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은 항상 배신한다 - FBI 심리학의 첫 번째 충고
메리 엘런 오툴 & 앨리사 보먼 지음, 유지훈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대게 첫 인상은 4초만에 판가름 난다고 한다. 망막에 상이 맺히고 짧다면 짧은 4초라는 시간에 누군가를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지 않을까 싶다 만은 우리는 그 첫인상의 강렬한 메시지를 맹신하곤 한다. 이것이 운명이려니 혹은 저 사람은 위험 할 것이다 라는 식의 판단은 그간 우리가 쌓아 놓은 데이터를 분석하기에는 터무니 없이 부족한 시간이며 그저 육감에 의존할 뿐이다.

 그렇다면 그 육감, 즉 본능으로 사람을 판단한다는 것이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얼마나 믿을 만한 정보인지에 대한 질문에 FBI 프로파일러로 활약한 저자 역시 한 눈에 누군가를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일침을 놓고 있다.

 어릴 적부터 우리는 은연 중 외모로 타인을 판단하는 것에 각인된다. 언제나 천사는 하얀색에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고 있으며 악마는 검고 흉악한 모습니다. 우리가 천사라고 명명하는 그들은 외모가 아닌 그들의 행동이나 마음가짐으로 판단하는 것임에도 외향적으로 그들은 아름다운 형태로 존재하며 그것이 으레 당연하다는 듯이 보편화 되어 있다.

 본능은 외모로 사람을 믿는다. 하지만 외모는 참모습과는 거의 관계가 없다. 사실 위험인불 중에는 외모 관리의 달인도 있는데, 그들은 정장도 맵시 있게 입고 집고 있어 보이게꾸밀 줄 안다.

 사람을 못 믿는 이유도 외모에 있다. 머리가 단정치 못한 사람이 대형사고를 칠 거라는 고정관념도 그 때문에 생긴 것이다. 특히 남과 어울리지 못하고, 비호감에 눈도 수상쩍게 생겼다면 대형 사고를 칠 확을 100퍼센트라고 생각한다. –본문

 일전에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의 여 주인공만 해도 나의 이러한 편견이 고스란히 적용되었다. 창백한 얼굴에 눈썹은 밀어 버린 듯 존재하지 않았고 피어싱과 문신이 가득한 그녀를 보면서 당연히 범죄자로 나오는 인물이겠거니 란 생각으로 화면을 주시했다. 하지만 그녀는 피해자이자 사건을 푸는 열쇠를 찾는 프로파일러이다.  문신, 피어싱, 말이 없고 주변에 지인들도 별로 존재하지 않은 그들은 왠지 정상적이지 않을 것이란 생각으로 본능은 눈에 보이는 대로, 일전에 이미 판단 된 고정된 틀 속에서만 맴돌고 있었다.

 감정의 조작하기가 쉽다. 수작을 부리는 사람은 이를 잘 안다. 그들은 경각심을 늦추고 느긋한 마음을 유도하며 특별한 인연이라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키게 한다. 인상만 잘 관리해주면 된다. 칭찬 일색에 관심을 주는 척하거나 여러분과의 공통점이 다분하다는 것을 믿도록 입을 맞추면 그만이다. 때문에 그들이 사람을 잘도 속이는 것이다. –본문

 처음 만나는 사람과 대화는 나누는 중 나와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면 그 이후론 대화가 쉽게 풀려간다. 쉽게 풀려 나간다는 의미는 처음보단 긴장이 많이 사라진 상태이며 상대방에 대한 경계심도 수그러지게 된다는 의미일 게다. 만약 누군가룰 목표로 하여 범죄를 계획하고 있다면, 그들은 첫 대면에 있어서 좋은 인상을 남기려 할 것이다. 유대 관계를 지속함으로써 더 많은 정보를 얻어 내길 원할 것이고, 혹은 드러내지 않고 지켜 보고 있다고 한다 한들 내가 당신을 주시 하고 있어라는 단서로 보일 만한 것들을 남기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내 주변 이웃과 같이 평범한 차림이 일상적인 모습으로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며, ‘범죄자라는 주홍글씨는 어디에도 남지 않도록 철저히 자신을 가리는 것이 당연지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들의 가면에 집착하고 그것으로 들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읽는 내내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사이코패스에 관한 내용이었다. 심심치 않게 들리는 단어들이 따라 붙는 사건 현장을 따라가다 보면 대체 사람이 어쩜 이렇게 잔인 할 수가 있지? 죄책감 따위는 없는 건가? 사람이 사람에게 이럴 수 있을까? ‘ 라는 온갖 물음표가 그들에게 던져진다.

 남의 마음고생이나 명예 훼손, 경제적 손실 혹은 살인이 사이코패스에게는 코를 푼고 난 뒤 휴지 뭉치를 버릴 때의 기분과 같다. 휴지를 버려서 가슴이 아픈가? 휴지가 쓰레기통으로 마음에 걸리는가? 휴지가 버림받았다는 이유로? 그러진 않을 것이다. 사이코패스에게 피해자는 휴지 조각에 불과하다. , 양심의 가책이나 동점심 따위가 없어 그들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다. –본문

대게 미치거나 정신이상자가 사이코패스라 생각했는데 사이코패스는 결코 미치지 않았다고 한다. ‘사이코가 현실과 허상 사이에서 구분하지 못해 환청 등에 의해 엽기적인 행동을 하긴 하지만 사이코패스의 경우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도중에도 그들은 범죄를 저지른다. 아무런 가책 없이 그들에게 범죄는 삶의 연속선 상의 일과와 같은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는 감정을 다스리고 이성적으로 생각 하는 것에 단련이 되어 있어서 그런 것인지 몇 가지는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아들이 범죄소굴로 들어섰다는 것을 알고서 그의 엄마는 아들을 구하러 간다. 물론 경찰이나 제 3자를 동행하지 않고 그녀 혼자 그 곳에 잠입한 것은 무모하며 이로 인해 위험수준이 중에서 상으로 급격히 상승했지만, 다음의 상황이라면 내가 그토록 이성적으로 행동 할 수 있을까 란 생각이 들었다.

 부모라면 누구나 투오이처럼 모험을 감행했을 것이다. 자녀를 보호하려는 보모의 의지는 어떤 위기도 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에 불이 나면 무작정 들어가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실은 아이가 죽거나 다치는 한이 있더라도 먼발치에서 지켜보는 것이 더 현명하다. –본문

 저자처럼 담담하게 받아 들이는 것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고 오히려 제대로 수습하는 방법일 것이다. 보이싱 피싱의 경우도 대게 가족을 담보로 해서 돈을 요구하긴 하니 말이다. 하지만, 먼발치에서 바라보듯 이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좀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가족 앞에선 이성보단 감성이 우선하게 되니 말이다.  

 또 하나의 아쉬운 점은 위기상황에서 사태를 가라 앉히기 보다는 아예 무시하거나 도피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하는 상황 속에서의 대처 방안이다. 가정폭력, 신변의 위협 등의 상황에서는 이 자체에서 도피하라고 하는 그의 말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 이후의 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등의 내용이 없이 지나쳐 버린 것에 대해선 아쉬웠다. 가정폭력의 경우 피한다고만 해서 사라지진 않을 테니 매번 피하며 살 수는 없지 않을까?

 실제 사건들과 함께 그 안에서 우리가 모르고 넘어갔던 부분들에 대해서 지적하며 알려주는 방식은 꽤나 흥미로웠다. 다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세상을 너무 삭막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란 회의가 들긴 하다. 특히나 일면식이 있는 사람들이 처음 본 사람들에 비해서 범죄가 일어나는 확률이 더 높다는 부분에서 내 주변도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하나 란 생각이 들더라. 그래, 미리 예방하는 차원에서 조심하는 것은 나중에 일이 벌어지고 나서 후회하는 것보다 나을 테니, 너무 쉽게 누군가를 판단하려 들지 말아야겠다. 한 가지 확실하게 배운 것은 첫 인상을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려 들지 말자는 생각은 강하게 각인 되었다는 것이다. 내 앞에 있는 당신이 어떠한 인성을 가지고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기에 우리는 좀 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간은 왜 죄의식으로 고통받는가
캐럴라인 브레이지어 지음, 유자화 옮김 / 알마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다른 동물들에게도 죄의식 이란 것이 존재할까? 먹이 사슬 아래 생존을 위한 잡고 잡히는 관계 속에서 동물들에게 죄의식이란 필요한 것일까? 없다면 왜 인간에게만 이러한 죄의식이 존재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 죄의식이란 당초 어떠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사실 책을 보는 순간 압도되었다. 작은 글씨체부터 시작해서 20페이지 남짓 읽기 시작하면서 생각보다 심도 있는 내용에 버겁기도 하였지만, 조안을 따라가다 보며 어느 새 죄의식에 대한 문제에 대해 점차 다가갈 수 있었다.

 죄를 지으면 벌을 받기에 우리는 죄를 짓지 않으려 노력하며 산다. 하지만 죄의식의 의미에서 보았을 때 이는 아주 일부일 뿐이다. 죄의식이 있기에 자긍심을 느낄 수도 있으나 자기 혼자서만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치심이나 개인적인 의식의 딜레마로 인해 자신에게 되려 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겉으로 보이는 생채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흐려지지만 정신적으로 각인된 흉터는 성숙해가며 경험으로 인지되거나 혹은 인성을 왜곡하게 하는 심리적인 흔적을 남기게 된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어른이 되었을 때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묘사할 수 있도록 색깔과 형상을 담아두는 그림물감통과 같다.-본문

 아이들에게 죄의식이란 스스로 인식하기 보다는 주변에 의해서 만들어진 굴레 속에서 판단 되어진다. 이전 세대들 보다 오늘날의 아이들은 부모 혹은 사회의 더 많은 보호를 받으며 자라고 그로 인해 어른들이 가기 원하는 길로 향하도록 지도 받는다. 아직 미숙한 부분이 있기에 어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러한 지도 속에서는 부모의 염원이 담겨 있기에 또 다른 왜곡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조안은 어린 시절 폐 하치장을 그들의 본거지 삼아 자주 드나들게 되고 그 안에서 남학생들로부터 누드 모델의 제안을 받는다. 누드 모델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를 나이지만 조안은 우연치 않게 얻게 된 플레이보이 잡지를 보고서는 누드를 한 모델과 성행위에 대한 생각들로 인해 호기심이 발동되기는 하나 그는 그것을 뒤로하고 유학을 가게 된다. 이 일이 있고 난 이후 그녀의 삶 속에는 이 어두운 과거가 마치 늪지대 마냥 그녀를 질퍽거리며 잡아당긴다. 마을로 돌아오고 나서도 조안의 마음속에는 그 하치장의 사건들이 자신의 꼬리표처럼 남을까 하는 두려움이 남아있다. 한참이 지난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 속에는 아직도 그날이 지금으로 재생되고 있는 것이다. 웬디를 만나고 나서 그녀는 더 큰 혼란 속에 빠지게 된다. 자신의 대신하여 웬디가 그 자리를 대신 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조안은 자신이 그녀의 삶을 통째로 그 구렁텅이에 떠 넘긴 듯한 자괴감에 빠진다.

 죄의식으로 인한 자신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난이 아닌 그 문제에 대해 즉시 하여 본질을 탐색 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 자신을 아무 감정 없이 들여다 본다는 것이 말처럼 쉽진 않지만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만 자랄 수 있다. 누구나 정상적으로 후회하고 살고 있음에 죄의식을 갖는 것도 보통 인간으로서의 한 가지 영역일 것이다. 그 누구도 죄의식을 없앨 수 없다고 한다. 이러한 어둠을 받아들여야 우리 곁에 또 다른 빛을 느낄 수 있다는 말에 스스로 위로를 해본다. 다만 이러한 죄의식이 타인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여 나의 판단 하에 그를 가두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처럼 행복하라 아이처럼 행복하라
알렉스 김 지음 / 공감의기쁨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표지 속의 아이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말끔하게 정리된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그 영롱한 눈을 보면 그 이외의 것들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 지저분하다고 말하는 것은 내 마음이 이미 때가 탄 증거일 것이다. 작가도 사진을 촬영 한 후 다시 보게 되었다는 아이의 눈 속 그 순수함. 모든 것을 다 담을 수 있을 듯한 촉촉한 눈을 보며 위로를 받는다. 너의 눈을 보며 아직 순수함이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구나. 예쁜 여자아이인줄 알았는데, 남자 아이란다. 네가 누구이든 나는 너를 통해 휴식과 같은 안락을 잠시 느꼈으니 그것만으로 고맙구나.





 땅 마을 사람들은 숨쉬기조차 힘든 해발 3 미터의 척박한 환경. 그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하늘마을 사람들의 삶이 사진에 그대로 담겼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찍은 사진은 내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것입니다. 나는 그들을 촬영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보았을 뿐입니다. –본문

 아이들은 언제나 이방인인 우리에게 환한 웃음을 건네 주었다. 그들에게 아무것도 해준 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그 마음들. 나는 언제라도 누구에게 이러한 편안한 안식과 같은 웃음을 건네 준 적이 있었는지가 궁금해졌다. 과연 한 번이라도 있었을까?



그 아이들에게 그늘이 드리워지는 순간들은 어른들이 만들어 낸 현재의 모습들이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 혹은 이전부터 내려온 관습이란 명목 하에 너와 내가 다름을 끊임없이 구분 지으려 한다. 다르다는 것은 별 문제가 아니다. 그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기에 불필요한 언쟁이나 폭력 등이 난발하게 되며 그 순간의 우리는 내가 해야 할 일을 당연히 하는 것이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아이들의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은 그저 그저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하기만 한 오늘일 뿐이다.


불가천민으로 구분되어 있는 아이는 투명인간과 마찬가지다. 그 누구도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심지어 옷깃이 스치는 것만으로도 매우 끔찍하게 생각한다. 그런 아이에게 일행은 함께 음식을 나눠먹고 손도 잡고 헤드폰을 씌워준다. 놀라운 광경은 아이 스스로도 자신이 불가천민인 것을 인식하고 있기에 일행이 손을 잡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란다는 것이다.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도 다양성의 이해란 이름 하에 지켜져야 한다지만, 이 아이는 대체 무슨 죄로 사람들 사이에서 무존재한 생명으로 평생을 살아야 한단 말인가. 하루의 시간이 지나고 서로 헤어져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자 아이는 철창의 쇠를 붙잡으며 울부짖는다. 언어가 다르지만 이 모든 상황이 이해되는 그 순간, 어느 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

사람이라는 친구를 만나서 너무 기쁘다고.

너를 더 오래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본문

너도 충분히 사랑 받을 자격이 있는 아름다운 사람이란다. 책을 통해 만났지만 할 수만 있다면 이 아이의 손을 꼭 잡아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책 속의 만난 아이들 중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아이는 뭄타즈였다. 강렬한 눈빛으로 기억되었다고 남겨져 있는 이야기의 주인공인 뭄타즈를 길에서 한 번 만나고 다시 이발소에서 만나면서 찍은 사진. 이 아이에 대해 많은 사연이 남겨 있는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책을 덮고 나서도 아른거린다. 아마도 저자와 같이 나도 이 아이의 강렬한 눈빛에 매료된 듯 하다.

나는 어느 곳을 여행하든 사람들과 함께 하기 보다는 될 수 있으면 혼자 있으려 노력을 한다. 사람에 대한 경계심에도 그렇기도 하거니와 불필요한 마찰을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책 속에선 여행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생각해보면 풍경에 대한 그리움이야 실시간으로 검색을 해도 가능할 터이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기억은 누군가를 만나지 못했다면, 내가 마음을 열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그 누구도 내 기억이란 장소에 존재할 시간조차 용납하지 않은 것이다. 순도리, 순도라라는 멋있다, 예쁘다의 네팔어는 이 만남과 헤어짐에 있어 잘 지내냐는 인사가 되고 잘 지내라는 마음을 담아 전달 된다. 사람과 만들어가는 소중한 인연들을 애초에 차단하려고만 급급했던 나의 지난 날의 여행들이 헛되어 보이는 순간이었다.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하늘마을 아이들의 사연을 듣고 무작정 찾아가게 된 그는 제대로 갖춰진 것도 없는 열악한 환경을 보곤 그는 아이들을 도와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알렉스 초등학교’. 부족한 것이 많다고 그는 겸손하게 말하지만 그 누가 쉽게 사연을 듣고 바로 그 곳으로 달려가 줄 수 있을까. 눈 앞에 그 광경이 펼쳐져 있다고 하여 그 누가 별거 아니라는 듯이 아이들을 도울 수 있을까. 란 생각에 내 자신이 무한히 부끄러워졌다. 다 갖추고 나서, 아직은 아니라며 뒤에서만 관망하고 있는 내게 아이들과 그는 모두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우리는 알라신을 믿습니다. 당신이 어떤 종교를 갖고 있는지 모르지만 마을사람 450명이 매일 다섯 번씩 당신을 위해 기도할 것입니다.”

날마다 천사들이 나를 위해 2250번의 기도를 합니다.

나는 정말 행복합니다. –본문

한 장의 사진으로, 한 번의 웃음으로, 한 장의 그림으로. 그들은 이 책을 잡고 있는 내내 내게 위로와 안녕과 행복을 함께 전달해 주었다. 별 다른 도구가 필요 없어도 오롯이 전해지는 그들의 마음이 나를 뜨겁게 해주었다. 책을 다 보고 난 후 꺼뭇하고 덥수룩한 수염이 있는 주인공이 멋있어 보였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동안 그들에게서 배우고 또 나누며 그도 아이와 같은 천진난만해 보였다. 아이처럼 행복하라, 이 주문이 내일의 나에게도 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너희 이름을 다 불러주지 못해 미안하다. 너희 이름을 다 기억하지 못해 미안하다. 너희 사진을 꺼내보고서야 너희를 기억하는 것이 미안하다. 책상을 만들어주지 모해 미안하고 더 많은 선생님을 모셔 오지 못해 미안하다. 너희 손을 더 오래 잡아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더 꼭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너희가 그토록 좋아하는 초코파이를 더 많이 사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내가 부지런하지 못해 너희가 쓰는 말을 배우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 그래서 너희가 그토록 알고 싶어 하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더 말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 너희가 나를 보고 웃어준 만큼 웃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 나에게 행복을 가르쳐준 너희에게 고맙다고 일일이 말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그 미안하고 미안한 마음을 담아 나의 친구들에게 전한다. 아이처럼 행복하다. 하늘처럼 행복하다.- 본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물 파는 아이들 문학의 즐거움 37
린다 수 박 지음, 공경희 옮김 / 개암나무 / 201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전, 빈곤, 가뭄, 기아. 이 안타까운 현실은 왜 하필 아프리카에 집중되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도움이 손길이 절실히 필요한 그들에게 더 고통스러운 나날들이 계속 되는 것인지. 소설이라지만 현실을 오롯이 옮겨 놓은 이 책을 보며 다시금 쓰라림이 전해졌다.

아프리카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면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과 식량 부족으로 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누런 흙탕물이 고여있는 웅덩이에 동물과 사람이 함께 먹고 마시는 장면, 먹을 것이 없어 빈 바닥만 긁고 있는 아이들, 내전으로 인해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절망. 서로를 다독이며 살아도 힘든 그 곳엔 핏빛이 가득한 오늘이 계속 되고 있었다.

니아는 오늘도 물을 길으러 발걸음을 옮긴다. 이 물이 있어야만 가족들이 살 수 있다. 작은 몸집의 그녀는 물통을 가져가는 것도 버겁지만 물을 길어 되돌아 오는 때보다는 수월한 편이다. 발에 상처가 나고 몸이 고되어도 하루도 쉴 수 없는 여정. 니아는 학교에 가거나 다른 일을 하는 것은 꿈꿀 수도 없다. 어제와 같이 오늘도, 내일도 똑같이 물을 길으러 이 길을 왕복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이전에도 몇 번 본적은 있으나 금새 또 잊어버리곤 했다. 가뭄이나 기아를 겪어 본적이 없기에, 나에게 지금 당장 닥친 현실이 아니기에 안타깝다 란 생각만 하곤 지워버리기 때문일 게다. 수돗물을 틀면 언제나 깨끗한 물이 흘러나오고 냉장고를 열어보면 먹을게 있는. 이런 풍족한 생활에 있기에 지구 반대편의 그들의 삶 자체를 이해한다기 보다는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물이 부족하기에 물이 나는 곳을 차지하기 위해 두 부족간의 다툼이 끊이질 않고 그러한 다툼으로 인해서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가족을 잃기도 한다. 아이들은 물을 구하기 위해 매일 이동을 해야 하며, 물을 구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 따위는 없다. 살기 위해 물을 구하러 가지만 그 물로 인해서 또 병에 걸리게 되는 무한 도돌이표 같은 악순환의 고리 속에 엎친대 덮친 격으로 내전까지 발생한다.

이 내전으로 살바는 남수단에서 에티오피아, 케냐 그리고 다시 뉴욕 주 로체스터, 마지막엔 다시 수단으로 오기까지 십 여 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가족을 만나야 한다는 일념 하에 한 걸음 한 걸음을 떼기 시작한 여정 동안 삼촌과 친구, 그리고 가족과 나라를 떠나 보내야만 했다. 그가 미국으로 갈 수 있었던 것은 기적과도 같은 행운이었는지 모른다. 미국에서 제 2의 인생을 시작하고 있으면서 알게 된 친 아버지의 소식. 하지만 그 소식을 듣고도 그는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데 몇 달의 시간이 걸린다. 고국에 돌아가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려 아버지를 만나지만 살바는 집으로 돌아 갈 수 없다. 자신의 가족을 두고 다시 돌아서야 하는 살바는 그는 자신의 나라인 수단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있다.

이름이 뭐니?”

그가 물었다.

니아.”

만나서 반갑다 니다. 내 이름은 살바야.”

그가 말했다. –본문

http://www.waterforsouthsudan.org/

 

깨끗한 물 한 모금에 사람을 살릴 수 있다. 마을의 공동 우물로 아이들에겐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며 더 이상 물로 인한 다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넓은 나라이며 전 세계에서 10번째로 큰 나라인 수단. 그 곳에는 아직도 니아와 살바가 살고 있다. 그들 스스로 해결하기에는 이 고통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크다. 나의 일부가 그들에겐 하나의 생명을 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살바 투드와 같이 한 걸음 한 걸음씩 다가가면 그들과 함께 웃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안내견 공부 중입니다 - 세상의 빛이 되기 위한 예비 안내견들의 성장 일기
하우종 글.사진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2년여 간의 시간 동안 안내견이 되기 위한 이들의 성장 기록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겼다. 퇴근길 종종 마주치는 안내견이 떠오르면서 그 아이의 어린 시절이 궁금해서 읽게 된 이 책을 단숨에 읽어버렸고 읽는 내내 입가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매년4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세계안내견협회(IGDF)가 지정한 세계 안내견의 날입니다. 안내견의 도움으로 세상 밖에 나아갈 힘을 얻는 시각 장애인 등에게 매우 뜻 깊은 날이죠.(중략) ‘세계 안내견의 날은 그 무엇보다도 안내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넓히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입니다. –P5

사실 이러한 날이 지정되어 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안내견 양성을 시작한 지가 20여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하니 아직까지는 안내견에 대한 인식을 조금씩 퍼트리고 있는 단계인 듯 하다.

대부분의 안내견들을 보면 리트리버종인데 이는 종의 특성상 기질과 품성, 사람과의 친화력, 건강 상태 등 많은 부분에서 안내견으로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계 최초의 안내견은 독일 셰퍼드라고 하는데 리트리버종이 현재 안내견의 대표 주자가 된 만큼 셰퍼트에겐 사냥견이 더욱 잘 어울리나 보다. 리트리버 중 가장 대표적인 골든 리트리버와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안내견으로 활약을 펼치고 있으며 이 책에서 만나볼 7마리의 귀여운 꼬마 안내견들은 래브라도 리트리버이다.

안내견을 낳아 번식의 역할을 맡은 종견과 모견은 안내견 활동을 해도 손색없을 만큼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고 한다. 귀여운 7마리 예비견들의 엄마인 카미 역시 안내견의 모종으로서 안내견이 탄생하기 이전부터 수 많은 노력이 동반된다고 한다.






누가 가르쳐 준 적이 없음에도 모성이란 언제나 자식 앞에선 무한히 발휘되는가 보다. 태어난 새끼들의 온 몸을 핥아 체온을 높여주고 배변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엉덩이를 핥으며 도와주고, 정말 어미개가 아니면 할 수 없을 게다.

아직 눈도 못 뜬 7남매는 태어나서는 보통 먹고 자는 것이 일상이란다. 이 귀여운 녀석들이 장차 안내견이 되기 위한 수 많은 교육을 받게 될 아이들이라니. 마냥 귀여워만 보인다.

.태어나서 2주 정도가 되면 눈을 뜨는데 그 때부터 목줄 훈련과 배변 훈련을 시작한다고 한다. 이제 겨우 눈을 뜬 녀석들인데 훗날 안내견이 되었을 때 어색하거나 싫어하지 않도록 미리서부터 준비 하는 것이라고 한다. 강아지계의 조기 교육 같은 모습을 보며, 생각보다 빠른 시기부터 준비를 시작하는 구나 란 생각에 새삼 놀라게 되었다.

어린 7남매가 첫 외출 하는 날. 새로운 것들에 신나서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는 아이들도 있는 반면 낯선 환경이 무서워서 주저앉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시간이 가지고 달래며 슬그머니 첫 발을 떼어 나가는 모습에선 왠지 모르게 안쓰러워 계속 눈길이 갔다. 이 작은 아이가 한 사람의 눈이 되어주고 항상 곁을 지키는 듬직한 아이가 되는 첫 발걸음. 하지만 아직은 너무 작게만 보인다.

퍼피 코트를 두른 아이들의 모습. 안내견으로 성장하기 위해 저는 공부중입니다.”란 빨간 망또 같은 코트를 입고 있다. 과연 이 아이들은 지금 자신이 가는 길을 알고나 있을까? 사진 찍는 동안 기다리며 졸려서 눈을 감는 7남매가 마냥 귀엽게만 보인다.

퍼피워킹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기억해두실 것은 우리 아이들이 어디서든 칭찬받고 사랑받는 훌륭한 품행을 갖춘 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야 한다는 점입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P131

태어난 지 7주가 지나면 강아지들은 1년간 일반 가정에서 함께 생활하게 된다. 이른바 퍼피워킹으로 안내견이 되기 위해 사회성을 기르기 위한 중요한 시간이라고 한다. 난생 처음 자동차도 타보고 마트에도 가보고 에스컬레이터도 경험하게 된다.

안내견은 무조건 똑똑하기만 한 개가 아니라 항상 사람과 함께 걸어가기 위해배려하는 마음을 가진 개라는 것이지요.-P245

그 중에서도 보행 연습을 가장 중요시 한다고 하는데 사람 보다 한 발 앞서서 걸으며 사람과의 발걸음을 맞추며 걷는 것은 안내견으로서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고 한다.

그런데 가끔은 건널목 끝을 가로막고 불법 주차한 차량으로 인해 안내견이 헷갈려하는 경우가 있어요. 차량 운전자들에게 제발 지정된 곳에만 주차해주십사 당부하고 싶어요. 안내견이나 시각장애인이 다니기에 너무 어려운 상황이 많거든요.-P276

개는 색맹이다. 색을 구분할 수 없기에 신호등 앞에서는 시각장애인과 마찬가지로 길을 건너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좌우를 살피고 주변의 차들이나 사람들의 움직임을 보고선 길을 건너야 할지 여부를 판단하기에 계속된 훈련이 필요하다. 그들이 무사히 길을 건널 수 있도록 우리의 작은 배려가 필요한 대목이다.

안내견에 대한 나의 가장 큰 오해는 그들이 너무 힘들고 불쌍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너무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하루 종일 사람을 지키는 임무를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도 힘들 테고 그로 인해 다른 반려견들 보다 수명 또한 짧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철저히 나만의 시각으로 바라본 오해였다.

안내견이 되기 위해 훈련받는 모습을 보며, 안내견은 너무 불쌍하다.”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간혹 있습니다. 하지만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들에게 훈련은 곧 놀이입니다. 훈련견들이 훈련사의 칭찬과 격려를 받으며 비슷한 동작들을 반복하고 또 개선해 나가는 일이란 아주 즐거운 놀이의 하나예요. 혹시 기회가 된다면 훈련견들이 걷고 있는 모습을 살짝 지켜봐주세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걷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거예요. (중략) 많은 관심과 사랑속에서 건강 관리도 잘 받으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오히려 일반 리트리버보다 더 오래 건강하게 사는 경우도 많습니다. 앞으로 이런 오해가 풀려 안내견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가 보다 넓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P284

안내견의 교육을 통해 실제 안내견으로 활동하는 경우는 30%가 채 안 된다고 한다. 시각 장애인들의 눈이 되어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는 안내견을 보며 사람도 저렇게 하기 힘들텐데, 한결같이 시각 장애인들의 곁에 있어주는 안내견들이 참 고맙기도 하고 사람을 대신하여 그런 큰 역할을 하는 것을 보면 때론 미안하기도 하다. 언젠가 길에서 만나게 된다면 또 혹하여 어루만지고 싶겠지만 마음속으로만 깊이 응원만 해야겠다.

너무 고마워, 언제나 든든히 자리를 지켜주고 있어서!

우리나라는 아직 안내견의 존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편이고 몸집이 큰 개가 사람들 사이에서 다닌다는 사실 자체를 언짢아하는 분들도 종종 있습니다. 안내견은 특수한 목적을 수행하는 개라는 사실을 이해해 주시고 굳이 싫어하는 티를 내기 보다는 가볍게 피해서 가셨으면 좋겠습니다.-P27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