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친한 후배의 딸 이야기입니다.

5월 21일.
쉬는 시간, 아이들은 물장난을 하기로 결의(?)했고
후배의 딸이 작은 용기 가득 물을 담아 교실로 가져갔습니다.
남자 아이 둘이 그 물을 갖고 장난치다가 교실에 흘렸고
담임선생님은 화가 나 두 아이를 때렸습니다.

'누가 물을 가져왔는지' 물었지만
두 아이 모두 대답하지 않았고
선생님이 계속 머리를 때리자 
마침내 두 아이는 자신들은 물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대답합니다.
화가 난 선생님이 반아이들을 향해 '누가 물을 가져왔는지 대답하라'고 합니다.
...
마침내 아이들이 **이가 물을 가져왔다고 대답했습니다.
선생님은 무척 화가 나 아이에게 묻습니다, 왜 아까 물었을 때 손 들고 대답하지 않았는지.
아이는 짝꿍이 말을 시켜 손을 들지 않았다고 대답합니다.
선생님은 다시 아이에게 묻습니다.
여러 번 물었는데 왜 내가 가져왔다고 대답하지 않았냐고 묻습니다.
아이는 손가락이 아파서 손을 못 들었다고 대답합니다.

담임선생님은 아이에게 
"**이는 거짓말장이다. 앞으로 나는 너를 거짓말장이라고 부르겠다. 가방 싸서 당장 나가라. 다시는 학교 오지 마라."

**이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네." 하고 가방을 싸서 학교를 나왔답니다.


21일 오후,

담임선생님은 집으로 전화를 합니다.

"**이를 바꿔주세요."

엄마가 아이를 부르며 담임선생님이 전화했다고 하자

아이는 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걸어잠그고 전화를 받고 싶지 않다고 대답합니다.

담임선생님께 사실을 설명하고 전화를 바꿔줄 수 없다고 얘기하자

잔뜩 굳어진 목소리로 계속 '전화를 바꾸라'고 얘기합니다.


22일 아침,

절대로 학교에 가지 않겠다, 선생님이 학교에 다시는 오지 마라 했다, 앞으로 거짓말장이라고 부르겠다고 했다...며 학교가기를 거부하는 딸 아이를 달래 겨우 학교로 데리고 갑니다.

담임선생님은 아이를 보자마자 후배에게 말합니다.

"**이가 또 거짓말했지요? 어제 일이 어떻게 된 거냐면...."

하며 설명하다 '내 교육철학에 비추어 조금도 잘못한 게 없다. 거짓말만 하고 애가 못쓰겠다. 아이를 그렇게 키우다간 큰일나겠다'며 오히려 후배를 염려하는 체 합니다.


학교에 온 자신과 딸을 보자마자 같은 반 아이들은

담임선생님이 **이를 거짓말장이라고 했다, 학교 오지 마라고 했다며 이르고

그동안 딸이 했던 이야기들 - 아이들을 때린다, 하루 종일 애니메이션만 틀어준다, 선생님이 너무 무섭다..-이 생각나고......


화가 난 선생님이 무서워 차마 자기가 물을 들고 왔다고 자백하지 못한 것 때문에

졸지에 거짓말장이가 되고 학교에서 쫓겨난 딸.

학교에 다시는 오지 마라며 가방 싸서 나가라고 한 선생님.

자신은 떳떳할 뿐 아니라 아무 잘못도 없다는 선생님을 보고 아연실색해서는

알겠다..고 하며 딸아이를 전학시키기로 했다고 합니다.




겨우 여덟살,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의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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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사님의 글을 읽고
    from 퀸의 정원 2012-05-24 12:31 
    로사님의 글을 읽고 갑자기 제 생각이 나서 글을 쓰네요.제 초등 3~4학년떄 이야기 입니다.아마 무슨일떄문인지 반 전체가 책상위로 올라가 무릎끓고 벌을 받은 기억이 납니다.근데 워낙 힘이들다보니 저도 모르게 피식 피식 웃음이 나더군요.그래 웃지마라고 주의를 주셨고 저도 웃지않으려고 했지만 너무 괴로워신지 웃음이 그치질 않았습니다.근데 그 모습을 본 담임 선생님은 아마 자신을 비웃는 것이라고 오해하셨던지 자꾸 웃을거면 가방을 싸서 집에 가라고 하시더군요.
 
 
글샘 2012-05-24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를 '단독자'로 이해할 줄 아는 선생님... 그런 선생님을 가르쳐야 하는데...
어떤 교사는 아이들을 '일반화'시켜서 '무서운 아이들'로 생각하는 거 같아요. ㅠㅜ

전학시키는 게 낫겠네요.
언어 폭력도, 특히나 어린 아이에겐 얼마나 무서운 폭력인데...
저 아이... 상담이라도 좀 받아야 할 거 같에요. ㅜㅠ

rosa 2012-05-24 11:28   좋아요 0 | URL
이제 겨우 초등학교 1학년인데 한 학기도 마치지 못하고 친한 친구들과 헤어져 전학가야 하는 상황이 기가 막힙니다.
아이가 받은 정신적 충격 때문에 엄마 걱정이 큽니다.
후배는 **이를 믿는다. 엄마는 늘 너를 사랑한다. 하루종일 얘기해줬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다른 학교 가게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한다고 합니다. ^^;
선생님의 조언, 전해 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nada 2012-05-24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조카를 통해 경험한 건데
아이의 말과 선생님의 말이 다를 때,
선생님은 아이들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말할 수도 있다고 자주 그러시더군요.
아이 말을 우선적으로 믿어줘야 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선생님들이 하도 그러시니,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상당히 헷갈리더라구요.
양육하는 사람이 현명하게 판단해야 할 문제겠지요.
그렇지만 진실을 밝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떤 경우에도 아이 맘이 다치지 않게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로사님 후배 아이의 경우에는 선생님이 정말 너무하셨네요.
그래도 아이 엄마가 현명하고 따뜻한 분 같아서 다행입니다.
제 어린 시절에도 학교(와 선생님)는 악몽이었어요.ㅠㅠ




rosa 2012-05-25 11:40   좋아요 0 | URL
아이 엄마는 아이의 말이나 선생님의 말이 거의 차이가 없었대요.
교실에 물을 가지고 와서 혼나는 것도 뭐 이해할 수 있는 일이구요.
다만, 선생님의 태도와 언어폭력이 문제였고. 교실로 다시 돌아간다고 한들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기 어렵겠다는 것이 결국 전학을 결심하게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교육청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펌프질 하고 있습니다.
남은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구요.

사실 저도 초등학교 1학년이 악몽이었는데요.(6핛년때도, 고등학교 1학년때도.. ^^;;)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 담임선생님은 이해할 수가 없답니다.
그분의 이름도 절.대.로. 잊지 못하지요.
잊고 싶었으나 잊히지 않는.. 제게 너무 큰 상처를 주신 분입니다.

1학기초, 컨닝이 뭔지도 모르는 저에게 컨닝했다며 교단에 물을 끼얹고는 무릎꿇고 손들고 벌서게 하셨지요. 선생님 말은 무조건 옳은 거라 생각해서였는지, 선생님의 몽둥이가 무서워서였는지 컨닝이 뭔지 물어보지도 못하고 바보처럼 눈물 뚝뚝 흘리며 벌을 섰답니다.
1학기말, 성적표를 받아보신 부모님이 충격을 받으셨어요.
음악,미술,체육 3과목이 우가 나왔거든요. 제 시험지를 모두 모아 철해놓으셨던 아버지는 그걸 들고 함께 학교에 가자 하셨지요. 선생님께 시험지를 펼쳐 보이시며, 90점 이하가 하나도 없다, 대부분 100점 만점이다, 왜 우가 3개나 되냐 따지셨지요.
담임 선생님이 너무 태연하게 이러시더군요. rosa는 체육도 못하고 그림도 못그리고 노래도 못한다고. 아버지가 기막혀 하시며 반 대표 릴레이 선수가 체육을 못한다는게 말이 되냐? 했더니 어쨌거나 샘 기준에 저는 수를 줄 수 없는 성적이라는군요. 그렇다면 할 수 없지요, 하시며 제 아버지는 저도 내팽겨치고(엥?) 훠이훠이 걸어가셨습니다.
2학기말 성적표에는 체육은 수, 음악과 미술은 여전히 '우'였습니다.

눈치채셨겠지요? 우리반에서 제일 잘 살던 아이들이 전과목 수를 받았다는 사실을.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아시겠지요?^^;;

감은빛 2012-05-24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올해 학부형이 된, 그러니까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 완전 공감하게 됩니다.
저희 아이의 선생님은 나이도 무척 많으시고(정년퇴임이 몇 해 남지않은)
엄한 분이시더군요.
가끔 아이들에게 손을 댄다고 하고(체벌) 언어사용도 무척 우려스럽습니다.
아이가 아침 등교길에 선생님이 무섭다고 학교 가기 싫다고 운 적도 있습니다.
아직 전학을 고민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선생님을 한번 잘못 만나면 1년동안 방법이 없단 생각에 무척 절망스러운 상황입니다.

rosa 2012-05-25 11:39   좋아요 0 | URL
제가 듣기로, 초등학교마다 1학년 담임을 맡기 위해 공공연한 로비가 벌어지고 경쟁(?)이 치열하다고 합니다. 이런 얘기 들을 때마다 정말 씁쓸하고 화가나요.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대신 손쉽게 매로 다스리려는 것 또한 절대로 용인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1학년이 선생님을 무서워해서 학교가는 걸 싫어하게 만드는 현실, 정말 끔찍스러워요.
전학가는 것도 끔찍하지만 그거보다 더 나쁜 건 그 교실에서 1년 내내 고생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