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는 늦더위 탓에,
   지난 주말 내내 옷을 벗고 입고를 반복했다.
   긴 샤워를 하며 언 맥주를 마시고 을 읽고 담배를 피우고 노래를 불렀다.
   한참 거울을 들여다보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고 덩실덩실 춤도 추기도 했다.
   
   그래, 나는 고상하게 고독을 씹으며 스스로를 그리고
   자신 이외의 것들을 심도깊게 관찰하며 주말을 보내는 방법 따위는 모른다.
   그저 술을 더 마시고 끝없이 잠을 자고 오래도록 사랑을 나눌 뿐이다.
   스스로도 의아하고 믿기 어렵지만 진심으로, 나는 단 한 번도
   생산적이고 활력과 열정이 넘치는 삶을 바라거나 지향한 적이 없다.
   그리고 그러한 삶을 꿈꾸지 않았기에 지독하리만치 잔인한
   현실주의자로 전락했음을 나는 매 순간마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그만 나와, 그러다 몸 불어 터져버리겠어.   열린 문턱에 서서
   그이가 나를 보며 말했고 순간 나는 정말이지 내 몸이 터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욕조에서 벌떡 일어나 성큼성큼 욕실을 나와 성급하게 몸을 닦고
   옷을 껴 입고는 수면제 반 알을 삼켰다. (사실, 수면제로 둔갑한 영양제다.)
   에어컨을 가동시키고 이불을 목 끝까지 끌어당기며 눈을 감는데
   아주, 정말이지 너무너무너무 우스운 말을 그이가 내뱉었다.
 

   나는 늘 그렇게 생각하지만, 미친 여자와 사는 것 같아.
   
    

 



  

 


 

 

 

    김경욱 위험한 독서 를 읽었다.
   책에 실린 모든 단편을 읽은 건 아니지만
   차례차례 순서를 지키며 페이지를
   넘기는 손에 힘을 실었다. 김경욱은 내가
   무척 좋아하는 작가다. 딱히, 특별한
   그 만의 문체라던가 색깔이 있는 건
   아니지만 모던하고 심플하다.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후지지도 않다.
   그리고 내가 마음껏 흡수 할 수 있는
   작가임에 분명하다.  

 

 

  

   내가 김경욱을 얼마나 잘 흡수하냐면,
   토요일 자정이 지나는 시간에 맞추어 미스터릴 하나 집어들었는데
   마지막으로 읽은 김경욱의 단편이 자꾸 오버랩이 되어 집중을 할 수 가 없었다.
 

 

 

     존 버든  658,우연히                             
   소설이 좀 이상하다. 빈틈이 빤히
   보이는 듯 하면서도 완벽한 스토리가
   그걸 메운다. 그러니까 이 소설,
   교모한 숫자 놀음이기는 하지만 탄탄한
   스토리가 단순한 놀음이 아니라는 식의
   놀라운 반전과 트릭을 풀어나간다.
   불필요한 전개가 펼쳐진다 싶으면
   또 그것은 다시 중요한 단서가 되는,
   조금은 묘하면서도 결과는 기대되지만
   아껴 읽으려 책을 좀 미뤄두고 있다. 

 

  

 

  

 

  
 
  겨우 백 페이지 남짓 남아,
  스토리는 휘몰아치며 격정적인 위치에 머물러있다.
  그리고 나는 당장 이번 주말에 읽을 책을 정해야 하는데
  알라딘 서재 메인 블로거 베스트셀러 종합 4위에 올라와 있는
  미쓰다 신조의 책을 염두에 두고 있다.
  글쎄, 일본 호러물은 그닥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왕
  미스터리만 주구장창 읽는김에 좋은 시도가 될 듯 하다.


 

  

 

 

 

 그나저나, 658 우연히의 주인공 거니가 그러하듯
 나 또한 누군가에게, 무언가에게, 안녕하고, 작별인사를 하는 것에는 너무 서툴러서
 자꾸만 내가 버린 집을 나간 아빠가, 집을 나간 아빠에게 버려진 내가, 무척이나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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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9-02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더위가 가고 예쁜 단풍이 물들면 괜찮아질까요

2011-09-02 1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ra 2011-09-02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작가 김경욱, 미쓰다 신조 제가 읽고 싶은책 658우연히 반갑네요 점점 버려야할 시기 이해의 마지막이 오고 있네요 점점 버려야 할것이 많아지는 계절 저도 슬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