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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갗에 달라붙는 여름의 무더위가 불편한 나날들입니다.
    부는 바람마저도 미지근해 우리 만났던 겨울이 마냥 그리웠더랬지요.
    칼날같이 시리웠던 그 겨울, 쌓인 눈만큼이나 행복했었는데
    당신도 그러했는지요.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어찌나 스치는 풍경들이 아쉬운지
    매일 보는 익숙한 장명들인데도 돌린 고개가 뻣뻣할정도로 돌아보고
    돌아보고 또 다시 돌아보았더랬습니다. 한숨섞인 웃음이 났습니다.
    어깨를 짓누르는 피곤함에 읽던 책을 대신해 귀에 꽂은 이어폰에선
    진부한 사랑의 멜로디들이 마음 한 구석을 간지럽히며 흘렀습니다.

 
    부질없지요, 참.
    견딜 수 없을거라 생각했던 시간들이 눈물 한 방울 없이도 무심히
    지나가고 더 이상은 웃을 수 없을거라 믿었던 일상들이 깔깔거리며
    아무렇지않게 지나가더랍니다. 너무나 우습게도 그러더랍니다.
    사랑이 이별이 그리움이 미련이 아쉬움이 참으로 부질없더랍니다.
    그래요 나, 당신만큼이나 잘 지냅니다. 좋아보이는지요.
    진정 당신이 원하던 것이 이것이었던가요. 만족하시는지요. 

 
    마음만큼이나 발끝까지 내려앉은 어둠이 새삼스레 무서웠더랬지요.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걸음걸음이 위태로웠고 금새 주저앉을 듯
    비틀거려 발끝에 채이는 모든것이 당신 같았습니다. 아니,
    꼭 한껏 움츠린 미련스러운 못난 내 사랑같았습니다.
    이 미련이 이 그리움이 이 불투명하기만 한 못난 사랑의 전부가
    당신인지 나인지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를 향한것인지 도대체가 알
    길이 없더랬지요. 난 그것이 무섭지요. 내 불분명함이.

 

 

 

    -

 

    슬픔에게 안부를 묻기도 하지요.
    언제쯤이면 그 슬픔을 모두 밀어낼 수 있는지.
    밀어낼 수 있는 슬픔이기는한지. 정녕 괜찮을 수 있는지를요. 

 

    다른 누군가를 다시금 가슴에 품어 사랑 할 수 있을런지.
    그 고되고 외로운 길을 함께 걸어 줄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런지.
    내가 살던 세상의 하늘이 무너지기는 할는지.
    덜컥, 겁부터 집어먹는건 왜인지.
    눈물이 숨이 차오르는, 처량맞기 그지없는 오늘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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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연한 봄, 상처투성이 바람이 분다.
   오후 3시는 매일 은행 업무를 보러 가는 시간이다.
   짧은 치마를 자주 입기 때문에 무릎 위로 사뿐 내려앉는 코트를
   걸치고는 통장이 든 가방을 들고 길을 나선다.

   그리고는 습관처럼 고개를 떨군채 걷는다.
   봄의 오후엔 시리거나 미지근한 바람이 종종 불어
   땅바닥에 드러누워 봄향을 취하는 작은 모래를 날아 오르게 한다.
   하여 나는, 눈에 렌즈를 낀 탓에 작은 먼지라도 들어가는 날엔 두 눈을
   꼭 감은 마냥 걸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기 그지없다.
 
   흙바람, 이 부는 봄날이 달갑지 않다.
   낙화한 목련 꽃잎들도 아스팔트 도로위로 눕게 되는 날이면
   지저분해 질 뿐이다. 진탕한 흔적을 남긴다.
   그것은 짓이겨진 봄 ,일 뿐이다.

   책 선물을 받았다.
   보내지말라, 엄포를 놓아도 모두 싫다한다.
 


 
   **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 


   읽고 싶었고 가지고 싶었던 책이다.
   아직 어떠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누군가가 옮겨놓은 글귀 하나가 숨을 쉴 수 없게 했다.
    

   너무 어릴적부터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린 사람들은
   커서 어떤 순간들을 믿으며 살아가야 할까.
p.335
    

 

 

   
 

   에릭 파이의 「나가사키」 


   남의 집 벽장에 1년 동안 숨어 산 여자의 이야기다.
   라고- 만은 할 수 없는 이야기다. 선물이 도착하자마자
   읽어내렸고 서평도 마쳤다. 솔직히 말해,
   과대 광고와 혼자서 품은 기대치에 실망했던 작품이다.
   좀 더 밀도있게 다루었더라면 하는 아쉬움.    

       

 

   
 
   



    편혜영의 「저녁의 구애」 


   처음 마주하는 작가라 잘 모른다.
   알라딘 서재에서 이 분 저 분 읽고 싶으시다는 분들이
   많은터라 궁금해하고 있던지라 반가웠다.
   그리고 이건 어제 저녁 잠들기 전에 문득 든 생각인데 
   처음 마주하는 작가는 단편이 좋겠다고 단언했다.
   피자집도 페페로니 피자를 맛있게 만드는 피자집이라면
   믿을만 하다고 들은적이 있기 때문이다.
       ( 음 ,이건 좀 아닌가 ? ) 

 

 

 

 

   김 숨의 「간과 쓸개」 


   작가의 이름도 제목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김도언 작가의 와이프라는것이 제일로 좋았다. 
   그렇다고 내가 김도언의 작품 전체를 읽은 것은 아니다.
   그저 난 그의 소설집에 실린 단편 하나를 읽었을뿐이고
   마구잡이로 무조건 ,좋았다. 그래서 김 숨도 좋다.
   더불어 김도언의 작품 역시 장편 소설로 이번에 출간된 
   다 하니 더할나위없이 기쁘고 좋다, 좋아! 

 

 

 

 

 

안녕,하고 . 잘 가라고 - 어서 가라고 봄에게 인사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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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으로 돌아오던 이른 새벽길이였지요.
   당신과 내가 숱하게 지나오고 지나쳤던 도로변에 코스모스와
   구절초가 가을을 몰고오던데 혹, 보셨는지요.

 

 

   당신이 나를 보내던 날,
   땅을 치며 후회해도 어쩔 수 없다 하셨지요, 당신은.
   그런 당신을 나는 최악이라고 수치스럽다 했었던가요.
   내가 당신을 보내던 날,
   억지스레 당신 손 끌어다 잡으며 마지막이라 했었지요.
   왜 마지막이냐며 미안한 듯 짙은 농을 하며 웃었던가요, 당신은.
   그 웃음에 참았던 눈물이 날 듯 해 성급히 돌아서서 걷는데
   제 가슴이 당신에게 안녕을 고하더이다. 
   동안, 고마웠다며 안녕을. 잘 지내라며 안녕을. 아주 가라며 안녕을.

 

   그리고, 이 무더운 여름이 메마른 가을을 부르기도전에
   난 기어이 당신을 보냈습니다 .. .

 



   늦은 저녁에 부는 스산한 바람결엔 낙엽냄새가 나지요.
   흐르는 모든것은 마르고 움직이는 모든것들에게선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나고 햇빛에 주눅들었던 하늘은 청아해지고 있습니다.
   서럽고도 잔인했던 스물넷의 여름이 지나갑니다.

 

   누군가 내게 살아만달라, 부탁을 했지요.
   예전처럼 손목을 긋거나 수면제를 삼켜버리지도 않는데도
   켜켜이 쌓여버린 슬픔을 아는 듯 살아달라 했습니다.
   다른 누군가는 아프지말라며 늦은 밤, 쓸쓸한 안부를 전했지요.
   잠결에도 그 한마디가 눈물겨워 한참을 뒤척였더랬어요.

   잘 지내지 못하는게 죄가 되는듯 해, 참 미안했습니다 ... .

 

 

 

 

   **

 

   어쩌다보니
   보고싶단말도 참으로 미안한 일이 되버렸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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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도 그런 생각 해?
  갓 연애를 시작한 연인들처럼 가슴이 홧홧거리고 봄 날 같은 설렘을 다시 느껴보고 싶은  
  어떤 연애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

  
  어제 저녁 퇴근길,
  딱히 먹을 저녁이 없던터라 때마침 TV에서 해물 가득 짬뽕 선전에 침 흘리며 유명하다는
  중국집을 찾아 들어섰다. 가게 안에서는 시청률이 굉장하다는 일일드라마가 방영중이었다.
  그런데 마주앉은 그이가 한참 드라마를 열심히 들여다보며 입꼬리를 몇 차례 끌어올리는게
  아닌가. 아닌게 아니라 화면에서는 좋은 감정을 품은 성인 둘이 뭐가 좋은지 눈만 마주치면
  쑥쓰럽게 그리고 아주 예쁘게 웃고 있었다.
  화면을 한 번, 그리고 그이를 한 번 번갈아보며 내가 던진 질문이었다.
  
  
  - 당연하지.
  누군들 아니겠냐만은 망설임없이 튀어나온 그이의 대답에 발끈, 해서는.
  - 나도 마찬가지!
  하고는, 짬뽕 국물에 혼자 따라 마시던 소주를 한 입에 털어넣었다.
  
  
  
  진심이다. 하고 싶다, 사랑.
  책을 읽기 시작하던 열여섯때부터 끊임없이 쉼없이 하고 싶었으며, 했다. 
  그리고 또 하고 싶다. 

  

 

  ** 

 

    

  1998년도에 출간된 임선영의 「바람꽃」,너무 오래되어 책의 이미지도 
  상실되었나보다. 하긴 내가 읽은 최초의 책이니 그리 놀랍지도 않다.
  5권으로 이루어진 책이고 중학생이 최초의 독서로 읽기에는 그리 좋은 책
  은 아니었다. 연애, 결혼, 불륜, 성, 폭력이 혼합된 책이었는데 꽤나 재미
  있게읽은 모양인지 아주 잘 기억하고 있다. 다 읽은 후에는 임선영의 다른
  책도 찾아 읽은 기억은 있지만 제목은 잊혀졌다.  

 

       

  내가 전경린을 알게 된 책이다. 「내 생에 꼭 하루뿐인 특별한 날」. 영화로도
  제작되어 영화로도 봤다. 불륜을 다룬 책이었고 이 책도 중학교 시절때에 읽었다.
  그리고 훗날 내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이런 불륜정도 쯤(?)은 
  저지르고 싶게끔 만들던 책이었다.
충분히 위험했으며 매력있었다. 
  어떻게 사람이, 어떻게 여자가 세상에 태어나 단 한 남자와 홀로 지내왔던 생보다
  더 많은 생을 보내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했다. 그리고 내가 좀 더 자라서 이 책을
  떠올렸을때는 '아니, 어떻게 남자마다 관계를 맺는 테크닉이 다른데 한 남자와만
  평생 해야하지?' 라고 생각했더란다.
  불륜, 참으로 치명적인 매력이 아닐까 싶다.     

  

  

   한 편의 드라마를 읽는 듯했던 이도우의「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동경하던 여자의 소개로 읽게 된 책이었다. 사실 전경린과 신경숙을 알고부터는
  진부하고 달달함을 내뿜는 로맨스는 끊은지 오래였는데 추천글이 만만찮았다.
  좋았다, 그저 좋았다. 가슴이 설레었고 입가에는 함박웃음이 난무했다.
  가장 평범한 연애가 가장 애틋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사랑 하나만으로도 연애 아닌 결혼도 가능하다고 믿게 만드는 책이었다.
  사랑이 전부라 믿게 만들었고 몇 년을 나를 사랑하나만 지향하게 만들었다.
  한 때는 정말 사랑이 전부였다. 내게는.
  물론, 사랑만 가지고 한 결혼에서는 결국 돈이 전부였구나 깨우치게 했지만.
  사실 내가 하고 싶은 건 사랑 따위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나는 결혼 후에 할게 됐다.
  인생의 최우선이라는 건강도, 돈이 있어야 검진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때는 참으로 처참했다. 

  



당신 말이 맞아.
나, 그렇게 대단한 놈 아니고
내가 한 여자의 쓸쓸함을 모조리 구원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않아
내 옆에 있어도 당신은 외로울 수 있고 우울할 수도 있을거예요
사는데 사랑이 전부는 아닐테니까
그런데
그 날 빈소에서, 나 나쁜놈이었어요
내내 당신만 생각났어
할아버지 앞에서 당신 보고 싶단 생각만했어요
뛰쳐나와서 당신 보러가고 싶었는데
정신차려라, 꾹 참고 있었는데 …
갑자기 당신이 문 앞에 서 있었어요
그럴 땐 미치겠어

  꼭 사랑이 전부 같잖아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中
 

 

   

   서평으로도 썼었지만 검은 활자로 사이로 색(色)이 돋는 작품이다.
  외설적이고 음란하며 도발적이고 온 몸을 달아오르게 만드는 「더블 판타지」
  전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숨은 잠재력(?)이 폭발하는 무라야마 유카의 작품이다.
  솔직히 야하다고 해서 읽었다. 한참 슬럼프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술과
  컴퓨터 게임에만 매여 지내다가 가까스로 이 책을 기반으로 딛고 다시 책을 손에
  들었음이 자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작품 속 여 주인공이 부러웠다.
  외설적인 농도가 짙다. 10년 동안 책을 읽으면서 일반 소설분야에서 이렇게 야한
  책은 또 처음이다. 전작들을 살펴보면 아주 심플하고 단아하고 평행선을 걸을듯한
  작품들었음이 느껴지는데 작가 개개인에게도 소설 같은 '반전'이 있나보다.
  다음 작품도 이런 작품으로 나왔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다.

    

 

 

  흩날리는 벚꽃잎처럼 여린 속살을 간지럽히는 연애가 하고 싶다.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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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워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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