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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처럼 행복하라 ㅣ 아이처럼 행복하라
알렉스 김 지음 / 공감의기쁨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표지 속의 아이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말끔하게 정리된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그 영롱한 눈을 보면 그 이외의 것들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 지저분하다고 말하는 것은 내 마음이 이미 때가 탄 증거일 것이다. 작가도 사진을 촬영 한 후 다시 보게 되었다는 아이의 눈 속 그 순수함. 모든 것을 다 담을 수 있을 듯한 촉촉한 눈을 보며 위로를 받는다. 너의 눈을 보며 아직 순수함이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구나. 예쁜 여자아이인줄 알았는데, 남자 아이란다. 네가 누구이든 나는 너를 통해 휴식과 같은 안락을 잠시 느꼈으니 그것만으로 고맙구나.



땅 마을 사람들은 숨쉬기조차 힘든 해발 3 미터의 척박한 환경. 그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하늘마을 사람들의 삶이 사진에 그대로 담겼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찍은 사진은 내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것입니다. 나는 그들을 촬영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보았을 뿐입니다. –본문
아이들은 언제나 이방인인 우리에게 환한 웃음을 건네 주었다. 그들에게 아무것도 해준 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그 마음들. 나는 언제라도 누구에게 이러한 편안한 안식과 같은 웃음을 건네 준 적이 있었는지가 궁금해졌다. 과연 한 번이라도 있었을까?


그 아이들에게 그늘이 드리워지는 순간들은 어른들이 만들어 낸 현재의 모습들이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 혹은 이전부터 내려온 관습이란 명목 하에 너와 내가 다름을 끊임없이 구분 지으려 한다. 다르다는 것은 별 문제가 아니다. 그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기에 불필요한 언쟁이나 폭력 등이 난발하게 되며 그 순간의 우리는 ‘내가 해야 할 일을 당연히 하는 것이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아이들의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은 그저 그저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하기만 한 오늘일 뿐이다.

불가천민으로 구분되어 있는 아이는 투명인간과 마찬가지다. 그 누구도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심지어 옷깃이 스치는 것만으로도 매우 끔찍하게 생각한다. 그런 아이에게 일행은 함께 음식을 나눠먹고 손도 잡고 헤드폰을 씌워준다. 놀라운 광경은 아이 스스로도 자신이 불가천민인 것을 인식하고 있기에 일행이 손을 잡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란다는 것이다.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도 다양성의 이해란 이름 하에 지켜져야 한다지만, 이 아이는 대체 무슨 죄로 사람들 사이에서 무존재한 생명으로 평생을 살아야 한단 말인가. 하루의 시간이 지나고 서로 헤어져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자 아이는 철창의 쇠를 붙잡으며 울부짖는다. 언어가 다르지만 이 모든 상황이 이해되는 그 순간, 어느 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
사람이라는 친구를 만나서 너무 기쁘다고.
“너를 더 오래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본문
너도 충분히 사랑 받을 자격이 있는 아름다운 사람이란다. 책을 통해 만났지만 할 수만 있다면 이 아이의 손을 꼭 잡아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책 속의 만난 아이들 중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아이는 뭄타즈였다. 강렬한 눈빛으로 기억되었다고 남겨져 있는 이야기의 주인공인 뭄타즈를 길에서 한 번 만나고 다시 이발소에서 만나면서 찍은 사진. 이 아이에 대해 많은 사연이 남겨 있는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책을 덮고 나서도 아른거린다. 아마도 저자와 같이 나도 이 아이의 강렬한 눈빛에 매료된 듯 하다.

나는 어느 곳을 여행하든 사람들과 함께 하기 보다는 될 수 있으면 혼자 있으려 노력을 한다. 사람에 대한 경계심에도 그렇기도 하거니와 불필요한 마찰을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책 속에선 여행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생각해보면 풍경에 대한 그리움이야 실시간으로 검색을 해도 가능할 터이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기억은 누군가를 만나지 못했다면, 내가 마음을 열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그 누구도 내 기억이란 장소에 존재할 시간조차 용납하지 않은 것이다. 순도리, 순도라라는 멋있다, 예쁘다의 네팔어는 이 만남과 헤어짐에 있어 잘 지내냐는 인사가 되고 잘 지내라는 마음을 담아 전달 된다. 사람과 만들어가는 소중한 인연들을 애초에 차단하려고만 급급했던 나의 지난 날의 여행들이 헛되어 보이는 순간이었다.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하늘마을 아이들의 사연을 듣고 무작정 찾아가게 된 그는 제대로 갖춰진 것도 없는 열악한 환경을 보곤 그는 아이들을 도와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알렉스 초등학교’. 부족한 것이 많다고 그는 겸손하게 말하지만 그 누가 쉽게 사연을 듣고 바로 그 곳으로 달려가 줄 수 있을까. 눈 앞에 그 광경이 펼쳐져 있다고 하여 그 누가 별거 아니라는 듯이 아이들을 도울 수 있을까. 란 생각에 내 자신이 무한히 부끄러워졌다. 다 갖추고 나서, 아직은 아니라며 뒤에서만 관망하고 있는 내게 아이들과 그는 모두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우리는 알라신을 믿습니다. 당신이 어떤 종교를 갖고 있는지 모르지만 마을사람 450명이 매일 다섯 번씩 당신을 위해 기도할 것입니다.”
날마다 천사들이 나를 위해 2250번의 기도를 합니다.
나는 정말 행복합니다. –본문
한 장의 사진으로, 한 번의 웃음으로, 한 장의 그림으로. 그들은 이 책을 잡고 있는 내내 내게 위로와 안녕과 행복을 함께 전달해 주었다. 별 다른 도구가 필요 없어도 오롯이 전해지는 그들의 마음이 나를 뜨겁게 해주었다. 책을 다 보고 난 후 꺼뭇하고 덥수룩한 수염이 있는 주인공이 멋있어 보였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동안 그들에게서 배우고 또 나누며 그도 아이와 같은 천진난만해 보였다. 아이처럼 행복하라, 이 주문이 내일의 나에게도 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너희 이름을 다 불러주지 못해 미안하다. 너희 이름을 다 기억하지 못해 미안하다. 너희 사진을 꺼내보고서야 너희를 기억하는 것이 미안하다. 책상을 만들어주지 모해 미안하고 더 많은 선생님을 모셔 오지 못해 미안하다. 너희 손을 더 오래 잡아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더 꼭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너희가 그토록 좋아하는 초코파이를 더 많이 사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내가 부지런하지 못해 너희가 쓰는 말을 배우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 그래서 너희가 그토록 알고 싶어 하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더 말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 너희가 나를 보고 웃어준 만큼 웃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 나에게 행복을 가르쳐준 너희에게 고맙다고 일일이 말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그 미안하고 미안한 마음을 담아 나의 친구들에게 전한다. 아이처럼 행복하다. 하늘처럼 행복하다.- 본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