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을 바라보시는 우리 엄마.
환갑때는 막내와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오실 만큼 씩씩했던 엄마.
두고두고 그때 여행을 곱씹으시는 엄마.
나라와 장소는 엉켜있지만 스위스는 한 번 더 가봤으면 좋겠다는 엄마.
그런 엄마가 아프다.
큰 병이 아닐거라 믿으면서도 결과를 기다리는 마음이 무겁고.
어느새 우리 엄마가 이렇게 나이들고 병들고 아픈가 싶어 새삼 서럽다.
엄마는 인생의 대부분을 한 남자의 아내로, 다섯 딸의 엄마로 살았다.
한 명의 인간으로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는 개인으로 산 적이 거의 없다.
나이 든 딸은 이제라도 엄마에게 해주고 싶은 것들을 생각해보는데
나이 든 엄마는 체력이 받쳐줄까 걱정하고 함께 하고 싶은 욕망 때문에 슬프다.
지금도 나는 엄마 생각을 하고, 엄마 얘기를 하면 눈물이 난다.
엄마의 남은 인생이 조금은 더 행복하고 유쾌했으면, 무엇보다 건강하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