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
엔리카 크리스피노 지음, 김현주 옮김 / 예담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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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자던 내면에 일렁임을 일으킨 작가가 헤르만 헤세(데미안)였다면 미술의 격정을 느끼게 해 준 화가는
바로 고흐였다. 그래서 처음 구입한 미술책도 고흐 책이었으며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다 본 그림도 고
흐의 그림들이었다. 외국사이트까지 찾아가서 그의 데생을 찾아내 감상하던 때의 떨림을 아직 기억한
다. 불꽃같은 삶의 화가 고흐는 내게 많은 영향을 준 것이다.

 불을 내뿜듯 강렬하게 시선을 잡아끈 강한 붓 터치와 자화상은 온 마음과 몸을 전율시켰다.「 진정한
화가는 캔버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캔버스가 그를 두려워한다. 」
고 말한 고흐는 외로운 삶을
살았다. 그의 해바라기 그림은 태양을 마주하는 느낌이며 아이리스 그림은 아름답지만 고독하다. 농부
를 주제로 그린 그림들은 인물의 표정과 색깔로 표현되는 거칠고 투박함 때문에 잊을 수가 없으며 특히
<감자를 먹는 사람들>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는 작품이다. 그 밖에도 <별이 빛나는 밤>과 <파이프가
놓인 반 고흐의 의자>, <아를의 반 고흐의 방>, <밤의 카페 테라스>, <슬픔>, <까마귀 나는 밀밭>등
도 마찬가지이다. <별이 빛나는 밤>은 책마다 색감이 다른데 나는 학고재판의 약간 밝은 그림이 마음
에 든다. <슬픔>은 타로에 만약 슬픔이란 카드가 있다면 이 작품이 어울리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또한, 그의 풍경화는 자연과의 교감을 보여주며 자화상은 잊을 수 없다. 화가의 자화상에는 그들 영혼
의 창이 투영되어 있어서 참 좋아한다. 누군가의 내면과 마주하는 순간을 떠올리면 된다. 고흐의 자화
상은 언제나 진지해서 애처로울 때가 있다. 에곤 실레나 프리다 칼로 등의 자화상은 묘한 아픔이 느껴
지는데 이와는 다른 느낌이다. 무엇일까. 그것은 광기라기보다는 한 사람의 인간이 마음의 평안을 찾고
자 노력하고 다짐하는 모습이랄까. 자신의 심리까지 표현한 그의 자화상을 그리며 또 초상화를 그리며
안도하지 않았을까. 불안한 그의 현실을 말이다.

 보기 좋고 아름다운 작품보다 애정이 가는 그림은 인간의 감정 즉, 화가의 마음이 담긴 그림이다. 광기,
나약함, 절망이 담기고 안식을 느끼는 평화로움이 전해질 때면 이미 그림 하나를 떠나 하나의 세계로
다가온다. 그런 벅찬 순간을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는 작품이 고흐의 손끝에서 나왔기에 그는 영원하
다. 사실 그의 그림은 외형적인 인체의 비례가 정확하지 않은 것도 많다. 그러나 그가 중요하게 여긴 것
은 정신이 들어간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고흐를 좋아하다 보니 서평이 아니라 고흐에 관한 이야기만 했다. 맙소사!
각설하고 책을 살펴보면 일단 이 책은 크기가 커서 작품을 크게 감상할 수 있어서 좋으며 함께 적힌 고
흐의 생애도 들여다 볼 수 있는 구성이다. 그러나 편집은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는 형태라 아쉽다. 특
히 글자의 배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물론 애초부터 기획의도가 글보다는 그림에 비중을 둔 것 같기
는 하지만 글을 읽기 편하게 바꾸면 더 좋았을 거 같다. 그러나 가끔 펴들고 그림을 보기에는 나쁘지 않
다. 게다가 고흐에 관한 글이니 어쨌거나 읽기 시작하면 빠질 수밖에 없다. 글의 내용도 고흐를 이해하
는데 객관적인 도움이 된다.

 <이젤 앞의 자화상>을 크게 보니 그의 눈빛에 자꾸만 끌린다. 동생 테오도 그렇고 둘 다 모친의 눈을
닮아있다. 고흐하면 테오와의 우애를 빼놓을 수 없는데 800통이 넘는 편지와 언제나 형 고흐를 후원하
고 격려한 테오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고흐의 작품을 아주 소량만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37살의 나
이에 권총 자살한 고흐는 죽기 전 온종일 침대에 앉아 파이프 담배를 피웠다.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고흐(1853-1890)가 죽고 일 년 후 테오(1857-1891)도 사망했다. 그들의 무덤은 나란히 자리 잡
고 있다.

 고흐는 광기보다 열정이 넘친 화가였으며 내면을 이끌어낸 화가였다. 그러나 대부분은 고흐하면 자신
의 귀를 자르고 권총자살을 한 광기의 화가로만 기억한다. 실로 안타까운 부분이다. 그는 평생 그림을
그렸기에(물론 늦게 시작했다.) 조금씩 변화가 있었다. 밝은 빛깔의 그림도 많으니 그를 어두운 화가로
생각하지 말 것이며 그의 정신질환은 그의 생애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 않으니 그를 정신질환자로
만 보지도 말기를 바란다.

 책 뒤로 가면 고흐뿐아니라 다른 화가(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관련 화가들)의 작품이 실려있으며 연대표
에는 미술사뿐 아니라 문학사도 함께 명기되어 있어 연결해 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전체적으로 고흐
의 수많은 책 가운데 괜찮은 책이었다.


나는 지금 내 온 힘을 모아 내 안에 있는 것들을 찾고, 싸우고 있다.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中, 1882년 4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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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7-07-09 13:13   좋아요 0 | URL
전 그림을 감상할줄 모르지만 가끔 접하는 고흐의 그림은 무언가 강렬한 열망 같은것이 느껴지더군요. 글뿐 아니라 그림에서도 삶의 모습을 읽어내시는군요. 전 미숙하기에 돈 맥클린의 <빈센트>만 듣고 있습니다.

은비뫼 2007-07-11 13:09   좋아요 0 | URL
돈 맥클레인의 빈센트 오늘같은 날 들으면 딱 좋겠네요. 물론 별은 보기 어렵겠지만요. ^^
stary night~~ 역시 고흐의 그림은 강렬함을 느끼게 해주는 거 같습니다.
 
르 꼬르뷔제의 손
앙드레 보겐스키 지음, 이상림 옮김 / 공간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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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건축가 르 꼬르뷔제의 탄생 100년을 맞아 앙드레 보겐스키가 집필했다. 저자 역시 프랑스
건축가로 스무 살에 무작정 파리의 르 꼬르뷔제의 스튜디오를 찾아가 그와 대화를 나누고 그날로
그와 함께 일하게 된 인연을 갖은 사람이다. 그때부터 20년간 함께 일했으며 30년간 우정을 나누었
다.

 건축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 중 한 명이며 지금도 끊임없이 추종하는 사람이 많은 건축가가 바로
르 꼬르뷔제이다. 그만큼 현대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흔히 일컬어지는 주상복합건물의 아버지로
도 불린다.

 나는 르 꼬르뷔제의 건축물을 보아도 별다른 감흥은 없지만 어째서 이토록 사람들로 하여금 자꾸만 그
를 되새기게 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예전부터 그에 관한 책을 꼭 읽고 싶던 차에 이 책과 만났다. 그
러나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그의 건축물을 사진으로 만날 수도 없었으며 다만 그의 주변인이었던 사
람을 통해 그가 얼마나 건축에 몰두했었는지를 알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러니 건축가 르 꼬르뷔제이기보
다는 인간 르 꼬르뷔제를 만난 셈이다. 게다가 그역시도 지중해와 관련이 있었다. 지중해와 관련된 인
물만 보면 관심이 간다는 것이 우습지만 말이다. 그는 남프랑스 지중해에서 수영중 사망했다.


때가 되어 수면을 다시 높이기 위해 바다는 간조 때 낮게 내려간다.
새로운 시간은 새로운 국면, 새로운 주기, 새로운 교체를 맞이한다.
이때 우리는 삶의 한구석에 그대로 앉아 있으면 안 된다. (26쪽, 르 꼬르뷔제.)



행위의 결과는 행위의 질적 가치에 있다네.
우리 직업을 예로 들자면, 우리가 무언가를 결정했을 때, 그 결정 자체는 결과의 가치나
우리가 작업할 때 우리 스스로에게 하게 되는 요구보다는 중요하지 않다네. 일을 잘 하고
자 하는 노력은 집을 지을 때와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우리 자신을 형성하게 되어 있다네.
결과의 가치는 자신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네. (31쪽, 르 꼬르뷔제.)



 끊임없이 고뇌하고 노력하는 그의 모습이 이어지며 생의 마지막까지 드로잉과 관찰, 아이디어를 수많
은 스케치북에 채웠다. Open Mind! 그의 모토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 열정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어
쩌면 타고난 것이기보다 노력에 의한 것이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그가 주의 깊게 지켜보던 동시대인 중 한 명인 피카소와의 만남에서 이들은 서로 배려하고 자신을 낮
추었다. 역시 통하는 것이 있었던 것일까. 특히 르 꼬르뷔제는 그림을 그리려고 했었다가 건축에 들어
섰기에 피카소에게 더 관심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성적이며 내면세계에 빠진 사람으로 자기방어적이었던 그의 건축물을 보노라면 왠지 적막하고 고독
한 현대인이 떠오른다. 그의 작품 중 가장 아름답다고 찬사받는 빌라 사보아의 느낌도 별반 다르지 않
다. 기능이나 구조, 재료 등을 떠나 느낌만으로 말하는 것이다. 이런 것까지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일반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명의 창조적인 사람의 내면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그의 열정이 부
럽기도 했다. 그에게는 건축이 있었다면 내게는 무엇이 있는 것일까….


건축은 다른 모든 예술처럼, 사유된 형태를 유형의 것으로 변화시킨다. 구체화된 생각인 것이다.
사유가 깊고 강할수록 건축적 형태는 더욱 아름답다. (80쪽, 앙드레 보겐스키.)



 책의 소제목은 주제끼리 이어져 있으며 르 꼬르뷔제의 손 사진도 볼 수 있었다. 불어판이 아닌 미국 출
판본을 번역해서인지 솔직히 재미는 없었다. 또 전문 번역가가 아닌 건축가가 번역을 했기에 건축에 관
심이 없는 일반인이 읽기에 지루할 수 있다. 그의 건축사진을 넣고 더불어 불어 전문 번역가가 원본을
함께 풀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그렇더라도 르 꼬르뷔제를 좋아한다면 손이 갈 수밖에 없는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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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축가 111인
케스터 레튼버리.로버트 베번.키어랜 롱 지음, 이준석 옮김 / 국제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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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는 건축에 대해 일자무식이다. 그저 미술책을 보다가 건축 책까지 보게 되었는데 이 책은 읽을지 말지
를 나름대로 제법 고심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111인의 건축인을 총 망라한 이 책을 과연 재미있게 볼까
볼까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한낮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수많은 건축가 중 111인을 선별하는데 많은 고심을 했다고 머리말에서 말하듯 굉장한 수고를 거쳐 책이
엮였음이 느껴진다. 한 건축가에 거의 한 장의 지면을 할애하는데 그나마도 한편에는 이미지를 반대편
에는 건축가를 소개한다. 그러니 지루할 수도 있다. 결코, 한번에 정독할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저자의 의도가 가이드북의 성격이니 그를 이용하는 것이 최선이리라. 여기서 마음에 든 건축가가 있다
면 그 건축가를 찾아보는 몫은 독자의 숙제이니 말이다. 사실 내가 알고 있는 건축가를 찾기란 어려웠
다. 알고 있는 건축가가 적으니 말이다. 또 우리 건축가가 없다는 것이 약간 아쉬웠지만 언젠가는 개정
판이나 제2의 책에 들어 있기를 소망해 본다. 사실 우리나라의 눈에 띄는 건축 대부분이 외국 건축가
가 지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때의 실망감이 떠오르기도 했다.

 가까운 일본의 예를 들자면 내가 유일하게 아는 건축가는 다다오 안도(tadao ando)이다. TV를 통해 그
의 건축을 보고 감탄한 기억 때문이다. 토마무의 물의 교회(church of the water, 1988)와 오사카의 빛
의 교회(church of the light, 1989)는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웅장하지 않고 소박하며 화려한
재료가 아닌 콘크리트를 이용해 심플한 매력을 끌어낸 것이다. 빛과 물의 조화도 멋졌다.

다다오 안도의 빛의 교회 이미지는 아래의 블로그에서 볼 수 있다.
= http://blog.naver.com/tree4338/70017574805

또한 물의 교회 이미지는 아래의 블로그에서 볼 수 있다.
= http://blog.naver.com/tree4338/70017574811


 개인적인 건축 취향을 말하자면 소박하고 모던한 환경친화적인 건축이 좋다. 그러나 책을 보면서 하이
테크적인 건축도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화려한 것은 싫으나 그 미래지향적 느낌이 인상적이다. 물론
아직도 나는 심각하게 아방가르드적인 건축은 별로이다. 비록 아방가르드를 좋아한다 해도 말이다. 추
상화는 좋아해도 건축물이 추상적이거나 은유적일 때는 조금 난감하다. 위태로운 비대칭은 내게 불안
감을 주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건축은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기대심리의 편견 때문이리라. 그러나 기능
면에서 우수하다면 할 말은 없다. 결국, 취향의 차이를 인정하는 수밖에.

 건축가들의 철학이 반영된 창조물을 뜯어보니 과연 내가 얼마나 이해하고 있었던가 싶다. 창의력과 표
현력에 적잖이 놀라기도 하면서... 어느 예술에서나 발상의 전환은 신선하며 개성적이다. 그러나 역시
진부하거나 의구심이 드는 것도 존재한다.

 외국 건축물을 보며 느낀점 또 한가지는 나무 한 그루도 함부로 자르지 않는다는 배려이다. 나무를 위
해 건물의 한 부분을 들여짓거나 그 부분에 구멍을 내거나 하는식의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다. 과거 우
리의 한옥과도 닮은 배려다. 그러나 그 배려를 계승하지 못하는 현실은 안타까울 뿐이다.

 건축을 보며 꿈을 꿀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가우디의 책을 보면서 느꼈던 한 건축가를 깊이
이해하기 위함의 시간도 좋지만 가이드북을 통해 마음의 파장이 맞는 건축가를 찾아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마지막 책장을 읽은 날 새벽, 실제로 꿈을 꾸었다. 끝도없이 기다란 직선의 길이 꺾여있었고 그
길에는 추상적인 물방울 모양의 수많은 색으로 채워져 역동한다. 그것은 창조의식일지도 모른다.

 건축관련인에게는 지침을 일반인에게도 꿈을 주는 책이었다. 그래서 이 책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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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z와 디카 망고의 100일 여행 스케치 - 건축인 백은정의 유럽현대건축기행
백은정 지음 / 이레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나와 동갑내기인 건축가 백은정씨가 2003년 3월부터 6월까지 100일에 걸친 현대건축 기행을 떠났다.
그리고 그녀가 들려주는 건축을 비롯한 여행 이야기는 맛있는 커피 한잔을 곁들여 읽으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망고(디카로 저자가 이름 지음), 스케치북 3권, 연필 3자루를 들고 찍고, 그린 것이 담겨있다.
99박 100일을 유럽과 마지막으로 뉴욕을 돌고 온 여행에서 그녀의 건축은 더욱 견고하고 넓어졌으리라.

나만의 여행가이드북을 직접 만드는 모습에서 한 수 배웠다고 할까. 같은 해(2달이 겹친다) 나는 일본
에 다녀왔는데 여행가이드북을 사갔다. 만들 생각도 못했는데 다음 여행은 꼭 실행해봐야겠다. 틈틈이
일기장에다 그날 일정과 그림을 그리며 역시 디카로 담기는 했지만 여행가이드북을 직접 만들면 훨씬
의미있을 거 같다.

동갑이라는 점 말고도 통하는 점이 꽤 있었는데 건축, 그림, 영화감독 페드로 알모드바르 , 건축가 가우
디 등이다. 스페인에서 시작해 뉴욕까지 둘러본 그녀의 여행에 선뜻 따라나서게 되었다. 소풍가듯 가벼
운 마음으로 말이다.

대략적인 사진위주와 짤막한 글 위주라 바로 읽을 수 있어서 여행 블로그를 들여다 보는 느낌이다.
그만큼 가볍게 읽을 수 있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을 따르기보다 자기만의 여행 가이드북을 만들거나
그저 이 책을 즐기면 딱 좋다.

기대하지 않았던 식물원 사진도 있었는데 역시 외국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자연친화적임을 새삼 느꼈
다. 예로 건축 시 나무가 있다면 뽑지 않고 그 자리를 들여서 건축물의 공간을 줄이거나 그 부분만 창을
내어 단 한그루의 나무를 배려한다. 생소한 건축가들의 작품을 보는 즐거움도 있었으며 독일건축도 눈
여겨 볼만했다. 역시 건축에서 빛을 이용하는 점은 늘 놀랍다. 스위스 바젤의 바이엘러재단 미술관에서
자코메티의 조각상이 보였는데 그도 반갑고 덴마크 훔레벡의 루이지아나 미술관도 가고 싶었다.

이처럼 재미있는 내용과 맛있는 커피 사진을 보니 시나브로 커피를 마시며 책장을 넘기는 나를 발견했
다. 유럽건축에 대한 많은 내용을 상세히 담고 있는 것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한 개인의 여행기록이며 ㅡ 물론 건축기행이긴 하다 ㅡ 자유롭게 가볍게 즐기라는 의도로 쓰인 책이기
때문이다. 이 점을 기억해야 한다.

뒷장의 정보 1에는 여행 다녀온 곳의 정보와 사진이 간략하게, 정보 2에는 건축가 소개가 역시 간략하
게, 정보 3에는 조경, 정보 4에는 음식, 정보 5에는 이벤트(축제, 행사)가 적혀있다. 간단한 가이드북의
역할도 하는 것이다.

내가 이 책에서 인상깊은 점은 역시 주제가 있는 여행 그리고 그것을 즐기는 저자의 태도이다.
좋은 건축가로 계속 성장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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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의 비밀 우리가 아직 몰랐던 세계의 교양 201
리처드 스템프 지음, 정지인.신소희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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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르네상스 예술과 레오나르도 다 빈치, 보티첼리 그리고 이탈리아에 관심이 많다.
그런 내게 이 책은 참으로 반갑기 그지없었다.

처음 이 책을 만나던 날 졸업앨범만큼이나 두꺼우며 더 크기까지 해서 압도당해버림을 기억한다.
과연 담고 있는 내용도 그럴 것인가라는 생각과 기대를 하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 르네상스의 비밀. 과연 비밀(secret)이 어울리는가.

제목에서 내거는 비밀에 대한 이야기에 빠져보기로 하자. 결론은 비밀보다 차라리 『르네상스의 신비
혹은 『르네상스 예술』등이 바람직하지 않았을지 싶다. 비밀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은밀함을 이해하지
만 어느 시대에나 도상학은 있지 않았을까? 문제는 바로 르네상스의 비밀인데 이렇게까지 말하면서 엮
은 책으로는 비밀이 풀렸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하나의 방향을 제시했을 뿐이다. 도움이 된 것은 사실
이나 방대한 자료를 담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러나 책에서 언급하듯 이 책을 통해 다른 작품을 보아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는 것은 성공했다. 그러고 보면 꼭 제목을 따지고 넘어갈 필요는 없지
만 사람심리가 비밀이라는 단어를 만나면 호기심이 생각을 넘어서는 데 문제가 있다. 그래서 조금 아쉬
울 뿐 큰불만은 없다.


▼ 예술서적으로의 활용성.

일단 질적으로 우세한 회화, 조각품의 모습이 환상적이다. 또 세부그림을 확대하거나 그에 따른 설명이
깃들어 있으며 각주처럼 귀찮은 것이 적어서 편하다. 물론 다른 작품과 비교해야 하기에 다른 페이지를
넘어갔다 돌아오기도 했지만 그런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차례가 역자의 의도에 따라 3부까지 나뉘어서
맨 뒤의 찾아보기를 통해 원하는 작품에 관한 페이지를 찾게 되어있다. 이만하면 꽤 괜찮은 구성이라고
생각되었다. 보기에 불편함도 없었으니 말이다. 조금 아쉬운 것은 조각의 경우 한 방향만 나왔는데 다
른 방향도 보여주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25쪽의 <헤라클레스와 안티오스>라는 조각
상은 어느 방향으로 돌려보아도 흥미를 자아낸다고 책에 쓰여 있는데 독자는 한 방향의 조각상만을 봐
야 해서 궁금증이 생긴다. 작은 배려로 다른 방향의 모습도 있었으면 했다.


▼ 책의 차례와 구성.

르네상스. 그중 이탈리아만을 다루고 있는데 1부는 입문식으로 여유롭게 보고 넘어갈 수 있도록
2부는
르네상스의 언어
라는 제목에 걸맞게 집중적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는데 가장 좋았다. 3부는 테마별
그림읽기인데 르네상스의 주도층이 그리스인들이어서 그런지 거기서 벗어날 수 없음이 느껴진다.
로마, 즉 이탈리아는 르네상스의 중심이었고 인간중심의 예술을 꽃피우지만 종교개혁이나 종교비판이
다른 나라보다 없었던 거 같다. 그래서 더욱 종교색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결과적으로 2부가 차지하는
중요성 덕에 가장 많은 페이지를 차지하는데 많은 것을 배운 거 같으면서도 너무 빠르게 넘긴 거 같아
서 차차 생각날 때마다 넘겨봐야겠다.


▼ 도상법이 필요한 이유.

도상법이란 미술작품이 그 의미를 전달하는 방법이라고 책에 명시되어 있듯 작품을 이해하는 방법이
다. 작품에 들어 있는 기호나 상징물을 찾아 이해하는 적극적인 방법인데 그것이 지금 보아도 파악되는
작품도 있지만 풀어야 할 부분이 퍽 많다. 특히 나처럼 성서를 제대로 읽지 않은 사람은 더욱 그렇다.
그래도 신화에 관심이 있다면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일단은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의 생생함에 즐거움
을 느끼는 것이 더 순수한 감정의 표현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알고 보는 작품은 더 많은 감동을 준다.
그림을 보고 그저 아름답다는 감정만 느끼고 말 것이 아니라면 그 작품을 얼마나 생각하며 대하느냐에
따라서 발견해 낼 것은 무궁무진하다. 무엇을 표현했는지 주제(종교, 윤리, 신, 예술성 등)로의 접근이
나 빛의 형태, 바람의 방향은 어디인지 그런 생각과 관심이야말로 마주하는 작품과의 진정한 통(通)함
이리라. 책을 읽듯 글자만 보지 않고 의미를 부여하며 찾아간다는 점이 미술작품을 느끼는 방법과 같다
고 생각된다. 작년에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르네상스 바로크 회화전에 갔을 때 사람도 많았지만 진지
하게 감상할 시간이 적은데다 생각만큼 열린 사고로 접근하지 못했음이 못내 아쉽다.


▼ 르네상스 시대의 생활상.

예술과 정치가 손잡거나 부와 권력을 예술로 과시하는 모습에서 예술의 순수성이 타락했다고 느껴지기
도 했지만 예술은 또한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그런 속에서도 명맥을 유지하며 오히려 고대신화
까지 되살려 더 발전시킨 점은 과연 만개한 꽃 같은 예술의 정점이라 느껴진다.
부유층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그들의 생활이 녹아들게 그린 이유를 알겠다. 예술가를 후원한 것은 바로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르네상스 시대의 보편적인 일반인의 생활이 담긴 그림과 부유층의 것을 비
교하는 책이 나온다면 정말로 볼만하겠다. 그러나 과연 그런 작품이 제대로 전해지거나 남아있을지는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신화에 근거한 작품이 좋으며 종교색이나 권력과시용의 화려한 그림을 보노라면
인간의 욕심이 얼마나 끝없는가를 새삼 느낀다.


▼ 책 속의 즐거움.

동시대 인물들의 합동작품이나 경쟁 등의 이야기가 녹아있어 즐거웠다. 좋아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의 소수(극소수!)의 작품을 만나는 것도 마냥 좋았다. 비록 모두 본적 있는 작품이라 아쉽지만...
함께 온 보티첼리의 그림엽서도 만족스럽고 출판사 달력도 괜찮다.
41쪽의 베네데토와 줄리안 다 마이아노의 작품을 한쪽 눈으로만 감상하고 놀라움을 느꼈다. 그냥 쳐다
볼 때는 몰랐는데 한쪽 눈으로 보니 사물의 이미지와 거리 등이 더 생생하다. 설명에 따르면 예술가의
후원자는 마상 시합에서 한쪽 눈을 사고로 잃었다 한다. 그래서 예술가는 그를 위해 배려한 것이다.
그리고 55쪽의 이삭 이야기라는 작품에서 오래도록 눈길이 떠나지 않았다. 93쪽 동정녀의 생애의 장면
들에서 성모와 아기 예수라는 작품도 마찬가지 형식인데 지속서사 기법이라고 말한다. 이 기법은 97쪽
에 설명되어 있는데 중세회화의 공통적 특징이지만 또한 르네상스 화가들이 뛰어났던 부분이라 한다.
하나의 그림에 중심인물의 생애가 함께 나타나져 있다. 즉 이삭 이야기에서 보면 동일인물이 여러 번
보임을 알 수 있다. 마치 요즘 모 광고에서 보이는 특수영상 같다. (M 포인트 광고 중 비편에서 비가 한
화면에 여러 명 중복되어 화면을 채우는 모습) 생각해보니 그림으로 불가능한 것은 없는 듯 보인다.
서사기법이 인상적이었다.


▼ 책을 통한 확장성.

책을 덮고 나자 하나의 생각이 스쳤다. 그동안 내가 르네상스라 명명하던 그 모든 것이 나의 관심사가
아니었음을 알았다. 단지 이탈리아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비롯한 몇 명의 인물과 작품을 더 깊게 느
끼는 방법 자체에 관심이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유용했다.
그리고 역시 르네상스에 대해 많은 생각을 불러 일으키게 했으며 성서를 제대로 읽어보자는 생각에
박차를 가한다. 르네상스의 업적도 돌이켜 보았다. 회화나 조각 등의 예술뿐 아니라 과학이나 문학까
지도 모두 연결되며 부흥기를 누렸던 시대이니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전세에는 영웅이 필요하듯 혼란기
에는 예술혼이 싹트는 무엇이 있는 거 같다. 그들의 열정을 끌어들이고 발전시키는 원동력 말이다.
앞으로 이 시대를 살다간 인물의 예술작품뿐 아니라 그때 쓰인 책도 찾아 부지런히 봐야겠다는 계획
이 생겼다.

끝으로 한마디 덧붙이자면 르네상스의 비밀을 파헤치기보다는 쉽고 재미있게 다가섰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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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7-03-07 14:41   좋아요 0 | URL
꼼꼼하게 잘 쓰셨네요. 추천 드리고 갑니다.^^

은비뫼 2007-03-08 02:1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님도 서평 올리셨군요. 보러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