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프지 않아 - 청소년 테마 소설집 바다로 간 달팽이 1
이병승 외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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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테마 소설이란 표지를 보면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겠구나 란 생각으로 책을 펼쳤다. 이미 오래 전에 지나간 순간들이라 남아있는 기억이 별로 없는 것인지 아니면 테마 속 이야기 들 중 내가 뚜렷하게 속했던 것들이 없어서 그랬던 것인 것 모르겠지만, 6개의 이야기 속 그 어느 것 하나 깊이 생각해 본 기억이 없는 듯 했다. 가벼울 줄만 알았던 이 책의 무게는 실로 그 어느 것보다도 묵직하게 느껴졌다.

왕따에 대한 이 테마를 읽는 동안 나는 공포 소설을 읽는 듯이 한기가 느껴졌다. 소소한 사건으로 시작된 그들만이 이야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분이 명확하게 짙어진다. 스탠포트 대학에서 감행했던 교도소 실험이 고스란히 교실에서 이어지고 있듯, 가해자들의 행위는 점점 더 악랄해지고 폭력에 노출되면 될수록 그들은 더 강도가 높아져야만 만족을 느끼게 되며 그 대상이 어떻게 느끼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 밖의 일이다. 그저 스트레스 해소용인 인간 샌드백일 뿐, 사람이 아니다.

심심치 않게 왕따에 관한 뉴스를 볼 때면 이 소설 속의 이야기가 픽션이 아닌 현실이란 것이 무서워진다.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방관하는 사회 속에서 가해자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처벌한다고 이 문제가 사라질 수 있을까?

 

그저 책 속의 한 줄 글이나 영화의 한 장면으로만 5.18 민주 항쟁에 관해 본 것이 전부다. 그마저도 이미 지나간 일들에 대한 한낱 회상과 같은 찰나의 만남뿐이었다. 직접 겪어 보지 않은 일이기에 나에겐 그저 하나의 에피소드와 같이 쉽게 흘러 보냈다면 오늘의 마지막 수업을 하는 선생님에게는 그 날의 일들이 오늘과도 같이 생생하다.

 그 누구도 가해자가 아니라며 주장이 난무하는 가운데 16세의 어린 아이는 싸늘하게 주검으로 부모의 품으로 돌아온다. 자신의 이름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쓸쓸히 눈 감아 버린 그 친구를 눈 앞에서 보내야만 했던 그는 이제 그 시간을 다시 되돌리려 하고 있다. 친구의 몫까지 대신하여 그날의 광주에 얼마나 많은 희생이 따랐는지 나는 그저 숫자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그 안의 하나하나의 사연들은 퇴색되어 바래지고 있다. 한 작은 소년을, 누군가의 귀한 아들이었고 지금 즈음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을 그 아이를 정치적 목적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 속에 지켜내지 못했던 그 시대가 무한히 한스럽게만 느껴질 뿐이다.

가출하는 아이들을 보며 그 아이들의 행태에 대해서만 비난을 하곤 했었다. 대체 무엇 때문에 그토록 방황을 하는지, 그 결과물만 보고 판단했다면, 이 책을 보면서 그러하게 만든 가정과 사회를 다시 한 번 보게 되었다.

 가족이란 울타리는 아이들에게 그 스스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 속에 가출한 아이들은 문제아로만 비추고 있을 뿐 그들을 위한 공간은 턱 없이 부족하다. 버려진 아기 고양이 마냥 웅크리고 있는 그들에게도 온정 어린 손길이 필요하다. 더 이상 무관심 속에, 그 무관심을 빙자한 어둠의 세계에 혼자 거닐게 둘 수는 없다. 아직도 주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어린 고양이처럼 지금도 그들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마마라고 양어머니를 부르는 인영이의 글을 보며 처음엔 어색했다. 엄마가 아닌 마마, 그녀에겐 그게 당연하겠지만 나에게는 너무 어색해서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마마란 단어가 내겐 생소하듯 그녀에게 한국이란 나라도 그러했을 것이다. 자신이 태어난 곳이라고 들었지만 그 어떤 유대관계도 느낄 수 없는, 아시아의 있는 어느 나라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런 소영이는 독일로 입양이 된 후 처음으로 한국을 오게 된다. 사실 그녀가 이곳에 온 뚜렷한 목적은 없다. 그저 한번 즈음 와봐야 할 거 같은, 그런 묘한 끌림으로 오게 된 것이다.

그녀가 한국을 떠나 좋은 부모님을 만날 수 있어 참으로 다행이다 라고 느꼈다. 5주란 시간 동안 자신을 타국으로 보내야만 했던 우리를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를 다독이며 그녀의 마마에게로 돌아간다. 입양을 보내야만 했던 부모에게도 피치 못한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제 자식을 떠나 보내기로 결정한 그 심정이야 오죽했을까만은 타국으로 보내진 그 아이들에게 남겨진 이 수많은 물음표는 누가 해결해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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