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죄의식으로 고통받는가
캐럴라인 브레이지어 지음, 유자화 옮김 / 알마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다른 동물들에게도 죄의식 이란 것이 존재할까? 먹이 사슬 아래 생존을 위한 잡고 잡히는 관계 속에서 동물들에게 죄의식이란 필요한 것일까? 없다면 왜 인간에게만 이러한 죄의식이 존재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 죄의식이란 당초 어떠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사실 책을 보는 순간 압도되었다. 작은 글씨체부터 시작해서 20페이지 남짓 읽기 시작하면서 생각보다 심도 있는 내용에 버겁기도 하였지만, 조안을 따라가다 보며 어느 새 죄의식에 대한 문제에 대해 점차 다가갈 수 있었다.

 죄를 지으면 벌을 받기에 우리는 죄를 짓지 않으려 노력하며 산다. 하지만 죄의식의 의미에서 보았을 때 이는 아주 일부일 뿐이다. 죄의식이 있기에 자긍심을 느낄 수도 있으나 자기 혼자서만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치심이나 개인적인 의식의 딜레마로 인해 자신에게 되려 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겉으로 보이는 생채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흐려지지만 정신적으로 각인된 흉터는 성숙해가며 경험으로 인지되거나 혹은 인성을 왜곡하게 하는 심리적인 흔적을 남기게 된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어른이 되었을 때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묘사할 수 있도록 색깔과 형상을 담아두는 그림물감통과 같다.-본문

 아이들에게 죄의식이란 스스로 인식하기 보다는 주변에 의해서 만들어진 굴레 속에서 판단 되어진다. 이전 세대들 보다 오늘날의 아이들은 부모 혹은 사회의 더 많은 보호를 받으며 자라고 그로 인해 어른들이 가기 원하는 길로 향하도록 지도 받는다. 아직 미숙한 부분이 있기에 어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러한 지도 속에서는 부모의 염원이 담겨 있기에 또 다른 왜곡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조안은 어린 시절 폐 하치장을 그들의 본거지 삼아 자주 드나들게 되고 그 안에서 남학생들로부터 누드 모델의 제안을 받는다. 누드 모델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를 나이지만 조안은 우연치 않게 얻게 된 플레이보이 잡지를 보고서는 누드를 한 모델과 성행위에 대한 생각들로 인해 호기심이 발동되기는 하나 그는 그것을 뒤로하고 유학을 가게 된다. 이 일이 있고 난 이후 그녀의 삶 속에는 이 어두운 과거가 마치 늪지대 마냥 그녀를 질퍽거리며 잡아당긴다. 마을로 돌아오고 나서도 조안의 마음속에는 그 하치장의 사건들이 자신의 꼬리표처럼 남을까 하는 두려움이 남아있다. 한참이 지난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 속에는 아직도 그날이 지금으로 재생되고 있는 것이다. 웬디를 만나고 나서 그녀는 더 큰 혼란 속에 빠지게 된다. 자신의 대신하여 웬디가 그 자리를 대신 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조안은 자신이 그녀의 삶을 통째로 그 구렁텅이에 떠 넘긴 듯한 자괴감에 빠진다.

 죄의식으로 인한 자신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난이 아닌 그 문제에 대해 즉시 하여 본질을 탐색 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 자신을 아무 감정 없이 들여다 본다는 것이 말처럼 쉽진 않지만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만 자랄 수 있다. 누구나 정상적으로 후회하고 살고 있음에 죄의식을 갖는 것도 보통 인간으로서의 한 가지 영역일 것이다. 그 누구도 죄의식을 없앨 수 없다고 한다. 이러한 어둠을 받아들여야 우리 곁에 또 다른 빛을 느낄 수 있다는 말에 스스로 위로를 해본다. 다만 이러한 죄의식이 타인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여 나의 판단 하에 그를 가두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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