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축가 111인
케스터 레튼버리.로버트 베번.키어랜 롱 지음, 이준석 옮김 / 국제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건축에 대해 일자무식이다. 그저 미술책을 보다가 건축 책까지 보게 되었는데 이 책은 읽을지 말지
를 나름대로 제법 고심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111인의 건축인을 총 망라한 이 책을 과연 재미있게 볼까
볼까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한낮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수많은 건축가 중 111인을 선별하는데 많은 고심을 했다고 머리말에서 말하듯 굉장한 수고를 거쳐 책이
엮였음이 느껴진다. 한 건축가에 거의 한 장의 지면을 할애하는데 그나마도 한편에는 이미지를 반대편
에는 건축가를 소개한다. 그러니 지루할 수도 있다. 결코, 한번에 정독할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저자의 의도가 가이드북의 성격이니 그를 이용하는 것이 최선이리라. 여기서 마음에 든 건축가가 있다
면 그 건축가를 찾아보는 몫은 독자의 숙제이니 말이다. 사실 내가 알고 있는 건축가를 찾기란 어려웠
다. 알고 있는 건축가가 적으니 말이다. 또 우리 건축가가 없다는 것이 약간 아쉬웠지만 언젠가는 개정
판이나 제2의 책에 들어 있기를 소망해 본다. 사실 우리나라의 눈에 띄는 건축 대부분이 외국 건축가
가 지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때의 실망감이 떠오르기도 했다.

 가까운 일본의 예를 들자면 내가 유일하게 아는 건축가는 다다오 안도(tadao ando)이다. TV를 통해 그
의 건축을 보고 감탄한 기억 때문이다. 토마무의 물의 교회(church of the water, 1988)와 오사카의 빛
의 교회(church of the light, 1989)는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웅장하지 않고 소박하며 화려한
재료가 아닌 콘크리트를 이용해 심플한 매력을 끌어낸 것이다. 빛과 물의 조화도 멋졌다.

다다오 안도의 빛의 교회 이미지는 아래의 블로그에서 볼 수 있다.
= http://blog.naver.com/tree4338/70017574805

또한 물의 교회 이미지는 아래의 블로그에서 볼 수 있다.
= http://blog.naver.com/tree4338/70017574811


 개인적인 건축 취향을 말하자면 소박하고 모던한 환경친화적인 건축이 좋다. 그러나 책을 보면서 하이
테크적인 건축도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화려한 것은 싫으나 그 미래지향적 느낌이 인상적이다. 물론
아직도 나는 심각하게 아방가르드적인 건축은 별로이다. 비록 아방가르드를 좋아한다 해도 말이다. 추
상화는 좋아해도 건축물이 추상적이거나 은유적일 때는 조금 난감하다. 위태로운 비대칭은 내게 불안
감을 주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건축은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기대심리의 편견 때문이리라. 그러나 기능
면에서 우수하다면 할 말은 없다. 결국, 취향의 차이를 인정하는 수밖에.

 건축가들의 철학이 반영된 창조물을 뜯어보니 과연 내가 얼마나 이해하고 있었던가 싶다. 창의력과 표
현력에 적잖이 놀라기도 하면서... 어느 예술에서나 발상의 전환은 신선하며 개성적이다. 그러나 역시
진부하거나 의구심이 드는 것도 존재한다.

 외국 건축물을 보며 느낀점 또 한가지는 나무 한 그루도 함부로 자르지 않는다는 배려이다. 나무를 위
해 건물의 한 부분을 들여짓거나 그 부분에 구멍을 내거나 하는식의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다. 과거 우
리의 한옥과도 닮은 배려다. 그러나 그 배려를 계승하지 못하는 현실은 안타까울 뿐이다.

 건축을 보며 꿈을 꿀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가우디의 책을 보면서 느꼈던 한 건축가를 깊이
이해하기 위함의 시간도 좋지만 가이드북을 통해 마음의 파장이 맞는 건축가를 찾아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마지막 책장을 읽은 날 새벽, 실제로 꿈을 꾸었다. 끝도없이 기다란 직선의 길이 꺾여있었고 그
길에는 추상적인 물방울 모양의 수많은 색으로 채워져 역동한다. 그것은 창조의식일지도 모른다.

 건축관련인에게는 지침을 일반인에게도 꿈을 주는 책이었다. 그래서 이 책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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