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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연기하라
로버트 고다드 지음, 김송현정 옮김 / 검은숲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왠지 '범죄스릴러 소설' 하면 머리속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대반전과 영화를 방불케하는 현란한 씬 그리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서스펜스를 먼저 떠올리게 합니다. 독자들은 이러한 특수효과에 힘있어 내러티브속으로 빠져들게 되고 마치 주인공과 하나되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감정이입을 받게 되는 거죠. 그러다 보니 범죄스릴러 계통의 작품들 속에는 핏빛이 강하게 비치게 되고 인간의 극단적인 내면심리가 표출되면서 왠지 모르게 뒷맛이 개운치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강하고 충격적인 반전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 이번 로버트 고다드의 <끝까지 연기하라> 는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범죄스릴러 작품입니다. 어떻게 보면 범죄스릴러라는 분류에 포함시키기도 뭐한 상당히 소프트한 작품으로 표지에서 느껴지는 왠지 그럴싸한 느낌을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자칫 독자들을 실망시킬 수도 있는 작품으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그 동안 빠름과 하드에 익숙해진 눈과 마음을 또 다른 시각으로 돌릴만 한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번쯤 주목해 볼만한 작품으로 생각되네요.

 

   <끝까지 연기하라> 는 한때 잘나갔던 배우 토비 그리고 나름 한때나마 삶의 안정적인 터전이 있었던 데릭의 묘한 만남을 스타트로 이혼직전의 아내의 등장과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한정한 내러티브의 서두에서 왠만한 독자들이라면 대충의 작품 분위기를 예견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쯤에서 독자들은 그 동안의 내공을 살려서 나름대로의 추리를 씨줄과 날줄을 동원해서 하나 하나씩 엮어가기 시작하게 되죠.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나름대로의 쾌감을 느껴가게 되는 거죠. 뭐 그리고 내러티브자체가 어느 정도 예상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기에 더욱더 그 쾌감은 오래 가죠. 하지만 초장에 느꼈던 이러한 예견들이 너무나 일률적으로 진행되기에 독자들은 또다른 한편으로 복잡다층적인 트랩구조를 자연스럽게 떠올리면서 복선의 실마리들을 찾기 시작합니다. 근데 찾아봤자 별로 없다는 점이 더 당혹스럽게 하기도 하죠 어! 이게 다야! 라는 허탈감과 함께 뭔가 있게지라는 기대감이 오버랩 됩니다. 마치 연극무대에서 다음 장면을 넌즈시 예상이라도 하는 형식처럼요.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기대했던 대반전은 없다고 보는편이 속 편하다는 것입니다. 그냥 연극의 막이 내릴때 까지 객석에 앉아있는 그런 느낌이 강하게 전달됩니다. 그나마 접신이라는 돌발상황을 만나면서 위로 비슷한것 받지만요 왠지 이 부분의 처리가 개인적으론 마음에 들지 않더라구요.


   접신과 관련된 녹음의 내용은 내러티브 전체에 대한 그 결정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지만. 느닷없이 출현하면서 그나마 토비의 추리(상당히 어슬프죠 맞수 로저에 비하면 정말 아마추어 같은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들고요. 근데 이런 설정이 오히려 더 토비에게 끌리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에서 실말리를 찾을려는 독자들의 생각에 찬물을 끼얹어 버리는 사태를 만들어 버린다는 것입니다. 지구본속에 감쳐진 설정까지는 좋았는데 말이죠... 뭐 달리 생각하면 큰 틀에서 이러한 설정도 그저 연극무대속의 하나의 효과라고 할 수 도 있겠지만요. 왠지 어슬프고 설득력 없는 설정이지 않았나 라는 아쉬움이 드는 것은 솔직한 심정입니다.


   왠만한 범죄추리스릴러 소설에서 볼 수 없는 나이브한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는 점이 이 작품의 강점이라면 강점입니다. 피와 음모와 추리 및 각종 트랩으로 점철된 하드한 범죄스릴러와는 다르게 상당히 소프트하고 잔잔하죠. 극적인 대 반전이나 서스펜스의 희열감을 찾아보긴 힘든 작품입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전반을 흐르는 일종의 긴장감은 주인공 토비의 직업인 배우처럼 각자 등장하는 인물들이 왠지 연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하면서 독자들 스스로의 추리력을 발휘케 하는 작품으로 보여집니다. 대충 읽어나가다보면 왠만한 독자들은 전반적인 스토리를 예견할 수 있을 정도로 작가는 특별난 부비트랩 같은 설정을 거의 하지 않고 평이하게 내러티브를 끌어가고 있죠. 마치 연극의 대본처럼 그저 각자가 맡은 역활에만 충실 하게끔 설정을 해놓고 있으므로서 독자들을 마치 연극무대를 바라보는듯한 편안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내러티브의 평이함이 작중 돌발변수를 기대하는 심리를 연이어 끌어가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는 점에서 독자들은 다소 허망할 수 있으나 제목처럼 끝가지 연기하라에 충실했던 작품인 것 같네요. 마치 작가의 손에 모두 다 놀아난 느낌이라고 할까요... 뭐 오랫만에 잔잔한 파도에 몸을 맞끼면서 스토리를 만끽한 작품을 만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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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묘지 1,2]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프라하의 묘지 1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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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움베르토 에코' 두말하면 입이 아플 그런 세계적인 작가이자 학자죠. 이 양반이 왜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했을까라는 의아심이 들 정도로 세계적으로 많은 독자층과 매니아층을 가지고 있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장미의 이름>,<푸코의 진자> 등 몇 안되는 작품이지만 그의 매력에 푹 빠져서 날세는줄 모르고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문학활동뿐 아니라 기호학을 비롯한 다방면에 걸쳐 폭넓은 활동을 현재까지도 하고 있는 대지성입니다. 사실 '기호학' 이라는 생소한 용어도 에코를 통해서 알게되었고, 그의 작품을 대면했던 독자분들이라면 이미 인지하듯이 에코의 작품세계는 기호학처럼 상당히 복잡하고 난해한 플롯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한번으로 완벽하게 소화될 수 없을 정도로 난수표를 대하는 듯한 기법들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접한 <프라하의 묘지> 역시 기존의 작품들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복잡성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작품을 읽는 내내(정말 마지막에 이세욱 번역가님의 작품해설이 아니였다면 다 읽고 나서도 애매모호한 경계선을 널뛰기 했을것 같네요) 이것이 허구일까? 사실일까? 물론 소설이라는 장르라는 것을 처음 출발부터 인지하면서도 끝까지 이런 의혹을 잠재울수없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효과는 19세말 유럽사를 대충이라도 아는 독자라면 더욱더 커지게 됩니다. 분명히 역사적 史實 이며 접했던 사실이기도 한데 막상 작품속에서 대면하다보니 정말 그런 사건이 있어나 하고 인터넷 포탈 서비스를 받아보게 되고 인물 검색을 하게 되면서 이러한 느낌은 더 증폭하게 되는 것이죠.

 

   이번 작품은 우선 내러티브를 끌어가는 나레이션의 화법에서부터 유니크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유니크하다는 말이 복수의 화자(시모니니 대위, 달라 피콜라 신부 그리고 이두사람을 중재하거나 조율해주는 전지적 작가라고 해야할 제3의 화자) 기법도 해당되겠지만 무엇보다 이들 화자들이 번갈아가면서 지나온 사건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마치 동일 인물이라는 느낌과 함께 전혀 다른 별개의 인물이라는 느낌을 동시에 준다는 점이죠. 이러한 설정은 스토리를 자체를 더욱 혼돈스럽게(독자들 입장이라면 특히나 19세기말 유럽사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팩트와 픽션의 혼동을 더 불러일으킨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스토리 전개방식이 마치 신문지상의 연재소설을 보는 듯한 프레임을 가지고 있어 챕터 하나 하나에 별도의 의미부여를 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삽화가 삽입되어 있어 더욱더 이런 느낌을 부채질 하는 거죠.


   여기에 고풍스러운 용어의 선택과 '맛따라 기행' 이라는 느낌의 각종 레시피의 향연들이 뒤범벅되어서 자칫 아주 아주 무게감 있는 방향으로 흐를듯한 분위기를 걷어 냈다는 점에서 기존의 에코 작품들과는 차별성이 있는 작품으로 보여집니다.이러한 설정들은 작품이 가지고 있는 막판 대반전이라는 독자들의 몫을 다소 앗아가는 점도 있지만 시모니니와 피콜라 신부의 환상의 호흡 같은 연기는 극적인 반전에 맞먹는 에피타이저같은 맛을 진하게 풍기고 있다는 점에서 큰 실망거리는 아니라고 보여 지네요.여하튼 이러한 복잡성구조가 스토리 자체에 신빙성을 더하면서(물론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사실이기도 하죠) 작품속으로 빨려들게 하는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왠만한 백과사전을 방불케 하는 에코만의 진수를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몇몇 인물을 빼고는 실존했던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19세기말 유럽전역에서 발발했던 역사적 사건들이 마치 시모니니 한 개인의 작품이었다는 설정에 신빙성을 더해주면서 음모와 혼란 이라는 공적영역의 문제에서 다양한 진수성찬과 레시피, 추억의 카페나 레스토랑, 당시 유행을 알수있는 의상디자인과 개인들의 사유들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비록 종교적인 문제나 유대인에 대한 인종적 문제에서 많은 반향을 이르키겠지만 작품을 대하는 독자들 측면에서는 마냥 즐거움을 가져다 주는 작품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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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와 게의 전쟁]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원숭이와 게의 전쟁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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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시다 슈이치는 이번 <원숭이와 게의 전쟁> 을 출간하면서 "지금 보이는 게 아니라, 지금 보고 싶은 것을 썼습니다" 라는 말로 작품에 대한 전체적인 평을 했습니다. 아주 짧막한 멘트이지만 이번 작품을 읽어 본 독자들이라면 정말 가슴에 와닿는 표현이다라는 생각 절로 들게 하는 정제화된 멘트로 여겨 지네요. 사실 이번 작품을 대하기 전까지 요시다 슈이치라는 작가를 알지 못해서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적절한 평을 할 수 는 없지만 이번 작품만으로도 왠지 '희망의 메신저' 라는 느낌이 강하게 오는것 같습니다. 대게 소설 작품이라는 것이 특히나 지금처럼 온,오프라인에서 즉각적인 반응이 도출되는 출판환경에서는 독자들의 눈에 하나라도 더 띄기 위해서 내러티브를 과장하게 되고 다양하고 숨막히는 장치적 설정을 동원해서 독자들의 뇌리에 한방에 주입할려고 하는 임팩트한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현실에서 요시다 슈이치의 이번 작품은 약간은 트랜드에서 벗어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잔잔한 작품입니다. 오히려 그래서 더 이번 작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될 수 있는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구요.

 

   일본의 전래동화 '원숭이와 게의 전쟁' 이 어떤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작품에서 표방하는 가장 큰 플롯은 루저들의 희망 찬가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러티브는 보기에 따라서 뻔한 스토리의 전개에다 약간의 반전이나 서스팬스를 가미한 전형적인 '권선징악' 으로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마냥 신데렐라 이야기처럼 치부할 수 없는 점이 있다면 다름아닌 능동적인 루저들을 만나게 된다는 점일 것입니다. 그동안 우화나 동화를 통해서 지켜본 루저에서 윈너로 변모해 나가는 과정들은 한결같이 개연성에 기인하여 탈바꿈하는 것이지 루저들의 자체의 의지나 행동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만약에 이번 작품 역시 이러한 수동태의 동사형으로 진행되었다면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그저 그런 작품으로 남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이번 작품에는 능동태라는 동사형의 힘이 보이는다는 점에서 독자들과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넓은게 아닐까 싶네요.

 

   자칫 뻔한 내러티브로 갈 수 있는 부분을 약간의 추리와 서스팬스 그리고 유머와 코믹을 가미하면서 스토리를 알차게 구성했고 독자들에게 단순한 희망을 제시하기 보다는 왠지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희망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색다른 느낌을 가져옵니다. 그러니까 어느날 갑자기 눈을 떠보니 신데렐라가 되었있었다라는게 아니라 세세하게 신데렐라로 가는 여정들이 눈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고 그런 과정에서 독자들은 절로 수긍하게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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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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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 왜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열광하는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열열한 팬중에 한 사람으로서 매번 그의 신작을 대할때마다 가슴 두근거리는 점을 피할 길 없습니다. 흔히 추리스릴러장르의 작품들이 표방하는 제 1원칙은 기발한 사건의 발생과 그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매력적인 캐릭터 그리고 해결사로 하여금 사건 해결의 추리를 연역적이 되었던 귀납적이 되었던 해결해 나가는 과정과 마지막 결말부분에 도착할쯤에 한방 터뜨리는 대반전이라는 정형화된 틀에 의해서 내러티브가 형성되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속된말로 뻔한 스토리에 뻔한 전개 그야말로 금새 식상해지고 이런 독자들의 눈을 잡기위해 억지스러운 내러티브와 추리를 꼬고 꼬아 지면만 늘려가는 악순환을 작가들 스스로 두게 되었습니다. 뭐 지금도 이런류의 작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기존 추리스릴러 장르라는 개념자체를 완전히 뒤집어 버렸습니다. 기본적인 툴은 유지하고 있지만 그가 추구하는 작품세계는 일반대중독자들과 함께 호흡하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독자를 직접 내러티브속으로 끌여들어 한 부분으로 인식할게끔 하는 흡인력등에서) 그 격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 시켰다고 할까요. 무엇보다 그의 작품속에는(특히 가가 교이치로 형사가 등장하는 작품에 유독 많이 보입니다) 사건 중심이 아닌 휴머니즘을 다룬 인간 본연을 중심부에 설정하고 있다는 점과 이러한 이슈가 사회적 공감대를 끌어내고 있다는 점이 가장 강력한 매력이자 유니크한 설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작가와 독자의 연결고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작가라는 느낌이 들어 그의 작품이 독자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는 이유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2. 그리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에 왜 다시 열광하게 되는가?

   이번 작품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은 어떻게 보면 고개가 오른쪽으로 쌀짝 기우는 감이 있는 작품입니다. 더구나 그동안 꾸준히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읽어 왔던 독자라면 더욱 더 갸우뚱해지는 작품이죠. 그동안  작가는 물론 추리스릴러소설의 격을 한차원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지만 그래도 정통 추리스리럴 소설의 원형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작가 특유의 내러티브를 창조해 왔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인간의 내면에 감추어져 있는 욕망,갈등,사랑,분노 등의 감정을 시대상황과 절묘하게 배치함으로써 단순한 사건해결의 차원을 뛰어넘어 인간 본연의 모습에 대한 사유와 인간과 사회가 고민해해야할 문제를 제기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그 해결책을 찾아가는 정말 인간미 넘치는 그런 작품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 동안 자신의 작품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작품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될 것으로 보입니다. 무슨 특별한 이슈되는 사건도 없고 이런 이슈가 없다보니 이를 해결해 가는 가가나 유가와같은 해결사도 존재하지 않는 밋밋한 내러티브로 언듯 보입니다. 또한 언뜻 보면 타임머신이라는 시간여행이 주모토가 되어 그 동안 많이 울겨 먹었는 소재를 차용한 작품으로 보이기도 하구요. 전체적으로 봤을때 왜 잘나가는 양반이 이런 작품을 구상했을까 라는 생각을 지울수 없게 합니다. 물론 그 동안 그의 작품속에 빠져들었던 독자들이라면 더욱더 의아해할 수 있는 그런 쇼킹한 작품이라는 반증이기도 하지만요.

 

   하지만 우리는 이번 작품을 통해서 다시 한번 히가시노 게이고의 천재성과 탄탄한 내러티브의 향연을 맛보게 된다는 점이 우리독자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작품은 번역자도 개진했듯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추천해주고 싶은 그런 작품이라는 말에 절로 공감이 갈 정도로 붉은색(핏빛이나 살인사건등의 추리물의 메타포) 하나 보이지 않고 있으면서 추리기법을 원용하여 작품을 재구성하는 맛이 감칠날 정도로 독자층의 폭이 확대될 수 있는 작품으로 보입니다. 작가의 전매특허인 교묘한 추리기법은 이번 작품에서도 완전히 배제된 것은 결코 아니고 오히려 책장을 넘나들게 만들면서 독자들 나름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기도 합니다. 우선 이슈되는 사건은 다름아닌 쌩뚱맞게 등장하는 과거와의 상담편지가 될 것이고 사건의 해결사는 나미야 잡화점 그 자체의 공간과 덜 떨어지는 3인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나미야 잡화점의 비밀과 아동보호시설인 한광원을 기점으로 서로 시간과 공간을 씨줄 날줄로 엮어서 진행되는 숨막히는 내러티브와 마지막 부분에서 과거와 현재가 맞부닥치는 마지막반전등 기본적인 추리소설의 스트럭쳐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비틀스라는 로망을 양념으로 가미함으로써 독자들의 눈을 잠시 흔들어 놓기도 하죠. 이렇게 보면 전형적인 하기시노 게이고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죠.


   뭐 손에 땀을 쥐면서 머리를 쥐여짜며 작가가 설치해 놓은 온갖 부비트랩을 해체해 나가면서 나름의 추리를 세워 범인과 사건해결에 골머리를 썩여가야만 추리소설를 제대로 읽어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 작품은 이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지만 읽는 내내 조마조마 하는 감정, 그리고 내심 기대심리가 발동하게 되고 한편으로 안타깝고 그러면서 한편으로 가슴을 쓰러내리게 하는 인간 여정의 드라마를 다 보여주고 있어 그 어떠한 추리소설보다도 열중하게 되고 독자들을 흡입하게 되는 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번 작품을 통해서 강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매번 그의 작품속에 담겨져 있는 이러한 메세지를 찾아내는 것 역시 그의 작품을 읽는 재미를 배가 시키는 것 같습니다. 어뚱한 결과로 상담사 역활을 하게 되는 야스야를 비롯한 삼총사 청년은 그야말로 궁상맞기 짝이 없는 실패한 인생에 비유되는 인물들입니다. 요즘 말로 하면 '루저' 라고 해야겠죠. 독자는 바로 이런 루저들을 통해서 삶에 대한 새로운 전기와 희망을 발견한다는 것입니다. 자기 인생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찌찔이 같은 인생에 타인의 인생 고민을 상담해준다는 설정 자체가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전 지금도 지금도 나미야 유지가 마지막 편지에서 언급한 백지인 지도에 대한 서사가 머리속을 자꾸 맴도는데 아마도 히가시노 게이고가 세상에 전하고 싶은 바로 그 메세지이지 않을까 싶네요. 

 

3.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은 휴머니즘과 추리가 앙상블을 이루는 기적같은 작품이다.

   스트럭쳐면에서 기존의 작품들과 사뭇 다른 서사를 보여주고 있지만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사유는 '휴머니즘의 발견' 이라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큰 맥락에서 벗어 나지 않고 있네요. 오히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이런 사유의 총체적 결정판이라고 봐야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커다란 임팩트 없이 잔잔하게 전개되는 내러티브속에 실상은 그 어떠한 추리물보다 강력한 메타포가 담겨져 있다는 것만으로도 독자들은 즐거기만 한 것이죠. 이 만큼 잔잔한 스토리로 쓰나미 같은 전율을 불러 일으키는 작품은 접해보기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한마디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은 말 그래도 기적같은 작품이라고 보여지네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색다른 변신이 낳은 또 하나의 기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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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설계도]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지옥설계도
이인화 지음 / 해냄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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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변신만큼 무죄인 것이 작가의 변신이라면 이번 이인화 작가의 <지옥 설계도> 는 다소 충격적인 부분으로 독자들을 찾아갈 것으로 보여지네요. 전작인 <영원한 제국> 이 아직까지도 스테디셀러 반열에 올라 있을만큼 회자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작품이 불러 오는 파장은 상당한 파괴력을 가지지 않을까라는 약간의 조심스러운 기우도 슬그러미 고개를 들구요. 사실 전작이었던 <영원한 제국> 는  역사소설이라는 장르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으며, 그 동안 정조가 자연사했다고 믿었고 그리고 교육 받아 왔던 수 많은 독자들에게 암살설이 괜한 지방의 헛소리가 아님을 은연중에 일깨우면서 문화계는 물론이고 역사학계에 까지 많은 영향을 준 작품 이었습니다. 형편이 이러다 보니 작가로서의 부담 역시 상당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워낙 세인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영화화까지 대면서 모르는 사람없이 알게된 작가반열에 올라서다 보니 차기작에 대한 구상이나 부담은 상상을 초월했으리라 여겨지네요.

 

이렇게 8년이라는 많은 시간이 흘러 드디어 독자들에게 <지옥 설계도> 로 다시 컴백한 이인화 작가에 대해서 무척이나 반가운 마음이 앞서고 그의 이번 작품에 대한 엄청난 기대감이 넘쳐 흐르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과연 이번엔 어떠한 플롯과 내러티브로 우리의 눈과 마음을 기쁘게 해줄까라는 생각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던 독자들이 사실 많이 있을 것입니다. 특히 지금 우리 출판계와 독서계에 만연한 엔터테이먼트 장르의 강세와 더불어 일본등 외국소설의 강세에 사뭇 못마땅하게 느껴지는 감정을 가진 독자들이라면 대안으로 이인화 같은 작가의 작품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는 것이죠. 이런 맥락에서 이번 작품에 대한 서막적인 에피타이저는 상당히 미적 매료감을 증폭시켰음에 틀림없는 사실이기도 하구요....

이러저러한 기대로 인해 이번 작품을 대하는 독자들은 다소 당혹스러움을 지울수 없게 합니다. 소설의 근간인 스트럭쳐나 내러티브의 진행 그리고 어디선가 한번은 봄직한 기시감등으로 인해, 아마도 무엇보다 정적인 분위기가 강하게 지배했던 전작의 영향인지 모르겠으나 작품 전반이 보여주는 상당히 동적인 분위기에 더욱더 머리속이 혼란스러게 됩니다. 온라인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을 모티브로 단군신화와 각종 신화의 판탄지적인 요소가 가미되면서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죠. 여기에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이분화된 스트럭쳐는 마치 영화를 보는듯한 환상의 이미지를 덧치하게 되면서 한층 맛깔스러움을 더해갑니다. 어떻게 보면 인페르노라는 가상의 세계는 현실의 세계를 그래도 투영하고 있는듯 해서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지만요 대체적으로 다카노 가즈아키의 <제노사이드> 이후 가장 흥미성 높은 작품이지 않을까 라는 개인적인 생각도 들고요, 무엇보다 서두에서 말한 작가의 변신의 무죄라는 의미에 딱 어울리는 작품이지 않을까 싶네요.

 

작가의 '변' 에서 고백했듯이 어두컴컴하고 담배연기 자욱한 PC방에서 가상에 세계에 몰두하고 있는 소외받은 계층들을 모티브로 해서 창작된 작품이라고 '문학'과 '게임' 의 만남이라는 또 하나의 유니크한 장르를 선보이면서 화려한 귀환에 성공한 이인화 작가의 이번 작품을 통해서 그동안 침착 되었던 국내문학의 새로운 발견 가능성을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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