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내견 공부 중입니다 - 세상의 빛이 되기 위한 예비 안내견들의 성장 일기
하우종 글.사진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2년여 간의 시간 동안 안내견이 되기 위한 이들의 성장 기록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겼다. 퇴근길 종종 마주치는 안내견이 떠오르면서 그 아이의 어린 시절이 궁금해서 읽게 된 이 책을 단숨에 읽어버렸고 읽는 내내 입가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매년4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세계안내견협회(IGDF)가 지정한 세계 안내견의 날입니다. 안내견의 도움으로 세상 밖에 나아갈 힘을 얻는 시각 장애인 등에게 매우 뜻 깊은 날이죠.(중략) ‘세계 안내견의 날은 그 무엇보다도 안내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넓히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입니다. –P5

사실 이러한 날이 지정되어 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안내견 양성을 시작한 지가 20여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하니 아직까지는 안내견에 대한 인식을 조금씩 퍼트리고 있는 단계인 듯 하다.

대부분의 안내견들을 보면 리트리버종인데 이는 종의 특성상 기질과 품성, 사람과의 친화력, 건강 상태 등 많은 부분에서 안내견으로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계 최초의 안내견은 독일 셰퍼드라고 하는데 리트리버종이 현재 안내견의 대표 주자가 된 만큼 셰퍼트에겐 사냥견이 더욱 잘 어울리나 보다. 리트리버 중 가장 대표적인 골든 리트리버와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안내견으로 활약을 펼치고 있으며 이 책에서 만나볼 7마리의 귀여운 꼬마 안내견들은 래브라도 리트리버이다.

안내견을 낳아 번식의 역할을 맡은 종견과 모견은 안내견 활동을 해도 손색없을 만큼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고 한다. 귀여운 7마리 예비견들의 엄마인 카미 역시 안내견의 모종으로서 안내견이 탄생하기 이전부터 수 많은 노력이 동반된다고 한다.






누가 가르쳐 준 적이 없음에도 모성이란 언제나 자식 앞에선 무한히 발휘되는가 보다. 태어난 새끼들의 온 몸을 핥아 체온을 높여주고 배변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엉덩이를 핥으며 도와주고, 정말 어미개가 아니면 할 수 없을 게다.

아직 눈도 못 뜬 7남매는 태어나서는 보통 먹고 자는 것이 일상이란다. 이 귀여운 녀석들이 장차 안내견이 되기 위한 수 많은 교육을 받게 될 아이들이라니. 마냥 귀여워만 보인다.

.태어나서 2주 정도가 되면 눈을 뜨는데 그 때부터 목줄 훈련과 배변 훈련을 시작한다고 한다. 이제 겨우 눈을 뜬 녀석들인데 훗날 안내견이 되었을 때 어색하거나 싫어하지 않도록 미리서부터 준비 하는 것이라고 한다. 강아지계의 조기 교육 같은 모습을 보며, 생각보다 빠른 시기부터 준비를 시작하는 구나 란 생각에 새삼 놀라게 되었다.

어린 7남매가 첫 외출 하는 날. 새로운 것들에 신나서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는 아이들도 있는 반면 낯선 환경이 무서워서 주저앉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시간이 가지고 달래며 슬그머니 첫 발을 떼어 나가는 모습에선 왠지 모르게 안쓰러워 계속 눈길이 갔다. 이 작은 아이가 한 사람의 눈이 되어주고 항상 곁을 지키는 듬직한 아이가 되는 첫 발걸음. 하지만 아직은 너무 작게만 보인다.

퍼피 코트를 두른 아이들의 모습. 안내견으로 성장하기 위해 저는 공부중입니다.”란 빨간 망또 같은 코트를 입고 있다. 과연 이 아이들은 지금 자신이 가는 길을 알고나 있을까? 사진 찍는 동안 기다리며 졸려서 눈을 감는 7남매가 마냥 귀엽게만 보인다.

퍼피워킹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기억해두실 것은 우리 아이들이 어디서든 칭찬받고 사랑받는 훌륭한 품행을 갖춘 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야 한다는 점입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P131

태어난 지 7주가 지나면 강아지들은 1년간 일반 가정에서 함께 생활하게 된다. 이른바 퍼피워킹으로 안내견이 되기 위해 사회성을 기르기 위한 중요한 시간이라고 한다. 난생 처음 자동차도 타보고 마트에도 가보고 에스컬레이터도 경험하게 된다.

안내견은 무조건 똑똑하기만 한 개가 아니라 항상 사람과 함께 걸어가기 위해배려하는 마음을 가진 개라는 것이지요.-P245

그 중에서도 보행 연습을 가장 중요시 한다고 하는데 사람 보다 한 발 앞서서 걸으며 사람과의 발걸음을 맞추며 걷는 것은 안내견으로서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고 한다.

그런데 가끔은 건널목 끝을 가로막고 불법 주차한 차량으로 인해 안내견이 헷갈려하는 경우가 있어요. 차량 운전자들에게 제발 지정된 곳에만 주차해주십사 당부하고 싶어요. 안내견이나 시각장애인이 다니기에 너무 어려운 상황이 많거든요.-P276

개는 색맹이다. 색을 구분할 수 없기에 신호등 앞에서는 시각장애인과 마찬가지로 길을 건너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좌우를 살피고 주변의 차들이나 사람들의 움직임을 보고선 길을 건너야 할지 여부를 판단하기에 계속된 훈련이 필요하다. 그들이 무사히 길을 건널 수 있도록 우리의 작은 배려가 필요한 대목이다.

안내견에 대한 나의 가장 큰 오해는 그들이 너무 힘들고 불쌍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너무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하루 종일 사람을 지키는 임무를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도 힘들 테고 그로 인해 다른 반려견들 보다 수명 또한 짧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철저히 나만의 시각으로 바라본 오해였다.

안내견이 되기 위해 훈련받는 모습을 보며, 안내견은 너무 불쌍하다.”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간혹 있습니다. 하지만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들에게 훈련은 곧 놀이입니다. 훈련견들이 훈련사의 칭찬과 격려를 받으며 비슷한 동작들을 반복하고 또 개선해 나가는 일이란 아주 즐거운 놀이의 하나예요. 혹시 기회가 된다면 훈련견들이 걷고 있는 모습을 살짝 지켜봐주세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걷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거예요. (중략) 많은 관심과 사랑속에서 건강 관리도 잘 받으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오히려 일반 리트리버보다 더 오래 건강하게 사는 경우도 많습니다. 앞으로 이런 오해가 풀려 안내견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가 보다 넓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P284

안내견의 교육을 통해 실제 안내견으로 활동하는 경우는 30%가 채 안 된다고 한다. 시각 장애인들의 눈이 되어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는 안내견을 보며 사람도 저렇게 하기 힘들텐데, 한결같이 시각 장애인들의 곁에 있어주는 안내견들이 참 고맙기도 하고 사람을 대신하여 그런 큰 역할을 하는 것을 보면 때론 미안하기도 하다. 언젠가 길에서 만나게 된다면 또 혹하여 어루만지고 싶겠지만 마음속으로만 깊이 응원만 해야겠다.

너무 고마워, 언제나 든든히 자리를 지켜주고 있어서!

우리나라는 아직 안내견의 존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편이고 몸집이 큰 개가 사람들 사이에서 다닌다는 사실 자체를 언짢아하는 분들도 종종 있습니다. 안내견은 특수한 목적을 수행하는 개라는 사실을 이해해 주시고 굳이 싫어하는 티를 내기 보다는 가볍게 피해서 가셨으면 좋겠습니다.-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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