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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왼손잡이 (세계문학전집 022)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
니콜라이 레스코프 지음, 이상훈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0월
평점 :
역사책에서 볼 수 없는 '진짜' 러시아인을 만나다.
ebook : [왼손잡이](문학동네) - 니콜라이 레스코프
ㅁ 고전, 러시아에선 좀 유명하다고 하는데, 사실 내가 확인할 방법은 없고, 어쨌건 우리나라에선 덜 유명한 그런 작가.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단편집, [왼손잡이]다. 실제로 왼손잡이라는 장편은 아니고 레스코프가 쓴 3개의 작품을 한 데 묶은 단편소설집인 셈이다. 그 중 가장 처음에 있는 단편이 바로 [왼손잡이], 그리고 뒤에 단편 하나와 중편 하나, [분장예술가]와 [봉인된 천사]가 실려있다.
ㅁ 읽기 전부터 목차를 보고 제일 궁금했던 건 '그 세 편의 이야기가 왜 이 한 권에 묶였는지' 였다. 딱히 공통점이 있는걸까. 그런 생각을 해보았지만, 사실 단편들이 묶이는데 별 이유가 있었나 싶기도 했다. [바깥은 여름]도 그랬고, [말하자면 좋은사람]도 그랬고, 약간 전체적인 느낌? 묘사?는 비슷하지만, 소설 속 사건들과 이야기의 전개는 그냥 다르다. 굳이 공통점을 뽑는다면 바로 그 느낌. 책을 읽으면서 갖는 책에 대한, 단편을 쓴 작가에 대한 일관된 감정이 공통점이겠다. 읽는 내내 드는 생각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하나의 감정축에 놓여있었기 때문에 묶여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ㅁ 레스코프의 [왼손잡이]도 읽는 내내 든 감정축이 있었다. '익살스러움'과 '러시아인'이다. 첫 번째는 세 작품 모두 잘 스며들어있었다. 잉국이란 표현이나, 아니면 각 주인공, 인물들의 말투에서도 약간 콩트에서 나올법한(그것도 아주 오래된 콩트) 말투였다. 지금 시대엔 그게 그렇게 익살스럽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전혀 지금의 코드와는 맞지 않기 때문인데, 당시 시대에 책이 발간되었다면, 확실히 익살스러움으로 많은 이들에게 읽혔으리라 짐작할 수 있었다. 마치 현대시대에서 유머집을 보는 기분이랄까. 거기에 유머를 가미한 시대반영적인 이야기. 이게 바로 두 번째 감정축이다. '러시아인'이라 표현할 수 있는 건, 바로 당시 러시아(제정러시아)에 살았던 백성들의 이야기가 그대로 들어있기 때문이었다. 이건 요즘 러시아사를 알게 되었고, 동시에 책에 관한 이야기를 찾다 보니 알게 되었다. 러시아인의 장인정신을 표현한 [왼손잡이], 종교미술적 영감과 신성함을 드러낸 [봉인된 천사], 마지막으로 농노제의 잔혹함을 표현한 [분장예술가]. 이 모든 게 바로 당시 러시아의 생활이었던 것이다.
ㅁ 처음 읽은 고전 소설이었다. 고전의 기준이 옛날 소설이면서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의 시대에서도 끊임없이 읽히는 책이라고 한다면, [왼손잡이] 역시 그 조건을 만족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을 러시아 백성에 관한 '역사책'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화가 진행되었고, 다양한 가치관과 세계를 구성하는 방식이 있지만, 이미 지나간 과거는 그 상태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하며, 그리고 이에 대한 해석은 정보를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왼손잡이] 역시 하나의 역사책으로서, 당시 시대에 비판적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며, 동시에 안쓰러움과 뛰어난 정신, 가령 기계화와 대비되는 장인정신 같은 영혼을 회상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단 점에서 바로 '고전'의 매력이 아니겠는가.
ㅁ 마지막으로 [왼손잡이]가 러시아의 소설이다. 사실 러시아에 대해 우리는 약간 생소하다. 소련이란 이데올로기적인 문제도 있었고, 가깝지만 약간은 먼, 그리고 아시아라고 하기엔 조금 애매한 유럽의 나라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문학이 꽤나 화려한 편인데, 그만큼 생소한 나라여서 러시아 자체를 살펴보기엔 조금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첫 관심을 가장 쉬운 방법으로 불러읽으킬 수 있는 책이다. 그래서 난 러시아 문학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충분히 추천할만한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만큼 쉽고도, 러시아를 친근하게 대할 수 있는 책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