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의 비밀 우리가 아직 몰랐던 세계의 교양 201
리처드 스템프 지음, 정지인.신소희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개인적으로 르네상스 예술과 레오나르도 다 빈치, 보티첼리 그리고 이탈리아에 관심이 많다.
그런 내게 이 책은 참으로 반갑기 그지없었다.

처음 이 책을 만나던 날 졸업앨범만큼이나 두꺼우며 더 크기까지 해서 압도당해버림을 기억한다.
과연 담고 있는 내용도 그럴 것인가라는 생각과 기대를 하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 르네상스의 비밀. 과연 비밀(secret)이 어울리는가.

제목에서 내거는 비밀에 대한 이야기에 빠져보기로 하자. 결론은 비밀보다 차라리 『르네상스의 신비
혹은 『르네상스 예술』등이 바람직하지 않았을지 싶다. 비밀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은밀함을 이해하지
만 어느 시대에나 도상학은 있지 않았을까? 문제는 바로 르네상스의 비밀인데 이렇게까지 말하면서 엮
은 책으로는 비밀이 풀렸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하나의 방향을 제시했을 뿐이다. 도움이 된 것은 사실
이나 방대한 자료를 담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러나 책에서 언급하듯 이 책을 통해 다른 작품을 보아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는 것은 성공했다. 그러고 보면 꼭 제목을 따지고 넘어갈 필요는 없지
만 사람심리가 비밀이라는 단어를 만나면 호기심이 생각을 넘어서는 데 문제가 있다. 그래서 조금 아쉬
울 뿐 큰불만은 없다.


▼ 예술서적으로의 활용성.

일단 질적으로 우세한 회화, 조각품의 모습이 환상적이다. 또 세부그림을 확대하거나 그에 따른 설명이
깃들어 있으며 각주처럼 귀찮은 것이 적어서 편하다. 물론 다른 작품과 비교해야 하기에 다른 페이지를
넘어갔다 돌아오기도 했지만 그런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차례가 역자의 의도에 따라 3부까지 나뉘어서
맨 뒤의 찾아보기를 통해 원하는 작품에 관한 페이지를 찾게 되어있다. 이만하면 꽤 괜찮은 구성이라고
생각되었다. 보기에 불편함도 없었으니 말이다. 조금 아쉬운 것은 조각의 경우 한 방향만 나왔는데 다
른 방향도 보여주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25쪽의 <헤라클레스와 안티오스>라는 조각
상은 어느 방향으로 돌려보아도 흥미를 자아낸다고 책에 쓰여 있는데 독자는 한 방향의 조각상만을 봐
야 해서 궁금증이 생긴다. 작은 배려로 다른 방향의 모습도 있었으면 했다.


▼ 책의 차례와 구성.

르네상스. 그중 이탈리아만을 다루고 있는데 1부는 입문식으로 여유롭게 보고 넘어갈 수 있도록
2부는
르네상스의 언어
라는 제목에 걸맞게 집중적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는데 가장 좋았다. 3부는 테마별
그림읽기인데 르네상스의 주도층이 그리스인들이어서 그런지 거기서 벗어날 수 없음이 느껴진다.
로마, 즉 이탈리아는 르네상스의 중심이었고 인간중심의 예술을 꽃피우지만 종교개혁이나 종교비판이
다른 나라보다 없었던 거 같다. 그래서 더욱 종교색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결과적으로 2부가 차지하는
중요성 덕에 가장 많은 페이지를 차지하는데 많은 것을 배운 거 같으면서도 너무 빠르게 넘긴 거 같아
서 차차 생각날 때마다 넘겨봐야겠다.


▼ 도상법이 필요한 이유.

도상법이란 미술작품이 그 의미를 전달하는 방법이라고 책에 명시되어 있듯 작품을 이해하는 방법이
다. 작품에 들어 있는 기호나 상징물을 찾아 이해하는 적극적인 방법인데 그것이 지금 보아도 파악되는
작품도 있지만 풀어야 할 부분이 퍽 많다. 특히 나처럼 성서를 제대로 읽지 않은 사람은 더욱 그렇다.
그래도 신화에 관심이 있다면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일단은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의 생생함에 즐거움
을 느끼는 것이 더 순수한 감정의 표현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알고 보는 작품은 더 많은 감동을 준다.
그림을 보고 그저 아름답다는 감정만 느끼고 말 것이 아니라면 그 작품을 얼마나 생각하며 대하느냐에
따라서 발견해 낼 것은 무궁무진하다. 무엇을 표현했는지 주제(종교, 윤리, 신, 예술성 등)로의 접근이
나 빛의 형태, 바람의 방향은 어디인지 그런 생각과 관심이야말로 마주하는 작품과의 진정한 통(通)함
이리라. 책을 읽듯 글자만 보지 않고 의미를 부여하며 찾아간다는 점이 미술작품을 느끼는 방법과 같다
고 생각된다. 작년에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르네상스 바로크 회화전에 갔을 때 사람도 많았지만 진지
하게 감상할 시간이 적은데다 생각만큼 열린 사고로 접근하지 못했음이 못내 아쉽다.


▼ 르네상스 시대의 생활상.

예술과 정치가 손잡거나 부와 권력을 예술로 과시하는 모습에서 예술의 순수성이 타락했다고 느껴지기
도 했지만 예술은 또한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그런 속에서도 명맥을 유지하며 오히려 고대신화
까지 되살려 더 발전시킨 점은 과연 만개한 꽃 같은 예술의 정점이라 느껴진다.
부유층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그들의 생활이 녹아들게 그린 이유를 알겠다. 예술가를 후원한 것은 바로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르네상스 시대의 보편적인 일반인의 생활이 담긴 그림과 부유층의 것을 비
교하는 책이 나온다면 정말로 볼만하겠다. 그러나 과연 그런 작품이 제대로 전해지거나 남아있을지는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신화에 근거한 작품이 좋으며 종교색이나 권력과시용의 화려한 그림을 보노라면
인간의 욕심이 얼마나 끝없는가를 새삼 느낀다.


▼ 책 속의 즐거움.

동시대 인물들의 합동작품이나 경쟁 등의 이야기가 녹아있어 즐거웠다. 좋아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의 소수(극소수!)의 작품을 만나는 것도 마냥 좋았다. 비록 모두 본적 있는 작품이라 아쉽지만...
함께 온 보티첼리의 그림엽서도 만족스럽고 출판사 달력도 괜찮다.
41쪽의 베네데토와 줄리안 다 마이아노의 작품을 한쪽 눈으로만 감상하고 놀라움을 느꼈다. 그냥 쳐다
볼 때는 몰랐는데 한쪽 눈으로 보니 사물의 이미지와 거리 등이 더 생생하다. 설명에 따르면 예술가의
후원자는 마상 시합에서 한쪽 눈을 사고로 잃었다 한다. 그래서 예술가는 그를 위해 배려한 것이다.
그리고 55쪽의 이삭 이야기라는 작품에서 오래도록 눈길이 떠나지 않았다. 93쪽 동정녀의 생애의 장면
들에서 성모와 아기 예수라는 작품도 마찬가지 형식인데 지속서사 기법이라고 말한다. 이 기법은 97쪽
에 설명되어 있는데 중세회화의 공통적 특징이지만 또한 르네상스 화가들이 뛰어났던 부분이라 한다.
하나의 그림에 중심인물의 생애가 함께 나타나져 있다. 즉 이삭 이야기에서 보면 동일인물이 여러 번
보임을 알 수 있다. 마치 요즘 모 광고에서 보이는 특수영상 같다. (M 포인트 광고 중 비편에서 비가 한
화면에 여러 명 중복되어 화면을 채우는 모습) 생각해보니 그림으로 불가능한 것은 없는 듯 보인다.
서사기법이 인상적이었다.


▼ 책을 통한 확장성.

책을 덮고 나자 하나의 생각이 스쳤다. 그동안 내가 르네상스라 명명하던 그 모든 것이 나의 관심사가
아니었음을 알았다. 단지 이탈리아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비롯한 몇 명의 인물과 작품을 더 깊게 느
끼는 방법 자체에 관심이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유용했다.
그리고 역시 르네상스에 대해 많은 생각을 불러 일으키게 했으며 성서를 제대로 읽어보자는 생각에
박차를 가한다. 르네상스의 업적도 돌이켜 보았다. 회화나 조각 등의 예술뿐 아니라 과학이나 문학까
지도 모두 연결되며 부흥기를 누렸던 시대이니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전세에는 영웅이 필요하듯 혼란기
에는 예술혼이 싹트는 무엇이 있는 거 같다. 그들의 열정을 끌어들이고 발전시키는 원동력 말이다.
앞으로 이 시대를 살다간 인물의 예술작품뿐 아니라 그때 쓰인 책도 찾아 부지런히 봐야겠다는 계획
이 생겼다.

끝으로 한마디 덧붙이자면 르네상스의 비밀을 파헤치기보다는 쉽고 재미있게 다가섰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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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7-03-07 14:41   좋아요 0 | URL
꼼꼼하게 잘 쓰셨네요. 추천 드리고 갑니다.^^

은비뫼 2007-03-08 02:1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님도 서평 올리셨군요. 보러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