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23일의 문장


세상에 작거나 하찮은 문제는 없단다. 우리가 조금이라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그것으로 족하다.


- 리처드 파인만이 제자에게 보내는 편지 中 -


ㅁ 그는 말없이 편지를 읽었다. 벤치 주변엔 서늘한 바람만이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살짝 건조한 편지종이에, 꾹꾹 눌러 쓴 잉크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그는 눈을 떼지 못했다.


문득 지난날의 시큰둥했던 자신을 생각했다. 


거대하고 중대하다고 스스로 판단한 문제만 바라보다가, 주변의 열정을 하찮은 것이라 치부했던


과거의 나에게, 도대체 무슨 짓거리를 하고 있느냐고 중얼거렸다.


편지를 고이 접어 서류가방에 꽂아넣었다. 그리고 벤치에서 일어나


마치 모든 걸 삼킬 것만 같은 어두운 숲 속으로 걸었다.


ㅁ 하찮거나 중대하거나, 크거나 작거나, 이런 비교는 인간의 본능인 걸까.


세상은 이렇게 한 줄로 나열할 수 없는 곳인데 우린 왜 그렇게 비교하는 것일까.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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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22일의 문장


내게는 도무지 사는 일이 왜

건너는 일일까.

[강박] 中 - 백무산


ㅁ 사는 일이 길일 때도 있고, 강일 때도 있는데, '건너는' 일이라고 부르는 자가 있었다.


사는 게 뭘 하나씩 넘는다는 의미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닫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건너는 일은 알고보니 넘는 게 아니라 그저 한 쪽에서 다른 한 쪽으로 옮겨가는 일이었음을.


하나씩 넘어가며 사는 게 아니라 여러 곳을 스쳐지나는 것이었다.


ㅁ 도무지 나에겐 건너는 일이라고 말하는 건,


오히려 전자의 건너는 것 같지만, 그 일들은 후자의 건넘이라면


'도무지'라는 지친 듯한 말보다 좀 더 멀리서 바라볼 수 있는 일이 되지 않았을까.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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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21일의 문장


"인생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때 다른 길로 갔다면 지금 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었을까요? 하지만 그 길은 이미 존재해서 펼쳐져 있는 게 아니라, 발을 앞으로 내딛는 순간 만들어지니까요. 과거의 기억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머릿속에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 잊을 수 없는 과거가 시작되는 겁니다."


[밤의 징조와 연인들] - 우다영


ㅁ 인생이 강처럼 흘러가는 게 보인다면 그게 재밌을까.


인생은 재밌어야 하는거야? 라는 물음에 난 말문이 막혔다.


그냥 알 수 없다고 말했어야 했는데... 너무 나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도 끝과 방향을 알 수 없는 엄청 거대한 강처럼 인생도 알 수 없다는 건 공감했다.


그리고 그건 강이 아니라 그냥 대양일 것이라고 말했다.


어딘지도,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는 태평양 한가운데. 홀로 배 위에 놓여진 게 우리라고.


그러다가 가끔씩 지나가는 배를 보면, 그걸 바로 내 곁을 스치는 인연들이라고.


그는 덤덤하게, 그리고 스치듯 속삭였다.


ㅁ 그의 말을 곰곰히 되씹어보다가, 어쩌면 우린 뱃길을 따라 노를 젓는게 아니라


뱃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구나. 퍼뜩 깨달았다. 어쩌면 당연한 부분이면서도


하지만 조금은 어색한 이 결론은, 인생을 정의하기엔 너무 뻔하디 뻔해보였다.


그런 말을 하는 그를 생각해본다. 뭔가 멋있는 척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하지만 우수에 적신 그의 모습이 그려진다.


나 같으면 오글거려서 저런 말 못한다... 이런 생각이 들지만, 그 순간만큼은


저 소리가 물안개 같이 모든 감정을 덮을 수 있을 것 같았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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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20일의 문장


홀가분한 마음

떳떳한 마음으로

내일을 위해

어제를 지웠습니다.


[새출발] 中 - 오보영



ㅁ 근 12일동안 잠시 없어졌다.


사정이 생겨 작성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말도 없이 멈춰버렸다.


그 일을 다시 시작하는 오늘. 내일을 위해 어제를 지웠다던 시를 보았다.


어제를 꼭 지웠어야만 했던가.


어제가 있어서 내일이 있을텐데, 홀가분해질려고 어제를 지우고 싶진 않다.


단지 홀가분하게, 떳떳하게 털어내곤 싶었다.


못했던 일들도, 아쉬운 일들도, 힘들었던 일들도,


다 털어내고 어제를 쓰담으며 내일을 가고 싶었다.


그게 오늘의 시작이었고,


앞으로의 시작일테니까.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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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8일의 문장


야 뭐하냐?


[친구 카톡]


ㅁ 음... 언제부턴가 메신저를 잘 안쓰고 있었다. 바쁜 일상에 사람들은 만나는 게 너무 힘들었다.


바쁘단 이유로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멀어져 간 사람들이 한 두명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오늘처럼 연락을 종종 보내는 사람들이 있었다.


확실히 그들은 언제봐도 마치 어제 본듯한 그런 사람들.


그들이 '뭐하냐'라고 물어봐주는 날이 무척 반가울 때가 있다.


아무리 바빠도 그런 사람들과는 틈틈히 시간을 낸다.


나 역시 그런사람이 되어주어야 할 텐데... 막상 그러지 못하고 있는 듯해서 조금 슬펐다.


나도 '야 뭐하냐'라고 카톡 보내야 겠단 생각을 한 오늘.


너무 반가웠던 저 4글자가 그 어떤 말보다 멋있던 오늘이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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