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씬, 앓아보려구요.
동안, 많이 공허했고 무색했고 지루했거든요.
마음에 드는 그러니까 늦은 새벽, 목소리가 듣고 싶어 욕실 샤워기를
틀어놓은 채 그이 몰래 통화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거든요.
실은 어제 새벽에도 그렇게 통화했구요.
불륜이요 ? 글쎄요.
불륜하는 사람들이 불륜이라고 하던가요 ? 사랑이라고 하지.
아, 솔직히 아직은 '사랑' 운운하는게 좀 우스운데 뭐 어때요, 좋잖아요.
자기도발. 뭐 그런거예요. 일상에서 오는 권태, 뭐 그런거요.
지리멸렬한 이질적인 이 도시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뎌내며 버틸 수 있게 만드는 것.
제게는 '사랑', 이거 하나 뿐이거든요.
살을 섞는 즐거움, 그런거 말고 그저 깊은 새벽 낮은 목소리로 웃으며 하는 짙은 농.
가슴 무너지는 절절함, 그런거 말고 그저 누군가의 무엇을 기다린다는 설렘.
오로지 당신 하나뿐, 그런거 말고 너도 나도 그저 다 아는 가벼운 바람.
왜, 그런거 있잖아요.
각자가 삶을 견뎌내는 방법 같은거요. 단지 그 뿐이예요.
책을 읽는 시간이 줄었어요.
가끔 아니, 아주 간헐적으로 읽기 때문에 장편말고
단편이 좋겠다 싶어 집어들었는데 그럼 그렇지,
김애란과 김사과의 작품만 읽고는 그냥 덮었어요.
솔직히 다른 작가들의 이름은 너무 낯설거든요.
책에 대한 편식도 심한터라 못내 다른분들의 작품은
그닥 눈에 들어오지 않더라구요. 요즘,
김애란, 김애란, 해서 저도 몸이 달아올라
다른 작품을 찾아 장바구니에 넣어는 두었는데 글쎄요,
전 김애란 보다는 미스터리가 더 좋겠다 싶어요.
제 서재 말고,
다른분들의 서재는 발이 닳도록
들락거렸거든요. 책에 대한 감은
놓치고싶지 않았고
뒤쳐지는 것도 왠지 분했거든요.
다른 사람들이 아는 신간은
저도 알아야겠다 싶어서요.
안부는 전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
매일같이 발도장 꽝꽝 했어요.
알라딘 중고샾에 팔려고, 몇 권 박스에 담아두었어요.
어제 새벽에 신청했으니 내일이면 가지러 오실테고 월요일 늦은 오후쯤에는
정산을 받을거예요. 그럼, 당장에 사려구요.
많은 사람들이 읽기 전에 냉큼 읽어버릴거예요.
미스터리만큼 책에 대한 슬럼프를 잊게 해 줄 장르는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나는 지금 누구한테 이야기를 하고 있는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