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청소해도 돌아서면 더러워지는 방처럼, 요즘 내 마음은 정리하고 닦아도 다시 어지럽혀져있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보려고 했지만, 자꾸 가라앉는 마음의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나와 비슷한 마음을 가졌던 친구 하나는 자신의 마음을 견딜 수 없었는지 예고 없는 여행을 떠났었다.
얼마 전 돌아온 그 친구는 나에게 자신의 여행에 대해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다.

나는 그저 시계 없는 손목으로 보아 그가 시간을 잊고 싶어 했고,
작은 가방으로 보아 준비 없이 떠난 여행이었으리라 추측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의 표정이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여행이 그의 마음을 정리해주지 못했음을 추측할 뿐이었다.

 나 역시도 이런저런 고민을 할 수록 여러 문제 앞에 더 자신감을 잃어갈 뿐이었다.

 주위 사람들이 드러내는 너무나 인간적인 본 모습에 더이상 실망하진 않지만
그 모습을 이해하고 침묵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지 난 자신이 없었고,
이제는 더 이상 젊지 않다고 슬퍼하지는 않지만 매 마음의 나이는 어디쯤인지 자신이 없었다.
또한 더 이상 이룬 것 하나 없는 한해를 보내는 것이 허무하지는 않지만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채워갈 지혜와 실천력이 있는지 자신이 없었다. 

 어쩌면 이런 것들은 평생 고쳐지지 않는 습관처럼 앞으로도 계속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이 자꾸 어지럽히고 가라 앉는 원인을 이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다.

  글을 향한 마음을 버리지 않고 수도하듯 글의 길을 걷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생활로 받아들일 준비도 되지 않은 채
너무 높고 뜨거운 결과만을 바라던 내 어리석음 때문이라고.
 
 그리고 이제는 글 앞에서 뜨겁게 타오르기보다 평생 수도해야할 대상으로 받아들이고 변함 없이 지속될 수 있기를 감히 바라보고 싶다.

ㅡ 1990년대,mango.

(오랜만에 시간이 남아 서류 정리를 하다 20살즈음 작은 소식지에 게제했던 글을 발견하고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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