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소란스러운 세상 속 혼자를 위한 책 - 혼자가 좋은 나를 사랑하는 법 INFJ 데비 텅 카툰 에세이
데비 텅 지음, 최세희 옮김 / 윌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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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5 데비 텅.

아깝다. ㅋㅋㅋㅋ 여러분의 시간과 돈을 아껴 드립니다.
나도 MBTI에서 INFJ(몇 년 전에는 INTJ나오던 게 바뀌었다…ㅋㅋㅋ)가 나와서 사람이 많은 곳에서 불안하고 불편한 부분은 비슷한데 이상하게 허둥지둥하는 인물에게 공감이 안 갔다. 그리고 그렇게나 남을 의식하고 주변 시선 신경쓰는 사람이 이런 그림체와 이런 스토리 진행과 기획과 구성으로 별 걱정 안 하고 (걱정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낸 게 놀랍다. 물론 깊이 공감이 가고 재미있게 보는 독자도…있겠죠. 있으시군요. 죄송합니다. ㅋㅋㅋ오랜만에 악성 독후가미스트 출동!!! 내 시간 내 놔!!!(안 사 봤지만 안 다행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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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1-06-06 15: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솔직한 리뷰 완전 좋습니다.저는 읽은 책이나 영화가 별로여도 생각보다
시원하게 까질(?) 못 하겠더라고요..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6-06 16:25   좋아요 1 | URL
읽다가 그만두려다 우씨 다 읽고 깔 거야! 하면서 보는 멍청한 경우가 많습니다 ㅋㅋㅋ 저거 위에 남들이 보는 나의 모습- 만 봐도 음 정말 남들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생각해??? 하면서 생각보다 자아상이 건강한 친구네(그런데 만화가 재미없구나) 하고 맘 놓고 까기로 했어요 ㅋㅋㅋㅋ

공쟝쟝 2021-06-13 2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intj .. 돌아와 f여ㅋㅋㅋㅋ 나 intj 나밖에 못봄…. ㅜㅜ 만나고 싶다 인트제…

반유행열반인 2021-06-14 07:02   좋아요 0 | URL
intj둘이 있음 잘 지낼지 서로 보기 싫다고 싸울지 궁금합니다 ㅋㅋㅋ
 
[eBook] 뭐든 다 배달합니다 - 쿠팡·배민·카카오 플랫폼노동 200일의 기록
김하영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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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5 김하영.

인터넷 쇼핑몰과 택배 서비스가 없었다면 진작 굶어 죽었을 거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십여년 전부터 직접 마트에 들르기 보다 인터넷 슈퍼에서 장을 봐서 배달을 시켰다. 이십년 전 인터넷에서 음반과 도서를 시키면서 이건 정말, 나를 위한 거다, 했었다. 상점에서 물건을 고르는 동안 곁을 맴도는 점원이나 가게 사장님이 늘 불편했다. 지어낸 게 뻔한 과도한 친절도 싫고, 사긴 할 거니? 혹시 훔쳐가는 건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로 주시하는 걸 온몸으로 느끼는 일도 너무너무 싫었다. 주문을 기다리는 계산원 앞에서는 초조해져서 메뉴를 제대로 훑어보지 못하고 아무거나 곧바로 보이는 걸 부르던 때가 있었지만, 키오스크 앞에서는 이리저리 페이지를 옮겨 가며 신메뉴와 할인 메뉴를 따져보는 여유를 부린다.
기술 발달로 비대면 서비스를 누리게 될수록 없어지는 직업이 있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그래서 편리함을 누리면서도 동네 음반 가게나 서점이 없어지는 걸 지켜보며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패스트푸드점에 머리 하얀 어르신들이 일하시는 걸 보고 나도 은퇴하면 저렇게 파트타임 할 지도 모르겠네, 하던 것도 잠시, 이젠 최저시급 받던 일들마저 전부 사라져 버리겠구나, 예전에 읽었던 ‘사라진 직업의 역사’에 등장하는 물장수, 전기수, 인력거꾼 같은 직업이 생각났다.

이 책은 반대로 기술 발달과 모바일 기기가 보편화되면서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 노동’에 대해 보여 주었다. 기자였던 저자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2020년 2월부터 약 200일 간 쿠팡 물류센터, 배달의 민족 배달원, 카카오 대리운전기사로 일한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들이라 궁금했던 노동의 시간과 공간을 정말 생생하게 그려 주었다. 가끔 풀타임으로 매여 사느니 딱 일하고 싶은 만큼만 일하고 덜 벌고 적게 쓰는 삶을 꿈꿔 보는데, 책을 읽고 나니 그냥 하던 일이나 잘하자 싶었다. 근력 부족, 면허 없음, 자전거도 못탐, 대인 기피 매우 심함-이런 나는 대부분 서비스 직종에 해당하는 비정규 노동 시장에서 버텨내지 못할 것이다.

쿠팡 오비 업무 체험담은 거대한 물류센터 안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주문된 물건들을 포장하고 출고하는지 알려주어서 흥미로웠다. 그야 말로 단순 업무, 생각할 필요도 없이 기계가 가리키는 대로 움직이는 부품처럼 사람이 이용되는 장면은 섬뜩하기도 했다. 배민 커넥터 체험도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홍보하는 노동이 그들이 광고하는 것처럼 그렇게 산뜻하지도, 여유 시간에 쉬엄쉬엄 용돈 벌이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풀타임 배달원이 사라지고, 사람을 점점 대체 가능한 존재로, 소위 노동시장 유연화에 기여해서 사람을 소모하고 또 바꾸고 하는 걸 보면 이제 배달료나 택배비 아까워하면 안 되겠네 싶었다. 카카오 대리운전 체험은 정말 짠했다. 길에서 헤매고 대기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낮아지는 시간당 임금, 한밤을 헤매며 불확실함과 운에 기대어 손님을 찾아다니는 장면에서는 자꾸 운수 좋은 날의 김첨지가 떠올랐다. 그 인력거꾼을 택시가 밀어내고, 다시 택시 노동자를 우버가 밀어낼 뻔한 걸 겨우겨우 법안으로 정책으로 틀어 막고 있다고, 우버와 대리기사 시장의 유사점을 든 점도 앞으로 우버가 도입되더라도 그 산업이 흘러갈 방향을 대략 보여주는 듯싶었다. 하여간에 쉬운 게 없다. 대체 뭐해 먹고 살아야 하는가!!

최저임금이나마 챙겨받을 수 있는 시간제 노동자에 비해 배달 노동자 등 특수고용노동자는 훨씬 열악한 상황에 놓인다는 것을 알았다. 인도 위를 달리고, 신호를 무시하고 횡단보도 건너는 내 앞을 쌩 지나치는 오토바이 배달맨들을 보면 열받기는 하지만, 무엇이 그들에게 법을 어기고 다치거나 죽을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그렇게 폭주를 멈출 수 없게 떠미는지는 깊게 생각해 보지 못했다. 그러니까 내가 집앞에 놓인 택배박스에서 손쉽게 생활용품을 꺼내들고, 맛있는 뿌링클을 따뜻하게 받아 먹을 수 있게 해주는 누군가의 노고에 계속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과연 나는 제대로 된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지, 산업 구조나 국가의 노동 정책은 그런 노동자를 제대로 보호하고 있는지 끝없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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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1-06-06 15: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택배 노동하시는 분들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선 늘 조금만 더 알아보자 느긋해지자..하지만 다른 일들에 치여 늘 뒷전으로 밀어놓내요ㅠㅠㅠ

반유행열반인 2021-06-06 16:23   좋아요 1 | URL
택배 노동은 까대기 만화 보시면 자세하고 여기서는 쿠팡 물류센터 이야기 중심으로 나와요. 그나마 쿠팡맨(현 쿠팡친구)은 업계에서 대우가 좋은 편이라 하네요.

공쟝쟝 2021-06-13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관련한 책 최근에 봤어요. (리뷰 써야지!!!!했다가 영영 잊음…) 이책도 좀 읽어봐야겠어요 ^_^ ~~~~

반유행열반인 2021-06-14 07:01   좋아요 1 | URL
직접 세 군데 다 뛴 르포는 처음이라 괜찮았습니다

scott 2021-07-07 16: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이달의 당선작 추카!
7월 건강하게 ^.^

반유행열반인 2021-07-07 16:18   좋아요 2 | URL
scott님, 축하 감사드리고 scott님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ㅎㅎㅎ
친구랑 아이씨 알라딘 맨날 나 안 뽑아줘 왜 미워해 했는데 그냥 제가 못 써서 그랬던 걸로 ㅋㅋㅋ
scott님도 내내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새파랑 2021-07-07 16: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 잘쓰시는 열반인님 축하드려요~! 😄👍

반유행열반인 2021-07-07 16:55   좋아요 1 | URL
아코코 수식어는 과분하지만 축하는 정말 감사합니다!!!! 새파랑님도 당선 축하드립니다!!!!!!!!

2021-07-07 1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07 1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07 2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07 2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딩 2021-07-08 0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반유행열반인 2021-07-08 06:08   좋아요 0 | URL
초딩님 축하 감사합니다! 초딩님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모나리자 2021-07-08 1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7-08 11:02   좋아요 1 | URL
모나리자님, 축하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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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3 김금희.

작년 이맘쯤엔 문화센터에서 소설쓰기 강좌를 머리털 나고 처음 수강해 보았다. 첫 시간에는 선생님이 수강생들에게 좋아하는 작가를 물었는데 나는 밀란 쿤데라, 그리고 김금희요, 해서 전혀 다른 작가들을 좋아하는 군요, 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렇지 나는 된장국에 모짜렐라 치즈 넣어 먹는 짓 같은 걸 잘한다.
내 안에서 밀란 쿤데라와 김금희는 어떤 화학작용을 하며 뒤섞이고 있을까. 읽었다는 사실만 남았을 뿐 이미 한 톨도 남지 않고 몸 밖으로 다 배출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밀란 쿤데라는 아직 철도 안 난 십대 후반부터 멋도 모르고 좋아하다가 이제 철이 들 쯤 되니 에잇 빻은 할배야 너 노벨상 안 준대니까 그냥 편히 쉬어라, 하면서도 그래도 잘 쓰지 하면서 여태 찾아보는 중이다. 김금희는 읽은 지 겨우 2년 쯤 되었는데 그 사이 나온 책은 다 읽어 버렸다. 나의 한국문학 최애 작가를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꼽을 작가가 하나 있어 행복합니다. 헤헤헤.

좋아하는 작가의 책들을 내내 읽다 보면 왠지 그 작가들의 소설이 넘어야 할, 그러나 넘을 수 없을 산처럼 느껴지는 때가 있었다. 나는 아마 이번 생에는 이 글 속눈썹 만큼도 못 쓸 거야. 이제는 봉우리 넘을 생각보다는 산허리 둘레길을 둘러둘러 천천히 걷기만 해도 마냥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마에 땀이 배면 걸음을 늦추고, 산길 옆에 핀 쪼끄만 꽃도 보고, 계곡물 쫄쫄 내려오는 것도 보고, 같이 걸을 사람이 있다면 야, 여기 정말 대단하지. 그치 대단해. 네가 더 대단해. 그렇게 지치지 않고 오래도록 마냥 걷듯이 읽고 독후감이나 써도 행복하지 싶네요.

먼저 읽은 이웃님이 작가님이 꽂힌 단어를 언급한 게 기억나서 나도 그냥 지나쳐지지가 않았다. 내가 찾은 희부윰은 세 개. 앗 하나 더 네 개.
단어의 기본형이 궁금해 검색해 보니 2007년 국립국어원은 단호하게 말한다.
-‘희부윰’은 잘못된 형태이며 제시하신 문장을 보니 그 사용도 바르지 않습니다. ‘희부옇게 날이 밝았다.’ 정도로 쓰시기 바랍니다.
꺼져 버려, 냉혈 인간,(116) 국립국어원 놈들. 말이야 만들고 쓰면 있는 거지 뭐. 막상 써 먹으려니 어따가 쓸지 감이 안 오네. 희부윰한 내 머릿속…

+밑줄 긋기
-그가 유키코에게서 마음이 정확히 왜, 어떻게 떠났는지는 끝내 다 설명할 수 없었다. 누군가를 향한 마음은 눈오는 풍경처럼 온통 환하고 완벽한, 압도적인 충일함에서 시작하지만 일단 지워지기 시작하면 또 눈이 녹는 것처럼 불규칙하게 얼룩이 연쇄되며 진행되니까. (108, ‘마지막 이기성’ 중)

-리애씨는 학생운동의 전통이 있는 독서회에서 활동했는데, 그곳의 여자 선배들이 얼마나 투철한 신념과 의식을 지녔든 간에 결혼 후에는 대개 비슷비슷한 불행에 빠지는 것을 목격했다. 이상한 얘기지만 남편을 두려워하지 않는 여자란 없는 듯 보였다. 그리고 과 학생회장이었던 선배가 남편의 폭력을 피해 리애씨 집에서 자고 간 다음 날, 혁명의 날이 오더라도 거기에 여자들의 자리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여자는 노동자보다도, 노예보다도, 제3세계 식민지인들보다도 더 늦게, 어쩌면 영영 해방되지 못하겠구나. (203, ‘기괴의 탄생’ 중)

-가는 길에는 말 그대로 인파를 연속해서 맞았다. 섬에서 그곳이 파도에 파도를 더하는, 그만큼 물살이 센 바다라 죽은 사람도 많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그것이 내게 해당하는 얘기처럼 들리지 않았는데, 지하도를 걸으며 사람들로 만들어진 파고가 이렇게 끊임없이 내게 왔다가 무심하게 통과해 뒤편으로 사라지는구나 싶자 나의 어떤 것이 위태롭게 지워지는 기분이었다. 내가 자꾸만 깎여나가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내게 와서도 나를 식별하지 않은 채 그냥 지나가는, 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 때문에 내가. (251-252, ‘깊이와 기울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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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6-03 21:5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희 아버지도 된장찌게에 버터를 넣어 끓이곤 하셨는데 기가막혔습니다~♡ 저도 읽어볼래요!

반유행열반인 2021-06-03 21:51   좋아요 5 | URL
김금희는 감히 옳습니다 ㅋㅋ다들 좋아하는 건 아닌 거 같지만 아니 어째서 왜 하는 저입니다 ㅋㅋ찌개에 마가린 넣던 아빠는 기억이 나는데 ㅋㅋㅋ

scott 2021-06-04 00:33   좋아요 3 | URL
전 큰아빠집에서 토마토 넣은 된장찌개 먹고 문화적 충격을 받았는데 ㅎㅎㅎ
열반인님이 이리 좋아하시는 금희 작가님의 인그램까정 ㅎㅎㅎ
한낮의 연애 보다 이책 부터 읽어야 할까여??

반유행열반인 2021-06-04 07:05   좋아요 3 | URL
그런데 너무 한낮의 연애도 좋아요 ㅋㅋㅋ그게 처음 본 소설집인데 그냥 마음 가는대로 읽으심이 ㅋㅋㅋ이번 책은 막 봉우리 몇 개 넘은 사람이 쓰면 이리도 덤덤하구나 싶더라구요.

Yeagene 2021-06-03 22: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금희는 찾아 읽습니다 ㅎㅎ
일부러 읽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작가인 것 같아요..이 책도 나중에 읽어볼려구요:)

반유행열반인 2021-06-03 22:07   좋아요 5 | URL
네 저는 정말 좋아하게 된 작가라 눈팅만 하는 인스타그램으로 작가님 원고 쓰시는 나날들 몰래 훔쳐보고 오곤 했습니다. 이 책에 거기서 한 줄 씩 보여주던 소설이 많이 모여 있어서 좋더라구요.

새파랑 2021-06-03 22: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 읽어보고 싶은데 아직 못읽었네요 ㅋ 저도 가끔씩 김금희 작가님 인스타 들어가서 보는데 재미있더라구요~~!

반유행열반인 2021-06-04 07:05   좋아요 3 | URL
네 식물도 열심히 키우시고 역시 저리도 꾸준하고 끈질기게 써야 내가 읽는구나 해요. ㅎㅎ

붕붕툐툐 2021-06-03 23: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김금희 작가님 책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혹시 입문으로 추천해주실 작품이 있을까용? 아님 그냥 이 책 읽을까요?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6-04 07:10   좋아요 3 | URL
예전에 알라딘에서 김금희 vs 최은영 하고 장난삼아 vs로 이웃님들 취향 확인한 적 있는데요. 젊은 작가상 연도별 시리즈에서 김금희 대상탄 너무 한낮의 연애 하나 최은영 쇼코의 미소 하나 골라보면 음 난...둘다 좋다 할 수도 있겠군요 ㅋㅋㅋ판독 실패 ㅋㅋ 이 소설집도 좋아요 소설이 입문이 따로 있지 않쥬 그냥 마음 가면 같이 읽으셔요 ㅎㅎㅎ

얄라알라 2021-06-04 00: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된장국, 모짜렐라 치즈
경지에 이르면 그 조합으로도 최고의 식탁을 차려낼 수 있는 거잖아요. 열반인님 멋지세요.
전 질문 받으면, 딱히 대답을 못하겠다는 걸, 열반인님 페이퍼 읽으며 알았어요.
외국 작가는 바로 나오는데, 한국 작가 이름이 바로 안 나오는구나...이거이거^^;;;;;;

반유행열반인 2021-06-04 07:12   좋아요 3 | URL
식탁은 안 차리고 다들 거부하는 걸 저 혼자 이 맛있는 걸? 하고 먹어요. 여기저기 권유해 보아도 아무도 포섭이 안 되네요..그리고 넣고 끓이기 보다 엄마가 끓여주신 된장에 마지막으로 혼자 먹을 거 퍼서 치즈 투척이라 지탄을 받는 편입니다 ㅋㅋㅋㅋ저는 김승옥! 이러다가 이제는 마음 속의 세대 교체 하였어요 ㅋㅋ

syo 2021-06-04 15: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금희누나랑 모짜렐라 치즈 넣은 된장국을 먹으면서 밀란 쿤데라의 노벨상 수상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네요. 그러려면 그 자리가 최대한 빨리 마련되어야 할 텐데.... 쿤할배.....

반유행열반인 2021-06-04 15:04   좋아요 0 | URL
금희누나에게 사랑한다고 전해주세요 ㅎㅎㅎㅎ

공쟝쟝 2021-06-13 2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금희언니는 좋겠다~~~ 잘써서~~~~~ 전 금희언니 소설 속 사람들이 좋아요. 엊그제 조중균의 세계 다시 읽었는데 또 좋더라.. 중균찡…

반유행열반인 2021-06-14 07:00   좋아요 0 | URL
진짜 잘써서 좋겠다 조중균 이름만 들어도 왜 슬프쥬
 
[eBook] 안나 카레니나 3 펭귄클래식 130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윤새라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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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30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어깨 사이에 머리를 넣고 열차 아래 온몸을 밀어넣은 안나가 기차 바퀴에 머리가 치이고 몸이 동강나는 동안 무얼 느꼈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현실이라면 알 방법이 없다. 그걸 말해줄 안나는 이미 거기에 없으니까. 있었다가 없는 사람. 그렇지만 소설이니까, 톨스토이는 우리에게 전해준다. 마지막 순간 안나가 신에게 용서를 빌었다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걸 느꼈다고. 나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작가에게는 독자가 읽어주길 바라는 방향성이 나름대로 있었을 것이고, 그러니까 레빈이라는 톨스토이의 아바타 같은 인물이 등장해 신의 섭리와 선한 삶이라는 깨달음을 얻으며 죽지 않고 행복하게, 평안한 일상 속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 갈피를 잡기 시작하는 장면을 덧붙여 놓았을 것이다. 그래도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결말이었다. 죽을 때 죽더라도 안나가 끝까지 항복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안나가 모두를 걸고 선택한 브론스키와의 사랑은 유효기간이 있었다. 그 모든 슬픔이 안나의 편집증과 오해였는지, 정말 브론스키의 마음이 달라졌는지는 명확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안나가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일은 어느 순간 중단되었다. 그때부터 안나는 의심하고, 질투하고, 집착하고, 끝없이 사랑을 갈구하며 브론스키가 안나, 이렇게는 도저히 살 수가 없소. 하는 말을 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살 수는 없어요, 하던 안나의 말이 브론스키에게로 옮겨 가게 만들었다.
어느 겨울 친구 여럿과 떠난 여행지의 추운 밤 하늘 아래 내 사랑 앞에서 이렇게 살 수는 없어, 하고 나조차도 뜻 모를 말을 하며 울던 날이 떠올랐다. 집착과 환멸의 끝에 내 사랑이 사라지는 걸 바라보던 유월, 내내 부재의 금단현상으로 울며 보내던 어느 여름들도 생각났다.
사랑이 사라져도 삶이 계속 되고, 그 사랑이 돌아오는 행운을 누리거나, 새로운 사랑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러니까 여기 있는 나 이외에는 모두 흘러가는 거라고, 그저 이 순간 이 공간에서 내가 담길 수 있는 관계에 감사하고 기뻐하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미리 슬퍼하거나 미리 걱정하지 않기로 한다.
안나에게는 그런 말을 건네줄 사람도, 그걸 알만한 충분한 경험도 없었다. 안나를 둘러싼 세상과, 사람들과, 관계의 흐름을 조감하게 해 줄 소설도 영화도 없었을 것이다. 미쳐 날뛰며 죽음 말고는 고통을 벗어날 방법이 없다는 절망감을 느끼는 일이 어떤 건지 알아서 슬펐다. 모르핀도 사랑스러운 자녀도 내내 위로가 될 수 없고, 온세상이 등돌리고 비난하는 중에 마음을 털어놓고 괜찮다 너는 틀리지 않다 지지하는 말을 해줄 사람이 없고, 모든 일의 시작이자 끝인 브론스키마저 곁에 있지 않고 곁에 있을 때도 냉담하게 느껴진다면. 안나는 똑똑하고 아름답고 열심히 책을 읽고 누군가를 보살피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모든 걸 역겨워하고 거짓으로 느끼며 사라지는 일을 실행에 옮겼다.
예전에 밀양이라는 영화를 좋아해서 여러 번 보았다. 신실한 한 친구가 말하길 자기 주변의 사람들은 그 영화를 믿음을 가지게 된 신도가 시험에 들자 하나님 뜻을 거스르다 벌받는 내용으로 이해하며 감명깊게 보았더라고 했다. 그 때 같은 책이나 영화라도 살아온 방식이나 가지고 있는 믿음, 세계관에 따라 서사가 얼마나 다르게 읽힐 수 있는지 실감했다.
안나 카레니나 또한 그럴 것 같다. 누군가는 안나를 이해하거나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좋아하거나 싫어할 것이다. 레빈의 삶에 감동을 느끼고 존경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솔직히 레빈이 좋은 사람일수는 있겠지만 매력도 없고 호감을 못 느끼겠다. 차라리 별 고민 없이 저 하고 싶은대로 살면서 여기저기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오블론스키가 워너비인 나란 새끼…이지만 유한한 인간의 사랑 대신 영원하고 조건 없는 누군가의 사랑을 발명한 것조차 기만이고 거짓이야! 너희의 매트릭스고 마약이야! 하는 부정의 말은 마음 속으로만 하고, 그래, 그거라도 있어야 견디는 삶이란, 하고 가여운 마음을 가지기로 했다.
안나도 그저 가여웠다. 앞으로 나아질 거란 위로를 건네봤자 지금의 고통이 덜어지는 건 아니니까, 그냥 죽지 말고 버틸 수 있게 손을 꼭 붙잡고 내내 지켜봐주는 누군가가 있었더라면. 그 누군가가 하나가 아니라는 믿음을 잃지 않고 나도 그렇게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붙들어주는 손이 되어주려면, 죽지 말고 살아야지. 말벌처럼 야금야금 애벌레를 통으로 잡아먹고 오징어살을 오려 먹지 말고, 꿀벌처럼 조금씩 무한번 단맛을 모으고 모으며 버티는 사랑을 해야지. 그런 삶을 살아야지.
(후반부에 레빈이 말벌 타령하는 거 보고 웃겨 가지고 ㅋㅋㅋㅋ말벌하면 예전에 동해안에 말벌 떼 나타나서 오징어살 베어간 게 자꾸 생각나서 말벌 타령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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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5-30 13:3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말벌이야기 밑줄 보니까 기억나는거 같아요ㅎ 저도 안나가 제일 불쌍한거 같아요. 브론스키는 다른게 많았었지만, 안나는 브론스키 뿐이었는데 그렇게 심한말을 들었으니....완독 축하드립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5-30 16:12   좋아요 4 | URL
저도 영화로 봤을 땐 모두에게 완전히 버림 받았던가, 했는데 책으로 보니 또 완전 고립된 건 아닌데 안나가 스스로 상황을 그렇게 받아들였구나 싶더라구요. 축하감사합니다ㅎㅎㅎ

미미 2021-05-30 13:3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 기분탓일 수 있지만 영화에서도 왠지 그녀의 죽음을 극적이고 아름답게 표현한것 같아 꺼림직했어요. 말벌떼가 오징어살을 베어갔다구요?? (한 마리만 봐도 굳어버리는 1인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5-30 16:14   좋아요 4 | URL
저는 솔직히 영화 내용이 거의 기억이 나지 않아 책 읽기가 즐거웠습니다 ㅋㅋㅋ스포 당하고 잊어버린 정도랄까...말벌 진짜 무섭죠 산 바로 밑에 살 때 손가락 만한 말벌 들어오면 그거 잡는다고 모기약 한 통 다 쓰고 사투를 벌인 기억이 나네요ㅎㅎㅎ오징어는 뉴스로 보규 엄청 충격먹은 기억 나는데 지금 검색해 보니 안 나와서 내가 꿈꿨나? 싶네요.

Yeagene 2021-05-30 15: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완독축하드려요!열반인님 독후감 보니 저도 너무 읽고 싶어지네요..안나의 최후를 소설에서는 어떻게 그렸을지 직접 읽고 싶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5-30 16:15   좋아요 4 | URL
네 제 마음에 안 드는 것과 별개로 그렇게 길게 심리묘사나 사회상 귀족 사회 그린 건 대단한 일 같습니다. 직접 읽으시는 날 응원하며 ㅎㅎ(나만 당할 순 없지 ㅎㅎㅎㅎㅎㅎ)

붕붕툐툐 2021-05-30 23: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안나 카레리나>를 안 읽었더라구요!!(톨스토이 평전 읽다가 현타옴~) 그래서 읽어야지 했는데 반열님이 리뷰를 뙇!! 이거 운명이죵?ㅎㅎ 완독 축하드려요!! 작품은 진짜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되는 거 같아요~ 저에겐 어떻게 읽힐지 궁금하네용!^^

반유행열반인 2021-05-31 07:07   좋아요 1 | URL
저는 어려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바보이반 그런 거 말고는 처음 읽는 톨스토이였어요ㅎㅎ약력만 봐도 젊어서 성매매하고 도박하고 그러다가 나이들어서 착한 척 하면서 부인 힘들고 빡치게 하는 거 보면 ㅋㅋㅋㅋ글쓰는 놈들은 다 왜 저런담ㅋㅋㅋㅋ븅븅툐툐님의 리뷰 볼 날도 기대할게요.
 
[eBook] 모든 순간의 물리학 -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물리학의 대답 카를로 로벨리의 우주 3부작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현주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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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3 카를로 로벨리.

나는 여기에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어. 쉼없이 명멸하며 이곳저곳을 걷거나 날거나 기거나. 때로는 한 곳에서 무한에 가깝게 떨리고 울려. 다만 내가 여기든 저기든 있으려면 네가 반드시 바라봐야 해. 네가 본대도 없을 수도 있지만 네가 보지 않으면 내가 없는 건 확실해. 나의 앎도 삶도 짧지만 그 순간에도 자라거나 닳고 모이거나 흩어져. 이 우주의 좁은 한 구석을 차지하려고 그렇게 안간힘을 쓰고 있어. 내가 먼지만 한, 그저 특별할 것 없는 미량의 물질일 뿐인 걸 알기 위해 완전히 흩어지지 않고 겨우겨우 이 때까지 이 자리에 남아 있어. 그러니까 그 긴 우주의 시작과 끝 사이에, 그 중에도 지구가 이런저런 원소들을 붙들고 있는 잠시 동안, 찰나에 불과한 내 생애의 또 일부인 어느 시절에, 네가 내게서 나온 빛과 온도를 알아차리고 한 자리에서 공명하거나 이리저리 움직이는 건, 그런 날들이 영겁이길 바라는 건, 아름답지 않니. 우리가 주고 받는 신호가 문학이건 물리학이건 철학이건 미술이건 그저 흘리고 미끄러지고 웃고 마시고 하염없이 서로를 보는 일이건, 아름답고, 놀랍고, 기쁘다는 말 이외의 어떤 꾸밈이 달라 붙을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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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1-05-23 23: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두번째 밑줄긋기 하신 부분... 수학이라는 언어에서도 간결함이 아름다움으로 느껴지는게 신기해요

반유행열반인 2021-05-24 07:12   좋아요 1 | URL
책에서 나오는 유일한 수식인데 벌써 뭐에 대한 건지 잊어버렸습니다... ㅋㅋㅋㅋ과학책을 읽은 건지 시집을 읽은 건지 카를로 로벨리 두 권다 좋았는데 기억나는 건 없네요 느낌만 남기는 신기한 물리학책

초딩 2021-05-24 1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양자역학적 감상 넘 좋습니다~
Blue pale dot도 생각나고요.
이 책 좋은데 평점이 낮군요. 이번에 나온것도 바로 샀는데 ㅎㅎ 좋은 하루 되세요~~

반유행열반인 2021-05-24 13:05   좋아요 1 | URL
과학 교양서 생각하고 사면 지식 부분은 세부적이기보다 시적 압축? 으로 짧게 해놔서 불만인 분들도 있더라구요 ㅎㅎ저는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와 김상욱의 떨림과 울림 같은 걸 읽은 뒤라 적응되서 볼 만 했던 것 같아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초딩 2021-05-24 13:25   좋아요 1 | URL
맞아요 맞아
저도 김상욱 교수님 책들과 같이 읽기도 했어요~ :-)

Yeagene 2021-05-24 16: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리학책을 읽으셨는데,독후감이 아름답고 시적이네요.이 책이 그런 분위기인가봐요...열반인님,김상욱의 떨림과 울림 재밌으셨어요?:)

반유행열반인 2021-05-24 16:04   좋아요 1 | URL
기억은 안 나는데 과학을 이렇게 예쁘게 쓸 수도 있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카를로 로벨리 읽고 보니 김상욱 교수님이 이 분 따라했나 싶은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