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는 늦더위 탓에,
   지난 주말 내내 옷을 벗고 입고를 반복했다.
   긴 샤워를 하며 언 맥주를 마시고 을 읽고 담배를 피우고 노래를 불렀다.
   한참 거울을 들여다보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고 덩실덩실 춤도 추기도 했다.
   
   그래, 나는 고상하게 고독을 씹으며 스스로를 그리고
   자신 이외의 것들을 심도깊게 관찰하며 주말을 보내는 방법 따위는 모른다.
   그저 술을 더 마시고 끝없이 잠을 자고 오래도록 사랑을 나눌 뿐이다.
   스스로도 의아하고 믿기 어렵지만 진심으로, 나는 단 한 번도
   생산적이고 활력과 열정이 넘치는 삶을 바라거나 지향한 적이 없다.
   그리고 그러한 삶을 꿈꾸지 않았기에 지독하리만치 잔인한
   현실주의자로 전락했음을 나는 매 순간마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그만 나와, 그러다 몸 불어 터져버리겠어.   열린 문턱에 서서
   그이가 나를 보며 말했고 순간 나는 정말이지 내 몸이 터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욕조에서 벌떡 일어나 성큼성큼 욕실을 나와 성급하게 몸을 닦고
   옷을 껴 입고는 수면제 반 알을 삼켰다. (사실, 수면제로 둔갑한 영양제다.)
   에어컨을 가동시키고 이불을 목 끝까지 끌어당기며 눈을 감는데
   아주, 정말이지 너무너무너무 우스운 말을 그이가 내뱉었다.
 

   나는 늘 그렇게 생각하지만, 미친 여자와 사는 것 같아.
   
    

 



  

 


 

 

 

    김경욱 위험한 독서 를 읽었다.
   책에 실린 모든 단편을 읽은 건 아니지만
   차례차례 순서를 지키며 페이지를
   넘기는 손에 힘을 실었다. 김경욱은 내가
   무척 좋아하는 작가다. 딱히, 특별한
   그 만의 문체라던가 색깔이 있는 건
   아니지만 모던하고 심플하다.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후지지도 않다.
   그리고 내가 마음껏 흡수 할 수 있는
   작가임에 분명하다.  

 

 

  

   내가 김경욱을 얼마나 잘 흡수하냐면,
   토요일 자정이 지나는 시간에 맞추어 미스터릴 하나 집어들었는데
   마지막으로 읽은 김경욱의 단편이 자꾸 오버랩이 되어 집중을 할 수 가 없었다.
 

 

 

     존 버든  658,우연히                             
   소설이 좀 이상하다. 빈틈이 빤히
   보이는 듯 하면서도 완벽한 스토리가
   그걸 메운다. 그러니까 이 소설,
   교모한 숫자 놀음이기는 하지만 탄탄한
   스토리가 단순한 놀음이 아니라는 식의
   놀라운 반전과 트릭을 풀어나간다.
   불필요한 전개가 펼쳐진다 싶으면
   또 그것은 다시 중요한 단서가 되는,
   조금은 묘하면서도 결과는 기대되지만
   아껴 읽으려 책을 좀 미뤄두고 있다. 

 

  

 

  

 

  
 
  겨우 백 페이지 남짓 남아,
  스토리는 휘몰아치며 격정적인 위치에 머물러있다.
  그리고 나는 당장 이번 주말에 읽을 책을 정해야 하는데
  알라딘 서재 메인 블로거 베스트셀러 종합 4위에 올라와 있는
  미쓰다 신조의 책을 염두에 두고 있다.
  글쎄, 일본 호러물은 그닥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왕
  미스터리만 주구장창 읽는김에 좋은 시도가 될 듯 하다.


 

  

 

 

 

 그나저나, 658 우연히의 주인공 거니가 그러하듯
 나 또한 누군가에게, 무언가에게, 안녕하고, 작별인사를 하는 것에는 너무 서툴러서
 자꾸만 내가 버린 집을 나간 아빠가, 집을 나간 아빠에게 버려진 내가, 무척이나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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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9-02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더위가 가고 예쁜 단풍이 물들면 괜찮아질까요

2011-09-02 1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ra 2011-09-02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작가 김경욱, 미쓰다 신조 제가 읽고 싶은책 658우연히 반갑네요 점점 버려야할 시기 이해의 마지막이 오고 있네요 점점 버려야 할것이 많아지는 계절 저도 슬프네요
 

 

 

 

   그녀석이 보고싶습니다 .. .
   나의 첫사랑이자, 한때 나의 꿈이고 희망이었던 그녀석이 보고싶습니다.
   가슴에 사무치는 그리움따위가 아닌 그저 한 번 만나 보고'만' 싶습니다.
   묻고 싶고 하고 싶은 말이 입술 언저리에 걸려 뱉지는 못할테지만
   그저 한 번 물어보고도 싶습니다 .. .


   어떻게 사는지   잘 지내는지   좋은사람 만나 행복한지
   혹시 너도 내가 이렇게 문득 보고파지는지   
여전히 나를 원망하는지

  

 



 

   그리고 .. . 


   그리고 .. . 


   그리고 .. .

  

 

 






   말도 안되는 이야기겠지만 아주 진한 농으로 내가,
   다시 너에게 돌아간다하면 받아주겠느냐고 .. .
   서로가 가장 어렸고, 너무도 예뻤던 시절이었지만 끝끝내
   가장 아픈 성장통을 겪으며 울며 보냈던 원치않은 이별을 기억한다면야,
   우리 어떻게, 다시 시작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 .
   믿기 어렵고 참 유치하지만
   현재의 내가 지독히도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 자각할때마다
   철 없던 시절의 사랑이 가장 진정한 사랑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고 . ..
   그리고 그
진정한 사랑이 너 였음을 나, 확신한다고 .. .


   술에 취해, 늦은 새벽 보내 온 네 문자가
   여전히 나를 그리며 사랑하고 있다는 네 마음이라면 나 정말,
   염치없지만 하고 싶은 모든 얘기를 숨김없이 해도 되겠니. 

  

 

  

 

 

 

 

 

  


   아, 미안해요.
   내가 좀 성급했어요.
   단편 몇 개가 마음에 든다고 이 책 완전 최고예요,
   하며 페이퍼를 작성했는데 역시, 단편의 묘미는
   아주 유쾌한 작품 몇 개에 가린 도통 이해 할 수 없는
   작품들도 있다는거지요, 아하하.
   아직 두 단편이 남았지만 주말에 마저 읽으려구요.
   나 요즘 굉장히 위태로워서 책을 완전히 손에서
   놓을까봐 불안하거든요, 그래서 실은
   다른 책으로 갈아타서 읽고 있어요.
 

 

 

 

   이 책으로 갈아탔어요.
   미스터리 문학의 황금시대를 일군 천재 작가들의
   주옥같은 고전 30선이라는데 아주 짤막짤막한
   단편선이더라구요, 근데 이거 실화일까요?
   무려 700페이지를 육박하는 책인데 이번주내내
   가방에 넣고 다녔더니 오른쪽 어깨가 폭삭
   내려앉은 듯 싶어요. 감칠맛나게 읽는 재미도 있고
   심심할때마다 단편 하나씩 읽어내는 기쁨이
   쏠쏠하더라구요. 그래서 좀 아껴서 읽으려구요.
   주말에는 다른 책 하나를 완독하려고 인터넷서점을
   뒤지고 뒤졌는데 사라의 열쇠에서 시선이 자꾸 멈춰서
   고민중인데, 그냥 집에 있는 책으로 읽으려구요. 

 

 

 

  

 

   그래서, 집에 무슨 책들이 있나 생각해봤는데요.
   그리고 그 중에서 읽고 싶은 책들을 좀 골라봤는지 아직 정하지는 못했어요.
 

 

 


 

 

 김경욱의 위험한 독서, 아 이 책 나 정말 읽어야 되요. 흑흑.
 예전에 이 책의 글귀 몇개 발췌해 놓고 반했거든요.
 어디 저장되어 있을텐데 찾아봐야겠어요.  

 


 김이설의 책은 모두 갖고 있는데
 아직 하나도 못 읽어서 이 책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 엉엉.
 

 

 

 

  

 

 

  

    


 이 책도 읽어야되는데, 얼마전에 기회가 되서
 리뷰랑 40자평을 봤는데 좋은 것 보다 별로인 평이
 더 많아서 고민돼요. 주말은 주말답게 한 권정도는
 멋있게 완독해야 하는거잖아요. 근데 재미없어서
 읽다가 던져 버리면 어떡해요, 엉엉. 

 


 책이 출간되자마자
 선물을 받았던 책인데 작가님의
 신작이 나올때까지 책더미속에 묻힌
 채 잠들어 있는 책인데,
 오늘 서점 뒤지다가 한 번 읽어도
 괜찮을 듯 싶더라구요.
 책 보다는 작가님이 더
 인기 많던데요?

 

 

 

  

   아-
   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주말은 유혹의 손길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많아열. 

 

 

  
 


독서는 위험해. 자신을 돌아보게 하니까. 가차없이 돌아보게 하니까.

 

언제부턴가  모든 게 책으로 보여.
세상도 사람도 모두모두. 중증이야. 읽어야 할 게 너무 많아.
외국의 어떤 작가는 책상 머리맡에 이런 글을 써붙였다지.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 조금씩 쓴다. 모든 게 책으로 보이는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 조금씩 읽는다. 희망에 들뜨지 않고 절망에 굴하지 않고,
인생에서 의미 있는 것들은 대개 무의미해 보이는 반복을 견뎌낸 어떤 것이기 마련이니까.

 

… 부디 당신의 독서가 당신을 자유롭게 하기를. 
 


 
             「작가의 말(p292-p293), 2008년 9월 위험한 독서 김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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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8-19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남의 속도 모르면서> 표지가 너무나... 진하군요. ㅠ
거기다 김이설 님의 작품들, 저는 통과입니다, 기분 너무 우울해질거 같아서요.

음, 하지만, 첫사랑에게 받아줘.. 이건 땡깁니다. ^^

아이리시스 2011-08-20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지냈어요? 보고싶어요.ㅋㅋㅋ
 

 

 

 

 

   앞이, 보이지 않았다.
   눈두덩이가 뜨거운 햇볕을 고스란히 받아, 자꾸만 눈이 감겼다
   바늘로 눈을 쿡쿡 찌르는 느낌에 렌즈를 빼버렸는데도
   아픔이 가시지 않는다. 그야말로 눈 먼 봉사가 따로 없다.

   
   휘청휘청 은행을 다녀오는 길에는 기어이 앓는소리를 내며 걸었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 . , 하며 걸었다.
   까닭없이 눈물이 또 왈칵하며 그이에게 전화해
   안경을 가져다달라며, 화를 냈다. 어쩔 도리가 없다.
    '아픔' 에 관해서는 한 없이 예민해지고 날카로와지며 두려워진다.
   얕은 신음을 뱉으며 걷는 내게, 누군가 말을 걸어주길 바랬다.
   그러면 정말 잘, 아주 잘, 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눈이 이렇게 아픈 이유 역시도 어젯밤, 한바탕 울다 지쳐 잠들었기 때문이란 걸
   정말 잘,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스릴러의 입문 단계이기 때문에 무어라
   평을 내릴 수는 없지만,
   뻔한 결말에도 불구하고 흥미진진했던
   스토리에 책을 덮는 기분이 오랜만에 뿌듯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놀라움에 책의
   후반부에서는 거의 미끄러지듯이 읽은 듯 싶다.
   연쇄폭탄범과 모방범, 그리고 그들을 쫓는
   수사관들의 오밀조밀 깨알같은 추적.
   그래도 나, 이 책에 별 세개는 줄 수 있다.
   좀 더 단단한 구성이었다면 하는 아쉬움 가득.

   
 

 

 

   읽을 책이, 한 가득인데도 불구하고 신간 책을 하나 샀다.
   다른 건 모르겠고 그저 '김도언'이라는 이름만 보고 샀는데 얼씨구나,
   이 책 '섹스테마소설' 이란다. 그래, 이 책 정말 그렇다.

 
 

 

   젊은 작가 8인의 아주 특별한
   섹스 판타지
라는데, 큼큼 - 대체 이
   여덟명의 작가 중에 누가
   젊다라는 거지 .. . 낄낄.
   여튼, 난 지금 김종광님과 조헌용님의
   단편을 읽고 의자와 섹스를 한다는 김도언님의
   단편을 읽기 시작했다.
   김도언님과 박상님을 제외하고는 전혀,
   들어보지 못한 작가들의 이름 탓에 오로지 그저
   한 번 달달해져보자, 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세상에 ! 이거 막가자는거야 ? 
 

 

 

  


   소설의 스타트를 끊은 김종광님의 단편이 그저 한 번 성인 코믹물 보듯 웃어보자하며
   시작한 단편이라면 잔잔하고 꽃내음 퍼지는 조헌용님의 소설에서는 기어코
   나는 40자평을 적지 않을 수 없었다. 내 느낌을 전달하려면 좀 파격적인 표현이
   필요해, 처녀막의 폭발 ..  하며 강렬하게 적으려다가
   신고들어올까봐 좀 구부려서 썼다.  ( 정확히, 세 번이나 수정했다. )
   대체 왜 나는 정말이지 아름답기 그지없는 조헌용님의 꽃밭 가득한 소설을
   읽고 처녀막의 폭발, 이라고 생각했는지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
 


   *** 


   책 제목만 적어보겠다.
   <<여고생보다 맛있는 마누라가 되고 싶답>>, <<니들은 입으로 안 하냡!>>,
   ... <<줘도 못 처먹닙?>> ... <<될 때까지 쑤셥>> ... <<똥구멍까지 핥아주맙>>...
   P.32 김종광 [섹스낙서상] 중 

                                          *** 

 

  

   재미있다.
   그리고 즐겁다.
   좋아하는 섹스를 소재로 늑대같은 남자들이 풀어놓는 섹스 이야기.
   나도 이런 소재를 던져주면 잘 쓸 수 있다.
   -고 생각한다. 사실, 섹스는 실전이다. 아니 그런가? 낄낄.


 

    아, 비 오는데 막걸리 한 잔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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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08-08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실전. 큭큭. 신기한 소설인데요. 의자랑.. 의자.. 의자.. 어떻게..(응?)
다 읽고 리뷰 부탁해요.ㅎㅎ

달사르 2011-08-08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방금 장바구니에 모아놓은거 죄다 질렀는데..이리 재미난걸 소개해주시니 또 엉덩이가 들썩들썩합니닷. 저는 '서점4시'인가하는 제목으로 김종광님을 알았는데요, 김종광님 나온다니 더 두근두근. 주욱 읊어주신 책 제목만으로 이미 흥분!! 조만간 제 장바구니가 또 비겠군요. ^^

mira 2011-08-09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읽고 싶은 욕망이 막 생기는데요 , 사실적인 섹스심리가 제목에 표출 다되어있네요 ㅎㅎ
 

 

 

 

 


   날씨가 뜨거워지면서,
   베란다에 기대어 담배를 물고 가만 서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열기와 함께 스멀거리며 오래도록 담배 연기가 허공에 머무는 모습이
   보기 좋아, 여름철에는 항상 담배가 는다. 그리고 그 열기를 가르며
   두툼한 비가 거침없이 내려친다. 비를 좋아하지만,
   이런 비는 기분이 나쁘다, 상당히.
 


   - 하우스 침몰.
   집을 나가 여즉 돌아오지않은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거름냄새 진득한
   밭의 안부를 묻는 전화를 짧게 하고 끊은 후 내 허벅지에 머리를 대고 누운
   그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 정말?   그이가 나를 올려다보며 묻고,
   - 조난당했어. 가지와 치커리들이.   침착하게 숨을 고르며 내가 대답했다.

   
   
   여름은, 뜨겁고도 폭력적인것에는 변함이 없다.

  

     

 

 

 

  


   열심히, 읽은 책이다.
   그리고 다섯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최고의 책이었다.
   눈물 지으셨다는 어느 서재글에서 보고 읽은 책인데
   한 장 한 장 넘길때마다 감격스러울 지경이었다.
   번역마저도 완벽, 유일하게 알고 있는 장르소설의 작가인
   일본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이 우스워졌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것은, 소설의 배경이 정신병동인것과
   주인공 역시 한 때 나와 같은 증상으로 빚어진 인물인것이
   책에서 손을 뗄 수 없게 만들었음이다.


  

   

  

 



   출처없는 목소리들이 들린다는 미친 사내.
   그래 목소리, 그 목소리. 결국 스스로의 목소리.
   꼬박 1년 하고도 6개월동안 신경과를 다니며 게워내도 시원찮을만큼의
   약을 먹었었다.
그러니까 그때의 나는,
   

   
줄곧,
   세상을 비틀어 보았고 세상 역시 나를 비틀었다.
   하지만 나는 나를 비트는 세상과 맞설 시간 따위는 없었고
   오로지 비틀어진 나를 가엾게 여기며 안쓰러워 했으며
   냉동고에 저장된 오랜 음식들을 꺼내어 삶거나, 구워 먹었다.
   매일 아침 착실히 배달되는 우유를 차곡차곡 쌓아
   정확히 유통기한 하루가 지났을 때, 데워먹거나 세수를 하며 할짝거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몸이 상하지 않아 손목을 긋거나 약을 필요이상으로 먹기도 했으며
   제발 그러지 말라며 내게 진저리를 치는 이에게 이혼할 것을 요구했다.
   우울증의 약을 먹어 본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내 행동들을
   
약을 먹어 보지 않은 아니, 먹을 필요조차 없는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약을 오래 먹다보면 순간적으로 (이건 절대 찰나가 아니다) 기억들이 조각난다.
   조각난 기억의 위험성은 결국 그가 내 뺨을 올려붙이게 했으며
   내가 먹는 많은 종류의 약들을 바로 내 눈 앞에서 뜯어 변기통에 흘려보냈다.
   망연자실한 내가 이불 위로 쓰러져 엉엉 울며 나를 집으로 보내달라고 울부짖었다.
   내가 말한 그 집은, 내가 어릴때부터 살던 엄마가 있는 집이었는데
   그이는 나를 병원으로 끌고갔으며 몇 개월을 꼬박 그 병원을 들락거리며
   치료를 받았으며 이상하게도 난, 고분고분 그이의 뒤꽁무니만 쫓아다녔다. 
   그때의 난, 막 스물 다섯이 되던 해였고 미쳐가고 있었으며 그 해의 기억들이 전부
   사라져갈때쯤 스물 여섯이 이미 훌쩍 지나있었다.


 
 

   그리고, 그 해의 기억들이 내게 남긴 건
   .. . 스스로가 스스로를 두려워하는 기막힌 공포감, 그 뿐이다.

 
 

  

 

 

 

 


   스릴러의 감을,
   놓치지않기 위해 새로 읽기 시작한 책은
   데몰리션 엔젤이다. 어느 책이나 그러하겠지만
   과대광고는 책에 대한 적개심을 심어 줄 뿐이다.
   연쇄 폭탄범을 추적하는 테크노 스릴러라는데,
   아직 초반이라 잘 모르겠지만, 꽤나 유명한 작가란다.
   워낙 국내 소설만 읽는지라 장르소설로 국외 소설에
   다가가보려 집에 잔뜩 스릴러들만 장만해놓았다.
   이러다 평생 장르 소설만 읽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또 다시 불면증의 시작이다.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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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7-28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이 폭력적인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한 두해 이러는 것이 아니니.
그저 자연 앞에 인간이 얼마나 참회를 해야 이 폭력을 가라앉힐 수 있을까,
별로 가능하지 않지만 그런 생각해요.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이라...
이런 거 읽으면 생기가 좀 있어지려나요?
읽어보고 싶네요.^^

June* 2011-07-28 18:23   좋아요 0 | URL
 
 
 나는 ,정말 괜찮았어요.
 함께 같은 책을 읽던 친구는 중간에 덮었다고 하더라구요.
 주인공이 정신병자라는 것이 내키지 않았노라고 했어요.
 나는 정말 흥미로왔는데 말예요.
 
 

라로 2011-07-28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다시 불면증이라시니 걱정이 되는 군요~.
올려 주신 책들은 제가 좋아하는 취향은 아니지만
읽어보고 싶네요.
특히 다섯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최고의 책이라신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요.
지난 번에 보내주신 책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드렸지만 다시 고맙다는 말을 드리고 싶어요.
정말 좋은 책이었고 가르침(?)을 많이 받았답니다.^^
물론 제가 그 가르침대로 살지 못해 좀 그렇지만...
무더운 여름날 건강 조심하시고 불면증도 치료되시길 바랍니다.

June* 2011-07-28 18:26   좋아요 0 | URL
 
 
 고질병이어요, 곧 나아질테고 다시 또 올거예요.
 책이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예요. 요즘은 책을 읽는 시간을 쪼개지못해
 나눔해야 할 책도 나오지 않으니 제가 더 조바심이 나요.
 오늘, 서재에 틀어박혀 책을 좀 골라내어 봐야겠어요.
 
 

이박사 2011-07-28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 카첸바크의 책이라면 '하트의 전쟁' 도 괜찮았어요. 사실 전 미친 사내나 애널리스트에 실망했다가 그를 다시 본 계기가 되었기도 하고...

어제 밤에 데몰리션 엔젤을 읽었는데 전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주인공이 위약, 술, 담배에 찌들어 힘겹게 버티는 여형사라서...응원하게 되더군요.

June* 2011-07-28 18:29   좋아요 0 | URL
 
 
 어느 날, 땡스투의 적립금이 쌓이면 그날로부터 제가
 하트의 전쟁을 읽고 있노라, 생각해주어요. 안그래도 며칠전에
 어느 분의 서재에서 하트의 전쟁을 추천하던 페이퍼를 보았거든요.
 작가의 이름을 유심히 보지 않았는데 존의 책이었군요.
 
 데몰리션 엔젤은 고작 사십페이지를 넘겼어요.
 오늘 밤, 술을 입에 데지 않는다면 더 읽어보도록 할게요.
 아직은 흥미롭지않아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걱정이예요.
 
 

마녀고양이 2011-07-28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 잼났지요? 저두 선물받아 읽게되었는데 너무 흥미롭게 읽었어요.
거기다 주인공의 마음이 너무 서글프기두 했구요.

우울증 약, 저도 먹어봤어요.
완전 무기력에 12시간 이상 잠을 자게 되고, 두통이 너무 심한데다 위장이 뒤집어져
의사에게 호소하니... 곧 적응되어서 괜찮아질거라는 말만 하더군요. 전 안 괜찮은데. ㅠㅠ

그 늪이라는게 빠지면 한도 끝도 없이 빠지는지라, 아시죠,
털고 나와야하는데 쉽지 않죠. ㅠ. 그래도 힘내세요. 잠 안오시면 자기전 운동도 하시구요.

2011-07-29 1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흠씬, 앓아보려구요.
   동안, 많이 공허했고 무색했고 지루했거든요.
   마음에 드는 그러니까 늦은 새벽, 목소리가 듣고 싶어 욕실 샤워기를
   틀어놓은 채 그이 몰래 통화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거든요.
   실은 어제 새벽에도 그렇게 통화했구요.
   
   불륜이요 ? 글쎄요.
   불륜하는 사람들이 불륜이라고 하던가요 ? 사랑이라고 하지.
   아, 솔직히 아직은 '사랑' 운운하는게 좀 우스운데 뭐 어때요, 좋잖아요.
   자기도발. 뭐 그런거예요. 일상에서 오는 권태, 뭐 그런거요.
   지리멸렬한 이질적인 이 도시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뎌내며 버틸 수 있게 만드는 것.
   제게는 '사랑', 이거 하나 뿐이거든요. 

  

 



   살을 섞는 즐거움, 그런거 말고 그저 깊은 새벽 낮은 목소리로 웃으며 하는 짙은 농.
   가슴 무너지는 절절함, 그런거 말고 그저 누군가의 무엇을 기다린다는
설렘.
   오로지 당신 하나뿐, 그런거 말고 너도 나도 그저 다 아는 가벼운 바람.
   
   왜, 그런거 있잖아요.
   각자가 삶을 견뎌내는 방법 같은거요. 단지 그 뿐이예요. 

 

  

 

 

 

   

 



   책을 읽는 시간이 줄었어요.
   가끔 아니, 아주 간헐적으로 읽기 때문에 장편말고
   단편이 좋겠다 싶어 집어들었는데 그럼 그렇지,
   김애란과 김사과의 작품만 읽고는 그냥 덮었어요.
   솔직히 다른 작가들의 이름은 너무 낯설거든요.
   책에 대한 편식도 심한터라 못내 다른분들의 작품은
   그닥 눈에 들어오지 않더라구요. 요즘,
   김애란, 김애란, 해서 저도 몸이 달아올라
   다른 작품을 찾아 장바구니에 넣어는 두었는데 글쎄요,
   전 김애란 보다는 미스터리가 더 좋겠다 싶어요.
 

 
 

  

  

 

  

 

 

    

  제 서재 말고,
 다른분들의 서재는 발이 닳도록
 들락거렸거든요. 책에 대한 감은
 놓치고싶지 않았고
 뒤쳐지는 것도 왠지 분했거든요.
 다른 사람들이 아는 신간은
 저도 알아야겠다 싶어서요.
 안부는 전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
 매일같이 발도장 꽝꽝 했어요. 

 

 

   

 

  

   알라딘 중고샾에 팔려고, 몇 권 박스에 담아두었어요.
   어제 새벽에 신청했으니 내일이면 가지러 오실테고 월요일 늦은 오후쯤에는
   정산을 받을거예요. 그럼, 당장에 사려구요.
   많은 사람들이 읽기 전에 냉큼 읽어버릴거예요.
   미스터리만큼 책에 대한 슬럼프를 잊게 해 줄 장르는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나는 지금 누구한테 이야기를 하고 있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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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7-08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 않아도 궁금했는데...잘 지내시나 봅니다.^^

June* 2011-07-09 00:42   좋아요 0 | URL
 
 
 막 - 지냈어요.
 눈 뜨면 걷고 눈 감으면 자구요. 그것만으로도 . 그냥요.
 네, 사랑하면서요.
 
 

마녀고양이 2011-07-08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에게.

준별님, 즐거운 장마(?) 되세요~

June* 2011-07-09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는 ,내일도 , 모레도 , 끊임없이 올테니까요.
 그리고 끊임없이 사랑할거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