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모든 순간의 물리학 -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물리학의 대답 카를로 로벨리의 우주 3부작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현주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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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3 카를로 로벨리.

나는 여기에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어. 쉼없이 명멸하며 이곳저곳을 걷거나 날거나 기거나. 때로는 한 곳에서 무한에 가깝게 떨리고 울려. 다만 내가 여기든 저기든 있으려면 네가 반드시 바라봐야 해. 네가 본대도 없을 수도 있지만 네가 보지 않으면 내가 없는 건 확실해. 나의 앎도 삶도 짧지만 그 순간에도 자라거나 닳고 모이거나 흩어져. 이 우주의 좁은 한 구석을 차지하려고 그렇게 안간힘을 쓰고 있어. 내가 먼지만 한, 그저 특별할 것 없는 미량의 물질일 뿐인 걸 알기 위해 완전히 흩어지지 않고 겨우겨우 이 때까지 이 자리에 남아 있어. 그러니까 그 긴 우주의 시작과 끝 사이에, 그 중에도 지구가 이런저런 원소들을 붙들고 있는 잠시 동안, 찰나에 불과한 내 생애의 또 일부인 어느 시절에, 네가 내게서 나온 빛과 온도를 알아차리고 한 자리에서 공명하거나 이리저리 움직이는 건, 그런 날들이 영겁이길 바라는 건, 아름답지 않니. 우리가 주고 받는 신호가 문학이건 물리학이건 철학이건 미술이건 그저 흘리고 미끄러지고 웃고 마시고 하염없이 서로를 보는 일이건, 아름답고, 놀랍고, 기쁘다는 말 이외의 어떤 꾸밈이 달라 붙을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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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1-05-23 23: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두번째 밑줄긋기 하신 부분... 수학이라는 언어에서도 간결함이 아름다움으로 느껴지는게 신기해요

반유행열반인 2021-05-24 07:12   좋아요 1 | URL
책에서 나오는 유일한 수식인데 벌써 뭐에 대한 건지 잊어버렸습니다... ㅋㅋㅋㅋ과학책을 읽은 건지 시집을 읽은 건지 카를로 로벨리 두 권다 좋았는데 기억나는 건 없네요 느낌만 남기는 신기한 물리학책

초딩 2021-05-24 1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양자역학적 감상 넘 좋습니다~
Blue pale dot도 생각나고요.
이 책 좋은데 평점이 낮군요. 이번에 나온것도 바로 샀는데 ㅎㅎ 좋은 하루 되세요~~

반유행열반인 2021-05-24 13:05   좋아요 1 | URL
과학 교양서 생각하고 사면 지식 부분은 세부적이기보다 시적 압축? 으로 짧게 해놔서 불만인 분들도 있더라구요 ㅎㅎ저는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와 김상욱의 떨림과 울림 같은 걸 읽은 뒤라 적응되서 볼 만 했던 것 같아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초딩 2021-05-24 13:25   좋아요 1 | URL
맞아요 맞아
저도 김상욱 교수님 책들과 같이 읽기도 했어요~ :-)

Yeagene 2021-05-24 16: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리학책을 읽으셨는데,독후감이 아름답고 시적이네요.이 책이 그런 분위기인가봐요...열반인님,김상욱의 떨림과 울림 재밌으셨어요?:)

반유행열반인 2021-05-24 16:04   좋아요 1 | URL
기억은 안 나는데 과학을 이렇게 예쁘게 쓸 수도 있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카를로 로벨리 읽고 보니 김상욱 교수님이 이 분 따라했나 싶은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