 쳤을 때, 모든 남자들의 로망이었던 은주를 갖고자 했을 때. 그는 자신이 소망하던 것을 하나씩 이뤄나가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생각만 했을 뿐 그에게 어떠한 시련이나 고난이 올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뒤집혔다. 잘나가던 컨설팅 회사의 전략가로 손꼽히던 그는 사랑이라 믿었던 여자에게 배신을 당하고 만다. 직장도 사회적 명예도 가진 돈마저 모두 빼앗기는 상황에서 그는 은주가 자신을 하나의 도구로 사용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도 그녀를 대신해서 자신이 모든 죄를 뒤집어 쓰고 환상에서 쫓겨나게 된다. 바닥으로 곤두박질한 상황 속에서도 그녀에 대한 순애보는 달라지지 않는다. 드라마에서 한 여자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남자 주인공은 참 멋있게 보이기만 했는데 현실 속의 도랑을 보노라면 씁쓸하기만 했다. 되려 그의 미련함을 질책하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은주를 사랑했던 것인지 은주와 사랑했던 그 시절을 사랑했던 것인지, 지금 당신이 처한 상황 속에서도 그 알량한 사랑 타령만 할 수 있는지. 이것이 남자들이 말하는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인지 묻고 싶었다. 어찌되었건 은주를 통해서 도랑은 현실은 잠시 궤도를 이탈한 것이라 스스로 다독이며 다시금 되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게 한다.

 흘러 버린 시간은 추억만 거둬 간 것이 아니었다. 말랑말랑했던 서글픔과 뜨거웠던 마음 같은 것들, 하루도 보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그리움들. 비 온 뒤의 맑게 핸 하늘 같은 것들, 딱딱하게 굳은 아픔 같은 것들, 달리지 않고는 식히지 못할 열정 같은 것들, 눈곱 낀 개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 같은 것들도 거둬갔다. –P61

 개를 산책시키는 동안 발생한 사고로 인해 그는 또 그 자리를 잃어버린다. 모든 것이 돈으로 일사천리 해결되는 장면에서 인간으로서의 박탈감이 느껴졌다. 모든 가치가 돈으로만 매겨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마치 책정되어 있는 가격표에 의해서만 대우 받게 되는 현실에 불평하면서도 그 제도권 안에 있을 때 안도감을 느끼는 묘한 현상이 책을 통해서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을 때 왠지 모를 불편함이 느껴졌다. 지금 당장의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그는 불판을 닦고 대행업체에서 근근이 생활을 꾸려가게 된다.

 그러던 그에게 다시금 한 줄기 빛을 가져다 준 것이 라마를 산책시키는 일이다. 개를 산책시키는데 최소 대학을 졸업한 원하는 주인들을 아니꼽게 보던 그였지만 궁여지책 속에 동물병원장의 끈질긴 요청으로 이 일을 맡게 된다. 강남의 왠만한 집 값을 호가하는 라마를 맡으면서 그는 자신이 처해져 있는 모습을 다시금 되돌아 보며 비관하기도 하지만 그 대가를 받는 순간 그는 쾌재를 부르며 다시 한번 인생 역전을 꿈꾸게 된다. 이대로라면 그는 재개는 물론 이전보다 훨씬 나은 삶을 보장 받은 셈이었다. 이런 계산이 끝나자 자신이 바닥으로 떨어진 순간 그와 함께 했던 이들을 거리를 두게 된다. 이전에는 나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었던 삼손과 미향은 이제는 더 이상 나와 어울리지 않는, 그저 내가 잠시 알던 사람으로만 치부하는 장면에선 은주와 같은 모습이 보였다. 은주를 그리워하며 품었던 미향도, 하루하루를 연명하기 위한 그에게 휴식처와 같던 삼손도 이제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어느새 힘이 잔뜩 들어간 그를 보면서 풍족한 물질 속에 물들어 가며 변해가는 인간의 본성이 참으로 간사하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노숙자로 전락하여 하루 몸 뉘일 곳을 오매불망 찾아 헤매던 그가 이제는 명품 슈트를 걸치고 우아하게 라마와 산책하며 뭍 여성들의 시선을 즐기는 그는 원래 그러한 사람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누구나 힘을 가지면 이렇게 변하게 마련일까.

 우린 우주의 존재거든. 우리가 죽어 재로 변하지만 우리의 질량은 우주 어딘가에서 다른 뭔가로 다시 나타난다고 생각해. 화장을 해도 마찬가지야. 습기나 다른 원소들로 우리가 생전에 가지고 있던 질량이 그대로 다른 곳에서, 아님 다른 우주에서 태어난다고 생각하거든. 그렇게 다시 태어나는 과정 중에 영혼도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우리가 평소 살면서 가졌던 우리의 생각이나 정신, 각오, 희망, , 슬픔, 절망 그런 걸 질량으로 잴 수는 없잖아. 하지만 난 그 개념들도 난 질량이 있다고 봐. 그 개념들이 영혼으로 환치가 된다고 생각하는 거지.

 어느 날 그는 미향과 몽몽 원장의 오묘한 관계 속에 일그러진 욕망의 현장에서 그는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모래알보다 가볍다 느낀 가족의 존재가 사라지고 나서 그리고 그 이후 들려오는 라마의 실종으로 그의 한줄기 희망은 물거품이 되어 버린다.

한 권의 소설 속에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마냥 웃어 넘기기엔 현실이 고스란히 들어있어 그런지 보고 나서 되려 쌉쌀함이 느껴지는 책이다. 그래, 쓰디 쓴 인생이라 해도 그 안에는 나와 같은 사람이 참 많다. 달아나고 싶지만 그 굴레 안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라 어느새 공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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