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6일의 문장


누구든 구두를 벗고 물속에 한 발을 들여놔야 합니다. 그런 수고도 하지 않고 남 몰래 슬쩍, 표시 안나게, 못 잡아도 아무런 손실이 없는 수준에서 해보려고 해도 될 만큼 손쉽게 달성되는 일이 아니라는 거죠. 적어도 창작을 하려면 글 쓰는 나를 공인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나를 공인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등단이 어떻고 저서가 있고 없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 자신을 창작의 주체로 인정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삶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아시아) - 김형수


ㅁ 길다. 문장이란 것은 마침표로 딱 끝맺어야하는 것인데도, 이렇게 길게 쓴 이유는,


한 문장 한 문장이 다 중요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자신을 창작의 주체로 인정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라는 것.


ㅁ 얼마전에 한 친구와 합평을 시작했다. 약간의 강제성을 줘야겠단 생각이 들었을 무렵에


들어온 제안이라서 덥석 잡았다. 시간이 몹시 부족한대도 일단 쪼개면서 조금씩 쓰려고 노력한다.


막상 이렇게 준비하니, 새삼스럽게 위 문단이 담긴 책이 생각났다. 


김연수 작가님의 [소설가의 일] 이후로 읽어봐야지 생각하다가 드디어 책을 손에 잡을


기회가 생겼다. 그 시작에 앞서 오늘의 문장으로 남겨본다.


짧게나마 글을 매일 쓰는데, 과연 난 창작의 주체가 맞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아직 잘 모르겠다. 이런 글은 에세이니까 창작이란 말보단 생각을 옮겨쓰는 글일 뿐이라서


아직 난 창작의 '창'자도 다가가지 못 한게 아닐까.


창작이 뭘까. 과연 주체가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아직 와닿지도 이해하지도 못하는 걸 보면


난 아직 창작을 하는 사람은 아닌가보다. 생각을 옮겨쓰는 사람인 듯. 기록하는 사람?


이것도 지금의 날 표현하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기록하는 사람도 좋은데, 창작이란 걸 해보고 싶다. 근 몇 개월동안 그런 일을 하고 싶었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이제야 알게 된 사실은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이 모두 어떤 걸 '창조'하려는 욕구에서 시작했던 걸


정말 최근에서야 깨달았다. 그게 글이든 내가 하는 전공이든 말이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8년 11월 25일의 문장


위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위기를 넘는다.


박형주(좋은 생각 11월)


ㅁ 각자의 방식이라는 게 위기에서만 나타나는 건 아니다. 삶에도 각자의 방식이 있고,


연애에도 각자의 방식이 있고, 사소한 일조차도 각자의 방식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는 타인의 방식에 좀 관심이 많은 편이다. 왜냐하면, 보통은 방식을 모를 때.


아니면 참고를 하기 위해서 타인의 방식을 듣고 따라한다. 자신의 방식을 다듬으려는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앞서 타인의 방식을 먼저 시도하고, 차차 자신의 방식을 찾아나간다.


결국은 각자의 방식이라는게 어떤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뻗어나가며 변화하는 하나의 네트워크다.


그냥 뻗어나가는 것도 아니고, 조금씩 조금씩 바뀌고, 그걸 또 누군가는 받아서


또 바꿔나가며 각자의 방식을 만들어나간다.


위기든 고난이든, 아니면 행복이든 지루함이든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인생의 크고작은 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넘어간다.


그렇게 하루하루 넘어가는 각자의 삶.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8년 11월 24일의 문장


캄캄한 영원

그 오랜 기다림 속으로

햇살처럼 니가 내렸다.


[첫 눈처럼 너에게 가겠다.](이미나 작사 로코베리 작곡) - 에일리



ㅁ 첫 눈처럼 다가오는 너는 나에게 햇살이었다.


캄캄했던 기다림 내 삶의 장막을 걷어내는 한 줄기 빛이었다.


그래서 난 널 잊지 못한다. 너를 보고, 설레고, 질투했던 모든 날들을.


첫 눈처럼 나는 너를 잊지 못해


너에게 가고 싶어진다.


ㅁ 라고 한 번 써본 글. 사실 오늘 내린 첫눈 때문에 들은 곡인데, 절절한 선율이


가슴을 울리더라. 물론 현실은 질퍽한 검은 눈이었고, 신발 젖고 차는 막히고 짜증이 밀려오지만,


노래만큼은 절절하고 아련하며, 그리고 설레게 만든다.


현실과 이상은 다르지만, 그래서 두 곳을 왔다 갔다 하며, 위로 받고 생활하다가 다시


찾아가서 평화를 찾는 게 아닐까.


질척거리는 눈을 보며 감성에 젖기엔 조금 힘들겠지만, 가끔은 가만히 서서 눈이 내리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노라면, 그 잠깐만큼은 질척거리는 눈이 아니라


하얗고 묘하게 설레는 눈과 하늘을 담을 수 있기에, 우리는 이런 노래에서 잠깐이나마


감성에 젖는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8년 11월 23일의 문장


책과 문장이 가진 힘을 사람들이 잊지 말아주었으면 좋겠다.


[진작 할 걸 그랬어](위즈덤하우스) - 김소영


ㅁ 책과 문장이 가진 힘이 무엇이길래 잊지 말아달라고 말하시는 걸까.


문장을 읽다보면 가끔 눈에 들어오는 문장도 있는데, 반대로 그냥 흘러가는 문장도 있다.


가능하면 문장을 눈에 담으려고 노력하지만,


매일 그렇게 생생한 상태로 책을 읽는 게 아니라서, 과연 얼마나 많은 문장이 흘러가는 걸까.


그래서 난 문장이 가진 힘을 아직 느껴보지 못했다.


눈에 들어온 문장은 많았는데, 그 힘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책도 나름 열심히 읽지만 아직 책이 가진 힘은 모른다.


과연 그 힘은 무엇이길래 잊지 말라달라는 걸까.


알고 있어야 잊을 수 있는데, 난 그걸 모르니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다.


책을 얼마나 보고, 얼마나 많은 문장을 눈에 담아봐야 그 뭔지 모를 묘한 힘을 깨닫게 될까.


하루종일 저 힘이 뭔지 생각했지만 그 답은 역시나...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묘한 것일까.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8년 11월 22일의 문장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쉽게 쓰여진 시] - 윤동주


ㅁ 음... 뭐랄까. 서글프다.


처음 본 건 고등학생 때였다. 스스로를 위로했단 말을 참 어렵게도 하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 본 건 20대 초반이었다. 아... 위로를 주는구나. 아린다.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세 번째로 보았다.


지금은 서글프다. '작은 손'과 '눈물과 위안', 그리고 최초의 악수.


이 단어 하나하나가 얼마나 섬세한지, 그리고 얼마나 따뜻한지 이제야 깨닫는다.


ㅁ 시란, 바로 이런 게 좋다. 알게 모르게 읽었는데, 어느 날 그게 확 와닿는 날이 있다.


수많은 하루를 살면서 딱 한 번, 어떤 문장이 나를 후려치는 날이 있다.


그 문장을 하필 그 날에 보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지...


겪어본 사람만 안다는 그 기쁨을 난 오늘 느껴보았다. 


ㅁ 윤동주란 오래 전 시인의 손에서 저 문장이 탄생할 때,


과연 어떤 생각이었을까.


수 십년이 지나 누군가가 자신이 쓴 문장이 어떤 사람에게 이렇게나 사랑받는 줄 알았으려나.


좋다. 이런 문장에 이런 하루가 좋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