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힘 - 매혹적인 스토리텔링의 조건
이창용 외 지음 / 황금물고기 / 201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이야기가 넘치는 시대, 이제는 스토리 텔링의 시대
 
 어릴 때 옛날 옛적으로 시작하는 이야기에 빠져보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만큼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누군가의 모험 등의 내용을 들으며 응원하기도 하고 깊이 공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었다. 커서도 여전히 이야기에 열광한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소설을 통해 또 누군가와 직접 대화하면서 그리고 짧게는 광고도 이젠 감성에 호소하는 시대이다. 도대체 이야기의 매력은 무엇일까. 
 


 정리한다면 이야기란? 인생의 균형이 깨진다, 인간은 균형을 되찾기 위해 인생의 온갖 세력과 고군분투한다……. 인류가 이야기를 통해 수천 년간 설명하고 납득시켜온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인간은 균형을 잃었을 때 그것을 되돌리고자 한다는 것 말입니다.

 

 

(64쪽, 전설적인 시나리오 닥터 '로버트 맥기' 특별 인터뷰 중에서.) 

 이 책은 EBS 다큐 프라임에 방송된 내용에 살을 덧붙여 출판된 책이다. 다큐 프라임 방송의 책들은 모두 기대가 크다. 방송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책 또한 감동의 크기가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은 방송을 보지 못했지만, 스토리 텔링에 관심이 많아서 책만 읽어도 재미있었다. 또 예전에 읽은 <나는 이야기 장사꾼이다, 정영선 저.>가 떠올랐다. 그때도 즐겁게 읽었는데 두 권의 책을 함께 읽어도 좋을 거 같다. 

 

2. 쉽고 재미있는 책의 내용 속으로 

 스토리 텔링에 대한 책을 처음 접하는 초보자에게도 부담 없을 만큼 가독성 있는 내용이다. 이야기에 대한 초반부 내용을 만나며 얼마나 많은 것이 이야기의 힘을 빌리고 있는지 문득 알게 될 것이다. 게다가 이어지는 내용으로 이야기를 직접 만들기에 대한 팁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야기로 살아남은 여인 셰에라자드, 아직도 회자되는 히틀러, 세계적인 이야기꾼 스티븐 킹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꾼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웃고 울고 하며 여러 가지 감정을 나눈다. 교감의 접점에는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책에서 알려준다.

 그럼에도 보다 깊이 있는 내용을 원하는 독자라면 조금 심심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미 이야기의 재미에 푹 빠지게 하는 매력이 있는 책이라 스토리 텔링에 대한 기술적인 이야기는 시나리오 관련 책이나 실제로 글을 써보면서 습득해도 될 거 같다. 특히 Part 2 이야기 직접 만들기 부분은 실제 시나리오가 비교되어 실려 있어서 글 쓸 때 참고해도 좋을 것이다.

 

3. 누구나 원하는 이야기 

 직업이나 필요에 의해 공부하는 이들 말고도 일반적으로도 우리는 이야기를 잘하고 싶다. 또한, 글을 그만큼 잘 쓰고 싶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나를 보여주는 수단으로의 글쓰기 욕망은 이미 광범위한 일상이 되었다. 꼭 누가 읽지 않더라도 나를 표현하고 싶은 욕망 그리고 작가들처럼 독자와 소통하는 식의 연결고리로 쓰이기에 많은 이들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인간 대 인간으로 마주할 때 공감하기 위해서는 이야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더러는 느낌만으로 통할 수도 있겠지만, 지속적인 관계에서는 공감할 수 있는 어떠한 이야기가 필수조건이다. 타인의 이야기에 반응하며 동일시되는 순간 더는 타인만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4. 그리고 

 우리는 아마도 거짓 이야기를 더 많이 접할지도 모르겠다. 옛날이야기부터 역사나 신화 속 인물 그리고 역시 간접경험의 연장선이 책과 영상매체들 또한 그렇다. 그럼에도 나와 무관한 거짓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속에서 찾아낸 나만의 고유성과 겹치는 부분을 새롭게 되살릴 수 있으니 말이다. 

 오늘 하루 만난 지인과의 이야기 속에서도 우리는 때로 공감하고 고개를 가로젓기도 한다. 이야기란 참으로 보편적이면서도 개인적이다. 새롭게 이야기에 대해 재조명하게 된 시간이라 참 재미있게 만난 책이다.  

 

+ 이 서평은 책을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받아서 읽은 후

느끼는 대로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첫 번째 와인 가이드북
조병인 지음 / 북오션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술보다는 차(茶)를 좋아한다. 언제부터인가 술을 거의 먹지 않게 된 거 같다. 그래도 가끔 생각날 때가 있어서 일 년에 몇 번 먹는 정도이다. 와인은 술을 즐기지 않는 옆지기가 그나마 관심을 보이는 술이라 가끔 마셨다. 출산 후 아이를 키우며 술과는 더욱 멀어졌지만, 아이가 어느 정도 크면 함께 와인의 세계를 탐닉하고 싶다. 

 와인에는 흔히 말하듯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이 있고 그 중간에 로제 와인이 있다. 요즘 같아서는 화이트 와인이 자꾸 생각나지만, 책을 읽으며 전혀 몰랐던 아이스 와인이 먹고 싶어졌다. 아이스 와인이란 포도가 얼어 있는 새벽에 수잡업으로 따서 해동되기 전에 흡착과 발효를 거친 와인으로 손도 많이 가고 일반 와인보다 시간도 오래 걸려서 양은 적고 비싸게 판다고 한다.  

 정말이지 이 책을 읽는 내내 와인이 먹고 싶어서 입맛을 다셨음을 고백한다. 애주가도 아니지만 그만큼 술을 먹을 일이 없어서인 거 같다. 가장 최근 와인을 마신 게 아마도 두 달 정도 된 거 같다. 그것도 와인 애호가인 지인 때문이었다. 고기 먹는 자리에 와인뿐 아니라 잔과 디캔터(와인을 따서 마시기 전에 다른 용기에 옮겼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서 마실 때 사용하는 유리용기.)까지 들고와서 디캔팅을 해서 따라주었다. 그 생각이 나면서 오늘도 와인과 함께일 지인이 떠올라 피식 웃게 된다.  

 책은 초보자는 물론 와인을 마시는(와이노wino) 이들에게도 쉬우면서도 다양한 내용을 전한다. 와인에 대한 이야기가 이렇게 풍부하게 들어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물론 몰라도 될 거 같은 내용도 있었지만 알아두면 이해를 돕는 내용 또한 많았다. 몰랐던 사실을 새롭게 많이 알게 되었다. 다른 와인 책과 다른 점은 우리 생활 속 심지어 전통부터 내려온 이야기까지 짧게나마 다루고 있었다. 이렇게 폭넓게 다루면서도 지루하지 않았다는 게 장점이다.

 더구나 다나(DANA) 신화를 읽으며 놀라웠다. 국내 기업이 와인의 본고장에 진출하여 명품 와인을 생산해내며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에게 만점으로 인정받았다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전통주가 이어져 왔던 것처럼 장인정신이 존재할 때만 가능한 이야기라 더욱 자랑스러웠다. 

 척박한 땅에서 더 잘 자란다는 포도나무의 강인한 생명력 그리고 사람의 손길과 자연환경 등이 합쳐져 빚어낸 순수한 술 와인. 포도열매 이외에는 물 한 방울 들어가진 않는 발효주에 열광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겠지만 어찌 되었든 간에 술은 술이니 과음하지 말아야겠다. 하루 한 잔(혹은 두 잔.)의 와인을 권하는 저자의 말처럼 와인의 매력을 충분히 음미하며 즐기는 것이야말로 행복한 일이 아닐까 싶다. 

 와인에 대한 모든 것을 알기에는 부족하지만, 이 책 한 권으로도 충분히 와인의 세계에 빠질 수 있을 만큼 재미있게 읽었다. 일취천일(一醉千日)이라는 말처럼 한 번 취해서 1,000일을 기분 좋게 취해서 누워 있을만한 나만의 술을 찾아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겠다. 솔직히 나는 아직 찾지 못했다. 아직은 와인보다는 차 한 잔이나 달빛에 취하는 일이 더 황홀하지만 언젠가는 술도 만나보고 싶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진을 바꾼 사진들 - 카메라를 통한 새로운 시선, 20명의 사진가를 만나다
최건수 지음 / 시공아트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처음 책을 접할 때 한국의 사진가 20명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뻤다. 그래서인지 제목을『사진을 바꾼 사진들』이 아니라『사진을 바꾼 사람들』로 착각했다. 들뜬 마음으로 책의 목차를 확인 후 바로 구본창 작가의 페이지로 갔다. 몇 해 전 작가의 사진을 보고 오래도록 기억하며 좋아했다. 당시 토이 카메라에 흠뻑 빠져 있을 때라 그런지도 모르지만, 그의 세계를 보며 이런 사진도 있음을 실감했다. 

 즉, 사진 자체의 순수한 형태가 아닌듯하지만 강렬함이 좋았다. 그러나 구본창 작가의 사진이 모두 그렇지는 않다. 숨 시리즈를 보면(이 책에도 사진이 실렸다.) 호흡이 멎을 것만 같다. 절로 경건해진 이유는 작가 부친의 마지막 숨이라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무의식의 세계에 있던 숨이 별안간 의식의 세계로 전환되는 느낌 때문이었다. 

 이렇듯 사진도 무의식의 세계에서 의식의 세계로 전환되는 때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를 놓치지 않고 재현해낸 여러 작가를 만나는 일은 즐겁다. 그러나 저자의 글이 그렇게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취향의 차이이려니 한다. 아무튼, 작가마다 특징이 있어서 개성이 확연히 드러난다. 사진도 사람의 창작품인지라 그의 철학이 들어 있다. 그래서일까. 허무하거나 꼬집거나 의식 어딘가를 후비는 등 다양한 느낌을 공유하게 된다.  

 1부는 사진과 그 밖의 그림, 조각 등을 통한 이종교배를 시도(저자의 말.)한 작가들을 소개하고 2부는 그야말로 사진으로 사진을 변화시킨 이들을 만날 수 있다. 같은 사각의 프레임이라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보이니 표현도 다를 뿐이다. 이를 알면서도 어떤 작품을 보며 공감하기도 하고 아연실색 혹은 폭소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그야말로 적절하게 아름다운 사진보단 따스한 시선이나 감정이 들어간 사진을 좋아한다. 그것이 살짝 흔들렸거나 공간을 비틀어도 그 맛에 빠질 수 있으니 그것으로 된 것이다. 타인의 시선과 마주하며 영감을 느끼고 같은 주파수를 찾은 순간의 떨림을 기억한다면 사진은 그야말로 소중한 그 무엇으로 남게 된다. 흔한 말이지만 사진이 넘치는 세상이다. 그러나 나만의 사진이 되느냐 마느냐의 고민을 한 번이라도 해보았다면 작가들의 만남이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닌 새로운 문을 열어본 시간이었다고 전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옛 그림 보면 옛 생각난다] 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 - 하루 한 장만 보아도, 하루 한 장만 읽어도, 온종일 행복한 그림 이야기
손철주 지음 / 현암사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 손철주의 책은 이번에 처음이다. 그러나 상당히 유명한 저자였다. 미술 칼럼리스트라 이미『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유명한 책도 있었고 게다가 그림과 붓글씨에도 일가견이 있다고 한다. 사실 제목도 마음에 들었지만, 저자의 소갯글을 읽으며 더욱 기대되는 책이었다. '한잔 술이 있으면 썩 잘 노는 사람'이라더니 술 없이도 그림과 한시 등만 보고 읽어도 술술 말이 매끄럽게 흘러넘칠 것만 같은 이였다.  

 사계절로 나눠 그림을 실고 그에 따른 저자의 농익은 글결을 따라가자니 정말이지 재미있었다. 왜 이제야 저자를 알았을까. 그의 다른 책도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박학다식함과 그림에 따라 읽어내는 감성과 의미가 남달랐다. 그의 글은 정갈한 녹차보다는 구수한 탁주를 닮았다. 그런데도 시종일관 재미있는 이유는 때로는 살뜰히 그림을 살피고 또 때로는 호되게 호통치기 때문이다. 유와 무를 동시에 휘두르니 과연 읽을 맛이 난다. 사실 옛 그림만 있었어도 그저 하루에 한 개씩만 보아도 마음이 편안해질 거 같았는데 저자의 글이 어우러져 더욱 깊은 맛이 난다. 

 그림은 대부분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면 만날 수 있는 작품이었지만 개인소장 작품 등은 직접 볼 수 없어 아쉽기만 하다. 언제고 시간을 내서 직접 만나면 저자의 글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나만의 그림보기가 가장 중요하지만 아직 저자를 따라가려면 멀었다. 정녕 부러운 점이다.  

 편 그림은 윤두서의 <쑥캐기>가 정겨웠다. 선비화가 윤두서는 아랫사람들의 남루한 일상을 자주 그렸다 한다. 다산 정약용이 그의 외증손이라니 어쩐지 더 기억해두고 싶은 사람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그림은 개인소장이다. 직접 보기는 어렵겠지만 봄이면 생각날 거 같다. 또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지란도>와 임희지의 <난초> 또한 멋졌다. 특히 임희지의 난은 촉이 살아 있는 듯하고 독특하다. 난을 많이 친 옛사람들의 난 그림에는 개인의 성품이 담겨서 모두 비슷해 보여도 확실히 다르다. 마지막으로 청화백자 잔받침에 숨은 가르침과 마음도 새롭다. 저자의 말이 또한 일품이다. '청탁은 너절하지 않게, 듣는 이를 웃음 짓게 하라.' (57쪽.)

 여름 편에서는 이한철의 <물 구경>에서 깨달음이 전해진다. 굳이 공자, 노자, 주자를 이야기하지 않아도 물이 흐르는 것만 보아도 마음이 편해지던 경험을 떠올리며 물에 씻어버릴 것들을 기억해본다. 정선의 <수박 파먹는 쥐>는 풍자화인데 쥐는 간신배와 탐관오리라 하니 예나 지금이나 쥐떼는 끊이질 않는듯하다. 그리고 박제가의 그림 <어락도>도 만날 수 있어서 색다르며 지두화인 윤제홍의 <돌아가는 어부>의 보이지 않는 빗줄기가 시원하다. 옛 그림은 간소한데 가만 들여다보면 참으로 많은 뜻이 들어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가을 편은 주로 달이 소재인데 그 시절에도 달을 보며 느끼는 것은 지금과 다를 바가 없었다. 다만, 휘영청한 달과 나무가 아닌 도심 속에서 만나는 달이라는 차이가 있다. 그때만큼의 외로움과 고요함, 따뜻함은 비슷하겠지만 낭만은 어쩐지 실종된 거 같아 아쉽다. 달본지 며칠인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겨울 편에서는 단원 김홍도의 <표피도>가 단연 압권이었다. 어찌 그렸을까 싶을 정도로 수없이 붓질했을 모습이 상상이 가지 않는다. 사실 <송하맹호도>의 호랑이 눈빛도 인상적이었는데 이 그림 또한 놀랍다. 현대 화가들의 작품과 나란히 두어도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이다. 그런데도 또한 예스럽다니. 아, 그런데 이 그림 역시 직접 볼 기회조차 없다. 평양 조선미술박물관에 있기때문이다. 아쉽고 또 아쉽다.

 다정한 우리 옛 그림을 보며 옛 생각도 해보고 다양한 마음이 오고 갔다. 실로 오랜만에 좋은 미술책을 만난 기쁨이 크다. 함께 실린 한시 그리고 저자의 말까지 버릴 게 없었다. 추천할만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술과 문학에 나타난 그로테스크] 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미술과 문학에 나타난 그로테스크
볼프강 카이저 지음, 이지혜 옮김 / 아모르문디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전 미술잡지에서 본 그로테스크 특집 지면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당시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이었지만 불쾌함보다는 마치 이상한 세계를 보는듯했다. 그러다 이후 영화 <화장터 인부>에서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작품을 보고 바로 저런 게 미술에서의 그로테스크라고 생각했다. 작품은「천년왕국」중 '쾌락의 정원'이었다. 재미있게도 이 책 겉표지의 그림도 같은 화가의 작품인 「천년왕국」중 '지옥'이다. 

 예술 전반에 걸친 그로테스크의 의미는 각별하다. 그러나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은 미술과 문학이지만 문학 부분이 훨씬 와 닿는다. 아마도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이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빅토르 위고, 실러, E.T.A 호프만, 포, 카프카를 비롯하여 이름만 들어도 상상이 될 것이다. 게다가 셰익스피어의 작품까지 이어져서 흥미롭다. 특히 애드거 알랜 포는 여름하면 떠오를 정도로 공포와 기괴함으로 대표된다. 셰익스피어는 다소 의외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들여다 보면 다양한 등장인물을 통해 곧 평범하지 않은 인물을 찾아낼 것이다. 물론 포처럼 기괴한 느낌이 아니지만 말이다. 

 미술도 달리의 그림 등을 보며 느끼는 우리의 감정 속에는 그로테스크를 설명할만한 것들이 꽤 있다. 이해할 수 없는 그림을 보며 작품을 해석하며 달리를 이해해보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로테스크의 정의를 단 한마디로 간단하게 말할 수 있을까. 그저 우스꽝스럽고 기괴하다는 말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애초에 그렇게 간단한 것이었다면 이렇게 책에서 줄기차게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가기도 어려울 것이다.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란 대부분 누가 봐도 아름답다고 감탄할만한 것도 있겠지만, 분명히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미적 다양성이란 측면에서는 그것이 자유로운 생각의 폭으로 이어지기에 누구에게는 두렵고 소름끼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것이 색다른 느낌이거나 신선하게 느낄 수도 있다. 사실 나는 그로테스크쪽에 약간의 관심이 있다. 뭐라고 할까. 영감을 준다고 할까. 괴이하지만 슬프기도 하고 내가 배워온 사회에서 인정하는 아름다움과 상반될지라도 다른면을 보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사실 진정으로 그로테스크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과연 그것이 어디까지인지도 알수없다. 그러나 적어도 이 책을 통해서 들여다 보니 훨씬 사고의 폭이 깊어질 것 같다. 

 뒷부분의 19세기 그로테스크 부분에서 헤겔의 해석도 흥미롭다. 그로테스크와 아라베스크를 확실하게 구별하고 그로테스크의 특징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가 다양한 영역의 부적절한 혼합, 둘째는 무절제이자 왜곡이며 마지막은 특정 요소의 복제라고 했다. 이후 현대의 그로테스크까지 이어지는 설명을 보며 우리 사회에서 흔히 이슈가 된 지 몇 년이 된 엽기나 새롭고 흥미로운 요소 중 이에 속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즉, 그로테스크는 소외되거나 혐오하는 대상으로 제한되지 않고 책과 미술작품에서 나와 삶 속에 이미 스며 있었다. 본질을 이해하고자 할 때에야 비로소 드러나는 새로움 앞에서 그로테스크 또한 빠질 수 없는 장르라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의 충격 그 미묘함 사이 어딘가에서 느낄 수 있는 무엇과 맞닿았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그로테스크가 어떻게 표현되었든 간에 더는 우스꽝스럽고 무시할만한 게 아님을 들려준다. 저자서문이 1957년이라니 그 이후 그로테스크에 대한 정의는 얼마나 발전했을지 의문이다. 그만큼 잘 집대성해서 쉽게 설명한 책이었다.


예술작품은 '상황'을 초월할 능력을 지닌다. 그러나 최후에 예술작품은 '수용된다.' (이 단어는 여기서 일상적인 용법과는 약간 다른 의미로 사용되었다.) 수용의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의마상의 변형이 가해지건간에 예술작품은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체험될 수 없다.

 

- 296쪽, 결론 : 그로테스크의 본질 중에서. 


 무시무시한 것, 불합리한 것, 몰취미한 것은 곧 무한성을 의미합니다. (…) 왜냐하면 이런 것에는 한계가 없기 때문이지요. 한계는 모든 것을 이성적으로 만듭니다. 아름다움, 고상함, 자유, 예술과 열정도 마찬가지이지요. 그러나 어리석은 자들은 여기에 초월적이고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가 곁들여진다는 근거를 들어 이것이 절대적인 것이라 여기지요. (ㅡ중략ㅡ) 인간세계의 것, 아름다운 것, 동물 세계의 것, 뻔뻔스러운 것이 대담하게 뒤섞여 있지 않습니까? 이를 깊이 파고든 후에야 여러분은 진정한 시인이라면 우리 영혼의 기묘하고 불가해한 감정들로부터 무엇을 창조할 수 있는지 비로소 알게 될 것입니다.

 

- 143쪽, 3장 낭만주의 시대의 그로테스크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