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은네디 오코라포르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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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에는 떨어졌지만 모집할 때부터 관심 가던 작품이었다. 작품 소개 글에서 애정 하는 할레드 호세이니 작가의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작가가 미국 출신이지만 부모는 나이지리아 사람이다. 학생 때 운동부상으로 수술받은 후 글 쓰는 쪽으로 전향하여 다양한 글을 쓰며 지금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호세이니와 이력이 비슷하다 해서 글재주까지 닮은 건 아니었다. 일단 내가 싫어하는 글 스타일이 몇 개 있다. 첫째, 몽환적이거나 흐리멍덩한 분위기의 소설. 둘째, 고상한 문장으로 도배된 순문학. 셋째, 어려운 단어와 수식이 가득한 과학소설. 넷째, 상황이나 배경에 대한 설명 부족 및 장면 스킵이 많아 호흡이 뚝뚝 끊기는 글. 이 책은 네 번째에 해당한다. 예전에 ‘연금술사‘를 읽다가 너무 힘들고 어려워 포기했던 게 기억난다. 그런데 이 책에 비하면 연금술사는 가독성이 좋은 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번역 탓은 아닌 거 같고 아무튼 고대 문자같이 연구가 필요한 문장이 많은 데다가, 생소한 배경/문화/전통/사상을 묘사하는 글이 영 불친절하다. 어떻게든 참아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못 견디고 딱 절반 즈음에 덮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모래 늪에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숨 막혀. 


아프리카에는 ‘아니 여신‘이 있었고 그 아래 백 피부의 누루족과, 흑 피부의 오케케족이 있었다. 누루족은 오케케족을 노예로 부려먹었고, 오케케족을 집단 강간하여 ‘에우‘를 만들었다. 에우는 폭력으로 태어난 아이를 말하며, 주인공 온예손우도 그 중 하나였다. 누루족의 아이라며 오케케족에게 미움을 받으면서도 두 모녀는 꿋꿋하게 살아왔다. 주인공이 할례를 받는 11살 때 몸에서 여러 변화가 생긴다. 몸이 투명해지기도 하고, 새로 변신하기도 하고, 환영을 보기도 하는 그녀 앞에 어느 날 에우 소년이 나타난다. 소년을 통해 오케케족 마법사의 제자가 된 주인공은 몇 년 뒤 친구들과 함께 자신의 생부인 누루족 남자를 복수하러 먼 길을 떠난다.


줄거리만 보면 무슨 모험 장르같이 보이지만 우리가 자주 보던 액션이나 판타지나 스릴감은 전혀 없는 작품이다. 배경이 배경인지라 전반적인 분위기가 약간 쳐져 있고 건조한 편이랄까. 그렇기 때문에 에너지 넘치는 주인공의 성격이 유독 튄다. 온예손우가 다른 아이들과 달리 말도 안 듣고 쉽게 욱하는 성격을 가진 것이 환경 탓인지 유전 탓인지 모르지만, 보는 내내 짜증을 유발해대서 맘에 안 들었다. 에우 소년이 그런 주인공을 보며 제발 멋대로 좀 굴지 말라는 말을 반복한다. 나도 이런 캐릭터를 책 속에서든 책 밖에서든 되게 싫어하는 타입이라 작품에 정을 못 붙이겠더라고. 하긴, 모든 독자를 만족시킬 캐릭터가 세상에 어디 있으랴.


읽다 덮은 부분까지는 주인공에게 일어나는 변화에만 초점이 맞춰질 뿐, 큼직한 사건이나 갈등이랄 게 안 나온다. 오히려 스토리보단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내용이 듬성듬성 나온다. 부족의 전통이라며 할례를 받게 하는 문제와, 여자라서 안된다고 하는 남녀 차등 문제, 타부족과 혼인했다며 따돌림받는 문제 등등. 남녀 차등 문제는 주인공이 ‘여자니까‘라는 이유 따윈 집어치우라고 강력하게 나와주니 시원시원해서 좋았다만, 그 외에는 대부분 잠깐 짚고 넘어가듯 다루어서 작가가 이 문제를 지적하고 싶은 게 맞는지 아닌지 긴가민가할 정도였다. 아무튼 스토리 자체가 강한 인상을 주지 않다 보니 그 외에 것들만 기억이 남는 책이다. 물론 뒤에는 안 읽었으니 이런 말하기엔 이를 수도 있겠다. 아, 그리고 여행을 떠나는 과정이 반지의 제왕 스토리와 너무 비슷해서 설마 따라 한 건가 싶었다. 친구들과 산에 가서 반지를 처분하는 선택받은 호빗과, 동기들과 함께 예언자를 찾아 떠나며 생부를 처벌하러 가는 능력자 주인공... 이게 중요한 건 아니고 아무튼 기대가 컸던 작품인데 이렇게까지 나랑 맞지 않을 줄이야. 갑자기 이 갈증을 달래줄 냉면이 너무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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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콘느 2019-07-08 15: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랑도 안맞아요.과대광고에 낚인 거 ㅠ

물감 2019-07-08 15:39   좋아요 0 | URL
우리는 낚였습니다... 요즘 이런 과대광고가 많아서 저는 신간을 읽지 않아요. 검증된 책 위주로 읽습니다. 하하..
 
폭풍의 언덕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6
에밀리 브론테 지음, 김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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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문학 모임 두 번째 선정도서는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다. 대중소설은 제목만 봐도 얼추 삘이 오는데, 고전은 도저히 감도 안오는 제목이 많은듯. 읽어보면 알겠지 하고 펼쳐보지만 역시나 난해하고 갈피를 잡기 힘든 게 고전 문학 답다고 할까. 그래서 봐도 봐도 분위기 파악이 안될 때면 남들이 적어놓은 리뷰를 읽는 게 더 빠르다. 원래 선입견 생기는 게 싫어서 완독 전에는 리뷰를 절대 읽지 않는데 고전 문학은 그냥 리뷰를 먼저 보는 게 더 도움이 될 듯하다. 다행히 이 책은 그렇게 예열시간이 길지 않았다. 딱 절반쯤? 게다가 전반전과 후반전의 온도 차이가 엄청 큰 것이 애거서 크리스티 스타일하고 비슷하다. 크게는 1세대 히스클리프의 이야기와, 2세대 자식들의 이야기로 나눌 수 있는데, 1부에 비하면 2부는 진짜 진짜 재미있고 이해도 잘 된다. 그만큼 1부는 엉망진창이라 할 만큼 읽기 힘들었음. 아무튼 이걸 어떻게 별점 테러해버릴까 고민하다가 후반부가 전반부의 따분함을 잊어버리게 할 만큼 볼 만해서 별 네 개 준다. 고전문학의 평점이 높은 이유는 진짜 끝까지 읽어봐야만 납득이 감.


이 책은 록우드가 하녀장 엘렌 딘에게 언쇼 가문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시작한다. 폭풍의 언덕은 히스클리프의 집 이름이다. 그는 ‘티티새 지나는 농원‘의 주인으로, 아주 거칠고 인색하기로 유명하다. 그는 어릴 적 고아였을 때 언쇼에게 거두어졌다. 그에겐 아들과 딸이 있었는데, 딸 캐서린과 히스클리프는 금방 썸 타기 시작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입장과 처지와 신분을 직시하게 되어 캐서린을 밀어내기 시작하는 히스클리프. 훗날 캐서린이 다른 남자를 택하자, 사랑보다 깊은 상처를 입은 히스클리프는 집을 나가고 3년 만에 다시 캐서린 앞에 근사한 신사가 되어 나타난다. 그리고 질투심에 좋아하지도 않는 캐서린의 남편인 에드거의 여동생과 결혼해버린다. 신경질적이고 이기적인 캐서린은 이 눈꼴 시린 상황에 못 견디고 그만 운명한다. 이런 걸 바란 게 아니었던 그는 악마로 각성한다. 더불어 캐서린의 오빠 힌들리도 죽으면서 폭풍의 언덕 주인이 된 히스클리프의 만행은 이제 아무도 막을 자가 없어진다.


사건을 타인에게 건네듣는 형식이라 전부 팩트는 아니라서 의심스러운 내용도 있고 추측이 필요한 장면도 있다. 그리고 이 책에는 전부 이해가 안 가는 사람들 투성이이다. 그중 대표로 캐서린에 대해 할 말이 너무 많다. 대체 얼마나 오냐오냐하면서 자라야 싸갈국에 밥 말아 먹은 성격 파탄자로 크는 것일까. 떠받들어주는 것에만 익숙했던 그녀는 약혼자의 뺨을 때리고 하녀를 폭행하는 등 히스클리프가 떠난 뒤로 정신병이 날로 심각해지고 날카로워진다. 에드거는 정말로 캐서린을 사랑해서 결혼했을까? 자신에게 손찌검하고 발작하는 캐서린의 상태를 보고도 결혼할 결심을 했다는 게 참 현자도 이런 현자가 없어요.


시누이가 히스클리프를 좋아하자 그녀를 말리는 대목에서 캐서린의 이중인격이 또다시 나온다. 남편에게는 예전의 히스클리프가 아니라고 대변했으면서, 시누이 이사벨라에게는 천하고 교양 없는 남자라서 너와 안 맞는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원래 이기적인 건 알았지만 남한테 주기 싫다는 이유로 히스클리프를 폄하해대는 캐서린에게 없는 정까지 다 떨어진다. 그와 결혼하면 똑같이 천박해질 본인의 신분 때문에 에드거를 택했으면서 말이다. 그녀는 히스클리프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보다 새장에 가둬놓고 관상용으로 즐기려는 기색이 다분했다. 그랬으면서 낮아진 신분으로 히스클리프에게 못해줄 바에는, 에드거와 결혼해서 히스클리프를 챙겨주고 서포트할 계획이었다는 것도 믿기지 않는다. 이 무슨 개뼉다귀 논리란 말인가.


서로가 좋아하는데 이루어질 수 없어 택한 길이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숭고하고 로맨틱한 게 아니라 더럽고 추악한 복수심을 낳았다. 히스클리프는 에드거를 자극하기 위해 사랑하지도 않는 에드거의 여동생과 결혼을 하고 아내를 정신 나가게 만들었다. 캐서린에게 받은 상처가 마침내 그를 지독한 독사로 탄생시킨 것이다. 캐서린의 정신세계를 온전히 품어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히스클리프 자신뿐이란 걸 그도 알았을 텐데 꼭 그녀를 떠나야만 했나. 그렇게 떠났으면 차라리 나타나질 말지. 정녕 그는 모든 결과가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을 몰랐을까? 분명 알고 있었지만 끝내 참지 못하고 그녀 앞에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캐서린도 이기적이지만 히스클리프도 이기적이다. 결국 두 사람만의 이야기에 너무도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모두에게 피해와 상처를 주었다. 이 정도면 거의 대한민국 아침드라마 막장스토리에 버금갈 수준이다. 


이 두 집안의 비극은 2세들까지 이어졌다. 죽은 힌들리의 아들 헤어턴을 히스클리프가 종처럼 키웠는데, 캐서린의 딸이 그와 사촌지간이란 말에 질겁을 하고 벽을 친다. 게다가 히스클리프를 떠나 도망친 아내 이사벨라가 낳은 아이를 오빠 에드거가 데려왔으나, 히스클리프는 당당히 자신의 아들을 데려가서 헤어턴 못지않은 노예로 키운다. 히스클리프가 얼마나 악질이냐면 헤어턴과 캐서린의 딸을 붙여놓고 연애 감정을 부추김으로써 헤어턴이 안달복달하게 만들었다. 그는 헤어턴이 감히 넘볼 수 없는 나무를 바라보면서 열등감과 자격지심과 괴로움을 느끼는 것을 즐겼다. 헤어턴의 감정들이 과거 본인이 느꼈던 감정과 똑같다면서 말이다. 그렇게 과거에 힌들리가 자신을 괴롭힌 것을 자식에게 앙갚음하듯이. 이제 그의 목적은 단 하나, 에드거의 소유인 티티새 지나는 농원이 자신의 소유가 되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경멸하던 린턴가의 딸과 자신의 아들을 결혼시키려는 사이코패스 같은 히스클리프. 몸이 아픈 아들이 병으로 죽기 전에 결혼하라고 닦달해대는 진정 인간의 탈을 쓴 악마였다.


그러나 칼에 찔려도 피 흘리지 않을 것만 같던 그도 끝내는 양심에 패한 건지 와르르 무너져버린다.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와 닮은 헤어턴을 볼 때마다 괴로웠던 히스클리프. 그래서 헤어턴을 미친 듯이 괴롭히고 부려먹으면서도 항상 곁에 붙여둔 거였다. 사랑에 실패했다고 이렇게까지 하나 싶을 만큼 억지스럽지만, 요즘 대한민국 보면 애인이 만나 주지 않는다고 염산테러를 하질 않나, 길거리 폭행을 하질 않나. 나사 빠진 정도가 아니라 지능 없는 좀비 같은 인간들이 넘쳐나는 코리아에서 히스클리프 정도면 양반 수준일지도. 여하튼 사랑이 집착으로 변하면 이렇게나 무섭다. 어쩌면 신은 인간의 악마화를 막기 위해 사랑을 내려준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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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9-06-22 2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전 문학은 풀꽃이죠.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 사랑스러운.ㅎㅎ 끝까지 읽어봐야 맛을 제대로 보여주네요.
‘사랑보다 깊은 상처‘에서 빵 터졌습니다.ㅋㅋ ‘눈꼴 시린 상황에 못 견디고 그만 운명한다.‘,‘이런 걸 바란 게 아니었던 그는 악마로 각성한다.‘에서 물감님의 개성이 뚝뚝 떨어집니다. 날 것 그대로의 싱싱한 횟감처럼 팔딱이는 느낌에 유쾌한 마음으로 머물다 갑니다.^^

물감 2019-06-23 14:08   좋아요 1 | URL
이번에도 고비가 많았지만 성공했습니다ㅋㅋ이렇게 몇번을 더 해야 고전문학에 익숙해질라나요ㅋ
저는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모양의 사랑을 보며 이것이 어떻게 고전문학 반열에 들어갈수 있을까 궁금해졌어요. 이 내용이 요즘에 나왔어도 그만큼의 가치가 생길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술취해 저지른 사고는 어느정도 눈감아주듯이, 사랑해서 저지르는 일들도 이렇게 이해해주거나 봐줄수도 있는걸까요? 저는 아직 문학 내공이 없어서인지 작가가 어떤 내용을 꼬집고 싶은건지는 모르겠어요ㅎㅎ
 
망원동 브라더스 -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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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파우스터‘를 통해 알게 된 김호연 작가. 그 뒤로 완전히 반해버려서 그의 작품을 전부 완독할 예정이다. 늦었지만 그의 데뷔작을 읽으며 오랜만에 사람 냄새 팍팍 나는 따스함에 스며들었다. 인생의 지혜는 꼭 공자, 노자의 책에서만 얻는 게 다가 아니다. 이런 인간미 넘치는 책 속에서도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 억지로 감동 짜내는 휴머니즘 소설도 많은데, 이처럼 망가지다 코믹했다 한 작품은 꾸며내지 않아서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나는 메가 히트작을 뽑아내는 유명 작가들보다 이런 글을 쓸 줄 아는 사람들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잠재력을 지닌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들보다 예능인들이 전 국민에게 더 사랑받는 것처럼 말이다. 역시 사람은 말야 빈틈도 좀 있어줘야 하는 거야.


나름 유명했던 만화가인 주인공은 몇 달치나 월세 밀린 백수 신세이다. 나 살기도 힘든데 해외로 이민 갔던 김 부장이 갑자기 귀국하여 주인공 집에서 신세를 진다. 불쌍한 사정과 옛정 때문에 어영부영 넘어갔는데, 아는 선배가 이혼하자는 아내를 피해 본인 집으로 피신한다. 결국 갈 곳 없는 이 남자도 받아주어 같이 낑겨 살게 된다. 점점 늘어나는 이 불청객들 때문에 건물주 할아버지한테 야단 맞고 스트레스만 쌓이는 만화가 오영준. 그러다 고시 준비하는 후배를 동네에서 만났는데, 이놈마도 자기 집을 아지트처럼 들락날락하다가 거의 눌러앉다시피 한다. 문제는 이 집이 8평짜리 원룸 옥탑방이란 말이다... 아무튼 이 좁아터진 집안에서 미래가 불투명한 수컷들의 리얼 휴머니즘 동거 스토리가 시작된다.


남자 네 명이 각방 쓰고 동거해도 불편할 판에 원룸에서 동거라니 생각만 해도 토나오는데, 주인공이 진짜 인심 좋은 건지 아님 그냥 호구인 건지 모르겠다. 더 웃긴건 이 비좁은 집에 한 명씩 들어올 때마다 각자가 엄청 경계하고 눈치싸움을 한다. 서로 떳떳지 못하게 동거하게 된 주제에 말이다. 그러나 미친 친화력과 넉살로 무서운 집주인 할아버지까지 친해져버리는 이 남정네들. 선배가 들어오면서 에어컨을 가져오고, 후배가 TV를 가져오고, 김 부장은 요리를 하고. 그렇게 적막한 광야 같은 집안에 햇빛이 들고 바람이 분다. 옥탑방이 남들의 아지트가 되어 속상해하면서도 정 때문에 누군가 부재중이면 허전해하는 주인공. 티격태격해가면서 서로에게 기댈 곳이 되어주고 위로해주는 공생관계가 된 망원동 브라더스. 본문에 나오는 말처럼 꼭 피가 섞여야만 형제이고 가족인 게 아니다. 또 하나의 가족, MB...


결국 선배는 이혼 도장을 찍었고, 후배는 고시 시험에 떨어졌고, 주인공은 썸녀와 깨졌다. 그나마 김 부장이 오픈한 해장국 가게에 희망을 걸었건만 영 신통치 않다. 그래도 고난과 역경의 터널을 지나니 마침내 양지로 나온다. 이혼한 선배도 옆집 과부와 잘 돼가고, 후배와 김 부장은 같이 장사하며 삶을 되찾고, 주인공도 새로운 인연을 만나 다시 사랑에 빠진다. 인간이란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는 법인 가보다. 이 책은 입장이 고만고만한 사람들끼리 뭉쳐서 으쌰 으쌰 재기하는 흔한 내용이 아니다. 오히려 넘어졌을 때 스스로 툭 털고 일어나는 법을 터득시켜준다. 그래서 좋다. 둘러보면 세상은 온통 루저투성이지만 그럼에도 살아간다. 그것이 삶의 숭고함이 아니겠냐고 독자에게 묻는다. 실패 없이 성공가도를 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넘어지고 부러지고 하면서도 어떻게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란 드라마가 아닐까. 자비 없는 세상은 방패도 없고 갑옷도 안 입은 나에게 쉬지 않고 화살을 날려댄다. 내가 무슨 능력으로 날아드는 화살을 피하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평생을 상처투성이에 전의를 잃은 졸병 1로 살아간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간다. 오늘보다는 나아질 언젠가를 바라며.


마지막에 이뤄진 주인공의 러브라인은 진짜 부러워서 질투날 정도였다. 연애세포가 소멸된 남자들의 로망을 작가가 제대로 알고 계신 듯? 분명 주인공을 되게 별로인 것처럼 묘사했으면서 여자가 생기다니, 뭔가 배신감 들었지만 같은 루저로써 내가 다 기쁘더라. 아 갑자기 안구에 습기가... 가끔은 꼭 영화화되었으면 싶은 소설을 만날 때가 있는데, 오히려 이 책은 절대 영화로 만들지 말고 이대로 보존되었으면 좋겠다. 지금 느낀 이 감동과 낭만을 영상 같은 것들로 방해받고 싶지 않다고나 할까. 다행히 영화는 없고 연극으로는 재구성된 적이 있었단다. 아무튼 순문학보다는 이런 대중문학이 더 잘 맞는 나는 점점 이 작가에게 반해버렸다. 나중에는 ‘망원동 시스터즈‘로 리부트 작품 하나 써주세요. 똥꼬발랄하고 엽기 백치미 가득한 언니들 잔뜩 넣어주시고요. 작가님은 MSG 가득 넣어도 이해해드리겠습니다. 배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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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9-05-31 11: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 읽으면서 뭔가 엄마 미소를 짓게 되게요. 이 네 남자 아주아주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ㅎㅎ
망원동 시스터즈 써달라에 저도 한표! ^^

물감 2019-05-31 11:30   좋아요 1 | URL
앗, 저도 엄마 미소 지었다는 내용썼다가 지웠는데ㅎㅎ 설해목님과 통하였군요^^
노래도 남자버전 여자버전 리메이크가 있듯이, 소설도 그런게 있다면 좋겠어요. 그래서 생각난게 망원동 시스터즈였습니다ㅎㅎㅎ
 
지옥이 새겨진 소녀 스토리콜렉터 44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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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스 그루버는 작년인가 재작년에 국내에서 반짝 떴다가 이제는 시들시들해진 작가다. 솔직히 1편인 ‘새카만 머리의 금발 소년‘이 실망스러워서 그만 읽어도 되겠다 싶었는데, 이미 구매한 책이라 그냥 읽어봤다. 그리고 역시는 역시나였다. 책 뒤표지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만큼의 이야기‘라고 적힌 한 줄 평을 보고 그저 웃었다. 나는 숨 쉬는 게 여유롭다 못해 하품도 나오더만. 그리고 역시나 유머 없는 퍽퍽한 닭 가슴살 같은 독일 소설... 정말 재미없기라도 하면 중단했을 텐데 그 정도는 또 아니어서 어중간한 상태로 끝까지 읽긴 했다. 보통 뭐라도 남기고 싶어서 리뷰를 꼭 쓰는데, 지금 내가 뭘 남기고 있는 건지 모르겠음. 역시 독일 소설이야. 차라리 케케묵은 프랑스 소설이 나랑 더 잘 맞을 듯. 집에 독일 소설이 더 남아있던가? 제발 이것으로 독일문학은 끝이기를.


크게 두 가지 내용이 교차된다. 검사가 문신 소녀를 발견 후 범인을 조사하는 것과, 자비네가 슈나이더의 제자가 되어 구남친을 다치게 한 미제 사건을 재조사하면서 범인을 찾는 것. 이렇게 적고 보니 되게 간단한 내용 같지만 읽어보면 곁가지가 많아 시선이 분산되고 정신은 없는 내용이었다. 그래, 솔직히 내가 제대로 몰입하지 못했다. 먼저 1권에 등장했던 자비네는 이전 살인사건 후로 연방범죄수사국 아카데미에 입학 후 천재 프로파일러 마르틴 슈나이더의 학생이 된다. 그녀는 연방수사관인 구남친이 머리에 총 맞고 중환자가 된 소식을 듣고 직접 범인을 잡으러 방방곡곡 쏘다닌다. 한편 오스트리아에서 실종된 소녀가 단테의 신곡 중 ‘지옥 편‘의 그림 문신이 등에 새겨진 채로 발견된다. 이 사건의 담당 검사는 문신 소녀의 범인과, 독일에서 자비네가 쫓는 범인이 한 패임을 알게 되어 슈나이더 팀과 합세를 한다. 그리고 밝혀지는 배신과 음모로 죽음에 점점 다가서는 슈나이더, 그리고 자비네...


많은 작가들이 범죄소설에서 악역을 정할 때 타 작품의 캐릭터와 겹치지 않게 하려고 고민할 것이다. 이미 다양한 컨셉의 빌런들이 있어, 겹치지 않게 한 것만으로도 잘한 건데 솔직히 이것만 가지고는 안된다. 독립적인 컨셉도 있어야 하고 지능적인 플레이도 보여줘야 하고 통틀어서 신선함까지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요즘 독자들은 인정해주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악역은 합격을 주고 싶었는데, 내내 범인이 나오질 않아서 칭찬이고 비판이고 할 게 없었다. 좀 뻔하긴 해도 문신 피해를 입은 소년소녀들이 차례차례 등장하면서 수사팀이 애를 먹는 그런 플롯을 보고 싶었다. 그것과 전혀 다르게 여러 번 비틀어놓고 살도 덕지덕지 붙여서 과유불급이 돼버렸다. 작가의 또 다른 시리즈인 ‘풀라스키 형사 시리즈‘에서도 모든 직업군의 인물을 총동원 시켜서 욕심이 과하다고 평을 남겼었는데, 이제 보니 작가가 원래 이런 성격이군. 다다익선이 무조건 좋은 게 아닙니다요. 


원래 시리즈 소설은 본 권의 메인 사건도 중요하지만 다음 권과 이어질 연결고리가 재미있어야 계속 읽게 된다. 그런데 이 시리즈는 그다지 차기작을 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제로다. 일단 주인공부터가 매력이 없다. 요즘 표현으로 ‘츤데레‘ 캐릭터인데 이제는 진부한 설정인데다 너무 막무가내 스타일이라 그에게는 희로애락을 보기 어렵다. 언젠가는 그 사나움이 온순해질 때가 오겠지만 버럭 시절에도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 아니면 왜 이 지경이 되었는지 중간마다 설명이 나오던가. 범죄소설의 주인공들은 보통 핸디캡이나 트라우마가 있는데 그것들이 주인공을 입체적으로 만들어주긴 하나 과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 슈나이더가 마리화나에 의지하고 광적으로 범죄 심리에 집착하는 건 이해하겠는데, 자신의 천재성과 다른 일반인들을 이해하지 않고 막 그냥 갈아 마셔댄다. 그런 모습을 보다 보면 슈나이더가 등장인물들을 혼내는 게 아니라 꼭 독자를 꾸짖는 것만 같아서 점점 불쾌해진다. 슈나이더도 별로지만 자비네는 더 별로다. 이제 그녀는 슈나이더의 전문 파트너로 활약할 것이기에 더 많은 분량을 보게 될 텐데, 이 작품처럼 슈나이더보다 더한 저돌적인 성격을 보여줄 거라면 짜증 나서 못 읽을 듯. 이런게 바로 독일 갬성입니까?


위에서 말했듯이 시선이 심하게 분산된 작품이다. 여러 개의 미제 사건도 다루면서 문신 소녀의 죽은 엄마 사건도 엮여있고 소녀의 납치범도 찾아야 하고. 그런데 작가가 이 많은 사건들을 하나로 묶기 때문에 일반 범죄소설보다 더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그래서 이 책은 꼭 메모해가면서 추리하시길 바란다. 유독 독일 소설이 영미소설과 달리 느껴지는 건 스토리나 필력의 문제가 아니라 글을 쓰는 방식의 차이에 있다고 생각한다. 잘 보면 독일 스릴러 작가들은 매우 스트레이트한 문장을 즐겨 쓴다. 그러다 보니 방향을 전환하거나 분위기를 환기시킬 때 어딘가 매끄럽지 못하고 갑자기 점프하는 느낌을 받는다. A에서 B와 C로 이어지고 D로 연결되기 보다, A가 끝나면 D를 말했다가 F가 나오는, 어딘가 빼먹은 듯한 기분이랄까. 플롯 구성이 불규칙하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문단과 문단 속에서 이래버리니, 독자가 느끼기엔 그냥 오락가락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튼 독일 문학도, 안드레아스 그루버도 이제 안녕이다. 세 권이나 읽었으니까 이만하면 됐지 안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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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5-27 1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고했습니다 ㅋㅋ

물감 2019-05-27 10:3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ㅋㅋㅋ 이것으로 저의 불만가득한 독일문학 리뷰는 볼수없을거에요ㅋㅋ
 
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7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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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뭐 드래곤볼 급으로 유명한 작품이라 줄거리 요약은 생략하겠다. 사실 이런 유명작은 리뷰쓰기도 민망할뿐더러 워낙 많은 리뷰가 넘쳐흘러 내 글은 묻히리라 생각하지만, 읽었다는 기념으로 기록을 남기는 데에 의의를 둘 뿐이다. 나는 하루키의 작품을 ‘1Q84‘와 ‘노르웨이의 숲‘ 딱 두 작품만 읽었고, 더 이상 그의 책을 읽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나에게 하루키는 고품격 야설 작가로 각인돼버렸다. 한두 번 19금 씬이 나오면 그러려니 하겠다. 그런데 그의 섹스 묘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물론 그게 주 내용은 아니지만 이야기에 몰입 좀 해보려 하면 자꾸 섹스 장면을 언급하고 연상시켜준다. 작가가 작정하고 야설을 쓴다면 아마 화성인들도 구매해서 읽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그는 섹스가 빠진 문학을 팥 없는 붕어빵처럼 보는 걸까. 


여러 여자 인물들이 등장하고 주인공 주변을 맴도는데 하나같이 현실감 없는 캐릭터뿐이다. 1Q84에서도 느꼈지만 여자 캐릭터를 판타지에서 나올법한 설정으로 만들기를 즐겨 한다. 남친이 여러 여자들과 놀고 자고 하는데도, 불평 없이 지고지순한 사랑을 지키는 일편단심의 여자. 실연당한 자신을 알아주었다고 오늘 만난 남자와 섹스하는 낯선 여자. 좀처럼 생각을 읽을 수 없고, 대화도 부자연스러운데 어딘가 흡인력이 느껴져 계속 끌리는 몽환적인 여자 등등. 아니 무슨 여자가 환상의 동물 유니콘도 아니고 말야, 너무 괴리감 넘치는구만 그래. 소설은 그 시대를 반영한다는데 이 책이 쓰인 당시 일본여자들은 청순+도도+시크+섹시+순결의 매력을 모조리 다 가졌단 말인가? 진짜 그렇다면 나도 일본에 가서 살고 싶구만 그래.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작가가 환상에서 좀 벗어나셨으면.


진짜 이상한 건 이 책에 나오는 여자들은 도무지 질투심이라는 게 없다. 남친/절친이 다른 여자하고 어울리거나 잘 지내면 한국인들은 대판 싸우거나 헤어지는 게 보통인데 일본은 전혀 아니란 말인가? 요즘 일본여자들은 안 그렇겠지...? 아무튼 이런 설정도 여자를 환상의 동물로 묘사하는 것처럼 보인다. 정말 현실성이 너무 없군. 그리고 한국인 입장에서 보면 주인공도 대단한 쓰레기임. 많은 하렘물을 봐왔지만 이렇게 육체적으로 관계 맺는 하렘물은 진짜 비추다. 전반적으로 예쁘게 포장해놔서 그렇지 냉정하게 보면 진짜 지저분한 인물들만 모여있다.


작품의 출간 당시 세계적으로 커다란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어떻게 이런 작품이 존재할 수 있지 싶은 문화충격과 존경심을 불러일으켰다고는 들었다. 그래서 지금은 1960년대다 생각하면서 몰입해봤지만 그래도 난 잘 모르겠더라. 그때의 일본은 학생운동으로 사회를 왈칵 흔들고 뒤집던 때였다. 그래서 캐릭터들이 어딘가 결핍 증상에 정서불안 같은 형태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주인공도 끊임없이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하며 허탄한 현실과 부딪힌다. 그리고 인물마다 아픈 사연이 있고 내상을 입어서 세상과 부분적으로 단절이 되어있다. 그래서 대부분이 결국 자살로 끝맺는다. 결과가 비슷한 걸 보면 모든 캐릭터가 주인공인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는 이의 부재로 인격이 형성되기도 전에 부서져버려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당하고 발 디딜 곳이 없어진 사람들의 모습이 다양한 형태로 등장한다. 그래서 이 책의 다른 제목이 ‘상실의 시대‘인가 싶다. 그런데 이 책이 왜 그렇게나 인기있는지 모르겠다.


하루키는 별거 없는 일상생활도 엄청 있어 보이게 쓰는 능력자이다. 솔직히 이 작품은 사건이 발생하고도 그에 대한 내용을 주물러가는 내용이 아니라서 중반까지는 무슨 내용인지 파악이 어려워 흐릿하게 보였다. 메인 사건보다 서로 간에 감정과 내적 갈등 장면이 더 많아, 마치 여러 단편을 하나로 엮어놓은 느낌이었다. 겨우 두 작품 읽고 이런 말하면 안 되지만 대표작들을 읽었으니 할 말은 해야겠다. 글은 참 잘 쓰는데 이야기는 그렇지 못한 작가 같다. 작품마다 본인의 고뇌를 섬세하고 정교하게 다루어서 건들면 안 될 유리구슬을 보는 듯하다. 그러나 어쩐지 껍데기만 화려하고 알맹이는 평범하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어떤 리뷰에서는 작가가 미국의 오리지널 하드보일드 기법을 가져와서 고뇌하는 이야기는 잘 쓰지만 딱 거기까지 일 뿐이라는 글이 있었다. 하루키 팬들에겐 미안하지만 나도 그게 무슨 말인지 알 거 같다. 노래로 비유하자면 가창력도 죽여주고 기교도 화려한데 감동이 오지 않는 그런 거. 이제는 그의 작품들이 고전문학의 반열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울림이 없어서 끝까지 무표정으로 읽어버렸다. 아, 19금 장면만 빼고. 섹스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기교만큼은 인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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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메모수첩 2019-05-17 1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루키는.. 명성 때문에 한 장 읽다가 포기하고 다음에 또 도전했다고 포기했는데, 앞으로 영원히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첫 장에서부터 어딘지 모르게 느껴지는 불편함에 이유가 있었던 거 같아요

물감 2019-05-17 11:25   좋아요 1 | URL
저랑 같으시네요, 진짜 불편합니다... 그의 정신은 히틀러만큼이나 연구대상이에요. 또하나의 문학장르를 낳은 사람은 맞지만 정서상 너무 안맞네요^^;

coolcat329 2019-05-17 1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하루키의 에세이는 좋아하는데, 소설은 1Q84를 마지막으로 하루키의 소설은 그만뒀어요.

물감 2019-05-17 14:19   좋아요 1 | URL
저처럼 하루키가 안맞는 분들이 꽤 많은가봐요. 분명 거품작가는 아닌듯한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유가 뭘까요. 국내에서는 왜 그렇게 열광했었던걸까요...

잠자냥 2019-05-17 14: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루키는 자신의 못다 이룬 꿈을 소설로 승화한다고 생각합니다.... ㅋㅋㅋㅋㅋ

물감 2019-05-17 15:32   좋아요 0 | URL
아.... 갑자기 단박에 이해되네요ㅋㅋㅋㅋㅋ
좀 웃겠습니다ㅋㅋㅋ

레삭매냐 2019-05-17 15: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희 독서 토론 모임에서 하루키의 이 책으로
독서모임을 해 본 결과...

90년대에는 먹혔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는 결론
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예전에 좋아하던 영화감독 우디 앨런의
몰락을 보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절정의 시대를 지나 읽게 되니 아련하다는 느
낌만 들었습니다.

물감 2019-05-17 15:43   좋아요 0 | URL
음 90년대 갬성과는 잘 맞았었나보군요. 확실히 예전에 읽었던 분들은 미화해서 평을 하시던 경향이 있었습니다. 딱히 그 추억을 깨뜨리고 싶진 않지만 이건 그냥 야설이에요ㅎㅎ

공쟝쟝 2019-05-17 15: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도 하루키 노르웨이 숲 밖에 안읽어봤는데요! 역시 좋은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의 명성이 자자한지라 차마 별로라는 말을 못했는데 여기서 동류들을 만나니 반갑군요.

물감 2019-05-17 16:53   좋아요 1 | URL
다들 하루키에게 한 맺힌 게 많군요. 그만큼 그의 명성이 납득 안되기 때문이겠죠? 읽지않았다면 저도 색안경끼고 있었을텐데요...ㅋㅋ

독서괭 2019-05-17 2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노르웨이의 숲과 어둠의 저편 딱 두권 읽었는데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 도저히 모르겠는 작가입니다.. 그래도 뭔가 이유가 있겠지 싶어 더 읽어볼까 하다가도 다른 책들에 밀려서 결국 못 읽고 있네요.

물감 2019-05-17 22:10   좋아요 1 | URL
하루키 작품의 공통점이 있더군요. 어린 여자가 꼭 등장하고 섹스... 분위기라도 다르면 감수하고 읽을텐데 다 비슷한 코드라서 불만이 더 많은듯 합니다. 과거 국내에서 얼마나 마케팅을 잘했길래 이토록 극찬하는 작가가 된건지...

페크pek0501 2019-05-18 22: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열 줄 이상의 댓글을 썼는데... 날아갔어요. 제가 자판의 뭘 건드렸나 봐요. 다시 쓰려니 김빠져요.ㅋ

이 책 오래전 저도 읽었어요. 이 사람과 자고, 또 저 사람과 자고 그리고 그게 아무렇지도 않은 게 되어 버리고... 그럴 수 있는 일이다, 를 말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더군요.

물감 님의 성실성을 감탄할 뿐입니다. 리뷰 잘 읽고 갑니다.

물감 2019-05-19 13:29   좋아요 1 | URL
저도 훗날 이 책을 떠올리면 이사람 저사람과 자던것 밖에 생각이 안날듯 해요. 그만큼 메인 스토리는 뭘 말하고 싶은건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성실하다니요... 한주에 한권 읽고 글 올리는게 다입니다요ㅎㅎ
알라딘에는 매일 글 쓰시는 분들이 많아서 저는 그 축에도 못낍니다^^;
여튼 늘 제 글을 읽어주시는 페크님 감사해요!

김경언 2019-05-26 1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소설 속에서 작가의 메세지를 읽어내야겠다, 현실의 시대를 반영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은 그냥 작가가 자신의 세계를 펼쳐놓은 세계라고 본다면 굳이 여기서 무엇을 얘기하나? 이 인물은 시대상에 맞나?는 질문은 필요 없겠죠. 그냥 그 세계를 경험해보는 겁니다. 김영하 작가도 말했듯 소설이 제멋대로 이야기를 펼처 나가는거죠. 괜히 메세지 찾으려다 우리 국어 교과서처럼 ‘이 부분은 독립을 향한 작가의 열망을 나타낸.. 저거는 조국의 암울한 현실..‘같은 전형적인 편의상 해석을 해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교양수업으로 하루키를 듣고 있습니다. 항상 말하는게 주제를 모르겠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여러 권을 읽게 된 건 하루키가 가지고 있는 흡입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장력이 될 수도 있고 주로 자주 나오는 환상성일 수도 있겠죠. 주제는 잘 모르겠지만 보통 이야기하는 것이 ‘상실‘과 ‘고독‘입니다. 거의 모든 화자가 30대 즈음의 남성과 연상의 애인(혹은 불륜상대)는 좀 식상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본인만의 세계관이 있어요. 거의 모든 주인공이나 화자가 수동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내용에서는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상에 알맞게 살고 있다라는 느낌?이 들어요. 사람들은 항상 인간관계에서나 사랑에서나 무언가를 상실하기 마련인데 거기에서 아둥바둥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드리는 모습인거죠. 이게 답답하고 바보같다고 볼 수도 있지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에는 인정한다고 해야 될까요? 거기서 다시 시작한다. 또 내가 알지 못하는게 존재하고 거기에도 한계가 있으니까 섣부른 판단은 하지 않는다. 음 예를 들어서 1Q84에서 나왔듯이 아오마메가 살인을 저지르는 것은 정당한가에 대한 문제라든가요. 그 외에도 평행세계라든지 재밌게 읽을 부분이 저는 있었는데. 별로이신 분도 꽤 되는군요!
오히려 제가 왜 하루키를 자꾸 읽게되는지 고민하게 된거 같네요ㅎㅎ 재밌게 읽었습니다.

물감 2019-05-27 10:26   좋아요 1 | URL
제 리뷰에 마음두시지 않아도 됩니다. 남들을 선동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본문에도 썼듯이 하루키팬들에게 미안함도 있습니다. 그냥 취미로 독서하는 저와 과목수업으로 공부하는 사람은 아무래도 다를수밖에 없을거같아요. 하루키의 1부터 100까지가 다 싫은건 아닙니다. 어차피 장점이야 많은 분들이 말하시니 전 단점/비평만 적었습니다. 여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카알벨루치 2019-05-27 1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대가 변해서 더 그럴수도 있겠네요 전 하루키 책은 몇편을 제외하곤 거의 다 읽은 듯한데 요즈음은 신통치 않네요~

물감 2019-05-27 10:29   좋아요 1 | URL
요즘의 한국정서와는 많이 달라서 그런건지도요. 그나저나 제 글이 생각보다 안 묻히고 주목받아서 좋기도 한데 난감하네요^^;

arom 2019-05-28 1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생애 최초로 댓글 답니다.
어쩜 그리 제가 하고 싶은 말들을...
특히 1Q84는 책을 우연히 얻어 읽고
갖고 있고 싶지도 않아 바로 처분했었어요.
그래도 이전 책들은 이해가 완전히 되지는 않아도
뭔가 모호하게 공허함 무기력 등을 공감해줘야 할 것 같기도 하고,
나름 매력이 있었는데요.
1Q84는...ㅉ
암튼 그 이후에 하루키를 아주 접었어요.
원래도 많이 믿지도 않았지만
도서 마케팅을 얼마나 믿어야 하나 깊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죠.
돌 맞을까봐 아무에게도 얘기 못 했었는데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분 글을 읽고
너무 반가운 마음입니다.
감사합니다.

물감 2019-05-28 13:20   좋아요 2 | URL
이 리뷰를 쓰고나서 얼마나 많은분들이 하루키 작품에 대한 본심을 숨겨왔는지 알게됐어요. 남들이 다 칭찬해대니 혼자 비판했다가 행여 왕따당할까 말못하셨겠죠. 남들의 말에 흔들릴필요는 없습니다. 본인이 느낀 감상이 우선이니까요. 많은 서평글들이 솔직하지 못하고 칭찬만 가득한 것이 현실입니다. 저는 그것에 염증을 느껴 하고픈 말은 다 합니다. 얘기가 길어졌는데 아무튼 본인한테 맞는 작가만 찾으세요. 나랑 맞는 책만 읽기에도 인생은 짧으니까요. 여튼 리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