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양 까망 - 전2권 - 흑백 그림책
류재수 지음 / 보림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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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민이의 첫 흑백 그림책이 된 <하양 까망>은 그림책과 병풍책 이렇게 두 권으로 이루어졌어요. 알찬 구성이고 그림 또한 다양해서 질리지 않고 좋네요. 
 

 신생아 때 모빌은 흑백모빌부터 시작해서 칼라모빌로 또 인형도 흑백, 칼라 등 점차 바꿔주었는데 막상 책은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았네요. 책을 좋아한다는 엄마가 말이죠. 그러다 좀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이제야 흑백 그림책과 만났어요. 보통 0개월에서 3개월 안팎이 대상이라고 하지만 사실 책은 아이가 한참 커서까지도 열심히 보는 거라 돌이 지난 재민이도 상관없더군요. 

 그림책이 오자마자 재민이 앞에서 뜯었더니 자기건지 아는지 그림책부터 바로 잡아서 넘기고 놀더라고요. 돌이 지났어도 흑백의 강렬한 대비가 눈에 탁 들어와서 그런 거 같습니다. 엄마가 병풍책을 펴서 소파 위에 올리자 더 신이 났습니다. 게다가 익숙한 숟가락, 포크, 컵 등도 반가웠을 테고요. 오리, 곰, 모자, 우산 뒷부분의 꽃, 나비 등까지 어른인 제 눈에도 예쁩니다.
 

 물론 새책이라 처음에는 약간 냄새가 났어요. 그러나 곧 사라지니 걱정할 필요는 없더군요. 아마도 흑백 이미지 위에 특수가공한 반짝거림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아시겠지만 반짝거려서 검은색 부분에는 옆페이지가 비칠 정도랍니다. 

1권은 엄마와 아기 동물이 담겼어요. 엄마 코알라, 아기 코알라~ 엄마, 아기. 이런 식으로 간단하게 이야기해도 좋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길게 말을 덧붙여도 재미있더군요. 2권은 병풍책이고 동식물과 꽃이 담겼습니다. 빙 둘러놓는 등 세워두니 놀이하기에도 좋아요. 재민이는 걸어 다녀서 병풍책을 펼쳐서 들고 다니더군요. 그래서 아래로 쭉 길게 떨어진 모양이었어요. 
 

 병풍책은 큰게 있기는 하지만 워낙 활동적이라 찢을까 봐 아직 사용하지 않았는데 작은 병풍책인 2권으로 먼저 친근해진 후 다른 것도 차차 꺼내야겠어요. 아직 재민이 손에는 이 병풍책이 딱 좋네요. 혼자서도 들고 다니고 잘 놀아서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그림도 살펴보니 참 정감 있습니다. 한국대표 그림책 작가 류재수의 이름을 걸고 만들어서도 그렇겠지만요. 단순하게 만들어도 될 거 같은데 이 책의 차별성이 여기에 있더군요. 그저 둥글고 예쁜 그림에서 끝나지 않고 특별함이 느껴지는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직접 손으로 그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직접 그린 걸 몰라서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왜 이렇게 처리를 했을지 생각했었거든요. 딱딱 끊어지는 매끄러움에 익숙해진 눈이 손그림을 몰라봤던 거죠. 판화를 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자꾸 보니 정겨워집니다. 앞으로도 얼마든 더 아이가 보고 싶어하는 그림책이 될 거 같네요. 더 크면 낱말카드를 이용해 함께 활용하며 놀이학습을 해도 괜찮겠고요. 신생아라면 일찍 보여주는 것도 방법이겠습니다. 오랜만에 흑백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작가의 책을 더 찾아보고 나중에도 만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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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사랑한 파리 - 어느 낭만주의 지식인의 파리 문화 산책
이중수 지음 / 샘터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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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 세계지도를 펼치면 가보고 싶은 곳이 한도 끝도 없었다. 크면서도 마찬가지로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시간이 좋았다. 그러나 세계여행은 일본과 프랑스에 가본 게 전부이다. 특히 파리에 대한 여행 산문집을 만나면 잠시나마 다녀온 파리 여행이 떠오르면서 마음만은 다시 파리의 어딘가를 누빈다.

 

 『그녀가 사랑한 파리』는 파리에 살며 글쓰는 저자 이중수가 글과 사진뿐 아니라 그림까지 그렸다. 이름도 화가 이중섭과 닮았는데 이중섭처럼 그림 아래 서명란에 ㅈㅜㅇㅅㅜ라고 쓰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서명방법이라 친근함이 느껴졌다. 물론 이 책은 그의 삼박자가 고루 어우러져 빚은 결과물이다.

 

 파리에 살면서 그가 느끼는 도시를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진한 애정이 묻어난다. 나는 내가 사는 이 도시를 이만큼이나 사랑했던가. 아니다. 내게는 아직 저자만큼 사랑에 빠진 도시가 없는 거 같다. 그러나 파리에 좋은 인상을 받았기에 저자의 이야기 속으로 푹 빠져들었다.

 

 관광명소로 사람들을 끝없이 불러들이는 도시 파리. 세계적인 문호들이나 예술가의 흔적이 있고 지금도 이어지는 발걸음은 이유가 있을 터이다. 초여름에 갔던 파리는 회색빛이던 날이나 햇살이 반짝이던 날이나 한결같이 운치 있었다. 센강이 좋았고 아름다운 다리들과 건축물 그리고 사람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잠시 다녀간 나도 그러한데 오랜 시간을 파리에서 지낸 저자에게는 더욱 그러했으리라.

 

 파리의 특징을 전하면서도 거기에 얽힌 역사 이야기,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덤으로 흘러넘쳤다. 나만의 추억 속 풍경과 어우러져 감미로운 시간이었다. 저자의 기억과 만나 공감하는 어딘가에는 여지없이 파리의 공간으로 이어졌다. 에펠탑, 몽마르트르, 노트르담 등을 담은 사진을 다시 꺼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직 가보지 못하고 뒤로한 채 떠나 온 장소는 언젠가는 가보고 싶다. 그때는 꼭 박물관, 미술관을 중심으로 다녀와야지.

 

 사람이 모여 만드는 도시의 시대는 지났다. 낭만이, 역사가, 사랑이, 건축물 등이 도시를 만들고 사람을 불러들인다. 즉 이 모든 건 결국 사람의 꿈이나 사유가 아닐까. 지금 우리가 사는 도시의 꿈과 사유는 얼마나 깊을까. 파리를 만나며 서울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본다.

 

 그리고 또 하나 유명인이 지내던 곳에 현재 누군가가 살아도 푯말이나 위치표시 등을 해두는 모습이 좋았다. 비록 들어가 보지 못해도 밖에서 창문을 올려다만 보아도 그 느낌이 색다르니까 말이다. 얼마 전 정찬주 작가가 말한 법정 스님의 생가에는 푯말 하나 없더라는 말이 새삼 떠올라 비교가 된다.

 

 각설하고 파리의 매력에 빠지기 딱 좋은 책이었다. 이 책은 파리를 안내하는 여행서는 아니지만, 안내책에 나오는 장소는 거의 다 나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불어 저자만의 감성과 정보도 함께 있어서 시간을 내어 미리 읽어두어도 좋을 것 같다. 몰라도 느낌은 오겠지만, 속내를 알고 직접 마주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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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 - 오래된 사물들을 보며 예술을 생각한다
민병일 지음 / 아우라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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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때묻은 물건을 만나는 일은 행복하다. 낡아서 날이 서지 않은 느낌은 언제나 뭉클하고 정겹기 때문인데 물건마다 추억이 깃들어 있어서 그럴 것이다. 다리 하나가 어딘가 사라진 클래식한 작은 탁상시계, 학창시절의 감수성이 담긴 시 액자, 누군가가 만들어 준 열쇠고리, 몽당연필…. 사물은 말없이 제자리를 지키며 시간을 견뎌왔고 사람은 거기에 추억을 덧칠한다. 그리하여 온기가 피어난다.

 

 저자는 시인, 출판편집을 거쳐 뒤늦게 예술에 대한 동경으로 독일 유학길에 오른다. <나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은 독일 유학생활 중 벼룩시장 등을 돌며 만난 그만의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첫 산문집이라 그런지 독일과 오래된 사물이라는 한정된 주제임에도 많은 것이 응축되어 있다. 읽기 편하고 사진도 예쁘다. 특히 처음 소개되는 램프는 다음 장에 한 면을 할애해 은은한 빛을 보여주는데 사진을 보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었다.

 

세속 도시에서 한 발만 비켜서면 차 한 잔으로 비울 수 있는 마음이 곁에 있는데,

비울수록 차오르게 할 수 있는 것들이 내 안에 있는데……

 

(57쪽. 백년 찻잔과 찻주전자에서.)

 

 개인적인 일기를 펼쳐보는 느낌처럼 조심스럽지만 이내 부러워지는 물건을 만날 수 있었다. 램프, 연필깎이, 촛대, 타자기 등을 비롯한 사물 그리고 독일문화를 간접적으로 맛보는 즐거움까지 얻을 수 있다. 휠덜린, 괴테, 쉴러, 헤세, 베토벤 등 내가 사랑하는 독일의 예술가 그리고 저자의 클래식 사랑도 엿보인다. 책을 읽어갈수록 머릿속에서는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이 둥둥 떠다녔다. 왜 그랬을까. 웅장한 그 음악이 책과는 그다지 어울리는 거 같지는 않지만, 독일 이야기라서 그런 거 같다.

 

 외로운 유학생활을 버티게 해준 벼룩시장, 엔틱한 물건, 미술과 음악 등을 비롯해 그에게 친절했던 이들 덕택에 좋은 기억이 가득한 거 같다. 클레의 소묘집 편에서 '책은 사물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인간적이다.' (72쪽.) 라는 말에 공감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건 독일에서 출판한 <고요한 아침의 나라>였는데 정말 심봤다가 아닐까 싶다. 물론 외국인이 본 조선의 모습이라 조금 생소하기도 하지만 흑백, 칼라시진을 비롯해 세밀화까지 담아낸 소중한 자료였다. 1915년 초판본의 견고한 제본술이라니 책장 한 장 잘못 건드려 십 여 장이 절로 뜯어지는 책과는 비교할 수조도 없다.

 

 누군가의 소중한 물건을 보며 거기에 깃든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 그리고 새삼 느끼지만 소박하게 사는 독일인의 모습도 보기 좋았다. 물건을 사는 이에게 "오래 머무르는 좋은 친구가 되길 바란다." (60쪽.) 고 행운을 비는 모습이 정겹다. 우리에게도 오래된 우리만의 풍경이란 게 있다. 다듬이, 맷돌을 비롯한 그 많은 사물이 떠오르는 날이다. 나의 고릿적 풍경에는 어떤 사물이 들어 있을까 기억을 더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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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동물을 잘 그려요 엄마 아빠와 함께 신나게 그리기 1
레이 깁슨 지음, 신형건 옮김, 아만다 발로우 그림 / 보물창고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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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 생일 선물로 주었더니 엄마와 아이가 다 좋아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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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 김씨의 나무 작업실
김진송 지음 / 시골생활(도솔)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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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내가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은 대게 다르기 십상이다. 돌이켜보니 나의 20대가 그런 날의 연속이었다. 직장을 다니며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아내 이직하거나 통째 전환하고자 했던 마음의 갈등. 그런데 지금은 맹송맹송하니 이도 저도 아니다. 그래도 마음 한편에는 아직도 불씨가 남아 타고 있다. 불씨를 지켜가는 거보다 더 어려운 일은 밟아서 깨끗하게 없애버리는 일이다. 누군가 나와 같다면 <목수 김씨의 나무 작업실>을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마흔이 조금 안 되어 나무먼지를 마시기 시작했다는 저자는 국문학과 미술사를 공부했고 평론, 기획, 출판 등의 이력을 갖고 있다. 두 개를 병행하기 어려워 결국 그가 선택한 일이 목수였다. 그래서일까. 그의 글에는 미술의 흔적인 아름다움과 멋 부리지 않은 명쾌함, 성찰이 오롯이 담겨 있다. 할수록 더 어려워진다는 목수 일을 하며 일기, 나무, 작업이야기 등을 쓴 글을 모은 책이다. 

 

 지나치게 탐미적이지도 않고, 인체공학적이지도 않은 의자들이 탐이 날 정도였다. 이 책은 읽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책에 실린 사진과 스케치를 통해 저자의 글을 더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체공학적 의자와 행동공학적 의자 이야기 등에 빙그레 웃음이 났다. 대략의 내용은 아래에 옮겨 적었다. 사실 임신 중에 매일 조금씩 들춰본 책을 다시 들여다보고 정리하자니 그때의 느낌이 모두 살아나진 않는다. 그래서 며칠 전부터 다시 펴보았다. 그러다 보니 다시 손에서 놓기 싫어진다. 저자의 책을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펴는 재미 때문이다.

 

 "푹신한 소파보다는 오히려 딱딱한 나무의자에 더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는 까닭은 딱딱한 불편함이 몸을 끊임없이 조금씩 움직이도록 만드는데, 그게 인간의 행동에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중략) 게으름뱅이들에게는 안된 말이지만 인간이란 움직이는 동물이다. 게으름뱅이들이 오래도록 게으름을 피우기 위해서는 약간의 수고는 감수해야 한다. 그 후로 나는 편하게 쓸 수 있는 물건의 어느부분을 불편하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했다."

 

(99쪽, 게으름뱅이를 위한 텔레비전 시청용 두개골 받치대 편.)

 

 여전히 매력적인 그의 의자들 그리고 위 세 번째 사진 [책의 바다에 빠져들다 / 단풍나무로 만듦.] 작품은 아직도 볼 때 마다 새롭다. 목수 김씨의 작품을 보며 연상되는 생각이 끝이 없다. 여기서 끝이라면 이 책은 단지 도판이 아름다운 책에 그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작업을 하며 난관에 부딪히고 결국 해결한 후 얻은 간단한 진리가 매번 다르지 않은 걸 보며 글을 읽으며 공감하고 무릎을 탁- 친다알면서도 자꾸 잊어버리는 망각의 동물이 인간이다. 게다가 책을 읽으며 타인의 생생한 경험을 통해 무료로 얻어낸 값진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지금도 목수 김씨는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이 추운 겨울 어디선가 재료가 될만한 것을 구하느라 찬바람 속에서 땀을 흘릴지도 모르고 혹은 작업실에서 그간 모아둔 나무를 꺼내 부단히 작업 중일 수도 있다. 나무 톱밥 난로는 올겨울에도 사용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그러자니 오후의 햇살이 가득한 이방에도 그의 나무 톱밥 냄새가 나는듯하다.

 

 20대의 나는 영원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어느덧 30대를 지나고 있으니 40대에는 무엇을 하고 있으려나. 그때도 30대 때의 꿈을 보류하고 있을까? 그러지 않기 위해서 순간을 매진해야 할 것이다. 주저함은 지금의 시간도 깎아 먹지만 나중의 시간에도 영향을 끼친다. 느리지만 한 단계식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지켜가기로 마음먹는다.

 

 막연하게 생각하던 목수 세계의 일을 저자를 통해 느낄 수 있어 감사한다. 나무는 좋지만 아무래도 나 같은 이는 목수는 못하겠다. 그러나 주변에 목수 한 명 알게 된다면 나무는 열심히 주워다 줄 거 같다. 투박하지만 아름다운 목수의 손에 들려진 나무는 하나의 사물로 새롭게 태어나리라. 어리석음은 또 다른 어리석음을 낳을 수도 있지만(저자의 글에 그런 부분이 있었다. 영월의 옛 소나무 부분.) 그 어리석음으로 인해 발전한다. 이처럼 따지고 보면 쓸모없는 시간이란 없다. 윤오영의 방망이 깎던 노인처럼, 목수 김씨처럼 그저 묵묵하게 할 일을 하고 싶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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