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을 바라보시는 우리 엄마.

환갑때는 막내와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오실 만큼 씩씩했던 엄마.

두고두고 그때 여행을 곱씹으시는 엄마.

나라와 장소는 엉켜있지만 스위스는 한 번 더 가봤으면 좋겠다는 엄마.

그런 엄마가 아프다.


큰 병이 아닐거라 믿으면서도 결과를 기다리는 마음이 무겁고.

어느새 우리 엄마가 이렇게 나이들고 병들고 아픈가 싶어 새삼 서럽다.

엄마는 인생의 대부분을 한 남자의 아내로, 다섯 딸의 엄마로 살았다.

한 명의 인간으로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는 개인으로 산 적이 거의 없다.


나이 든 딸은 이제라도 엄마에게 해주고 싶은 것들을 생각해보는데

나이 든 엄마는 체력이 받쳐줄까 걱정하고 함께 하고 싶은 욕망 때문에 슬프다.


지금도 나는 엄마 생각을 하고, 엄마 얘기를 하면 눈물이 난다.

엄마의 남은 인생이 조금은 더 행복하고 유쾌했으면, 무엇보다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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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12-05-30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여 쾌차하시고 따님과 손잡고 스위스에서 요들송을 부르실 날을 기원합니다.

rosa 2012-05-30 17:0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스위스는 모르겠지만..
이번 여름에 방콕에서 희희낙낙하실 수 있음 좋겠습니다.

마노아 2012-05-30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꼭 쾌차하셔서 스위스도 가보시고 방콕도 다녀오시고 그렇게 오래오래 알콩달콩한 시간 보냈으면 해요. rosa님도 힘내셔요!!

rosa 2012-05-30 18:4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대수롭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은데 예전같지 않은 엄마를 보면 괜히 걱정이 됩니다. 스위스는 돈 좀 많이 모아서 댕겨오고~ ^^;;
엄마가 얼른 괜찮아지셔서 여행다닐 수 있을 만큼 튼튼해지시면 좋겠습니다.
유럽 배낭 여행 앞두고는 한달 동안 등산하시면서 몸 만드셨답니다, 울 엄마가.^^

기억의집 2012-05-30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빨리 쾌차 하리라 기원합니다. 기운내세요.

rosa 2012-05-30 18:4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서재 이웃분들의 염려 덕분에 가뿐하게 이 계절을 무사통과했으면 좋겠습니다.
나이가 드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 같은데
아프시지 않고 건강하셨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제 후배의 딸에게 생긴 일에 아파하고 염려해주신 서재 이웃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많은 분들의 염려 덕분인지, 이번에 새로 전학간 학교에서 너무 멋진 선생님을 만나 아이는 무척 행복해하며 생활하고 있다고 합니다.


------------


후배는 말한다.


선생님이 한 마디 했다고 부르르 학교를 옮겼으니 요즘 젊은 엄마들 무섭다, 교권의 실추다, 할 만하다고. 그러나 못난 엄마가 되어 벼랑 끝에 몰린 딸의 아픔을 보듬을 수 밖에 없었다고.


“선생님이 궁극엔 널 ‘사랑’해서, 너 잘 되라고 따끔하게 혼내신 거야. 그러니 가서 잘못했다고 빌어야지 정말 학교를 나오면 어떡해. 학교를 안 가고 뭘 배우며(?) 어떻게 세상을 살 거야!” 

이렇게 말하지 못했단다. 

엄마로서 또 한때 교사의 길을 준비했던 사람으로서, 그 역시 욕을 하며 학창시절을 지나왔으면서도 여전한 학교현실과 학교 변화를 위해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던 사람으로서 양심의 가책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전학 간 첫날 새로 만난 선생님은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가 교실과 자리를 가르쳐주셨고, 마이쮸 하나를 선물로 주셨다. 아이는 집으로 오는 길에 춤을 췄단다. 담임 선생님은 급식 먹는 속도가 느린 몇몇 아이들을 아무 말 없이 함께 앉아있다 다 먹으면 같이 데리고 나오셨고, 반 전체를 꾸중할 때가 아니면 일대일로 아이에게 존댓말을 쓰신단다.


그리고 후배의 딸은 기적적으로 변했다고 한다.

늦잠을 자고 싶어도 학교에 가고 싶어 스스로 일어나고, 혼자 잘할 수 있다며 덩치에 비해 턱없이 큰 책가방을 메고 혼자 등굣길을 걸어가고, 그토록 먹기 싫다던 급식이 맛있어서 다 먹고, 거부감 없이 숙제를 한 뒤 준비물을 챙긴다고.


아이의 달라진 표정을 보며 후배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다. 백 마디 훈계 전에 기다려주고, 손 잡아주고, 너를 사랑하고 믿는다, 눈빛으로 확신시켜주었다면, 아이는 이미 스스로 이렇듯 자라났을 텐데....라면서.


세상 모든 아이들이 사랑받고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기를,

그리고 그런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나부터 어른된 책임을 제대로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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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2-05-25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봐요... 8살 짜리도 저걸 다 아는데... 어른들이 죄가 많습니다. ㅠㅜ
제가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ㅎㅎ

rosa 2012-05-25 14:52   좋아요 0 | URL
저두 너무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아이들은 정말 직감적으로 아는 것 같습니다.
이 선생님이 자기를 사랑하는지 아닌지를...
지난번에 심리치료 말씀하셔서 저도 후배도 걱정을 하고 있었어요.
다행히 아이가 사랑받으면서 쉽게(?) 극복해낸 것 같아서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래도 잘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요.

카스피 2012-05-25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아이는 사랑으로 감싸야 되나 봅니다.정말 좋은 선생님을 만나 다행이네요^^

rosa 2012-05-25 16:12   좋아요 0 | URL
정말 그런가 봅니다.^^ 고맙습니다.
 

저와 친한 후배의 딸 이야기입니다.

5월 21일.
쉬는 시간, 아이들은 물장난을 하기로 결의(?)했고
후배의 딸이 작은 용기 가득 물을 담아 교실로 가져갔습니다.
남자 아이 둘이 그 물을 갖고 장난치다가 교실에 흘렸고
담임선생님은 화가 나 두 아이를 때렸습니다.

'누가 물을 가져왔는지' 물었지만
두 아이 모두 대답하지 않았고
선생님이 계속 머리를 때리자 
마침내 두 아이는 자신들은 물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대답합니다.
화가 난 선생님이 반아이들을 향해 '누가 물을 가져왔는지 대답하라'고 합니다.
...
마침내 아이들이 **이가 물을 가져왔다고 대답했습니다.
선생님은 무척 화가 나 아이에게 묻습니다, 왜 아까 물었을 때 손 들고 대답하지 않았는지.
아이는 짝꿍이 말을 시켜 손을 들지 않았다고 대답합니다.
선생님은 다시 아이에게 묻습니다.
여러 번 물었는데 왜 내가 가져왔다고 대답하지 않았냐고 묻습니다.
아이는 손가락이 아파서 손을 못 들었다고 대답합니다.

담임선생님은 아이에게 
"**이는 거짓말장이다. 앞으로 나는 너를 거짓말장이라고 부르겠다. 가방 싸서 당장 나가라. 다시는 학교 오지 마라."

**이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네." 하고 가방을 싸서 학교를 나왔답니다.


21일 오후,

담임선생님은 집으로 전화를 합니다.

"**이를 바꿔주세요."

엄마가 아이를 부르며 담임선생님이 전화했다고 하자

아이는 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걸어잠그고 전화를 받고 싶지 않다고 대답합니다.

담임선생님께 사실을 설명하고 전화를 바꿔줄 수 없다고 얘기하자

잔뜩 굳어진 목소리로 계속 '전화를 바꾸라'고 얘기합니다.


22일 아침,

절대로 학교에 가지 않겠다, 선생님이 학교에 다시는 오지 마라 했다, 앞으로 거짓말장이라고 부르겠다고 했다...며 학교가기를 거부하는 딸 아이를 달래 겨우 학교로 데리고 갑니다.

담임선생님은 아이를 보자마자 후배에게 말합니다.

"**이가 또 거짓말했지요? 어제 일이 어떻게 된 거냐면...."

하며 설명하다 '내 교육철학에 비추어 조금도 잘못한 게 없다. 거짓말만 하고 애가 못쓰겠다. 아이를 그렇게 키우다간 큰일나겠다'며 오히려 후배를 염려하는 체 합니다.


학교에 온 자신과 딸을 보자마자 같은 반 아이들은

담임선생님이 **이를 거짓말장이라고 했다, 학교 오지 마라고 했다며 이르고

그동안 딸이 했던 이야기들 - 아이들을 때린다, 하루 종일 애니메이션만 틀어준다, 선생님이 너무 무섭다..-이 생각나고......


화가 난 선생님이 무서워 차마 자기가 물을 들고 왔다고 자백하지 못한 것 때문에

졸지에 거짓말장이가 되고 학교에서 쫓겨난 딸.

학교에 다시는 오지 마라며 가방 싸서 나가라고 한 선생님.

자신은 떳떳할 뿐 아니라 아무 잘못도 없다는 선생님을 보고 아연실색해서는

알겠다..고 하며 딸아이를 전학시키기로 했다고 합니다.




겨우 여덟살,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의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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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사님의 글을 읽고
    from 퀸의 정원 2012-05-24 12:31 
    로사님의 글을 읽고 갑자기 제 생각이 나서 글을 쓰네요.제 초등 3~4학년떄 이야기 입니다.아마 무슨일떄문인지 반 전체가 책상위로 올라가 무릎끓고 벌을 받은 기억이 납니다.근데 워낙 힘이들다보니 저도 모르게 피식 피식 웃음이 나더군요.그래 웃지마라고 주의를 주셨고 저도 웃지않으려고 했지만 너무 괴로워신지 웃음이 그치질 않았습니다.근데 그 모습을 본 담임 선생님은 아마 자신을 비웃는 것이라고 오해하셨던지 자꾸 웃을거면 가방을 싸서 집에 가라고 하시더군요.
 
 
글샘 2012-05-24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를 '단독자'로 이해할 줄 아는 선생님... 그런 선생님을 가르쳐야 하는데...
어떤 교사는 아이들을 '일반화'시켜서 '무서운 아이들'로 생각하는 거 같아요. ㅠㅜ

전학시키는 게 낫겠네요.
언어 폭력도, 특히나 어린 아이에겐 얼마나 무서운 폭력인데...
저 아이... 상담이라도 좀 받아야 할 거 같에요. ㅜㅠ

rosa 2012-05-24 11:28   좋아요 0 | URL
이제 겨우 초등학교 1학년인데 한 학기도 마치지 못하고 친한 친구들과 헤어져 전학가야 하는 상황이 기가 막힙니다.
아이가 받은 정신적 충격 때문에 엄마 걱정이 큽니다.
후배는 **이를 믿는다. 엄마는 늘 너를 사랑한다. 하루종일 얘기해줬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다른 학교 가게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한다고 합니다. ^^;
선생님의 조언, 전해 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nada 2012-05-24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조카를 통해 경험한 건데
아이의 말과 선생님의 말이 다를 때,
선생님은 아이들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말할 수도 있다고 자주 그러시더군요.
아이 말을 우선적으로 믿어줘야 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선생님들이 하도 그러시니,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상당히 헷갈리더라구요.
양육하는 사람이 현명하게 판단해야 할 문제겠지요.
그렇지만 진실을 밝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떤 경우에도 아이 맘이 다치지 않게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로사님 후배 아이의 경우에는 선생님이 정말 너무하셨네요.
그래도 아이 엄마가 현명하고 따뜻한 분 같아서 다행입니다.
제 어린 시절에도 학교(와 선생님)는 악몽이었어요.ㅠㅠ




rosa 2012-05-25 11:40   좋아요 0 | URL
아이 엄마는 아이의 말이나 선생님의 말이 거의 차이가 없었대요.
교실에 물을 가지고 와서 혼나는 것도 뭐 이해할 수 있는 일이구요.
다만, 선생님의 태도와 언어폭력이 문제였고. 교실로 다시 돌아간다고 한들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기 어렵겠다는 것이 결국 전학을 결심하게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교육청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펌프질 하고 있습니다.
남은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구요.

사실 저도 초등학교 1학년이 악몽이었는데요.(6핛년때도, 고등학교 1학년때도.. ^^;;)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 담임선생님은 이해할 수가 없답니다.
그분의 이름도 절.대.로. 잊지 못하지요.
잊고 싶었으나 잊히지 않는.. 제게 너무 큰 상처를 주신 분입니다.

1학기초, 컨닝이 뭔지도 모르는 저에게 컨닝했다며 교단에 물을 끼얹고는 무릎꿇고 손들고 벌서게 하셨지요. 선생님 말은 무조건 옳은 거라 생각해서였는지, 선생님의 몽둥이가 무서워서였는지 컨닝이 뭔지 물어보지도 못하고 바보처럼 눈물 뚝뚝 흘리며 벌을 섰답니다.
1학기말, 성적표를 받아보신 부모님이 충격을 받으셨어요.
음악,미술,체육 3과목이 우가 나왔거든요. 제 시험지를 모두 모아 철해놓으셨던 아버지는 그걸 들고 함께 학교에 가자 하셨지요. 선생님께 시험지를 펼쳐 보이시며, 90점 이하가 하나도 없다, 대부분 100점 만점이다, 왜 우가 3개나 되냐 따지셨지요.
담임 선생님이 너무 태연하게 이러시더군요. rosa는 체육도 못하고 그림도 못그리고 노래도 못한다고. 아버지가 기막혀 하시며 반 대표 릴레이 선수가 체육을 못한다는게 말이 되냐? 했더니 어쨌거나 샘 기준에 저는 수를 줄 수 없는 성적이라는군요. 그렇다면 할 수 없지요, 하시며 제 아버지는 저도 내팽겨치고(엥?) 훠이훠이 걸어가셨습니다.
2학기말 성적표에는 체육은 수, 음악과 미술은 여전히 '우'였습니다.

눈치채셨겠지요? 우리반에서 제일 잘 살던 아이들이 전과목 수를 받았다는 사실을.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아시겠지요?^^;;

감은빛 2012-05-24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올해 학부형이 된, 그러니까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 완전 공감하게 됩니다.
저희 아이의 선생님은 나이도 무척 많으시고(정년퇴임이 몇 해 남지않은)
엄한 분이시더군요.
가끔 아이들에게 손을 댄다고 하고(체벌) 언어사용도 무척 우려스럽습니다.
아이가 아침 등교길에 선생님이 무섭다고 학교 가기 싫다고 운 적도 있습니다.
아직 전학을 고민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선생님을 한번 잘못 만나면 1년동안 방법이 없단 생각에 무척 절망스러운 상황입니다.

rosa 2012-05-25 11:39   좋아요 0 | URL
제가 듣기로, 초등학교마다 1학년 담임을 맡기 위해 공공연한 로비가 벌어지고 경쟁(?)이 치열하다고 합니다. 이런 얘기 들을 때마다 정말 씁쓸하고 화가나요.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대신 손쉽게 매로 다스리려는 것 또한 절대로 용인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1학년이 선생님을 무서워해서 학교가는 걸 싫어하게 만드는 현실, 정말 끔찍스러워요.
전학가는 것도 끔찍하지만 그거보다 더 나쁜 건 그 교실에서 1년 내내 고생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ㅡㅡ;;
 

잘 찍는 사진 보다 함부로 찍지 않는 사진을 먼저 얘기하는 사람.

달팽이 사진골방을 운영하는, 전 한겨레신문 사진기자 임종진씨가 지난 10년 동안 찍은 사진들을 모아 '천만 개의 사람꽃'이란 제목으로 사진전을 엽니다.

이번 사진전은 부산민주공원 잡은펼쳐보임방(기획전시실)에서 5월 12일(토)부터 6월 3일(일)까지 열립니다. 가족들과 학생들과 함께 찾아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보도자료에 수록되었던 사진 몇 점을 살짝 올려두고 갑니다.
사진전에서 뵐께요.^^

천만 개의 사람꽃

반띠에이뿌리웁 학교 / 달팽이사진관 / 작은 우주, 어린이



반티에이뿌리웁 학교

내일 아침이면 정든 학교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 이름 아침 졸업식을 치른 학생들이 마지막 하루인 오늘, 팀을 나누어 체육대회를 열었습니다. 이어달리기 마지막 주자가 바통을 대신 하는 붉은 꽃을 입에 물고 마악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는 중입니다. 꽃바통을 놓치면 큰일이지요. 그래서 주자들 모두 입을 앙 다물고 달려갑니다. 2011. 12. 반티에이뿌리웁. 캄보디아


처음 학교에 입학하던 날, 소피아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내내 말이 없었습니다. 친구들과도 조용히 대화를 나눌 뿐 언제나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수업을 듣기만 했었지요. 이후 1년 과정의 재봉 교육을 모두 마친 소피아는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원낙 솜씨가 좋은 탓에 학교의 재봉프로덕션에 취직도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소피아 스스로 원래 가지고 있는 밝은 얼굴을 되찾은 것이기도 하지요. 2011. 1. 반티에이뿌리웁. 캄보디아


달팽이 사진관

하루 2백여 대의 트럭이 매립장에 쓰레기를 풀어놓습니다. 도시에서 버려진 온갖 쓰레기들을 종류별로 분류해서 나누어 정리하는 것이 이들의 몫입니다. 혹시나 되팔아도 될만한 물건이 있으면 먼저 챙기는 것이 임자인 탓에 나름 몸싸움도 치열합니다. 트럭이 들어오면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아주 잠깐 동안은 그렇게 다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2006. 7. 스떵멘쩌이 쓰레기매립장. 캄보디아


점심을 먹고 나면 한낮의 더위를 피해 아이들이 낮잠을 잡니다. 워낙 어린 꼬맹이들인지라 깨어있을 때는 온통 정신이 없지요. 아무데나 오줌도 깔기고 웃다가 울다가 아주 난리입니다. 이 마을에 살면서 탁아소에 보모로 오는 어머니들은 아이들 낮잠 시간에도 파리를 쫓느라 가만히 쉬지를 않습니다. 다 낡아 구멍이 난 모기장 틈새로 곤히 잠든 아이들의 얼굴이 살짝 보였습니다. 2011. 12. 얼롱깡안 언동마을 탁아소. 캄보디아


작은 우주, 어린이

소수민족인 쿠이족 마을 학교에서 줄넘기놀이에 빠진 아이들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있습니다. 우리네 풍경과 다를 바 없는 아이들의 놀이에 덩달아 저도 자리를 떠나지 못했지요. 아이들이 공중으로 뜰 때마다 화들짝 놀란 그림자는 제 주인의 몸이 어디 갔는지 정신을 못차렸습니다. 아이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얼굴 가득 웃음꽃을 피웠습니다. 2008. 5. 스레이프레앙 마을. 프레아비히르 주. 캄보디아


선생님의 재미난 수업에 아이들이 신이 났습니다. 박수도 치고 얼굴 가득 미소도 가득합니다. 가난한 시골마을인 탓에 나뭇가지로 지은 낡고 허름한 교실이지만 문제될 것은 전혀 없습니다. 이 나라의 오늘과 미래를 향한 아이들의 속삭임이 더없이 아름답기만 합니다. 2008. 11. 깐달 주. 캄보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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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12-05-13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사님, 저는 이런 사진들 볼 때면, 아이들이 가장 자연스럽게 웃을 때는 친구랑 놀 때라는 생각이 들어요. 엄마 아빠 카메라에 대고 손에 브이 하며 웃는 아이들도 물론 예쁘지만, 친구랑 뭐 하면서 웃느라 사진 찍히는 줄도 모르는 아이들, 정말 미치게 예쁘죠.

rosa 2012-05-16 22:03   좋아요 0 | URL
네꼬님,베트남에서 댓글 답니다.^^
어제였나 봐요. 중학교 장학생 집을 방문했는데, 온동네 아이들이 모여들어 우리를 구경합니다. 울타리에 옹기종기 모여 우리를 구경하던 애들은 우리가 나가자 도망가느라 난리인데 어디로 피할 곳이 마땅찮았어요. 남의 집 대문앞에 뒤통수만 보이고 숨느라고 난리치는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웠던지.. 그리고 사진찍어 주마 하고 불렀더니 바짝 얼어붙어 긴장하고 서 있는 모습이 또 얼마나 웃긴지..^^
 

부끄럽게도.. 

아직 이 게시판에 동영상 삽입하는 방법을 모릅니다.

예전에 어느 분이 방법 알려주셨는데 그 페이퍼를 못 찾겠네요.

그때도 꼭 따라하고 말겠다며 추천 꾸욱~ 눌렀던 것 같은데..

요새는 바로바로 안하면 자꾸만 잊어버리는.. 흑~


모쪼록 서재 이웃님들의 친절한 설명 기다리겠습니다.

부탁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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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5-10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blog.aladin.co.kr/fallen77/5456346


:)

rosa 2012-05-11 08:56   좋아요 0 | URL
아, 친절한 다락방님~~~ 감사해요.^^
제가 봤던 글이 다락방님 글이었군요. ㅎㅎ
바빠서 오늘은 감사 댓글만..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