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7일의 문장


안전점검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문구 中 -


ㅁ 뭐가 그렇게 불편한걸까. 에스컬레이터가 없는 게 그렇게 죄송할만한 일일까.


문득 지하철을 타는데 든 생각이었다. 물론 깊이가 깊은 지하철은 조금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목적이 조금 다르지 않나. 안전점검이면 사실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하는 게 맞는 건데


난 저 문구가 너무 저자세라는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이용하는 우리들을 위해 하는 안전 점검이니까 그건 전혀 불편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꼭 필요한 것이니까. 그래서 잠깐 못 쓰는 거니까.


너무 안 죄송해도 되지 싶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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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16일의 문장


하늘은 흐렸고 습기를 머금고 공기가 피부 밑으로 파고 들었다.


[아몬드](창비) - 손원평


ㅁ 하늘은 흐렸는데 습기는 무슨. 건조해서 입술이 갈리지는 마당에 말이야.


그런데도 이 문장에 끌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피부 밑으로 파고드는 그 감각이 생각난 걸까.


아니면 습기를 머금은 공기를 그리워했던걸까.


어떻든 흐란 날에 적절하게 쓰인 문장이 눈을 사로잡고 한동안 입을 맴돌았다.


머금다라는 동사와 파고든다는 동사가 무언가 가슴을 적신다. 왜인진 나도 모르겠고...


그냥 요즘 좀 젖고 싶단 생각을 한다. 메말라진 생활과 감정이 보다못해 비틀어서 짜낸 기분이다.


메마른 마음을 어떻게 해야 적실 수 있는 걸까.


답없는 고민만 머리속을 헤매다가 그냥 저냥 버티면서 산다.


그런 하루다. 요즘 말이야.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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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15일의 문장


힘들 땐 하늘을 보면서 마음을 달래라. 울면서 보는 하늘도 있지만, 웃으면서 하늘을 볼 날도 분명히 온다.


[아버지는 말하셨지](책읽는수요일) - 송정연, 송정림


ㅁ 음.. 아버지의 말이 예전엔 그리 들리지 않았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모두가 그랬던 거다.


그런데 그 말을 듣기 힘들어진 날이 되면 꼭 뒤늦게 깨우친다. 왜 그 땐 그랬을까.


비단 아버지의 말만 그럴까. 모든 사람들의 말과 조언이, 과연 상대에게 얼마나 와닿도록 들릴까.


결국은 본인들이 하는 대로 하면서, 그 상황이 닥치지 않는다면


전혀 알 수 없다. 아니 알려고, 받아드리려고 하지 않는다. 그게 본능인 것 같다.


ㅁ 힘들 땐 하늘을 보기가 어렵다. 고개는 항상 바닥을 보고 있었다. 이게 생각보다 내 마음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았다. 고개를 내림으로서, 스스로 내려가는, 


마치 낮춰지는 기분이 들게 된다. 그래서, 하늘을 올려다 봐야한다.


슬플 때는 더 이상 감정에 파묻히지 않기 위해, 기쁠 때는 그 자체의 감정을 만끽하기 위해


우리는 고개를 들어야 한다.


슬픈 날이 오고, 또 기쁜 날이 오더라도, 항상 잊지말아야 한다.


나의 고개는 어딜 향하고 있는가.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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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14일의 문장


단 한 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

끝난 뒤엔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쉴 수 있다는 것


음악 [달리기](박창학 작사, 윤상 작곡) 가사 中


ㅁ 수없이 많은 11월을 지냈다. 그렇게 그 시절엔 수없이 많이 그들을 위로하는 노래가 있었다.


그 중에서 난 오늘의 문장만큼 그들의 심경을 위로하는 문장이 없다고 생각한다.


정말 다른 약속은 모르겟지만, 단 한 가지는, 끝이 있다는 거니까.


내일의 지금이 된다면, 정말 끝나있을테니까.


그리고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쉴 수 있는 시간도 있다.


정말 적절하지 않나?


ㅁ 매 11월은 항상 이렇다. 그 중요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한꺼번에 치르는 시험 1위인


바로 그 시험때문에... 시험이 중요하고, 그리고 말도 많다.


항상, 그리고 매해마다 교육의 근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장점과 단점이 나돌고,


어느 것 하나 정답이 없고, 무엇보다 학생들, 그 학부모들 모두가 예민해지는 주제.


꼬일 대로 꼬여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그리고 이를 부추기는 여론과 곧이 곧대로


받아드리며 선동되는 사람들도,


어느 것 하나 맞고 틀린 게 없다지만, 너무 복잡하게 엮여 있는 건 분명하다.


ㅁ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정성적 평가과 정량적 평가의 중간을 어떻게 맞추는지가 아마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한다.


지금의 상황이 과연 그 중간에 있는 것인지 한 번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더 근본적으로,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 학생들을 부추기는 사회적 분위기와


우리들의 인식부터가 어쩌면 가장 문제가 아닐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이건 어쩌면,


기울어진 조각으로 사회를 쌓고, 다시 관심을 갖고 돌아보지 않았던 잘못이 아닐까.


한편으로 씁쓸하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며, 그로 인해


많은 것들이 힘들어하고, 그나마 차선일지도 모르는 우리의 11월은


그렇게 지나간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p.s. 어떤 결과가 있든 일단 지금까지 오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모두가 바라던대로 되길 바랍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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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13일의 문장


우리는 모든 걸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랑, 인생, 당신의 아이들은 설명될 수 없다.


뒤셀도르프 미술관 설립자 칼 뮐러(좋은 생각 11월호)


ㅁ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단 생각 자체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망상인가.


우주의 스케일로 본다면, 우린 엄청난 먼지 같은 존재인데 말이다.


많은 학문들이 만들어지고, 눈 앞에 보이는 모든 걸 설명할 수 있게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린 설명 가능한 세상에 빠져 익숙한 착각에 빠지기 마련이다.


익숙함이란 착각은 정말 아무도 모르게 오는 거니까.


ㅁ 물론 설명될 수 없는 것들이 사랑, 인생, 당신?의 아이들만 있겠느냐마는


뭐가 더 있을까 생각해보면, 그냥 모든 게 제대로 설명되는 게 맞는 걸까?


아주 근본적인 회의감이 먼저 드는 게 요즘이다. 


설명된다는 것부터가 일단 어떤 가치가 있다는 전제가 필요한 것이니까.


ㅁ 또한 설명 자체가 우리를 왜곡하고 편협하게 만들기도 한다.


아마 미술관 설립자이신 칼 뮐러 역시 그 점을 의도해서 미술관에 별 다른 설명을 넣지 않았으리라.


세상은 설명하려는 노력과 이해하려는 노력 자체가 사실 의미 없는 요즘,


그냥 저냥 자신이 만족하는 삶을 사는 게 가장 중요한 것인데,


우린 왜 그런 것에 대한 어떠한 이야기도 듣지 못한 채 시간을 사용하고 있는 걸까.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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