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 작가 - 43인의 나를 만나다
장정일 지음 / 한빛비즈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장정일, 작가] 가 아닌 [아담이 눈뜰 때] 에 대한 글이다.
알라딘 책 검색 시스템이 너무 작아
검색되지 않는 책이 너무 많다.

[아담이 눈뜰 때] 는 장정일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
90년대 한국문단에서  한 자리를 차지했던 그는
이 소설에서  젊음의 성숙해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장정일의 말처럼 소설을 밑줄그으며 잠언처럼 몇문장 떼내어 
그게 전체인듯 하는 행동을 싫어하지만
기억에 남는 문장들을 옮겨보겠다.

90년대 젊은이들의 이야기지만
현재 젊은이들에게도 통용될 수 있는 문제들인 것 같다.

"욕망을 버림으로써그 욕망을 이룰 수도 있었을 것이다.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의미에서, 소망의 깨끗한 포기는
소망의 성취에 다름 아닌 것이 되었을테니까.
그리하여 자신의 모든 욕망을 비워낼 줄 알게 된 이는
어느새 자신을 온전히 다스릴 줄 아는 완전한 자유인,
곧 자신의 독재자가 되는 것이다. "

"편지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ps (추신)에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편지 가운데는 추신이 그 편지의 가장 중요한 본문인 것도 있고,
어떤 사람은 투신이라는 형식으로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을 전하기도 한다."

"과도한 자기연민은 자기기만이며, 자기교만일 뿐이다."

"타인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을 조건 없이 인정하고 이해하라는 말은,
내가 당신에게 그랬듯, 나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 또한
조건 없이 인정하고 이해해달라는
자기 중심적 사고의 반대급부이기 쉽상이다.
타인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을 아무런 조건 없이 인정하고 이해하는 사람ㅇ, ㄴ
결국 자신에 대해서도 무책임하고 덜 엄격하게 된다."

"우리 세대란 그렇다.뭐든 렌트만 하면 된다.
요는 정보가 문제인 것이다.
양질의 정보만 있다면
우리는 세계도 빌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끊임없이 새로운 노래 (새로운 것) 을 찾아 유행에 발맞추려는 자는
새것과 속도의 탐욕에 속박된 자이며,
진정 자신으로부터 소외된 자이다."

"솔직을 가장하여 내 치부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나는 이런 놈이니 알아서 맞추라는 식의 과시밖에 안되며
결국 자신에게 상대는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비밀이 필요한 곳에서 비밀이 옳게 지켜지지 않으면
경박함 밖에 남는 것이 없다.
우리 세대는 비밀의 가치가 지켜지지 않는 깊이 없는 세대이고,
모든 정보의 공개를 원칙으로 이루어지는 정보화 사회란 합리회를 내세워 인간적인 감정을 죽여버리는 사회이다."

"문장을 쓴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것은 내 온 몸으로 이 세계의 가속도에 브레이크를 거는 일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내 존재의 의미를 끊임없이 반추해 되새겨야 하는 일이다."

"삶이 늘 불완전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소설에서만은 이토록 완벽을 추구해야 하는 걸까?
두세 살 먹은 어린아이도 자신이 하던 놀이를 그만둘 순간을 아는데... ...
가능하다면 나는 그것을 시도하고 싶다.
이야기 도중에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새로운 소설을... ... (아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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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이 의역입니다.

부자보다 더 역겨운 존재는 이렇게 젠체하는 사이비 예술가이다.
자기들은 철저하게 쓰레기로 존재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엄마, 들어봐.
내가 아무리 한평생 당신에게 동의한다고해도
그것은 당신이 갈겨 놓았던 똥 무더기에 대한 동의 이상은 아니야.

몸을 함부로 굴리는 것은 결국 자해나 다름이 없다.
자해는 사랑도 뭣도 아닌 오직 자신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과 자기위안 일 뿐이다.

뭔가 조금이라도 이상해 보인다 싶으면 모조리 심리학적 해석으로 몰고 가려는 현대판 신화가 존재한다.
(세계 전체를 심리학적으로 해석하려는 현대인의 병)

눈물이란 어떤 특정 감정과 연관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예로 들어보면 대체로
분노나 멜랑콜리, 혹은 공격성 때문에 터져 나오는 것일 뿐이다.

내가 느끼기엔 인생의 덜 심오한 요소들이 더욱 근사해 보인다.
덜 심오하면서 섹시한 요소들이,
일시적인이며 유희적인 요소들이.

세상에 내가 태어났다는 것은 한없이 무의미하다는 사실.
그리고 죽어야만 한다는 대전제가 한없이 파렴치하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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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umming Up (Paperback) Vintage Classics 511
Maugham, William Somerse / Vintage Classics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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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머싯 몸의 [The summimg up]을 읽다가 발견한

좋은 문장들을 올려봅니다.


 나는 늘 어려운 문제나 명베를 쉬운 단어로 표현하는 것이

가장 좋은 글쓰기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전문적 용어로 점칠된 글들은 대부분 글쓴이 자신도

명료하게 자신이 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가장 쉬운 언어로 쓰인 철학이 담긴 글이 가장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역,오열이 많으니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교양의 효용이란 무의미한 것을 잘난 체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이 유명한 사람들을 알고 있다고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위신을 세우려 드는 것은,자신이 보잘 것 없는 존재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유명인을은 만나는 사람들을 다루는 기술을 알고 있다. 그들은 새상 시람들에게 가면을,때로는 아주 인상적인 가면을 보이고,진정한 자기는 감추려고 애쓴다."

"내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문제에 대해서 써야 할 결심이 아직 되어 있지 않다고 하면,앞으로도 쓸 희망은 거의 없다."

"명료,간결,아룸다운 음조를 목표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

"가장 미묘한 사상도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위대한 철학자들의 글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명료하게 알지 못하는 작가는 모호하고 위엄 있는 잔어들로 자신의 글응 포장하려 한다. 자신의 무지를 숨기고,자신의 글이 위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하기 위해서이다."

"좋은 산문이란 것은 잘 차려 입되,적당하여 눈에 거슬리지 않는 인간의 의복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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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사 김영하가 자신의 친구의 결혼식에서 축가 대신 
자신이 쓴 이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 글을 읽은 것은 아주 오래 전이지만
가끔 청춘을 생각하며 파일을 찾아 읽어보곤합니다.

누구에게나 다가왔다 멀어져가는 청춘을 떠올리며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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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은둔을 꿈꾸는 친구에게
- H의 결혼에 부쳐

스무살 무렵엔 누구나 은둔을 꿈꾸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어촌에 작은 낚시집이나 하나 열어서 살아가는 꿈.
또는 땡중이나 수도승이 되어 산사의 목어소리를 들으며 살아가는 꿈.
백두대간 봉우리 하나쯤 잡아서 산장지기를 하며 늙어가는 꿈.
그때는 그게 꿈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가끔 세상은 나를 성가시게 하고
인연이 없는 여자들은 매몰찬 상처만 남기고 떠나가지.
스무살 무렵에는 유난히 그런 일이 많은 법이지.

가끔, 자살을 꿈꾸기도 했을 것이네.
마음 주지 않는 여자나 허망하게 무너진 추운 나라 때문에
음습한 거리를 청바지에 손을 꽂은 채 헤매기도 했을 것이네.
그런 때면 하늘은 너무도 청명하여 새들조차 날아다니지 않지.

스무살 무렵에는 보고 싶은 사람도 많았네.
무인도에 함께 가자던 초등 학교 동창생들이 그립고
공주같은 옷을 입고 다니던 짝궁이 그립기도 하지.
심지어 무던히도 두들겨패던 중학교 2학년 담임선생이 그립기도 하지.

그때는 전화벨이 울려도 반갑기만 했지.
수화기를 들 때마다 새로운 날들이 펼쳐지는 것 같았네.
이별을 고하는 전화,
새로운 만남을 예고하는 전화,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전화들이 앞을 다투어 달려들었지.

토악질로 범벅된 입영전야.
자아 우리의 젊음을 위하여 잔을 들어라.
그런 노래를 부르며 밤새 거리를 헤매며 누군에겐지 모를 발길질을 해대며
눈물을 뿌려댔어도 그땐 외롭지 않았네.
대가리박고 앞으로 전진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화장실에서 삼켜버리는 소보루 빵맛도 기가 막혔지.
밑바닥까지 추락하는 자신의 모습이 때로는 정겹기도 했을 것이네.

스무살 무렵, 세상은 언제나 낯설었지.
사람들은 바삐 떠나가고 또 새로운 사람들이 찾아오지.
맑스 떠난 자리에 푸코가 들어앉고
조용필은 21세기가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데도 사라졌네.

군복을 벗고 찾아온 교정에는
막바지 진달래만큼이나 싱싱한 젊음들이 배타적으로 기다리고 있었네.
시험지 한 장을 다 채우지 못할 정도로 언어를 상실했다는 사실을
그때쯤 깨닫게 되지.
남몰래 도서관에서 시험지 채우는 연습을 하는 동안
세월은 시험지 채우기보다는 쉽게 흘러가지.

스무살 무렵. 어떤 여자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지.
인간이 얼마나 바보스러워질 수 있는지 가르쳐주는 그런 여자.
그런 여자는 포기할만하면 다가와 은전처럼 말을 흩뿌리고 지나가네.
그래서 상처는 더 오래도록 곪아가지.
그런 세월이 계속되면 마음 속에는 두려움마저 생기네.
그녀는 어머니가 되고 누이가 되고 간호교사가 되지.

그런 여자를 만난 가을이면 음악은 소금이 되고 마음은 염전이 되지.
염전의 물을 퍼내느라 하루종일 수차를 돌리는 세월.
그 세월이 오래면 짜디짠 소금처럼 음악들을 사랑하게 되고
그 음악들은 하나둘 상처 위로 내려앉아 감각을 퇴행시키지.
산울림과 조용필, 들국화가 귓전을 떠나지 않게 되고
어느새 음악에서만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지.

그런 여자를 만난 겨울이면 서가에는 책이 쌓일 것이네.
지리산 토끼봉을 넘어 변산반도로 뛰는 사랑,
사랑하는 여자가 조총련이어서 간첩이 되는 사랑,
독일인의 사랑,
구월산 재인말에 천기로 스며들던 묘옥의 사랑,
그런 사랑들로 마음을 다스리네. 그러나 참 추운 겨울이었네.
그런 겨울이면 친구들은 군대로, 외국으로 하나둘씩 떠나가네.

그러다 봄이 되면 모임들을 기웃거리기도 했네.
함께 세미나를 하고 거리로 달려나가거나
어두운 뒷골목 소주집에서 쉰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네.
여기 오네 젊은 넋들 들판을 가로질러....

생머리를 질끈 동여맨 여자 선배 들은 그럴 때 참으로 아름다웠네.
화장기 없는 얼굴로 소주를 따라주던 그런 선배를 죄스럽게 훔쳐보면서
쓴 소주를 목구멍으로 넘기는 동안에도 세월은 차곡차곡 흘러갔네.
그 선배들도 하나둘 교정을 떠나고 말지.
도서관에 처박혀서 9급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고 있거나
양복입은 남자와 거리를 거닐며 미래를 설계하고 있지.

어느 비오는 날 아침,
쓰린 속을 만지며 창문 밖을 내다보다가
갑자기 이젠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그럴 때 둘러본 책장의 책들 위에는 뽀얀 먼지가 앉아있고
지난 1년간 단 하나의 음반도 사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
마음을 아리던 여자들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기억나지 않으며
지난 며칠간 단 한 통의 전화도 울리지 않았다는 것도 알게 되지.
이십대가 간 거지.

비록 아직은 나이에 ㄴ 자가 들어가지 않는다해도
실질적인 이십대는 서해 낙조처럼 부질없이 스러져갔다는 걸
자신만은 잘 알게 되는 거지.
무심코 뒤져본 지갑 속에선 옛 친구들의 명함이 비져나오고
그들의 이름은 거개가 한자로 적혀있곤 하지.

우편함에는 듣도 보도 못한 발신인의 카드들이 들어있기 시작하지.
왜 청첩장에는 부모 이름이 적히는 걸까.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말없이 백색 아트지로 된 그 종이들을 서랍 속에 밀어넣게 되지.

문화적 삼십대는 그렇게 시작하네.
사람이 그립지만 막상 만나면 아무도 그립지 않네.
기형도의 시를 다시 읽게 되는 것도 그 무렵이네.
밤마다 열쇠로 따고 들어오는 자취방은 보일러를 켜도 스산하기만 하지.
시리즈 비디오를 빌려보게 되고 반쯤은 다 못보고 반납하게 되고
가끔 극장가를 배회하기도 하지.

그럴 때 한 여자를 만나게 되지. 이제 바보짓은 하지 않아도 좋네.
사람을 만나는 일은 여전히 서툴고 어색하지만
세월은 사람을 허투로 관통시키지 않기에
이제 다소는 무덤덤하고 심드렁하게 사랑을 고백해보게 되지.
그런 방식이야말로 서로의 상처를 줄이는 방법임을 잘 알고 있으므로.
인간이 만든 최악의 제도라던 결혼이 차악으로 보이게 되는 것도 그 쯤이고
서로를 간헐적으로 외롭게 만드는 더벅머리 친구보다
지속적으로 외롭게 만드는 반려가 더 나아보이는 때도 그 무렵일 것이네.

스무살 무렵에는 여자의 매력이 마음을 데우지만
이제는 여자의 아픔이 용기를 북돋게 되지.
스무살의 전장에 묻고 왔다고 믿었던 부장품들이 옷장 속에서 기어나오지.
열정, 질투, 희망 따위.
말없고 단정하던 그녀가 자신에게만 응석을 부리기 시작하지.
월급을 탄 그녀가 중저가 브랜드의 티셔츠를 사다주면
그게 쑥스러워 일부러 옷자락을 바지 밖으로 빼어내서 입고 다니지.

하늘의 빛깔은 여전히 어둡고 앞날은 불투명하지만
그래도 그리 힘들게 느껴지지는 않게 되지.
소설이 재미없어지기 시작하네. 코미디 영화가 좋아 지네.

그래도 가끔 스무살 무렵을 생각하네.
밤새 술 마시던 골목을 지날 때면, 그때 읽던 책을 책장에서 치울 때면,
가끔 담배를 피워대네. 그땐 그래도 자유로웠다, 고 생각하지.
오, 그때의 그 자유가 얼마나 버거웠는지,
얼마나 성가셨는지,
얼마나 사람을 환장케했던 지를 생각하면서
이제 더 이상 그 자유를 그리워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네.

어느날 자리에서 일어나 면도를 하게 되지.
면도날을 새것으로 갈아끼우고 그녀가 사다준 면도거품을 정성껏 바르고
뜨거운 물을 세면대에 받아서 말이네.
그리고는 머리를 깎고 몸에 잘 맞지 않는 이상한 옷을 입고 황급히 달려가네.
꼭 황급히 달려가야만 하네. 그게 어울리네.
그렇게 달려가면 거기 신부가 역시 이상한 옷을 입고 피곤한 표정으로 기다리네.

그때 잠시 멈추어서서 뒤를 돌아다본다네.
무진기행에 나오는 한 구절이 떠오를 것이네.
"한 번만, 마지막으로 한 번만 이 무진을, 안개를,
외롭게 미쳐가는 것을, 유행가를, 술집여자의 자살을, 배반을, 무책임을
긍정하기로 하자."

그러나 머리를 세차게 내젓고 걸어가 신부의 손을 잡네.

서른살 무렵에 다시 은둔을 꿈꾸지.
그 은둔은 스무살 무렵의 은둔과 다른 새로운 은둔일 것이네.
새로운 은둔의 동반자와 함께 걸어나가네.
드보르작의 한여름밤의 꿈이 울려퍼지네.

마흔 무렵이 되면 다시 이런 글을 쓸 것이네.
서른 무렵에는 누구나 은둔을 꿈꾸지, 로 시작하는 글 말일세.
당신이 부럽네. 축하하네. 이제 새로운 세계로 걸어가게.
다시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고 싸우고 토악질하고 부둥켜 안고 울기를 바라네.
그래야 마흔이 되어도 이런 글을 다시 쓸 수 있을 것이네. 안 그런가?

스무 살 무렵엔 누구나 은둔을 꿈꾸지.

자살을 꿈꾸기도 했을 것이네.

수화기를 들 때마다 새로운 날들이 펼쳐지는 것 같았네.

밑바닥까지 추락하는 자신의 모습이 정겹기도 했을 것이네.

어느 비오는 날 아침, 쓰린 속을 만지며 창문 밖을 내다보다가
갑자기 이젠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사람이 그립지만 막상 만나면 아무도 그립지 않네.

세월은 사람을 허투로 관통시키지 않기에
이제는 다소 무덤덤하고 심드렁하게 사랑을 고백해보게 되지.
그런 방식이야말로 서로의 상처를 줄이는 방법임을 알고 있음으로.

마흔 무렵이 되면 다시 이런 글을 쓸 것이네.
서른 무렵에는 누구나 은둔을 꿈꾸지,로 시작하는 글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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