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가끔 사는 게 창피하다 - (나에게) 상처 주고도 아닌 척했던 날들에 대해
김소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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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2 김소민.

에세이 읽기는 도박하는 심정으로 시작한다. 제목을 보고 아 나도 그런데, 하고 펼쳤는데 이번에는 꽝!
5분의1쯤 읽고 이럴 시간에 다른 거 볼까 때려칠까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우씨 그동안 읽은 게 아까워서 다 보고 깔 거야, 매몰비용 고려 안 하는 합리적이지도 주류경제학 가르침 따르지도 않는 인간. 관대하지 못한 나란 인간.

작가의 삶의 방식이나 고민까지 뭐라 할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책으로 묶어 누군가의 시간과 돈을 들여 읽어주라 할 정도라면(저는 시간만 들여 송구합니다…빌려 읽었습니다) 조금 더 잘 다듬어 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아주 컸다. 누군가에게는 공감가고 좋은 책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랑은 결이 맞지 않았다.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이 아니었다면 한겨레 출판에서 이 책을 내줬을까? 신문사랑 출판사랑 별개라 해도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부족함을 느꼈는데… 처음부터 완벽할 순 없겠죠 다음 책은 더 나아지길 바라요…하고 보니 이미 두 번째 책이네요… 하여간에 나아지시길…

1. 작은 글 마다, 그리고 책 전체가 중심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게 삶의 중심을 잡지 못할 때 그럴지, 기획을 제대로 못한 탓인지 내내 궁금했다. 이러저러한 연령대와 성별과 사회적 지위의 사람이 돌연 퇴직 후 자아성찰하며 풀어낸 이야기, 쯤 되는데 그것만으론 약하다. 구심점이 없어 그냥 친구 일기장 훔쳐보는 느낌이다.
2. 에세이들 보면 작가가 접한 문화 컨텐츠를 인용하며 경험이나 사건을 엮는 게 안전하고 널리 퍼진 형식 같고, 이 책도 그랬다. 책, 영화, 드라마, 음악을 인용하며 각 꼭지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인용하는 방식도 매끄럽지 않고 끌어온 이야기들이 도무지 무슨 주제와 내용인지 잘 전달이 안 될 때가 많았다. 그러니까 드라마 안 본 사람한테 애청자인 누군가가 막 지난 줄거리랑 등장인물 두서 없이 풀어주는 걸 옆에서 지켜보는데 그 풀어주는 사람이 훌륭한 이야기꾼은 아닌 상황 같은… 내가 접하지 않은 많은 컨텐츠와 내가 접한 일부 컨텐츠가 모두 인용되는데, 두 쪽 다 같은 느낌이었다. 스포일러 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간접적으로 이야기 전해 듣는 사람이 원전을 찾아보고 싶은 흥미를 느낄 만큼은 전달해줘야 할 텐데 그 부분에서 많이 약했다.
3. 전달은 결국 문장의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 미문을 추구하는 쪽이라면 비유나 상징으로 두루뭉술해도 아 뭔말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예쁘네 그것만도 좋다 할 텐데 그 쪽은 확실히 아니었다. 문장 사이 사이가 말로 전하는 걸 듣는 듯 생략과 여백이 많고 흐름이 매끄럽지 않아서 곱씹을 부분도 아닌데 다시 생각하고 한 번 더 읽게 하는 게 별로였다. 글쓰는 직업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명징한 글을 쓸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고 마는데 그것도 편견일수도 있겠지만, 하여간에 높은 기대에 비해 읽기가 힘든 건 내 독해력 탓인지 취향의 차이인지 글쓴이의 부족함인지 혼자서는 판단할 길이 없다.
4. 그래서 내 글 또한 읽는 누군가 이런 걸 나무의 시체에 새기고 배터리 닳아가며 읽은 걸 한탄하는 일이 생길 수 있으니, 이미 그랬을지도 모르니 괜시리 창피해지는 읽기였다. 내 주말 내놔…(지가 선택해 놓고 떼부리는 나새끼…이런 새끼 싸대기 칠 만큼 다음 책은 더 잘 써달란 말야…츤츤)
+밑줄 긋기
-현실의 잔인함에는 맥락이 없고, 고통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지 모른다. 노크도 없이 들이닥치는 불운들 앞에 무기력해져 버리기도 한다. 세상은커녕 내 머릿속마저도 통제할 수 없는 바다가 출렁인다. 그 속에서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쓴다. 삶의 사건 대부분 내가 선택할 수 없지만 그 이야기는 내가 쓸 수 있다. 콧물과 눈물을 빼면서, 쓰고 지웠다 쓰고 지우면서, 이별을 독립의 이야기로, 상실의 고통을 한때 가졌던 행운의 증거로, 결핍을 공감의 끈으로, 그리움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으로, 쓸 수 있다. 쓸 수 있다고, 쓰겠다고 다짐한다. 내가 내 인생에 “네”라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와 타인을 믿을 수 있을 때까지 다시 쓰다 보면, 핏빛 태평양을 표류하면서도 아름답게 빛나는 생명체 호랑이 리차드 파커와 함께 ”감각이 마비될 정도로 밝고 시끄럽고, 묘하고 섬세한 생명의 표정”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꼬집힐래 물릴래 중에 하나를 고르는 것 같지만 그래도 굳이 꼽으라면 아줌마라고 불리고 싶다. 한국에서 아줌마와 어머니는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생물이다. 아줌마엔 무시와 혐오의 양념을 덤으로 친다. 그럼에도 아줌마를 고른 까닭은 애가 없는 나한텐 폭력적인 ‘존경’보다는 차라리 무시가 낫기 때문이다. 40대 여자 중에 어머니가 되기 싫은 여자, 또는 될 수 없는 여자도 많다. 다짜고짜 ‘어머니’라고 부르는 건 다 대학은 나왔을 거란 전제를 깔고 몇 학번이냐 묻는 것과 같다. 40대면 응당 어머니는 된 줄로 아니,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내 인생에 어딘가 붙어 있을 ‘미완성’의 딱지를 찾게 된다. 아줌마라고 하면 째려볼 수라도 있는데, ‘존경하는’어머니로 불리면 기분이 상해도 성질도 못 낸다.

-“시선 때문이었던 것 같아. 내 또래 아이들이 나를 쳐다보는 시선. 물건같이 시선을 받고만 있어야 하는 상황…모멸감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고, 어떤 수치 같기도 했어.” 보는 사람과 보이기만 해야 하는 사람은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정말…너무 초라하게…”파도 소리 때문인지, 마지막 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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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5-22 21: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딱 이런일 있었는데 저는 심지어 내돈내산...(먼산봄)며칠은 그래도 읽어보려 애를 썼는데.. 결국 신간이니 어느정도 되돌려받을 기대에 후다닥 팔아버렸지요. 나름 유명한 작가..북플 고수님들이 그 분보다 잘씀요.ㅋㅋ🥲(부들부들)

반유행열반인 2021-05-22 22:09   좋아요 2 | URL
이렇게 저렇게 우리를 독자로 성장시키는(?) 작가님들…. ㅋㅋㅋ

Yeagene 2021-05-22 22: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인 경험인데,기자 출신이라는 분들이 기대보다 글을 못 쓰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구요..이상하죠..기자는 글 잘 써야하는 거 아닌가요...?(아닌 것 같기도;;;)

반유행열반인 2021-05-23 07:00   좋아요 3 | URL
기대가 너무 높거나 기사 뽑는 건 어느 정도 형식이 정해져 있고 제목도 데스크가 뽑아주는데 다른 장르 글 쓰려하면 그게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건 기자도 글도 잘 모르는 바보의 넘겨집기 입니다 ㅋㅋㅋ

새파랑 2021-05-22 22: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번 읽으면 끝까지 읽어야 하는 습관 때문에 저런 상황이 꽤 있더라구요. 어쩔수 없이 읽는? ㅜㅜ 아무래도 에세이가 그러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진입장벽이 낮아서 그런거 같기도 하고...

반유행열반인 2021-05-23 07:01   좋아요 2 | URL
네 저도 읽던 책 포기하는 게 어려워서 고친다 하고는 아직 못 고친 버릇이에요 ㅋㅋ그래서 다음부터는 다른 장르는 몰라도 에세이는 이웃님이 진짜 괜찮다 하는 것만 보려고요...
 
[eBook]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 - 저들은 대체 왜 저러는가?
진중권 지음 / 천년의상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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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1 진중권.

우리집 책장에는 읽지도 않은 미학 오디세이 네 권이 꽂혀 있다. 내가 산 건 아니니 동생 아니면 엄마가 산 것 같다. 전3권인데 왜 네 권인가 하니 1권은 별이라는 친구가 내게 준 것이 한 권 더 있다. 진중권에게 친필 사인을 받은 거라며 넘겨주는 걸 난 시큰둥하게 받았다. 집에 세트로 다 있는지는 미처 몰랐지만. 겉표지를 넘기면 별이 이름과 진중권의 사인과 별이가 다니던 대학에 진중권이 강연을 왔던 날짜가 적혀 있을 것이다. 받은 직후 잠시 펼쳤다 덮은 게 다라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별이는 십대 후반 내가 놀던 피씨통신동호회에서 알게 된 경상도에 살던 동갑내기 소년이었다. 나중에 별이 사진을 다른 친구에게 보여주니 우웩 못생겼어 할 만큼 못났지만 왠일인지 나는 별이에게 푹 빠져서 십대 후반과 이십대 초반 긴 시간 동안 별이와 종알종알 수다떠는 것을 즐겼다. 우리는 김승옥과 무라카미 류를, 마릴린 맨슨과 나인인치네일스와 펄프와 매닉스트리트프리쳐스를 같이 읽고 듣고 또 뭐라뭐라 떠들었다. 우리는 술주정뱅이 아버지라는 불우한 가정과 고등학생의 경제적 빈곤과 학교의 부조리함과 연애의 고충 같은 것들을 공유했다. 나는 별이에게 호감을 가지고 몇 번을 들이댔지만 다 차였다. 별이는 좋아하는 여자애에게 지조를 지키는 나름 순수한 애였다. 사실 동호회에서 일 년에 한 번 있는 행사에나 얼굴을 볼 만큼 거의 만난 적 없는 애였는데도 나는 글 잘 쓰고 어린 주제에 인생 다 산 듯한 허무와 초월의 분위기를 풍기는 애들, 특히나 딱딱한 경상도 사투리 쓰는 아이들을 그때부터 좋아했다. (그리고 스물한살에 지금까지 이어질 연애를 시작하기 전까지 경상도 남자를 하나둘셋넷…하여간에 많이도 짝사랑했다.)

내가 더는 별이를 이성으로 좋아하지 않게 되었지만 친구로 남게 된 어느 날 부터, 별이와 나는 사소한 일로 다투고 연락을 끊다 다시 내가 미안해, 하고 연락을 주고 받는 일을 몇 년을 반복했다. 상주에서 군복무와 대학 공부까지 마친 별이는 상경했고, 조그만 특수 직종 신문 만드는 회사에 취업해서 기자겸 편집인겸 영업겸 하여간에 혼자 가상의 여러 이름을 돌려 써 가며 지면 대부분을 채우는 일을 하게 되었다. 우연히도 내가 살던 동네 가까이에 집을 구해서 우리는 퇴근길 버스나 지하철에서 마주치기도 하고, 일부러 만나서 커피 한 잔 나눠마시고 헤어지고, 내가 가진 만화책을 빌려주고 받고, 동네 놀이터에서 만나 수다 떨다 헤어지고, 별이가 자기 사무실(명색이 신문사인데 왜 직원이 너만 나와 있어…)을 구경시켜주기도 했다. 생애주기를 겪는 방식도 공통의 지인도 소비하는 문화컨텐츠도 달라지면서 점점 공통의 이야기거리가 떨어지면서 특별히 통할 말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 이사를 가면서 저절로 거리가 멀어졌지만 그래도 멀지 않은 지역에 살아서 가끔 안부나 주고 받곤 했다. 그냥 수다일 뿐인데 이상하게 싸우고 기분 상하며 대화를 끝내는 일이 잦아졌다.

나도 변했겠지만, 별이는 확실히 변했다. 살이 찐 여자친구 흉을 보았고, 느끼한 아저씨처럼 살이 찌고 변한 얼굴이 담긴 셀카를 보내고, 자기 집에 놀러오라고 집요하게 말하고, 음식을 만드는 중이라고 했더니 뒷모습이 섹시할 것 같다고 하고(으으 난 그 때 임신중이었다고), 비가 오니 같이 만나 전이라도 사먹자고 하면서 이상한 소리를 늘어 놓았다. 그무렵은 이미 만나지 않게 된지 몇 년이 흐른 뒤였다. 적당히 넘기고 거절하다 못해 조금 세게 말했다.
그렇게 멋있는 척 하던 애가 왜 이렇게 병신 같이 변했어?
병신이라는 말 나쁘다는 생각하면서 지금은 안 쓰려고 최대한 노력하는데 하여간에 저때는 정말 심한 말을 해주고 싶을 만큼 질린 상태였다. 갑자기 급발진 하는 데 당황했는지 별이는 우물쭈물 변하는 것들에 대해 주워삼킨 것 같은데 하여간 그러고나서 얼마 되지 않아 별이가 이제 다시는 연락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작별인사를 했다. 그렇게 이십년 조금 못 되는 인연이 정리가 되었다. 나는 우리가 포레스트 검프의 검프와 제니 같은 사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각자의 삶을 살며 시대에 세월에 휘말려 가다 어느 순간 다시 마주하고 서로의 변한 점과 변하지 않는 점을 찾으며 나름 위로를 주고 받는다고 여겼다. 그런데 그런 위로보다 비루함을 드러내는 지점이 찾아오자 나는 그 친구를 패대기칠 수 밖에 없었다.

사람은 변한다. 세상도 변한다. 나 자신도 과거와 많이 달라졌고 달라질 것이다. 입장과 환경과 가진 힘이 달라지면 선택도 말도 행동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그걸 인정한다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들을 알고 자신을 순수하고 위대한 불멸의 절대선 같은 존재로 여길 수는 없을 것이다. 노무현의 죽음 이후 세상 초월한 듯 제대로 사는 삶에 관해 고민하는 듯하던 유시민의 글을 많이 좋아했고 대부분의 책을 읽었다. 그러면서 다시 정치로 그가 돌아가려 하는 날이 오면 손절하겠다고 했다. 이유는 다르지만 손절의 시기는 더 빠르게 찾아왔다. 진보가 그 지저분하고 위선적인 조국 일가와 윤미향을 지키겠답시고 그들의 잘못을 겨누는 이들을 악으로 규정한 순간 나는 정치와 진보에 대해 최소한으로 남아 있던 희망마저 버렸다. 진짜 해도해도 너무한 새끼들 아냐. 그런 생각을 진중권도 했나 보다. 자기도 부역자였지만 도를 넘었다 싶었나 보다. 강준만의 책도 비슷한 울분으로 튀어나온 것 같았는데 진중권의 책이 조금 더 재미있게 읽혔다. 빡치긴 한데 조금 더 차분하게 조목조목 깐다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읽는 내내 읽을 수록 열받네, 하면서도 왜때문인지 재미있었다. 진중권 책은 처음 읽고, 그가 떠드는 건 십여년 전 처음 트위터 등장했을 때 진종일 떠들어대는 게 신기해서 팔로우하다가 개소리 비중이 높아지길래 언팔하고 트위터며 SNS며 다 집어치우고 귀를 막고 있었는데 그냥저냥 재미있는 책이었다. 미학 책은 당장 읽을 생각은 들지 않지만 언젠가 읽을 일이 있으려나. 진중권을 여전히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하여간에 저 빡쳐하는 심정이 이해가 된다. 그리고 이 정권이 끝나고 나면 또 어떤 뉴스거리들이 죄와 벌과 보복과 응징의 서사가 이어질지 궁금하지만 알고 싶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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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5-21 18: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손절에 관한 별이 이야기는 재미있으면서도 씁쓸하네요. 그렇게 뭔가 변해가는게 참 아쉽습니다. 좋게 변하면 좋은데 다 그런거는 아닌거 같더라구요ㅜㅜ 매닉스가 언급되어 있어서 반갑네요. 저도 매닉스 완전 좋아한다는^^ 무라카미 류는 첨 읽고 충격받은 ㄷㄷ 그러면서도 읽고 싶어지는 오묘함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5-21 20:01   좋아요 3 | URL
매닉스 오래오래 아직도 가끔 음반 나오는 것 같아서 신기해요ㅎㅎㅎ젊어서 홀리바이블에서 막 엄청 거친 음악하다 점점 듣기 편하게 바뀌는 거 보면 나이 들면 사람이 유해지나 보다 싶기도 ㅋㅋㅋ유하더라도 추하지는 않는 게 바람이지만 ㅠㅠ무라카미 류는 이십대에는 꽤 읽었는데 삼십 이후로는 하나도 안 읽음요 ㅋㅋㅋ

미미 2021-05-21 19: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글 너무 좋아요ㅋㅋㅋ♡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리 변했을까요? 그러면서 저도 누군가에겐 어떤어떤 면에서 변절자로 보이지 않을까 궁금해지는 7시31분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5-21 20:03   좋아요 4 | URL
너무가 붙은 정도라니 감사한데 과분하기도 하네요 ㅎㅎㅎ서울살이가 팍팍했을까요? 누가 저보고 변절자라 하면 아냐! 난 원래 이런 인간이었어! 그게 더 심해진 거야! 하고 속을 긁어 놓고 싶은 이 반골의 마음이란 ㅎㅎㅎ

붕붕툐툐 2021-05-21 21: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무상에 대한 진지한 고찰 잘 읽었습니다. 헌데 왜 저는 한결같이 찌질한 걸까요?ㅋ
남자 사람과는 이성으로서의 관심이 없으면 시간 아까워 손절이고, 있으면 차여서 손절. 결국 손절뿐이라 이젠 씨가 말랐..ㅠㅠ

반유행열반인 2021-05-21 21:53   좋아요 1 | URL
우왕 무상 진지 고찰 이런 말 나와서 뭐지 다른 글의 댓글 잘못 다셨나 한참 고민했습니다 ㅋㅋㅋ저도 시간 아까워22 차여22 하는 그 손절과 손절 사이에 인연이 있고 인연과 인연 사이에 손절 당하거나 손절 하는 게 삶인가 하옵니다…

포스트잇 2021-05-21 2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냥 지나치려다가.. 도대체 ‘그 지저분하고 위선적인 조국과 윤미향‘이라 하시는데 뭘 보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아직도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는 건 알지만 참 알라딘 서재 글에서 만나는 건 안타깝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5-22 02:59   좋아요 0 | URL
안타까우시다니 저도 안타깝네요.

Yeagene 2021-05-21 2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글 너무 좋네요.희망의 끈을 잡고 계속 놓지 않으려다 끝끝내 놓아버리고 말았어요.ㅠㅠㅠ

반유행열반인 2021-05-22 03:02   좋아요 1 | URL
좋아해주셔서 감사한데 온통 니들 너무해! 다 싫어! 빠이! 하는 글이라 송구합니다 ㅋㅋㅋ
 
[eBook] 감정이 어려워 정리해 보았습니다 - 감정은 왜 그렇게 생생하고 지배적일까?
최낙언 지음 / 예문당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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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8 최낙언.

몇 년 간 뇌에 관한 책을 얼마나 읽었나 뒤적뒤적 해 보았다.

감각 착각 환각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도파민형 인간
환각-존재하지 않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마음의 오류들
뇌는 왜 아름다움에 끌리는가
여자의 뇌
남자의 뇌
우울할 땐 뇌과학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

직접 관련된 것만 해도 이 정도인데, 인용구 딴 문학 작품이라든가 뇌새끼야, 하고 탓하는 글만 추려도 마흔 번은 넘었다. (야야 번뇌 이런 건 빼야지…)
독서는 연결고리 같은 게 있어서, 아마도 시작한 책은 감각 환각 착각이었고, 거기에서 올리버 색스 박사의 책을 읽다가 이후로 뇌와 호르몬에 관한 이런저런 책을 읽어나갔다.
어쩌다보니 십 년 전 쯤 최낙언 선생님의 불량지식 까는 첫 책 부터 맛을 탐구, 탐색, 탐닉(?)하는 여정을 거쳐 미각 후각 외의 여타 감각과 뇌, (잠깐 물성책 보고 분자구조식에 한숨만 쉬다가…) 이번에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까지 따라 읽었다. 맛에서 감각(주로 시각), 그리고 감정까지 이어지는 공부가 신기했다. 덕분에 남이 잘 소화시킨 지식 꾸러미를 잘도 주워먹었다.

초등학교 오학년 때 담임이 써준 통지표에는 잘 웃지 않고 표정이 어둡다고 써 있다. 오래도록 남들처럼 환하게 이를 드러내고 웃는 일이 어려웠다. 도무지 어떻게 얼굴 근육을 써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냥 무표정하게 마음을 숨기고 딱딱하게 내가 옳다 생각한 걸 말하곤 했다. 당연히(?) 친구가 많이 없었고 남들과 잘 지내지 못했다.(지금도 쫌 그렇지…)
그나마 가장 격렬하고 잦은 감정표현은 우는 일이었다. 엄마가 보이지 않아도, 친구가 생일파티에 나만 초대하지 않아도, 좋아하는 남자애에게 호되게 쳐맞고도, 울었다. 나중에야 그렇게나 싸우고 때리고 자살 시도하고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난리였던 양친이 모두 우울증이었다는 걸 알고 보니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모두 있었겠다 싶었다.
이십대 후반에야 모든 불안과 슬픔과 수면 장애와 자살 충동에 우울증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었고, 다행히도 제 발로 잽싸게 소아정신과로(아기들 다니는 곳이라 심리적 허들이 낮았다) 걸어 들어갔다. 의사가 아기들에게는 모래놀이 같은 심리치료를 하더니 성인한테는 쉽게 이런 저런 하얀 약들을 줬고, 간만에 잘 잤다. 우울감을 벗어나는 데는 반 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는데, 사실 약효가 발휘되어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가 잘 된 건지, 그 사이 임신을 하면서 온갖 호르몬 홍수의 특혜를 입은 건지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임신과 출산과 수유를 경험하면서 옥시토신의 홍수를 겪어 보았다. 나름 행복한 시간이었고 나를 구원한 사람 중 하나는 마침 그때 생겨난 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맨날 구박하는 못된 어미..)

삼십대 후반을 바라볼 즈음에야 비교적 잔잔한 마음으로 살게 되었다. 여전히 가끔은 높은 파도 같은 부정적 감정이 치솟아도, 지금 내 마음이 이런 상태구나, 하고 바라보며 나아지길 기다릴 줄 알게 되었다. 거기에 기여한 게 뭘까 생각해보니 앞서 읽은 뇌와 마음에 관한 이런저런 책들, 그리고 그런 내용은 아니지만 펄럭거리는 마음을 잠시 기대놓을 아무 책들, 무조건적인 지지와 수용을 경험하게 해준 가족, 사랑, 친구, 지금 나는 이런 상태야 하고 이런 저런 이름을 붙여보는 일기쓰기, 직장을 옮긴 이후 매일 왕복 한 시간 햇볕 내리쬐며 걷는 출퇴근길 정도가 떠오른다.
완벽하고 올바른 사람은 될 자신도 그럴 생각도 없지만, 전보다는 조금 더 행복한 사람이 된 것 같다. 행복은 강도가 아닌 빈도라는 책의 말이 와닿았다. 큰 것을 이루고 큰 사람이 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자잘하게 행복하고 큰 불행과 블랙홀 같은 우울만 피하며 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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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빨간레몬 2021-05-18 23: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반유행열반인 님의 글을 읽으며 공감가고 안타까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뇌와 관련된 책을 이렇게 볼 정도로 자신의 문제와 치열하게 싸워왔다는 게 느껴져 존경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힘든 시절을 지났기에 지금 느끼는 행복을 더욱 가치있게 느끼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말솜씨가 없어 잘 표현되진 않지만, 반유행열반인님의 삶을 응원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5-19 07:56   좋아요 3 | URL
볼빨간레몬님, 읽어주셔서, 응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대로 점점 불행해지기보다 점점 나아지는 쪽이라 다행이지 싶습니다.

새파랑 2021-05-18 23: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첫 밑줄에 홍어가 눈에 들어오네요. 먹고 싶다는 ㅋ 마지막 문장과 마지막 밑줄에 너무 공감이 되네요~! 행복은 빈도와 경험^^

반유행열반인 2021-05-19 07:58   좋아요 2 | URL
저는 홍어를 아주 좋아하진 않지만 홍어도 과메기도 열심히 도전했던 기억은 나네요. (정작 선호는 두리안과 고수 같은 불호 많은 쪽이라… 조상님 중 동남아시아 출신 있는 듯…) 강도와 소유보다는 그것이라 하네요 ㅎㅎㅎ

Yeagene 2021-05-19 15: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에 황금처럼 반짝이는 말들이 나오네요.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
큰 걸 이루고 큰 사람이 될 생각은 없다는 말도...
열반인님은 자신이 겪었던 많은 일들에 달관하신 듯해요.앞으로는 더 행복할 일들이 많으실 거에요:)

반유행열반인 2021-05-19 15:29   좋아요 0 | URL
나름 과학 교양서인데 쉽게 잘 읽혀서 좋아요ㅋㅋ 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예진님 ㅎㅎㅎ

페크pek0501 2021-05-19 15: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고 나니 반유행열반인 님의 친구가 되고 싶군요. 제가 뭔가 위로가 되는 말을 해 주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어요. 이렇게 슬며시 와서 댓글을 남기고만 가도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우울할 때가 있고 외로울 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니까요.

반유행열반인 2021-05-19 16:05   좋아요 1 | URL
페크님 좋은 말씀 위로의 뜻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그런데 지금은 위로 받을 만한 슬픔이나 어려움이 없어요 ㅎㅎㅎ

공쟝쟝 2021-05-31 18: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뇌과학. 몸-감정. 무의식-정신분석-꿈. 저도 좋아하는 그리고 저 자신을 다루는데 자주 참고하는 책들이예요. 도파민형 인간과 올리버색스는 한번 읽어봐야것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5-31 18:19   좋아요 0 | URL
넴 도파민형 인간은 흥미 위주이긴 한데 재미는 있구요 올리버 색스 박사 책은 신경정신과 관련인데도 왜때문인지 감동이에요ㅋㅋ오랜만이라 넘나 반가운 쟝쟝님!!!!!

공쟝쟝 2021-05-31 18:33   좋아요 1 | URL
오랜만에 밀린 좋아요 누르면서 이웃님들 만나니 좋아요 ㅋㅋ 참 안나카레니나 완독을 축하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5-31 19:06   좋아요 1 | URL
축하해주셔서 감사해요 ㅎㅎ종종 놀러오세요 늘 잘 지내시나 궁금합니다요ㅎㅎㅎ
 
[eBook] 저렴한 것들의 세계사 - 자본주의에 숨겨진 위험한 역사, 자본세 600년
라즈 파텔 외 지음, 백우진 외 옮김 / 북돋움 / 2020년 5월
평점 :
판매중지


-20210516 라즈 파텔, 제이슨 무어.

가성비 인생, 이라는 말을 자주 썼다. 경제학에서 기본으로 다루는 최소 비용, 최대 편익이라는 합리적 선택을 소비의 기준으로 두고 생활을 유지했다. 알뜰하게 산다는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쪽에서는 여기서 내가 누리는 혜택이란 어딘가의, 누군가의 손해로 더하기 빼기 빵을 만들고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과 죄책감을 느꼈다. 내가 저렴한 서비스에 만족한다면 누군가는 일한 것에 비해 충분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그렇지만 그런 불안과 죄책감은 심증일 뿐 가시적으로 삶에 드러나지 않았다.
‘까대기’라는 책을 보며 내가 누리는 택배 서비스의 편리함 뒤에 갈려나가는 노동자의 시간과 삶과 자존감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건 내가 볼 수 있는 아주 적은 부분일 것이다. 책 구경을 하다 보니 배달 노동자, 콜센터 직원, 방과후강사 등등 온갖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에 관한 책들의 목록이 이어졌다.
무엇이 노동을 폄하하고 충분한 대가를 받지 못하게 하는가, 가난은 어떻게 구조화되고 자본은 어떤 계층과 성별과 지역과 자연을 착취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들은 겨우 한 두 권 책을 읽어서는 답을 얻을 수 없을 만큼 커다랗다. 아마 남은 삶 내내 연구해도 해결책은 커녕 제대로 된 원인 파악도 힘들 것 같다. 그래도 이 책 제목을 본 순간 조금이나마 실마리를 잡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참 관심을 갖다가 읽기 시작했다.
서문부터 만만치 않았다. 자꾸 졸려가지고…3월부터 읽기를 시도했지만 겨우 두 달 넘어서야 다 봤다. 1장의 자연과 2장의 돈에 관해서만 잘 넘기면 3장 노동, 4장 돌봄, 5장 식량, 6장 에너지, 7장 생명까지 저렴화된 생태계가 서로 연결되어 술술 넘어간다.(실제로 두 달 동안 2장까지 붙들려 있다가 나머지 절반은 하루 이틀 새로 다 봤다ㅋㅋㅋ) 여기저기서 파편적으로 주워듣던 세계사의 다양한 장면이 등장하는데, 유럽인의 신항로 개척과 식민지 건설, 서양사 시간에 그렇게 강조하던 인클로져 운동이 농업과 민중과 자본주의와 산업혁명에 미친 영향을 일관되게 이어나가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초반에 마데이라의 설탕 산업 사례가 나왔다. 대항해시대 게임할 때 사탕수수 가져다가 설탕도 만들고, 럼주도 만들고 하면서 무역하던 기억에 관심을 가지고 보았다. 그 모든 생산 과정이 섬의 삼림을 황폐화하고 설탕 가격 폭락과 노동자 착취까지 이어지는 장면을 보니 이제 더는 그 게임을 즐길 수 없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 캐릭터부터 항로 개척과 식민화의 주역이던 유럽 국가 출신으로 설정되고, 커다랗고 빠른 배, 은행에 쌓인 더컷, 도시에 투자하고 명성과 기여도를 남기는 일 자체가 결국 아시아와 아프리카, 아메리카의 자원과 주민들을 박살낸 결과라는 게 자명해서 그런 자본가 역할을 간접경험하면서 즐거움을 누리는 일 자체가 올바르지 않게 느껴졌다. 예전엔 암것도 몰랐지…그냥 세계여행하고 유적지나 자연 탐색하고 새 항구 도착하는 게 재미있었을 뿐…가만보니 이 게임 만든 놈들도 제국주의 식민지배로 자본 쌓을 궁리하던 일본 출신이구나…끄덕끄덕…안녕 대항해시대, 안녕 레메디오스…(내 캐릭터 이름…)
자본의 노동 착취는 지불되지 않는 노동인 돌봄과 연결되고, 우리나라 산업화 시기에 그랬던 것처럼 저임금 유지를 위해 농축산물 저가 정책을 유지하며 농민을 착취하고, 과학 기술 개발은 자연을 쥐어짜고 기후변화를 급격하게 만들면서 저렴하게 갈아낸 에너지로 저렴한 식량(저렴한 치킨…)을 만들고 마지막에는 보호될 만한 가치 있는 생명과 자연에 속하는 자원 취급되는 사람을 가르는 지경에 이른다. 그런 과정을 국민국가와 기업 등 자본이 정교하게 유지하고 발전시키면서 착취되는 이들의 저항을 분쇄해왔다. 책 내내 저렴화되는 사람들이 수동적으로 당하지만 않고 끝없이 투쟁해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결론 부분에서 저자들이 주장하는 대안? 저렴화에 저항하기 위한 전략을 인식, 보상, 재분배, 재상상, 재창조라는 개념을 포함하여 압축적으로 제시하는데, 그것만으로도 책 한 권은 나오지 싶었다. 그냥 맛보기로 소개하는 수준이라 그게 정말 더 나은 삶에 도움이 될지는 감조차 오지 않았다. 보상 생태(인간이 손상시킨 환경을 복원하기)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뭐라도 할 것인지는 아직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제 처음 이런 관점에서 자본의 역사와 생산, 소비, 경제 과정의 부조리를 살필 수 있게 되었다 정도?
그리고 나의 노동과 돌봄과 생명의 가치도 저렴화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너무 싼 거 좋아하지 말자, 누굴 죽이거나 죽을 만큼 고생시켜 놓고 내가 편한 건지도 모르니까, 하고 되돌아보는 정도. 어렵지만 포기 안 하고 한 번 읽어보길 잘 했다 싶은 독서였다. 얼마나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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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1-05-16 20: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진지하고 학구적인 리뷰군요! 똘똘이 안경 쓰고 쓰신 것 같은 그런 느낌?? ㅎ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5-16 22:11   좋아요 1 | URL
책이 너무 어려웠어요...자본주의도 역사도 잘 모르는 자의 리뷰 ㅋㅋㅋ

2021-05-16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16 2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eBook] 안나 카레니나 2 펭귄클래식 12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윤새라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2년 3월
평점 :
판매중지


-20210515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미선이-Sam
https://m.youtube.com/watch?v=CLXroGPSNds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모두가 헤어짐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게 덕목이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사회라면. (대부분 옳다 그르다 해야만 한다 여기는 많은 일들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그렇게 배워서 새겨진 일이므로.) 사랑하던 사람이 떠나고자 뜻을 비추면 서로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고 기뻐하며 보내줘야 한다. 주변 사람들이 좋은 끝맺음을 축하해주고 두 사람은 다시 볼 수 없음을 아쉬워하면서도 새 시작에 설레면서 많은 연결고리와 매듭들을 정리한다. 그게 가능한 세상이라면 수많은 이별 노래나 치정 살인이나 술 먹고 걸려오는 ‘자니’하는 전화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겠지. 
 안나는 브론스키와 만나다가 임신한 아이를 낳다가 산욕열로 죽을 위기를 겪는다. 카레닌은 왠일인지 그런 순간에 그녀를 용서하고 태어난 딸아이를 돌보기까지 한다. 살아남은 안나는 카레닌을 떠나 브론스키와 함께 외국 여행에 나선다. 그 사이 레빈과 키티는 다시 만나 혼인하고 티격태격하면서도 평온한 신혼을 누린다. 두 커플(세 커플?)을 대조하면 안나의 불행이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브론스키는 안나와 함께 하기 위해 전역하고 그런 이후에 뭘하고 살아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고 그다지 행복하지도 않았다.(주목 받고 성공하고 많은 사람들과 만나야만 즐거웠던 사람이므로.) 안나는 사랑하는 아들을 만나기 힘들어졌고 카레닌을 미워하면서도 죄책감에 고통스럽고 브론스키의 마음이 변했을까 두려워하고 페테르부르크의 사교계에 다시 얼굴을 내밀자마자 모욕을 당하면서 자신이 처한 위치를 실감한다. 
 읽는 내내 죽음을 바라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등장했다. 안나는 차라리 아이를 낳다가 죽었으면 하고, 브론스키는 카레닌과 안나와 셋이 대면하는 순간에 수치심을 느끼고 집에 돌아가 권총으로 자살 시도를 하다 미수에 그친다. 레빈의 형 니콜라이는 결핵으로 진짜 죽어버리고, 레빈은 형의 죽음을 마주하며 죽음에 대한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극도의 불안과 방향 상실 속에 사람이란 왜 자꾸 죽어버리고 싶어지는 건지, 그런 맛이 간 개체는 그냥 죽어버리는 게 낫다고 우리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는 건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남의 일에 쓸데 없이 관심이 많고, 쉽게 비난하고, 남의 흠과 관습 위반에 매우 민감하게 굴며 흉을 본다. 나는 왜 어떤 일은 옳지 못하고 비난 받아도 싸다고 여겨지게 되었는지 계속 궁금했다. 왜 어떤 선택은 수많은 관계를 어렵게 만들고, 관습대로 살지 않으면 일상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드는 제약과 제도적, 사회적 얽매임이 왜 존재하는 건지, 누가 그런 걸 만든 건지, 그것들이 과연 무엇을 지탱하기 위함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기대와 바람을 져버리고 자기들 뜻대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을 제거하고 남은 이들이 얻는 것은 무엇인지 (과연 그러면 더 살만해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는지) 마냥 궁금했다. 
 몰매처럼 사방에서 두드려패는 어려움 속에 처음의 빛나는 사랑과 갈망이 유지되기란 어렵다. 안나와 브론스키도 점점 서로에게 질려가고 서로가 하는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며 관계도 망가지고 각자도 맛탱이가 가고 있다. 남은 1/3은 파국 뿐인 걸 알아서 읽기도 전에 벌써 슬픈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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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5-15 23: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으아~꼭 읽어야만 하는 파국입니다!ㅋㅋ 넘 오랜만에 올려주셨어요.🥲

반유행열반인 2021-05-16 08:35   좋아요 2 | URL
완독한 책이 없어서 쓴 게 없는 나날이에요ㅎㅎ 꾸준히 읽고 열심히 쓰시는 미미님!!!

새파랑 2021-05-16 1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선이 노래 오랜만에 들으니 반갑네요. 저 음반 분명이 샀었는데 이젠 못찾겠네요 ㅎㅎ 전 ˝브론스키˝가 권총으로 자살 시도하는 장면이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사랑밖에 없었던 ˝안나˝는 생각하면 너무 안타까워요 ㅜㅜ

반유행열반인 2021-05-16 10:27   좋아요 1 | URL
미선이 갑자기 ‘나를 미워하세요’ 하는 거 생각나서 저도 오랜만에 들었어요.ㅎㅎ 저는 안나만 죽는 구나 했는데 죽으려 드는 사람이 생각보다 자주 나오더라구요. 안나에게 사랑 말고도 더 많은 인생의 낙이 있었더라면 ㅎㅎ

Yeagene 2021-05-16 12: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결말이 예상되어 있는 이야기를 읽는 건 쉽지 않겠지만...열반인님 화이팅이에요!우와...안나 카레니나를 다 읽어가시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5-16 12:14   좋아요 2 | URL
톨스토이가 챕터를 잘게 나눠놔서 생각했던 거 보다 읽기 좋더라고요. 인물들에게는 너무 가혹하게 굴지만 ㅋㅋㅋ완독까지 힘써 보겠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