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결혼해 주시겠습니까 - 도대체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는 시인의 사랑 편지
최원석 지음 / 에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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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결혼해주시겠습니까. 얼마나 달달하고 결정적인 한 마디인가. 여자라면 한 번쯤은 이 상황 속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을 상상해봤을게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는 그 순간, 그래 나는 그 순간을 평생 꿈꿔왔고 지금고 꿈꾸고 있다.

제목과 표지만으로 나는 그의 이야기에 함께 하고 싶었다. 언젠가 이러한 날이 나에게도 올 것이라는 기대감과 그 시간에 대한 상상 속에 부풀어 책을 펼쳤다.

 누군가의 연애 편지를 읽는 다는 것이 타인의 허락하에 이루워지는, 정당한 것이라는 것에 설레였는지도 모르겠다. 관음이 아닌 당당하게 볼 수 있다는 그 호기심에 한 장 한 장의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사실 처음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점차 신비감이 사라지고 멀어지고 싶은 느낌이었다.

 한 여자를 향한 오롯한 사랑의 이야기는 나에게는 현실과의 괴리감으로 다가왔고, 나의 이야기가 아닌 그들만의 공간 속에 침입한 이방인이 되어버렸다. 그로 인해 나는 그들의 시간 속에 함께 하기 보다는 거리를 두고 배회하는 인공위성 같은 처지가 된 듯 했다. 그들의 아름다운 스토리는 여전히 그들 만의 것이었고 내가 스며드는 부분이 없었다. 내가 이토록이나 차디찬 감성을 가진 것인가 란 고민에도 빠져 보았다만, 글쎄. 결론은 내가 주인공이 아니기에 그리고 내가 공감할 수 있는 교집합의 그늘이 없었기에 라는 씁쓸한 변명만은 남기기만 한다.

 누렇게 변질되어 버린 오래된 편지 속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그들만의 이야기에서 나는 그들의 너무나 한결같은 러브스토리가 진부하게

만 느껴졌다. 한 인간이 아닌 마치 신에게 고하는 고해 성사와 같은 투영한 그의 글을 읽는 동안 감동이라기 보다는 어색하고 불편한 느낌 속에 읽는 동안의 시간이 너무 더디게만 느껴졌다. 

 저와 결혼해주시겠습니까? 미안하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 당신의 청혼에 YES라 당당히 답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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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화가들 사계절 지식소설 4
박석근 지음 / 사계절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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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눈 앞에 아름다운 명화가 있다 한 들 그것을 바라보는 두 눈에 기초적인 지식이 없는 경우 그것은 한 점의 그림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전에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 갔을 때에도 세계 3대 뮤지엄이라는 명소 안에 수 많은 걸작 앞에서 나는 그저 아름답다 혹은 거대하다 등의 생각밖에 갖지 못하였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을 보면서 책에선 느낄 수 없었던 붓 터치감이나 색채가 이러했구나 란 생각뿐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곳에 가기 전에 좀 더 미술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알았더라면 하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밀려들었다.

미술이란 과목에 대해 필기 시험을 보는 날이면 이 그림이 어떤 시대에 탄생되었으며 그 시대의 특성이 어떠하고 대표하는 화가들은 누구이며 등 단순 암기하는 과목일 뿐이었다. 그 속에 흐름이나 왜 이러한 시대가 탄생하게 되었는지, 작가의 의도나 사상에 대해서는 고려되지 않는 부분들이었다. 그래서 인지 시간이 지나게 되면 습자지 마냥 얇게 도포되었던 지식은 순식간에 증발해 버렸으며 언제나 미술이란 것은 내겐 어려운 존재일 뿐이었다.

이 책 속의 철수는 미술을 전공으로 목표하며 대학 입시를 위해 미술 학원을 다니며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진정 미술을 원하는지, 미술이란 게 무엇인지 제대로 인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혼란에 빠져있을 때 수상한 화가들과 시간을 넘나드는 여행을 통해 미술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습득하게 된다. 청소년들을 위한 미술에 관한 지침서와 같은 책이라고 하지만 내 눈높이에도 알맞은 수준이라 오랜 만에 책에 매료되어 본 듯하다.

이집트의 벽화는 이전에도 몇 번 본적이 있다. 그 전반적인 분위기는 익히 알 고 있었지만 그림에 담긴 포즈에 대해서는 별 다른 생각이 없었다. 이집트 화가들은 사람을 그릴 때 앞모습과 옆모습을 결합시켰다고 하는데 특징을 잘 나타낼 수 있는 부분들을 골라서 그린 것으로 한 것이다. 얼굴은 옆모습이지만 눈은 정면을 보고 있는 것으로 그리고 가슴은 앞에서 본 모습, 허리와 발은 옆에서 본 모습으로 실제 이런 자세를 취하기는 불가능 하지만 그 화가들에 있어서는 가장 완벽한 사람을 그린 것이다. 이러한 영향은 그리스의 조각가들에게도 오랜 동안 미치게 되는데 이러한 부자연스러움에서 벗어나 인간의 생동감을 불어 넣은 작품이 폴리틀레이토스의 창을 든 청년이라고 한다.

그리스 신전이나 피라미드. 비너스 상에 반영된 황금 비율이 현대에 와서 밝혀 지는 것들을 보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당시에 이토록 철저한 비율을 적용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작품에 대한 열정을 기반으로 한 끊임없는 실험과 도전정신 덕분이었으리라. 8등신의 법칙이 적용된 밀로의 비너스는 현재 두 팔이 사라진 상태라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편안하면서도 아름다운 비너스가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인고의 시간이 걸렸을까?





노트르담의 꼽추에 관한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그 배경이 되는 성당이 이토록 아름답고 그 안에 수 많은 의미가 담겨 있을 줄은 몰랐다. 아마 실제로 가서 본다고 해도 웅장하고 견고한 장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겠지만 내면에 담긴 알찬 의미들은 지나치고 말았을 것이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성당의 정문에 조각되어 있는 것들이었다. 사실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는다면 하나의 장식으로 눈길 한 번 주고 지나쳤겠지만 수상한 화가에 의해 최후의 심판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맨 위에는 죽은 자를 심판하려는 듯한 예수가 엄숙하게 앉아 있어. 그 아래에는 천사 미카엘에 의해 저울질된 영혼의 무게에 따라 천당 행과 지옥 행이 결정되는 모습이 표현되고 있고, 맨 아래에는 죽은 사람들이 천사들의 트럼펫 소리에 깨어나 관 뚜껑을 열고 일어나 심판대로 향하는 모습이 있지

근데, 왜 입구에 이런 내용을 조각한 건데요?”

이곳을 통해 성당 안으로 들어가는 이는 최후의 심판을 떠올리며 마음가짐을 다지고, 지은 잘못이 없는지 돌아보라는 의미인 거지. 그만큼 이곳은 신성한 공간이니까.” –본문

라오쿤 군상. 이 작품이 기원전에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놀라웠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노여움을 사게 되어 라오콘과 그의 아들을 두 마리의 바다뱀의 공격을 받고 있다.  독뱀에 물려 죽는 순간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을 보며 실감나는 표정을 보며 대리석으로 어찌 이렇게 조각할 수 있었을까 란 경이로움을 느꼈는데 사실 이 작품은 그것보다도 기존의 생각을 깨고 탄생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한다. 미술의 역사에도 기틀 위에 새로이 시도되는 도전 정신이 점차 새로운 장르를 만들고 그러한 도전이 또 다른 역사로 연명되는 것을 보면 현재의 진화가 역사의 주춧돌이 되는구나 란 생각이 든다.

 기존의 생각에 의하면, 신화의 한 장면을 상상해서 그리는 것은 미술의 일이 아니었어요. 현실에 있는 것을 화폭에 옮겼죠. 그러나 <라오콘 군상>은 현실에 없는 것, 즉 신화 속 이야기에 상상력을 더해서 작품을 제작했어요. 뿐만 아니라 인체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전통에도 반기를 들었어요. 인간이 죽음을 맞이하는 끔찍한 순간을 꾸미거나 미화하지 않고, 고통을 생생하게 표현했어요.” –본문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다녀온 절친한 친구가 어느 날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을 보고 온 소감을 들려준 적이 있었다. 시스티나 성당에 들어선 순간 모든 사람들이 천장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있었으며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경이로움에 푹 빠져서 봤다고 했다.높이 14미터, 13미터에 400여명이나 되는 인물이 그려져 있다는 내용을 보면서 그 크기에 압도된 것일까 란 생각을 했었는데 7년이란 시간을 들여 이 작품을 제작한 미켈란젤로의 집념이 오롯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물 하나하나의 표정이며 생동감 있는 모습들, 인간의 욕망을 그림으로 완전하게 표현한 그의 작품을 보며 그는 이 거대한 화폭 안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완성한 것이리란 생각에 존경스럽다 란 마음과 실제 이 작품은 두 눈으로 보고 싶다 란 생각을 간절히 갖게 해주었다.

밀레의 만종은 감자를 수확한 그들의 평화로운 농촌의 모습을 그린 줄만 알았는데 사실은 바구니 안에 있던 것은 감자가 아니라 갓난 아이였다고 한다. 바쁘고 고된 일상 속에 아이를 차마 마저 일터로 데리고 와서 일을 해야 했던 그들의 서글픈 일상이 담겨 있는 것이란다. 그래, 그제서야 이 두 남녀의 뭔가 서글픈 표정이 이해가 되었다. 감자를 수확한 것에 대한 감사와 기쁨이 아닌 자신들의 처지의 비관은 아니지만은 자신의 아이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그 아이도 계속 이러한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그 안타까움이 서려있는 듯 하며 이전에 보았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너무나도 유명한 마네의 풀 밭 위의 점심식사’. 여자만이 누드화로 나타나 있어 이색적이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는 그 당시 시대에 있어서는 커다란 논란이 된 작품이라고 한다. 비단 여자의 누드뿐만 아니라 그 시대를 꼬집는 풍자적인 내용의 작품으로 이 전에는 벌거벗은 여인이 비너스가 아닌 경우 외설로 치부했다고 한다. 비너스의 누드는 아름답고 경건하지만 그 이외의 누드는 외설이라고 보는 시각은 다분히 흑백논리 적인 사고 방식으로 그러한 사고방식에 빠져 있는 관람객들을 향해 벌거벗은 여자는 오묘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금 내가 있는 이 장면이 외설로만 보이는가? 란 질문을 하는 듯이 말이다. 또한 이 그림은 남자 관람객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지 못했는데 그 당시의 중산층 남자들에게도 아내 이외의 애인을 두는 것이 사회 전반적인 흐름이었다고 한다. 자신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그려져 있으니, 그들은 마네의 그림을 지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의 이중생활을 덮기 위해서라도 철저히 마네를 비난하는 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 거란 생각에 미치자 마네의 대범하고도 철저히 분석적인 작품 속 그의 손길이 더욱 매력적으로 보였다.

나는 피카소의 작품을 보면서 그가 유명하고 위대한 작가라는 것을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제대로 그의 작품을 이해한 적은 없는 듯하다. 아비뇽의 처녀들을 보면서도 매혹적이기 보다는 뭔가 조각조각을 내어 다시 이어 붙이기를 한 듯한 느낌에 어색하기만 했었는데 이것은 그가 입체주의로 들어설 것이란 전주곡과 같은 작품이라고 한다. 기존의 틀을 벗어나 원근법도 없고 인간의 이상적인 형태도 사라진 이 작품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원근법이란 하나의 방식만이 아닌 것을 주창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기원전의 이집트의 벽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는 이집트의 벽화 속 모습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변화를 시도하게 되며 이러한 시도는 게르니카라는 작품에서 여실히 들어난다

전쟁의 비참함을 다룬 작품이라고 하지만 그림만 봐서는 꽤나 난해한 부분이 없지 않다. 무차별 폭격에 의해 무너진 마을 안에서 자신의 아이를 울부짖으며 찾는 아이와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몰라 마냥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황소, 놀라 비명을 지르는 사람까지 아수라장이 되어 버린 마을의 풍경 안에서 당시의 고통과 비극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자신이 실제 겪은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피카소는 분노를 가득 담아 이 화폭을 완성하게 된다.

화가는 내면이 눈으로 사실을 보고, 그 느낌을 캔버스에 표현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상의 비극을 나의 비극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감성이죠. 비록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현대 사회에는 그러한 자세가 무척 중요할 거예요.” –본문

뒤샹의 샘이란 작품은 또 한번 미술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을 산산이 깨뜨렸다. 무언가 아름다운 것을 그리거나 만들어 낸다든지 혹은 그 안에 자신의 신념을 담고 새로이 창조해야 하는 것이 예술에 대한 나의 견해였다면 뒤샹은 그러한 생각에 빠져 주변의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이 변기를 통해서 역설하고 있다. 이것이 소변기라는 것을 알기에 그리고 그 쓰임새가 어떠한 것인지를 알고 있기에 이 물건은 아름답다기 보다는 생활하는데 필요한 하나의 물품으로만 인식하고 있었다면 뒤샹은 그 안에서 고정관념을 탈피하면 충분히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물건이라고 주장한다.

이제 예술가는 더 이상 작품을 창조하는 사람이 아니라 선택하는 사람이오. 이미 완벽하게 아름다운 형태를 갖춘 기성품이 있는데 굳이 새로운 작품을 만들 필요가 없지.” –본문

이 한 권의 책으로 인해 내가 미술사를 통달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중세시대에는 어떠했고 르네상스 시대에는 어떠했으며 낭만주의, 인상주의 등의 단어에 발목 잡혀서 알아봐야겠단 시도 조차를 포기하려 했던 비관적인 자세는 벗어날 수 있었다. 고대에서부터 현대로의 시간 동안 이상한 미술가들을 따라 여행하면서 미술에 관한 전반적인 흐름과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알게 되면서 다른 작품들에 대한 관심마저 가지게 되었다.

미술이라는 영역뿐만 아니라 현재의 모든 것들은 이전의 것들에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도전 정신으로 만들어진 결과일 것이다. 미술에 관한 이해를 돕고자 읽게 된 책 한 권이 이 시대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하는 신호탄 같은 역할을 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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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전불패 프레젠테이션 - 어느 자리에서나 예스를 이끌어내는 프레젠테이션 테크닉 77
김미성 지음 / 미르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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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남아공 더반에서 2018년도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발표된 이후 한동안 프레젠테이션의 위력에 빠져있었다. 세 번의 도전 끝에 이룩해 낸 이러한 쾌거는 단연 프레젠테이션의 힘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짧은 시간 내에 청자로 하여금 정보, 기획, 안건 등을 전달하고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행위라 일컫는 것으로 발표와 같은 의미로만 받아들였던 나에게 이 책의 저자는 청자에 대한 화자의 일방적인 소통이 아닌 쌍방의 의사소통임을 직설하고 있다.

 학생 때만해도 프레젠테이션 이라기 보다는 일방적인 발표에 가까운 형식으로 다른 보조수단 필요 없이 로만 설명하는 형태였다. 발표하는 내내 공책이나 책으로 얼굴을 가리고 그저 쓴 것을 읽어 내려가는 방식이었다면 점차 OHP 필름에서 PPT의 형태로 변모하게 되며 혼자만의 독백이 아닌 화자 1인대 다수의 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강의와 같은 형태로 변모하게 되었다.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입장일 경우 발표를 하고 프레젠터가 현재의 내용을 완벽히 숙지 하였는지, 발표를 잘 하고 있는지 여부가 금새 눈에 드러나게 된다. 반대로 내가 발표자의 입장이 되었을 경우 내 스스로 나의 현 모습에 대해 객관적인 판단이 이뤄지기가 어렵게 되고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들 이미 그것은 실패한 프레젠테이션이 되고 만다. 그렇다면 언제나 성공적인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프레젠테이션의 준비 과정에서부터 발표에 이르는 전 과정 속에서 유념해야 할 것들에 대해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발표를 위해서 관객을 분석하는 것부터 실제 발표자의 목소리와 의상까지 세심한 지적을 보며 그 동안 한 번의 발표를 위해 나는 그저 시간을 채우기에만 급급했구나 란 각성의 시간이었다.

 프레젠테이션의 시작하기에 앞서 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에 대해 권고하고 있는데, 이러한 내용 안에는 개요/ 목표,주제 / 설득방법, 논거 / 구조 / 제약 요건 및 시간계획에 대한 전반적으로 클 틀을 잡는 역할을 한다. 매번 주제가 주어지면 그에 맞는 슬라이드를 만드는 작업에만 집중했는데, 이러한 계획서는 작성하는 횟수가 거듭될수록 시간 단축 및 효율적인 방식으로의 접근이 가능하도록 단련을 시켜준다고 한다. 또한 뇌의 구조에 대해 분석함으로써 단기 기억 시스템과 장기기억 시스템에 대한 접근을 통해서 많은 정보를 한 번에 전달하려는 것 보다는 기억이 인식되는 특성으로 말미암아 7개 내외의 정보 전달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조언을 하고 있다.

 단기 기억의 용량은 제한되어 있으므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는 한 번에 7개 이상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도록 구성한다. 한꺼번에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보다 제공한 정보를 반복해 자극을 주고 청중의 경험이나 지식과 인코딩 시켜 장기기억으로 바꾸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본문

 프레젠테이션 하면 화려한 PPT와 전문 용어로 간략하게 작성하는 것. 그것이 나름의 좋은 프레젠테이션이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이는 CEO가 싫어하는 보고서 유형 중 하나란다. 주제와 상관 없는 그래프나 그림으로만 화려하게 도배된 보고서의 유형으로 듣는 사람을 배려하지 않은 약어나 전문 용어의 남발은 발표자 혼자만의 환상을 가지고 쇼를 보여주는 형상이나 마찬가지인 게다.

 비즈니스의 목적으로 이러한 프레젠테이션이 진행 될 경우 그 목적은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냄으로써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메시지는 간략하면서도 슬라이스는 간략하게 하고 이미지 삽입 시 그 모든 것을 포괄 할 수 있는 대표 이미지 하나면 충분하다.

 ‘KISS 법칙 Keep it Short & Simple의 약자로, 프레젠테이션은 짧고 간결하게 핵심만을 말하라는 뜻이다. SimpleStupid로 바꾸어 사용하기도 한다 바보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하라는 의미다. 이를 SES 법칙(Simple. Easy.  Short.)이라고도 한다. 프레젠테이션이 지나치게 화려하고 복잡하면 감동은커녕 역효과를 내기 쉽다. –본문

 실제 프레젠테이션에 들어감에 있어서 발표자가 자기 소개를 하는 방식에서부터 발표자 스스로의 긴장을 풀고 청자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유머를 통한 분위기 전환 방법, 연설대는 자신을 감추기에는 유용한 도구지만 함께 커뮤니케이션을 도모하기에는 불필요한 도구임을 피력하고 있다.

 이전까지 내가 준비해 온 프레젠테이션을 생각해보면 주제 하나에만 집중하여 그것만을 담으려 했다. 그 안에 담을 자료나 그래프 등에만 치중하고 실제 이것을 듣고 내가 이해시켜야 하는 청자들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 본 적이 없다. 실로 나는 나 혼자만의 독백만을 준비해 왔던 것이다 이 책 안에는 프레젠테이션의 대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팁도 제시를 해주고 있고 무료로 템플렛을 얻을 수 있는 사이트 등에 대한 조언도 함께 담겨 있다. 하나의 PPT를 준비하는 동안 이토록 많은 내용을 고려했어야 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지금까지는 놓치고 온 것들이라지만 지금 이 책을 내 손안에 쥐고 있으니 이제부터의 프레젠테이션은 소통을 할 수 있는 그러한 프레젠터가 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생긴다.

 프레젠테이션은 읽기가 아니라 말하기다. 그것도 많은 요소를 통하여 말하기가 돼야 충분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그저 자료를 읽어 주는 Reader가 아니라 준비해온 자료를 주도적으로 전달하는 Leader가 돼야 한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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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트릭 - ‘나’라는 환상, 혹은 속임수를 꿰뚫는 12가지 철학적 질문
줄리언 바지니 지음, 강혜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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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 인간은 자신에 대해 오롯이 알고자 하는 욕망은 언제나 존재 했나 보다. 이토록 오랜 시간에 걸쳐 수 많은 사람들이 그 실체를 찾기 위해 왔다는 사실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되었다.

자아에 대한 나의 견해는 나라는 인물이 실제 존재하고 그 안에 나의 생각과 나의 이상이 담겨 있는 것으로 그 안에 상황에 따른 내가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보고 나선 지극히 얕은 습자지 같은 나의 지식 여과 없이 드러났으며 저자의 문답에 의해서 젠가 게임 속 나무토막과 같이 하나씩 하나씩 빠지면서 와르르 무너졌다가 다시 쌓아 올린 기분이다.

생각해보면 한 번 즈음 들어보거나 생각해 봤던 내용들도 꽤나 많았지만, 현재에 비춰지는 것들이 맞는 것이라 믿었기에 스치듯 넘어가는 것들이 많았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배신감과 같이 나의 신념이 산산이 조각난 것이 성격과 자아에 대한 부분이었다. 으레 성격은 그 사람을 나타내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 사람의 성향을 나타나는 것으로 성격은 그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그것은 그 자신의 자아로도 연관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면 저자는 이러한 생각에 관한 일침을 조목조목 나열하고 있다.

 악명 높은 복종 실험으로 꼽히는 스탠리 밀그램의 전기충격 실험과 스탠퍼드 감옥실험의 사례를 분석하여 성격에 대한 고정관념을 역설하고 있다. 피실험자들이 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실험자들은 괴로워하는 실험자들을 보면서도 93퍼센트의 참가자들은 전압을 최고 수준까지 올리다. 스탠퍼드 감옥실험에서 교도관과 죄수 역할로 나뉜 일반 학생들은 하루하루가 지날 수록 그 역할에 점점 치중한 나머지 가혹한 교도관들의 행태로 인해 실험이 5일만에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들 실험에 대해 익히 들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어떠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변하게 되는 그 하나의 시선에만 고정되어 보고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실험의 결과를 기반으로 하여 그렇기에 성격이라는 것에 의존하여 성격 개념이 자아의 진주와 가장 비슷하다는 함정에 빠지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인간의 존엄성과 성격에 대한 그릇된 통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짐바르도가 점심을 같이 하는 자리에서 말했다. “때문에 우리는 모든 행동이 내면의 동기, 선의, 도덕성, 용기 같은 것에서 나온다고 진정으로 믿고 싶어 하지요.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특정 상황과 사람 때문에 왜곡된 것일 뿐이지 일반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고 싶어 합니다. 나는 아주 간단한 가정에서 시작합니다. ‘사람의 마음은 백지장과도 같으며 상황에 따라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거지요. 실제로 사람들은 가능한 상황이 되면 언제든 무슨 짓이든 합니다. 그것이 남달리 선한 행동일 수도 있고, 유독 악한 행동일 수도 있지요. –본문

이라크의 아부르가이브 교도소에서 일어난 미군 병사들의 학대 행위에 대해 변호인 측 증인으로 섰을 때도 짐바르도는 칩 프레더릭 병장이 모든 혐의에 있어 유죄라는 말로 변론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를 타락시킨 것은 그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었기에 발생했던 사실이 있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꼬집고 있었는데, 사람의 성격이라는 것이며 상황에 의존적이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지조를 지키며 한결같은 것이 아님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이 성격을 어떠하게 만들어 가느냐는 것이다. 시간 혹은 환경의 변화 속에서 자아가 통일성 있게 연결 되기 위해서 작인에 대한 고찰의 필요성에 대해 피력한다. 성격에 있어서 지속성이 발생하는 것은 자아를 만드는데 있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서 결혼 서약을 이러한 예시로 들고 있다.

결혼 서약은 통상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의미가 된다. 이는 단순히 사랑하고 아끼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이런 서약을 지킬수 있게 끔 미래의 내 자아들을 적걱적으로 만들어가겠다는 약속이다. 결혼 서약은 우리가 좋은 배우자가 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라기보다 스스로를 좋은 배우자가 되게끔 만들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본문

 나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나 다움, 즉 자아의 기반이 무엇인가를 찾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한 것들이 아니었다. 자아의 핵심 즉 진주 관점으로 보았을 때 내 안에 진주라고 불릴 만한 자아를 찾기 위해 초반에 저자는 진주를 찾기 위해 육체, , 기억, 영혼 이 네 가지를 하나씩 분석한다.

 자아가 육체에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해 판단을 하기 앞서 성 전환 수술자들의 사례를 열거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성을 바꾸여 여성에서 남성 혹은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뀌고 사회적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젠더의 역할도 바뀌었다. 하지만 그들 안의 자신은 자신들이 바뀌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자아가 자신이 선택 할 수 없었던 육체 안에 갇혀 있었던 것이지 그들이 바뀐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타인의 눈에는 그들은 완벽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지만 자신들이 보는 자신은 바뀌지 않았음에 육체가 자아의 진주는 아닌 것이다. 육체를 매개로 하여 우리는 논리적 사고나 지각을 하여 판단하고 있지만 생각하는 육체이기 때문이다.

말랜드와 갸나미트라는 공연 중간에 악기를 바꾼 연주자와 같다. 이는 그들이 대다수 사람들과 비교해 훨씬 더 큰 정체성의 변화를 경험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런 경험 때문에 그들이 느끼는 과거와 현재 자아 사이의 지속성이 근본적으로 달라지지는 않는 듯하다. 즉 악기가 바뀌어도 곡은 여전히 같은 곡이다. 그들이 현재와 과거의 자아에 얼마나 큰 지속성이 있다고 보는가는 개인의 관점에 따라 다르다. –본문

뇌는 인간의 신체 부위 중 가장 복잡하고도 섬세한 부분이다. 이러한 믿음 때문에 나는 뇌에서는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하나의 부분이 있을 것이고 그것이 자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수 많은 신경 세포들이 모여 이 모든 것에 명령을 내리고 진두 지휘하는 그 존재에 대한 막연한 믿음이 신경과학에서 뇌를 보는 관점에서 송두리째 부서져버렸다. 결론적으로 뇌뇌 모든 것이 하나로 통합 되는 중심은 없다고 한다. 즉 주제어장치를 하는 뇌 영역으로 자아의 진주를 찾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뇌라는 한 부분에 자아의 진실을 규명하기에는 너무 취약했다. 사고로 인해 쇠막대기가 대뇌 전두엽을 관통하여 두개골 위쪽을 뚫고 나온 사고를 당한 게이지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근무를 계속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변하였다. 막무가내에 무례하고 변덕스러우며 참을성이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 것이다. 즉 그라는 존재가 쇠막대기 하나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심각한 머리 부상을 입은 남자 환자였어요. (중략) 부상으로 환자의 기질도 변했엉요. 환자는 끔찍할 정도로 성질을 부리곤 했습니다. 제가 갔을 때도 그랬지요. 나중에 제가 환자의 아내에게 물었어요. ‘이런 상황을 어떻게 견디십니다? 어떻게 대처하세요? 성질을 부리는 일이 아주 잦았으니까요. 부인이 말하더군요. ‘글쎄요, 성질을 부릴 때 저는 스스로에게 이 사람은 진짜 제프가 아니라고 되뇌곤 해요. 저렇게 성질을 부리는 사람은 제프가 아니라고요하지만 그가 제프가 아니라면 그녀는 왜 그와 함께 있는 것일까요? 보살피고 함께하는 헌신적인 태도는 또 무엇일까요? 무슨 까닭으로 그렇게 하는 것일까요? 어떤 의미에선 그가 정말로 제프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건 결국 비현실적인 믿음일 뿐이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제프와 관련된 본질적인 제프다움이 있다는 비 현실적인 믿음 말입니다. 하지만 그게 뭔지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고 허망하게 부서져버리지요.” –본문

기억와 자아의 부분에서는 치매 환자를 통해서 그 관계를 바라보게 된다. 치매라는 병은 그 자신에게 있어 현재의 시간부터 과거까지 자신이 존재와 주변인들을 갉아먹어버리는 병이다. 내가 존재하지 않는 과거 속에서 실제 나는 현재 존재하고 있음에 기억의 끈을 통해서 자아를 찾을 수 있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또한 기억이란 지금이란 시점에서 과거로 돌아가 재구성되어 표출 되는 것으로 그 형태는 달라질 수 있기에 기억에만 의존하여 나를 찾을 경우 현재의 내가 존재하지 않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도 갈 수 있다.

학창 시절 과일서리를 했다는 이유로 매를 맞고, 처음 참가한 전투에서 공을 세우고, 나이가 들어 장군이 된 용감한 장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또한 전투에서 공을 세웠을 때 그는 학교에서 매를 맞았던 일을 의식하고 있었고, 장국이 되었을 때 첫 전투에서 공을 세운 일을 의식하고 있었지만 과일서리로 매를 맞았던 일은 까맣게 잊어버렸다고 가정해보자. 누가 들어도 그럴 법한 개연성이 있는 이야기다.

이상의 가정은 다음과 같은 결론으로 이어진다. 로크 선생의 이론대로라면, 학교에서 매를 맞은 그는 첫 전투에서 공을 세운 사람과 동일인이고, 첫 전투에서 공을 세운 그는 장군이 된 사람과 동일인이다. 논리학의 기본 이론이 맞다면, 우리는 이상의 명제에서 다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끌어낼 수 있다. 장군은 학교에서 매질을 당한 소년과 동일인이다. 하지만 장국의 의식은 매질을 당한 과거 시점까지 미치지 못한다. 그러므로 로크 선생의 이론에 따르면 그는 학교에서 매를 맞은 사람이 아니다. 따라서 장군은 학교에서 매를 맞은 사람과 동일인이면서 동시에 동일인이 아니다. – 본문

1장의 자아란 무엇인가를 넘어 2장의 자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까지는 속도가 나질 않는다. 부재 별로 예시가 있어 단순한 이론보다는 와 닿는 부분이 많다고는 하지만 철학에서부터 과학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 걸쳐있는 내용들이 집성되어 있다 보니 한 번에 명쾌히 이해하기 힘들다 보니 재차 반복해서 읽고 곱씹어보는데 시간이 걸린 셈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이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다중 자아에 대한 오해 또한 풀리게 되었고 사후의 관점에서 본 자아 또한 꽤나 흥미로웠다. 윤회를 통한 전생과 현재 그리고 미래의 나의 자아가 어떠한 연결고리가 있는지에 대한 탐구는 한 번 즈음 호기심을 가졌던 부분에 대한 답을 주고 있었다.

자아가 무엇이다, 어디에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초점보다는 자아가 무엇이든 간에 나라는 존재의 실체는 항상 참이란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단 하나의 답이 아니라 여러 형태의 전제가 기반이 되어 나라는 나라는 자아가 형성되는 만큼 앞으로의 내가 어떠한 자아를 만들어 가는가 하는 방향과 노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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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마르크스 - 그의 생애와 시대
이사야 벌린 지음, 안규남 옮김 / 미다스북스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공산주의의 신봉, 칼 마르크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이 정도 뿐이었다.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현재의 이 땅에서 굳이 내가 공산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그를 알아야만 하는 의문에 그저 그에 대한 이름과 대략적인 이론들만 알고 있어 선택한 책이었다. 평전을 처음 접해보기도 하거니와 그의 생애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그의 사상을 이해하고자 했으나 생각보다 내용은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보통 이틀에 한 권을 읽는 편이었는데, 이 책을 다 읽는 대는 3주의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읽으면서도 제대로 이해를 하고 있는 것인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 오곤 했는데, 지금 내가 속해 있는 것이 아니기에 몰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그 안일한 생각 하나는 철저히 버릴 수 있게 해주는 책이었다.

 나는 그가 공산주의 운동에 선봉에 서서 활달한 활동을 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가 남기고 간 자리에 이토록 강력한 영향을 남긴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제 그는 대중적인 인물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은 마르크스의 생애 동안이기 보다는 공상주의 운동의 명성 혹은 악명이 높아지면서 더불어 알려진 것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마르크스는 이상이 아니라 역사에 근거해서 현존 질서를 비판했다. 그가 현존 질서를 비판한 이유는 그 질서가 정의롭지 않다거나 당장에 어떤 불행을 초래하기 때문이 아니었고 현존 질서가 인간의 사악함이나 어리석음에서 비롯되었기 때문도 아니었다. 그는 현존 질서가 인간을 억압하고 불구로 만들 수 밖에 없도록 강요하는 사회발전법칙의 결과물이며, 특정한 역사 단계에서 하나의 계급이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다른 계급의 재산을 빼앗고 착취하는 데 이용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본문

이러한 인식으로 그는 신화의 환상에 매료되는 것에 대해 지양하는 견해를 보인다. 신화 속의 물질적인 환경이란 배경을 배제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객관적인 진리인 듯 믿게 한다 생각하기에 당대 민주주의 이론가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현 시대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기득권이 있는 계급은 이를 버리고서 떠오르는 계급층, 즉 사회의 진보적인 입장에서 손을 잡고 함께 하는 것이 이상적인 사람들의 생각이라 믿었기에 그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인 노동자들의 측면에서 대변하게 된다. 즉 자본가들인 부르주아 계급은 낮은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두 계급간의 대립이 심화되며 기득권 계층인 자본가들은 그 소유에 집착을 버려야 하는 것으로 한 쪽으로 쏠려 있는 부의 비대칭 현상으로 인해서 자본주의의 생산관계는 붕괴될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붕괴를 피하고 상하관계로의 나뉘어 진 계급간의 문제를 없애기 위해 프롤레타리아들이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는 그의 사상은 유토피아를 꿈꾸는 노동자들의 시각에 있어서는 매우 매력적인 것이었으리라.

서양 철학사 중에서도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해지는 칼 마르크스의 이러한 이론은 궁극적으로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것들로 보인다. 90년대 동구권의 몰락으로 인해 그의 사상은 위대하지만 실현가능성이 없는 것들로 판단되어 짐에 따라 그의 사상을 제대로 만나볼 기회들이 없었다. 이미 실패한 이론과 현재 내가 속해 있는 이론과는 대립되는 것이기에 거부하거나 차단하기 보다는 한 번쯤은 제대로 알아봐야 하는 내용이라 생각된다. 비록 그가 살았던 시대의 배경과 현재의 시대가 다르기는 하지만 국가나 대기업에 대한 그의 관점들은 내게 새로운 시각을 확보하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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