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기사단장 죽이기 - 전2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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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 이야기]는 1부:현현하는 이데아
2부 : 전이하는 메타포
로 구성되어 있다.

화가인 주인공은 아내에게서 갑작스러운 이별을 통보 받고 당시의 체험을 서술한다.
하루키의 초창기 소설 이후로는 잘 볼수 없었던 1인칭 소설이다.


(솔직히 단편을 제외한 초,중반기의 1인칭 소설에서는
모든 작품의 주인공이 같은 사람이라고해도 될 정도로정형화되어 있었었다.

ㅡ 세상에거리를 두고 지내며,운동을 하고, 국적을 알 수 없는 분위기에(미국적 분위기가 좀 더 픙겼다),음식도 스피게티나 샌드위치를 먹었고,늘 신비한 여자가 나타났다.)
그래서 하루키가 한동안 1인칭 소설을 쓰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짐작해본다.

작품 속 `기사단장`은 오페라 <돈조바니>의 등장인물이다.

아내와 헤어진 후 주인공은 저명한 화가가 소유한 집에서 생활하며 그림을 그리려한다. 그러다 (집의 주인은 요양시설에들어갔다) 그 집 천장위에서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그림을 발견하고,그 후로 주인공은 여러가지 불사사의한 일을 경험한다.

그리고,묵고 있는 집 이웃의 의뢰로 이웃의 초상화를 그리게 되는데, 
거대한 저택에 혼자 사는 이웃은 하루키가 [위대한 캐츠비]를 의식하고 설정한 것이라고 한다.

또한 `에도 시대 작가 우에다 아키나리의 [하루사메 이야기]에 수록된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기도 했다.
이번 [기사단장 이야기]에서 하루키는 고전을 인용하고 이용한다.
(그의 표현재로라면 오마주일 수도 있을 것이다)

주인공은 `기사단장 이야기`라는 그림의 작품 속 인물들에 이끌려 상상의 세계 같은 곳을 방황한다.
이것은 그의 작품들인 [세계의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1Q84]같은 작품에서 많이 본 구성이다.
소설은 몇년이 흐른 뒤, 주인공이 삶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끝난다. 
이번 소설은 그동안 그가많이 차용했던 열린 결말이 아니다.

이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뮤지컬 <존 도바니>와 [위댜한 캐츠비]를 읽고 알아두는 것이 도움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초창기의 하루키 단편들과 [노르웨이의 숲],[해변의 카프카] 등을 좋아했다.
언제부턴가 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소설이든 산문이든 이이야기가 저 이야기 같고
반복되는 구성과 인물들 그리고 이야기가 식상했었다.

[1Q84]는 선인제 10억을 받아 유명세를 펼쳤지만,개인적으로는 실망감이 더컸었다. 
그 후의 [언더그라운드]도 마찬가지였다.

[기사단장 이야기]는 별 기대 없이 (1Q84 이후로 기대감은 없었지만,어떤 관성이나 습관으로) 읽었는데, 하루키가 오마주라고 표현한 이러저러한 시도가 익숙한 구조와 이야기를 조금은 인정할 수 있게 해주었다.
하루키 역시 자신의 스타일을 나름대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했다는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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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
장 필립 뚜생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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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심한듯 조용히 흐르는 하루을 그려내면서

삶과 죽음이라는 커다란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내는 미니멀리즘 작가 `장 필립 투쌩`의 [사진기]


 그의 소설들 중 [욕조]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요즘은 이런 작픔을 찾기 어려워진 것이 무척 아쉽다.


 투생의 소설은 간결한 문장 속에서 느껴지는 삶에 대한 통찰력이 매력이기조 하지만,무엇보다도 그의 소설 속 인물들에게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어수룩하고 허점이 많이 보인다. 그의 인물들은 느릿느릿 (어떻게 보면 분통터질 정도로 느리게) 움직이면서도,맹수가 햇볕 아래에서 졸다 먹이를 잽싸게 낚아채는 것처럼 중요한 순간엔 날카롭게 보여준다.[사진기]의 주인공은 발가락을 주무를 때조차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하게"주무른다.

 

 무엇보다도 그의 주인공들은 유머와 냉소를 알고 있다. 유머와 냉소라는 것은 절망이나 좌벌,우울과 죽음이라는 감정의 극한까지 간 후에 그것을 극복하고 여유롭게 삶을 바라볼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왠지 투쌩의 인물들은 늘어나는 뱃살처럼 능청 밖에 남지않은, 버릴 수도 없고 미워할 수도 없는 남자인 것 같다. 이처럼 인물들에 대해 독자를 상상하게 하는 것은,간결한 단어 속에서도 인물들을 생생하게 묘사했기 때문일 것이다.


 투쌩의 소설 작법은 영화와 같다. 

 인물들의 감정을 발 드러내지 않고 독자가 영화장면을 보듯이 그들의 말과 행동으로 추측할 수 있게 한다. 큰 사건과 이야기가 없이도 독자는 깊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이 투쌩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투쌩은 레이먼드카버처럼 고요한 일상을 이야기하지만,소설을 덮고 나면 독자는 표현할 수 없는 커다란 감정을 느끼게 된다.그것은 마치 어두운 연화관에서 빠져나와서 내리쬐는 햇볕에 눈을 찌푸리며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동안 느끼는 혼란 속의 감동과도 같다.


 투쌩은 `미니멀리즘`과 `누보로망`작가인데, 누보로망과 미니멀리즘에 대해서는 페이퍼에 따로 작성하겠다. 또한 투생과 작픔에 대해서 역시 페이퍼에서 좀 더 깊이 있게 적어두겠다.

별로 힘들이지 않고, 억지도 쓰지 않으면서
마치 점진적으로 죽어가는 것차럼,아니 사는 것처럼
앞으로 나아감을 느꼈다.
그와 동시에 내 삶도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다. 똑같은 물거품이 끊임 없이 바뀌는 것처럼.

나는 그제서야 그토록 원하던 사진을 얻었음을 깨달았다.
내 존재의 깊숙한 곳에 파묻혀 있던 삶의 섬광을 포착했음을.

아름다운 것은 바로 흐름,바로 그거다.흐름,이 소란한 세계 밖으로 향하는 중얼거림. 사고를 멈추고 대명천지에 그 내용을 표현하고자 한다면 어떠할까? 말하자면,아니 그 파악할 수 없는 외곽선의 개방벅 혼돈을 유지하기 위해 오히려 말을 하지 않는다면,우리는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손가락 사이에 물,광선의 불타는 듯한 매력이 사라져버린 물방울 몇개만 얻으리라.

그 어느 것도,내존재나 내 비존재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는 오로지 삶 이전,그리고 내 눈 앞에 하늘만큼이나 가깝게 있는 삶 이후의 뮤한한 부동성이 있을 것이다.

나는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현재 이 순간을....고정시켜 보려고 애썼다.
마치 살아 있는 나비 몸뚱이를 바늘 끝으오 고정시키듯,
살아 있는 나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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僕は模造人間 (新潮文庫) (文庫)
시마다 마사히코 / 新潮社 / 198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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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 [악마를 위하여] 로 오래전에 출간되었다가
그 후 [나는 모조인간] 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시마다 마사히코의 초창기 소설.

 현대사회의 인간에 대한 사유가 묘사되어 있는 작품인데
일본 사회의 패배주의도 느껴지고
이 작품에서는 시마다 마사히코가
유시마 미키오의 [가면의 고백] 에 영행을 받은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미개사회는 강한가 약한가, 잘하는가 못하는가 밨에 없었다.
그리고 그 양극단에 있는 자가 킹이다. 그렇디면 평균치에 지나지 않는 나는 아무리 굽히며 살아도 별볼일 없는 존재일 뿐이다.
권세를 누리지도 못하지만 놀림을 당하지도 않는다.
(본인 의역)

나는 나였던 적이 없었고 늘 타인이었다.

나는 당연히 패자쪽을 좋아했다. 명랑한 사람들의 단순함보다는
그들을 곁눈질로 바라보면서 뭔가를 중얼거리기도하고
음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수상쩍은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꼈던 것이다.

나는 작은 행복보다는 추락할대로 추락한 불행쪽이
더 화려하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청춘의 추억? 어딘가 월급쟁이 냄새가 난다.
그것도 특출하게 말 잘 듣는 놈으로.
반항은 하지만 금방 속임수에 넘어가는 놈.
그래서는 안된다.
한번 시작하게 되면
이제 영구운동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된다.

* 나머지 작품 속애서 찾은 공감의 밑줄그은 문장들은
문장 페이퍼에 기록해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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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쿠라노소시
세이쇼나곤 지음, 정순분 옮김 / 갑인공방(갑인미디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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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쿠라노소시] 는 베개 곁에 둔 노트에
수시로 사색의 글을 남긴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침조자는 일본 산문의 효시로 알려져 있는데
짧은 단편적인 생각들이
긴 시대를 넘어 현대의 우리들에게도
소나무 숲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처럼 시원하고
툇마루창에 앉아 느끼는 바람처럼 선선한 느낌을 준다.

몇몇 산문들은 짧은 글에 강렬한 감정이 들어 있어
다양한 감동을 받게 한다.

[마쿠라노소시] 별책으로는 
책이 나올 때 시대의 의상과 풍습, 배경들이 알러스트로 잘 표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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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한 연구 - 하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1
박상륭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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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단에서 박상륭 작가는 
시쳇말로 문학의 한 횟을 그은 작가이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서점을 하면서도
가끔 국내에 들어올 때마다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를 찾아뵙기 위해 노력했었다.

[죽음의 한 연구] 는 10대 후반에 처음 접했었는데
그때는 솔직히 작품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러다 첫 대학에 들어가 다시 읽었을 때야
소설의 깊이를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소설은 한번 읽고 말 소설과 
두고두고 읽을 소걸로 나뉜다.

두고두고 읽을 소설들은 나이가 차고
30대,40대,50대,60대 때마다
새월이 흐르며 성징한 자아와 함께
같은 텍스트라도 전혀 다른 느낌을 줄 것이다.

누군가 이성복 시인의 문장들을 파로 쓴 문장이라고 했는데
[죽음의 한 연구] 의 문장 역시 
어느 한 문장 하나 쉽게 쓴 문장이 없다.

단어 하나하니, 문장 하나하나,
소설 전체를 이루는 요소들을 깊은 사유가 잘 전달되도록 쓴 소설이다.

민음사에서 기존 명작외에 새로운 작품 중에서 명작선을 낸다고
‘모던 클래식‘시리즈를 내고 있는데
아직 한국 작가의 작품이 들어간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박상륭 작가의 [죽음의 한 연구] 야 말로
새로운 명작선에 들어가야 할 작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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