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중 하루는,
   잠을 자지 않고 밥도 먹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영화를 보고 술을 먹고 게임을 하고 드라마를 보고 누군가가
   보내 준 과자 부스러기들만 주워 먹었다.
   책은 펼치지도 않았으며 베란다에 고개를 내민 채
   사정없이 내리는 비를 맞고 두 시간에 걸쳐 목욕을 했다.
   발가벗은채로 방안을 서성거리며 돌아다니다
   의미없이 거울 앞에 서,
화장을 했다.
   
   
   어디 가 ?   묻길래, 말 없이 고개를 저었다.
   화장은 왜 하는데.   또 묻길래, 침묵했다.
   싸이코.   라고 하길래 어깨를 한 번 으쓱 - 하고는
   그이가 만지작거리던 리모컨을 빼앗아 마구잡이로 채널을 돌렸다.

 

   

   부침개, 해줄게.   내가 말했고   섹스부터 하자.   하길래,
   그이의 옆에 반듯하게 누웠다.
   
 


 

    *


 

  

   「불가능한 대화들」

   김이설의 이름으로 책을 찾는데 발견했다.
   작가 이름을 훑어보다 김이듬에서 멈추었다가
   김언의 이름에 눈이 반짝거렸다.
   젊은 작가들의 문학론이라는데, 글쎄다.
   그런건 잘 모르겠고 그들의 이름을 믿어보기로
   하고는 책을 보내겠다는 이에게 제목을
   일러주었다.
   그러고보니 동갑내기 김사과도 있었구나.
   드문드문 읽어내야지.

 

 

  

 

   
「2011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요즘은 단편이 좋다.
   적은 페이지의 단편이라면 더 좋다.
   이상하게 오백 페이지의 장편소설 하나를 끝낸
   기분이 든다. 가엾다, 단편소설은.
   이곳에도 김사과가 있다.
   김사과하니까 전경린이 생각나는데 뜬금없지만
   전경린씨 소설은 언제쯤 나오려나 .. .
   훌쩍 거리는 감성이 좋던데.
   
 

  

 
 
  「스님은 사춘기」

   그야말로 충동구매다.
   화제의 책인지 추천책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목도 표지도 개구지길래 당일배송으로 신청
   하고 받아보고 바로 실망했다.
   내가 왜 이런 책을 .. . 하고, 생각했고
   반품 할 타이밍도 놓친 채 일보위에 놓아두었다.
   언제 읽을까, 도 아닌 읽을까 말까 고민 중.
   난 부처도 예수도 스님도 믿지 않으니까.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따뜻하지도,차지도않은 마그네슘 섞인 연수기를 통과해 흐르는 물의 온도만큼
   미끌거리는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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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INGLE. 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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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을 쉬기 버거워 입술을 살짝 벌린 채 꼼짝않고 누워있었다.
   디지털 시계는 새벽 세 시를 찍어내고 있었고
   한 시간마다 놀라 잠에서 깨어난 것도 벌써 세 번째였다.
   등에 땀이 송연해, 일어나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열고
   메스꺼운 비린내를 맡으며 담배를 피웠다.
   내내 비가 내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책을 읽을까.
   술을 마실까.
   약을 먹을까. 

  

 

 


 
 
   황정은의 백의 그림자를 읽고 있다.
   생각외로 잘 읽히지 않아 조금은 곤혹스럽지만
   끝까지 읽을 생각이다. 표지를 벗겨내고
   오래 가방에 들고 다녔더니 무척 더러워져,
   내 자신에게 분노가 일었다.
   담배 묵은내가 나는 손을 씻고 다시금 누워
   책을 펼쳤다. 아직, 불을 켜지 않은 상태였다.
   어둠은 눈에 익숙해지기 마련이라, 눈에 힘을 주고
   기다렸는데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어 책을 덮었다.
   
 
 

  

 

   

 



   베란다에는 키핑해 놓은 양주가 있을테고
   냉장고에는 먹다 만 소주와 여섯개 들입 맥주 그리고
   사은품으로 받아놓은 와인이 들어있다.
   안주로는 뭐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깜박 잠이들었는데

   잠이 안 와?   라고 묻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다시 눈을 번쩍 뜨고는  그런 것 같은데,  하고
   말을 멈추었다가  자고 싶지 않은걸까  하고 덧붙이며
   소리 나는 쪽으로 머리를 갖다댔다. 

  

   작은 방에 가서 책 읽을래 ?
   
글자가 안 보여. 술 생각하고 있었어.
   술은 안돼. 물론 약도.  눈물이 나올 것 같아, 등을 돌려 누우려는데
   그러지 마.  했다.
   노래 불러줄까.  라고 묻길래,
  


 
   이름 불러줘, 내 이름.  이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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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즐겨찾는 몇 개의 서재가 있는데
   오늘, 한 분의 서재를 털어냈다.
   벼르고 있던 참에 새로운 글을 등록하셨길래 냉큼
   담고 담고 또 담아 총 4권의 책을 업어왔음이다.
   
   
   
그러니까 나는,
   나와는 다른 정서 혹은 어떠한 이질감에 끌리는 사람들이 있다.
   품고 있는 감성의 정서들을 건들여보고 싶고
   습자지에 스며든 눈물의 농도만큼 터트려보고도 싶게 만드는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서, 자신의 흔적을 지우려는 사람들.
     

 

 

 

 

  느낌의공동체

 
 몰락의에티카
 
 

 

 여명

 

 왼손잡이미스터리

 

 레인보우동경

  

   

  

 

 

* 왼손잡이 미스터 리는 ,암보스 문도스를 읽고 .. . 궁금해진 여자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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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9 17: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9 1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1-05-10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마 저는 아니겠지요?ㅎㅎ
잘 지내시죠?^^

June* 2011-05-11 11:37   좋아요 0 | URL

 잘, 지내요. 나.
 밥도 하루 세 끼 꼬박 챙겨 먹고
 매달 책을 사들이기위해 출근도 꼬박꼬박 하구요.
 비가 계속 내렸으면 좋겠다고 조금은 이기적인 생각도 했구요 .. .
 오늘은 퇴근 후에 늦은감이 있지만 겨울 커튼을 걷어내기로 했어요.
 에어컨의 자리를 반대쪽으로 옮길까, 하는 상의도 하기로 했구요.
 주어진 일상을 아주 잘 소화해내고 있어요, 헤에.

 

stella.K 2011-05-11 13:14   좋아요 0 | URL
참 조근조근하시네요.ㅎ
왠만해서 단 댓글에 또 다시 댓글을 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주인장이 귀찮아 할까봐)...!^^

June* 2011-05-11 18:12   좋아요 0 | URL
 
 
 귀찮치않아요. 아무렴요.
 조근조근은 한데, 나 꽤 지루해요.
 
 

2011-05-21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누구나 자신은 지루하다고 생각하나 봐요.
 

  


 
 
   그래
   사월이 잔인한 계절이라면 오월은 몸살나게 아픈 계절이다.
   내게는 '월'의 개념이 아닌 그 '월'이 가진 계절의 개념만이 존재 할 뿐이다.
   지나칠정도로 예민하고 극단적일만큼 충동적인 계절이 있다면 단연코
   꽃무더기 낙화하는 오월과 내가 태어나며 울부짖던만큼 겨울 눈꽃 
   휘몰아치던 십이월이다.
 
   더군다나, 이번 오월은 예견되어있는 헤어짐과 만남이 있다.
   동경하는 여자에게서 '세상엔, 어쩔 수 없는 일이란 없다'는 말은
   가당찮다고 배웠지만 더 이상은 나를 혹독하게 대하고 싶지 않다.
 
   가끔은,
   정말이지 가끔은 타인의 흐름속에 살을 섞고 살아도 괜찮지않을까.

  



    ** 

 
   좋아하는 여자의 홈페이지에서 읽고 싶은 책을 정리해봤는데,
   골라놓고 보니 어쩐지 울적해진다.




  

 


   박유하 「소멸하는 순간」

   작가의 이름도 예쁘지만 제목도 예쁘다.
   친애하는 작가들을 제외하고는 제목과 표지를 보고
   책을 선택할때가 많은데 아마 이 책도 그럴것이다.
   자극적이지않고 몽상적인 표지를 비롯해
   소멸하여 파괴되어질 것 같은 제목.
   좋아하는 여자가 옮겨놓은 글귀들을 흘겨읽다가
   멈춘 시선이 닿은 곳은 이 부분이다.
   고독 그리고 사랑, 문장이 떨리는 듯 하다. 

 

  

 

자신의 정체성을 처음으로 분간하기 시작한 인간에게
그만한 고독은 당연하고도 필요한 것이었다.
언제 그녀가 고독하지 않은 날을 하루라도 원한 적이 있었던가.
고독의 모든 찬양할 만한 점을 영양분으로 섭취하는 인간에겐,
고독할 수 없는 사랑도 믿을 만한 것이 되지 못했다. p170 소멸하는 순간 

 

  

 

 


   나쓰메 소세키 「마음」

   참 오래도록 마음에 품어 온 책이다.
   소세키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을 때, 덜컥 전집을
   사들인지가 꼬박 7년은 지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들춰보기만 할 뿐
   읽어보지는 않았다. 전집에 마음이라는 소설이 수록
   되어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마음은 단 권으로
   구매하고 싶은 충동이 인다. 마음, 마음.. .

 

 

 

 욕망 하나가 밤마다 나의 머리맡에 앉았다.
새벽마다 그것이 거기에 있는 것을 나는 본다.
밤새도록 그것은 나를 지켜본 것이다.
나는 걸었다, 나는 나의 욕망을 지치게 하려 하였다.
지친 것은 나의 육체뿐이었다. p109 마음

 


 

 

   다자이 오사무 「정의와 미소」

   오 마이 갓 !
   훈훈함이 가득한, 이런 표지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미지근한 분위기를 그러모아 오사무씨에 대해
   적으려고 했더니 표지를 보고는 한바탕 웃었다.
   청소년 소설 같은 표지다.
   정녕, 정의와 미소의 출간작은 이거 하나뿐인가.
   문고판도 안보이고 이것에 만족해야 하는가.
   나는 원서로는 읽을수가 없는데 ! 

 

   

 
 



 요즘 왠지 푹 가라앉은 기분에 예전처럼 기쁘게 일기를 쓸 수가 없다.
일기를 쓰는 시간조차 아까운 기분이 들어 자중한다고 할까.
별 거 아닌 걸 일일이 일기에 쓰는 게 어린아이의 소꿉장난 같은
슬픈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자중해야만 한다고 자꾸 생각했다.
베토벤이 예전에 그런 말을 했다.
'너는 이제 자기 자신을 위해 살아서는 안 된다.'
나 역시 그런 기분이 들었다. p201, 정의와 미소

 
  


 

 


   
   조경란 「풍선을 샀어」

   작품보다 이름이 그리운 작가다.
   독서라는 취미를 몸에 스며들게 할 때 쯤
   공공연히 들려오고 추천받아 온 작품들이 있다.
   혀, 라는 작품도 그렇고 복어, 라는 작품도 그렇다.
   복어는 가지고 있지만 읽지 않았다. 아니,
   애써 모른체 했다. 까닭은 없다. 그저 이 여자가
   어떤 시절의 내, 가장 아픈 곳을 치유하리라 믿을 뿐. 

  

 

 

타인에게 친화적이고 관대하며 게다가 능동적인 사람들을 보면 더럭 겁부터 난다.
나는 잘하는 것도 별로 없는 사람인데 중요한 것은 더 못한다.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글쓰는 일만큼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다.
특히 남녀관계 같은 것 말이다.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통의 관계보다
두 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닫고 있었다.
그것은 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일종의 생명체의 결합 같다.
글쓰기와 연애의 공통점이 있다면 언제나 마음먹은 대로 잘 안된다는 것이다.
결과를 짐작할 수도 없다. p212 ,풍선을 샀어 

 

  

 

 

   달달하게 취한 새벽 녘, 울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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