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61 | 62 | 6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2018년 10월 14일의 문장


길은 또 이어지고 우린 서로 멀어져도

단 몇 초 다짐의 순간 이렇게 흩습니다.


지하철 스크린 시 [좌회전을 기다리며] - 김동인


ㅁ 정말 짧은 그 몇 초의 순간에 여러 생각을 하는 때가 있다.


주마등이 스쳐지난다거나, 갑자기 뭔가 천천히 흐르는 기분이 들 때.


그럴 때마다 몇 초가 수많은 조각으로 나눠 자신에게 흩뿌리는 기분을 느끼곤 한다.


길이 이어지는 것도 당연하고 서로 멀어지는 게 한 가지 우연이라면,


그 짧은 순간마저 흩뿌리게 되어 결국 남지 않게 될 것 같다.


그렇게 뿌려진 조각들을 주워야할까 아니면 그냥 놔둬야할까.


망설이며 또 하루가 지나간다.


단 몇 초 짧은 생각에 멀어져버린 그 분을 생각한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8년 10월 13일의 문장


출입문이 닫힐 때에는 무리하게 타지 마시고, 출입문에 기대거나 손을 짚으면 닫힐 위험이 있어,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수도권 지하철 안내방송 中


ㅁ 이어폰을 끼고, 책을 보거나, 폰을 보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 들리는 


저 안내방송에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집중하고 있을까.


ㅁ 문득 그런 날이 있다. 별거 아닌데 그 소리가 귀를 파고 들어서 뇌에 꽂히는 순간.


지하철을 타다가 매번 들었던 안내방송이 귀를 파고들었다.


한 번 박히고 나니, 자꾸 머릿속을 멤돈다. 


'조심해야하지... 무리하게 타면 좋지 않지... 암 그렇고 말고...'


말하면서도 피식 웃는다. 언제는 그 말대로 잘 했는가 싶으면서도 그 생각하는 와중에


나조차 문에 기대있는 게 어이가 없었다.


ㅁ 꼬박꼬박 흘러나오는 한 여성의 안내방송이, 정말 중요한 사실이긴 하지만, 그걸 그리 지켜지진 않는다.


꼭 무리해서 타는 사람이 있고,(나 역시 그렇고) 문쪽에 꼭 기대서 서있는 사람도 있고,


(솔직히 허리가 너무 아프다.) 그렇게 중요하지만 한 귀로 흘려보내는 안내방송은


습관처럼 나온다.


ㅁ 새삼 당연한 사실이 귀에 꽂혀 머릿속을 빙빙 도는 오늘이었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8년 10월 12일의 문장


당신의 삶을 기록하면 하나의 작품이 된다.


작가 로제마리 마이어 델 올리보


ㅁ 그래서 시작한 일이 하루를 담는 문장이었고, 일기였으며, 내가 쓰는 모든 것이었다.


내 삶을 기록하는 건 아니지만, 하루하루 뭔가를 기록해나가는 게 엄청 작지만 할 수 있는 일이라 믿고 싶다


일기야 정말 사적인 부분을 작성하는 글이라, 따로 올리는 것이 아니지만, 


벌써 4권째면 충분히 잘 쓰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매일 쓰지 않는다는 게 문제지만... 피곤해서 자꾸 안 쓰고 넘어간다.


손글씨로 직접 쓰는 거라 더 그렇다. 자판으로 입력하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일기만은 직접 내 손으로 작성하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시작한 일이다.


꼭 매일 써야한다는 강박은 없지만, 너무 길게 미루진 말아야지.


오늘도 생각난 김에 일기를 쓴다.


ㅁ 삶의 기록이 작품이라면, 모든 사람들은 적어도 한 가지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하나의 작품은 살면서 만든다는 의미겠다. 전혀 같을 수 없는 수십억개의 이야기들.


다양한 만큼 색다르고 같은 걸을 봐도 모두가 다른 글로 작성될 이야기들.


우리는 모두가 소설가이자, 작가인 셈이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8년 10월 11일의 문장


시간을 견디어서 흘려보내고 다음 페이지를 넘기는 일. 그곳에 펼쳐진 백면에 어린이가 또다시 새로운 형태 모를 선을 긋고 예기치 못한 색을 칠하도록 독려하기. 그러는 동안 자신의 존재는 날마다 조금씩 밑그림으로 위치 지어지고 끝내는 지우개로 지워지더라도.


[네 이웃의 식탁](민음사) - 구병모


ㅁ 아이들을 흔히 흰색의 도화지라고 말한다. 정말 깨끗하고 순수한 상태라서 뭐든 그릴 수 있는 도화지.


ㅁ 그런데 저렇게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려진 도화지를 지워나간다니... 어른들은 그려진 도화지이고,


부모는 그 그림을 지워나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에, 그런 현실에 너무 서글퍼지는 문장.


ㅁ 그렇다. 흔히들 지금이 저출산 시대라고 한다. 출산이 문제인가, 살기 바빠 힘든데... 


이런 생각, 분위기가 파다하다. 물론 시대마다 달랐겠지만, 아이를 기르는 상황이


항상 이랬을까? 극단적으로 과거 대가족 시대였던 조선시대에서도


저런 육아의 과정을 이 세상 모든 부모님들이 겪었던 걸까.


자신의 밑그림을 지워가는 과정이 육아라면, 과연 그게 마냥 좋은 일일까.


무작정 장려하기엔 당사자들이 잃는 것들이 너무 많아 보인다. 과연 장려해야하는 일일까.


그렇다고 장려를 안 할 수는 없는 꼴이니까...


그래서 무엇보다 그걸 뒷받칠 주변 사람, 가까이엔 아내나 남편 서로, 


넓게는 사회적인 분위기나 제도가 정말 필요해보인다.


새삼 밑그림을 수없이 지웠을 부모님에게 죄송함과 감사함과 미안함이 공존한 오늘.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8년 10월 10일의 문장


바퀴는 쉬지 않고 돈다.


[술꾼](창비세계문학) - 류이창


ㅁ 바퀴란 자고로 돌리거나 굴리기 위한 존재로서, '쉬는' 바퀴가 있따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다.


돌다가 쉬고 굴리다가 쉬면, 과연 그건 돌기위한 존재라고 말할 수 있는가.


그렇기에 바퀴는'쉬지 않고' 돈다. 어떤 멈춰야하는 목적이 없는 이상 계속 돈다.


ㅁ 지구도 그렇다. 태양을 돈다. 쉬면 중력에 끌려가는 걸 잘 알기에, 쉬지 않고 돈다.


쉬지 않고 무엇을 하는 건 마치 심장을 닮았다.


쉬지 않고 뛰는 심장과 쉬지 않고 도는 바퀴.


둘의 경계에서 뭘 찾고 싶은 걸까.


난 그 경계 위에서 한 쪽은 바퀴를, 한 쪽은 심장을 두고 무엇을 찾으려고 했던 걸까.


쉬지 않고 돌고, 쉬지 않고 뛰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61 | 62 | 6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