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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z와 디카 망고의 100일 여행 스케치 - 건축인 백은정의 유럽현대건축기행
백은정 지음 / 이레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나와 동갑내기인 건축가 백은정씨가 2003년 3월부터 6월까지 100일에 걸친 현대건축 기행을 떠났다.
그리고 그녀가 들려주는 건축을 비롯한 여행 이야기는 맛있는 커피 한잔을 곁들여 읽으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망고(디카로 저자가 이름 지음), 스케치북 3권, 연필 3자루를 들고 찍고, 그린 것이 담겨있다.
99박 100일을 유럽과 마지막으로 뉴욕을 돌고 온 여행에서 그녀의 건축은 더욱 견고하고 넓어졌으리라.
나만의 여행가이드북을 직접 만드는 모습에서 한 수 배웠다고 할까. 같은 해(2달이 겹친다) 나는 일본
에 다녀왔는데 여행가이드북을 사갔다. 만들 생각도 못했는데 다음 여행은 꼭 실행해봐야겠다. 틈틈이
일기장에다 그날 일정과 그림을 그리며 역시 디카로 담기는 했지만 여행가이드북을 직접 만들면 훨씬
의미있을 거 같다.
동갑이라는 점 말고도 통하는 점이 꽤 있었는데 건축, 그림, 영화감독 페드로 알모드바르 , 건축가 가우
디 등이다. 스페인에서 시작해 뉴욕까지 둘러본 그녀의 여행에 선뜻 따라나서게 되었다. 소풍가듯 가벼
운 마음으로 말이다.
대략적인 사진위주와 짤막한 글 위주라 바로 읽을 수 있어서 여행 블로그를 들여다 보는 느낌이다.
그만큼 가볍게 읽을 수 있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을 따르기보다 자기만의 여행 가이드북을 만들거나
그저 이 책을 즐기면 딱 좋다.
기대하지 않았던 식물원 사진도 있었는데 역시 외국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자연친화적임을 새삼 느꼈
다. 예로 건축 시 나무가 있다면 뽑지 않고 그 자리를 들여서 건축물의 공간을 줄이거나 그 부분만 창을
내어 단 한그루의 나무를 배려한다. 생소한 건축가들의 작품을 보는 즐거움도 있었으며 독일건축도 눈
여겨 볼만했다. 역시 건축에서 빛을 이용하는 점은 늘 놀랍다. 스위스 바젤의 바이엘러재단 미술관에서
자코메티의 조각상이 보였는데 그도 반갑고 덴마크 훔레벡의 루이지아나 미술관도 가고 싶었다.
이처럼 재미있는 내용과 맛있는 커피 사진을 보니 시나브로 커피를 마시며 책장을 넘기는 나를 발견했
다. 유럽건축에 대한 많은 내용을 상세히 담고 있는 것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한 개인의 여행기록이며 ㅡ 물론 건축기행이긴 하다 ㅡ 자유롭게 가볍게 즐기라는 의도로 쓰인 책이기
때문이다. 이 점을 기억해야 한다.
뒷장의 정보 1에는 여행 다녀온 곳의 정보와 사진이 간략하게, 정보 2에는 건축가 소개가 역시 간략하
게, 정보 3에는 조경, 정보 4에는 음식, 정보 5에는 이벤트(축제, 행사)가 적혀있다. 간단한 가이드북의
역할도 하는 것이다.
내가 이 책에서 인상깊은 점은 역시 주제가 있는 여행 그리고 그것을 즐기는 저자의 태도이다.
좋은 건축가로 계속 성장하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